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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 2

1등보다 빠른 2등 전략, ‘1400만 신화’ 쓰다

최한나 | 95호 (2011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유나연(숙명여대 영어영문과 3학년)씨가 참여했습니다.

 

2009 11월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손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한국 모바일 시장은 요동쳤다. 이전까지 삼성은 음성통화와 문자 중심의 피처폰 시장에서 고가 시장을 장악하며 중저가 시장을 차지한 노키아와 함께 강력한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아이폰의 등장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일부 네티즌 중심의 반짝 인기라고 깎아내리기에는 아이폰에 대한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 모바일 시장을 호령했던 삼성전자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이로부터 2년이 지난 2011 1031일 독일 최대 경제지인 한델스블라트는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추월해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2년의 절치부심 끝에 마침내 스마트폰 시장의 선발주자인 애플을 제치고 부활한 것이다.

 

세계는 삼성의 저력과 복원력에 놀랐다. 이 신문은삼성이 시장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며 조용하고 끈질기게 성장해왔다고 평가했다. 삼성의 대반격의 핵심 전력은 아이폰의 대항마로 급부상한 갤럭시S 시리즈였다. 특히 올해 4월 시장에 나와 최단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 치운 갤럭시SⅡ는 아이폰을 앞서 나가는 기폭제가 됐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마케팅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1 베스트 마케팅 조사에서 갤럭시SⅡ단기간 내 시장파급력이 돋보였다는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100점 만점에 88). 전문가들은 또브랜드 관리를 잘했다항목에 점수를 많이 주며(100점 만점에 82) 갤럭시SⅡ가 가진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갤럭시S의 성장 비결을 분석했다.

 

삼성의 질주, 아이폰 덫에 걸리다

아이폰 돌풍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후발주자인 삼성전자 안팎의 위기감은 컸다. 일각에서는삼성이 하드웨어에만 매달리다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미처 확보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는 비관적 시각이 커져갔다. 전체 수익의 80% 이상을 피처폰에서 벌어들이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쉽사리 방향을 선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흘러나왔다.

 

외부 환경도 좋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자동차 업계를 장악했던 일본 도요타가 리콜 사태로 휘청거렸다. 삼성 안팎에서는자만해선 안 된다는 자성과 위기감이 고조됐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선보인 것은 2007년이다. 이후 지금까지 4년 동안 아이폰은 세계 시장에서 1억 대 넘게 팔렸다. 아이폰이라는괴물이 등장하자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지형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10년 넘게 1위 자리를 내놓지 않던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이 10%대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애플은 올해 들어 2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약진했다.

 

아이폰의 강점은 깔끔한 디자인과 색다른 기능만이 아니었다. 아이폰이라는 제품 플랫폼을 뒷받침하는 고유의 모바일 생태계가 있었다. 개발자들이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자유자재로 올리고, 사용자들은 필요한 앱을 내려받아 쓰는 앱스토어(App Store) 서비스가 이 모바일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심축이었다. 제품과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개발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은 다음 해에 곧장 앱스토어를 열었다. 아이팟(iPod)을 내놓으며 아이튠스(iTunes) 서비스를 시작한 경험을 모바일에 적용한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앱스토어를 이용해 각 분야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자신만의 스마트폰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표준화된 기능과 인터페이스로 구성된 기존 휴대전화에 길들여져 있던 소비자들은 애플이 선보인 새로운 방식에 환호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품+서비스로 시장 변화

스마트폰 등장은 한국 모바일 시장의 판도도 바꿨다. 2009 11 KT를 통해 아이폰3가 상륙하면서 국내 시장도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이제 2000만 명이 넘는다. 올해 말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전체 휴대전화 사용자의 4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증가 속도는 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무척 빠른 편이다.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은 애플의 선전은 위협적이었다. 아이폰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을 때 삼성전자는 이렇다 할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옴니아가 있긴 했지만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조차도 아이폰의 적수가 못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삼성전자의 위상도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스마트폰 시대에 세계 시장을 공략할 만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마땅치 않았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스마트폰에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운영체제(OS)를 확보하지 못했다. 자체 개발한 OS 바다(Bada)를 보유하고 있기는 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상용화를 추진하기에는 기술이나 인지도 면에서 부족했다.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도 갖추지 못했다. 아이폰은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제품-서비스 시스템(Product-Service System)의 모델이었지만 삼성의 휴대전화는 아직 제품 중심의 비즈니스모델을 벗어나지 못했다. 애플은 아이팟을 시작으로 아이폰에 이르는 제품군과 아이튠스 및 앱스토어 등 서비스 기반이 결합해 소비자가 스스로 가치사슬을 만들고 생존 및 발전할 수 있는 강력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한 상태였다. 한 번 만들어진 생태계는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이전 제품과 밀접하게 연결돼 소비자를 잡아두고 불러 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시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앱과 앱스토어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인프라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스마트폰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였다.

 

선두보다 더 과감하게 움직여라, 삼성의 승부수

직면한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삼성이 선택한 전략은 한마디로 선발주자보다 더 빨리 혁신을 수용하고 시장표준을 신속하게 장악하는신속한 2(Fast Second)’ 전략이다.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의 폴 게로스키(Paul Geroski)와 콘스탄티노스 마키데스(Constan tinos Markides) 교수는 2004년 출판한 ‘Fast Second’에서 이 전략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기술력이 뛰어난 신생 기업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지배적인 제품을 내놓을 때 기존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상을 갖고 있던 후발주자가 시장에 참여해 규모를 키우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전략을 말한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는 시장을 개척한 신생기업들이 주류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자원이 부족한 신생 혁신기업이 선발자의 우위(first mover advantages)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시장이 변화하는 흐름을 간파하고 적절한 시기에 진입한 강력한 기존 기업들이 제품을 표준화하고 가격을 낮춰 유통망을 확대하며 새로운 시장을 키우고 장악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 아이폰보다 늦게 뛰어들었지만 향후 행보는 더 과감하고 신속했다. 삼성이 보유한 기술력과 생산, 마케팅 역량 등을 총결집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드웨어는 어느 휴대폰보다 우수하다. 다만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생태계 구축에는 늦었다. 새로운 게임의 법칙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모바일 소프트웨어 분야에 1300억 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그 이상을 쓸 것이다. 결과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2010 2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0’ 전시회장에서 기자들에게 삼성의 반격을 예고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스마트폰에 그동안 준비해온 역량을 총집결해 2010년을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삼성은 반격을 시작했다. 2010 3월 처음으로 공개된 갤럭시S 시리즈였다. 2010 5월 제너럴일렉트릭(GE) 임원진이 삼성을 방문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 자리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S를 공개했다. 삼성이 쌓은 모든 것을 녹여 넣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품질에 자신이 있었다. GE 임원들은 미리 공개된 갤럭시S를 보고지금까지 본 스마트폰 중 최고라고 손가락을 꼽았다.

 

구글의 앤디 루빈 부사장이또 하나의 혁신이 탄생하는 순간이라고 치켜세웠던 갤럭시S는 아이폰4와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벌였다.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OS) 2.1 버전을 탑재하고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4인치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1㎓ 초고속 프로세서를 장착한 갤럭시S는 아이폰4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2011년이 되자 삼성은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스마트폰 가운데 최단기간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갤럭시SⅡ를 내놨다. 갤럭시SⅡ휴먼 디지털리즘을 기치로 걸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했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했지만 인간다움을 추구한 갤럭시SⅡ는 시장에 나온 지 85일 만인 7월 말에 500만 대가 팔렸다. 9월 말에는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전작 갤럭시S가 기록한 최단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1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하루에 6만 대 이상 갤럭시SⅡ가 팔려나갔다. 1초에 1대꼴로 팔린 셈이다. IDC 등 시장조사기관은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7∼9)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을 23.8%로 끌어올려 애플(14.6%)을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SⅡ의 성공 요인

새로운 동향을 재빨리 포착하고 소비자의 인식 및 시장 변화를 읽어낸 후 적합한 타이밍에 경영 활동을 최적화해 선발주자가 확보한 시장에서 지배자로 올라서는 것은 전형적인신속한 2등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애플로 인해 촉발된 핸드폰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신속한 결단과 전략 수립에 나섰다. 선발주자가 내놓은 지배제품과 비슷하면서도 고유의 가치를 지닌 제품을 적시에 출시해 소비자를 공략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지닌 하드웨어적 기술력과 막강한 마케팅 능력이 활용됐다. 모든 과정은 삼성이 보유한 수직통합적 시스템에서 유기적이며 효과적으로 추진됐다. 삼성전자의 승부수가 갤럭시S와 갤럭시SⅡ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전략이 삼성전자를 스마트폰 시장의 1위 업체로 끌어올렸다.

 

① 최적의 타이밍 포착

휴대전화 시장이 음성 중심에서 데이터 사용을 겸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가장 빨리 포착한 곳은 애플이다. 애플은 단순한 통신 수단이었던 휴대전화를각종 업무 및 취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가까운 동반자로 재인식하게 하는 데 주력했고 이에 발맞춰 아이폰이라는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았다. 아이폰은 단숨에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의 지배제품으로 떠올랐다.

 

아이폰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기존 휴대전화 브랜드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때 가장 빨리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에 나선 곳이 삼성전자였다. 삼성은 휴대전화 시장의 변화를 읽고 곧바로 아이폰에 대적할 만한 스마트폰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상당히 짧은 시간에 완성도 높은 갤럭시 시리즈를 내놨다.

 

‘신속한 후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제 시장에 진입할지를 결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최적의 타이밍은 새로운 제품에 대한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소비자들이 신기술을 받아들이며 광범위한 보조제품이 등장할 때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를 시장에 선보인 때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이 널리 알려지고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친근해진 상태였다. 앱스토어와 아이튠스로 자신만의 핸드폰을 만드는 일에 대한 가치가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게다가 아이폰의 강점을 살려주는 다양한 보조제품인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세가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이폰이 시장을 완전히 잠식하고 시장 표준이 되기 전에 아이폰의 문제점을 보완한 제품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시장 진입은 애플보다 뒤처지긴 했지만 애플이 촉발시킨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곧바로 전략 수립 및 실행에 들어간 삼성의 결단력이 힘을 발휘했다.

 

② 과거 성공공식의 과감한 폐기

갤럭시가 나오기 이전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브랜드는애니콜(Anycall)’이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 2대 중 1대는 애니콜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애니콜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은 1994. 당시만 해도 무선망이 잘 구비되지 않아 통화 품질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다. 산과 강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도 통화 품질을 떨어뜨렸다. 애니콜은 이런 점을 포착해 언제 어디서나 잘 터진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전략 덕분에 애니콜은 단숨에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브랜드 파워 1위를 내놓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잘 터진다와 함께 애니콜이 추구한 이미지는 화려함과 역동성이었다. 전지현과 이효리, 보아 등 당대 톱스타를 순차적으로 기용해애니모션(Anymotion)’이나애니스타일(Anystlye)’과 같은 화려한 영상을 만들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현란한 춤을 추는 이들이 애니콜의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형상화했고 애니콜의 대변자로 활약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삼성전자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애니콜이라는 막강한 기존 브랜드 대신 갤럭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기로 했다. 손정환 삼성전자 한국총괄 마케팅 담당 상무는브랜드 가치만 5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애니콜은 삼성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아끼던 브랜드라며작년에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피쳐폰(feature phone)에만 애니콜을 쓰고 스마트폰에는 갤럭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갖고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OS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삼성은 자체 보유하고 있던 OS 바다(Bada) 대신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택했다. 구글이 지닌 글로벌 브랜드와 인지도, 안정적인 서비스 등은 글로벌 시장 진입을 한층 수월하게 했다. 이는 기존 브랜드 및 자사 OS를 고집하던 노키아와 극명히 대립된다. 명실상부 업계 최강자로 군림하던 노키아는 최근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에도 밀려나 간신히 10%대 점유율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것은 물론 통신 생태계 구축 및 핸드폰에 기존과 다른 가치를 원하는 소비자 니즈를 읽지 못하고 종전의 전략을 고수하는 실책을 저지른 결과다.

 

③ 전략적 협력을 통한 자원과 인프라 확보

애플 못지않은 브랜드 파워를 가진 구글과의 협력은 갤럭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강자가 지배하는 시장에 진입하는 효율적 방법 중 하나는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또 다른 강자와 손을 잡는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일단 신속하게 안정적인 OS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기술적으로 높게 평가받지 못한 바다 대신 오랜 기간 많은 소비자로부터 공인된 안드로이드를 활용해 스마트폰의 시스템적 안정성을 얻을 수 있었다. 안드로이드가 애플이 시장 표준을 장악하기 전에 더 빨리 시장 표준을 확보할 수 있는 개방형 OS라는 점도 강점이었다.

 

삼성은 구글이 보유한 OS를 토대로 애플과 겨룰 만한 모바일 생태계를 갖게 됐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점이다.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아 활용할 수 있다. 자체적인 생태계가 미흡하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던 삼성은 구글과의 협력을 토대로 이를 보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점은안드로이드=갤럭시라는 등식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면서 갤럭시는 반 애플 진영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아이폰 아니면 갤럭시라는 양강 구도로 갤럭시를 포지셔닝했다. 구글이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 파워는 글로벌 소비자를 공략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줬다. 손 상무는애니콜이 한국 또는 중국에서만 사용하던 브랜드였다면 갤럭시는 처음으로 전 세계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사용한 사례라며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의 협력은 구글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아이폰이 인기를 끌면서 iOS 사용률이 급등했고 이는 구글에 크게 위협이 됐다. 구글 입장에서는 자사 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기가 절실히 필요했다. 구글은 아이폰에 맞서는 대항마로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를 선택했다. 글로벌 브랜드와 인지도, 안정적 운영체제가 필요한 삼성과 iOS에 대응할 만한 스마트폰 기기가 필요한 구글, 양쪽의 니즈가 꼭 맞아떨어진 협력이었다.

 

④ 새로운 브랜드에 가치 부여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그대로 따라하면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에 불과하다. 결국 동형화(isomorphism)의 과정을 거치며 그저 그런 이류 상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갤럭시S와 아이폰4는 기술과 디자인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갤럭시S는 아이폰4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돼 시장을 iOS 체제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기반의 갤럭시 간의 대결로 만들었다. 이후 선보인 갤럭시SⅡ는 아이폰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애플이 다음 버전인 아이폰4S를 내놓기 전에 갤럭시SⅡ가 먼저 나왔다. 아이폰4S가 이전작과 비교해 성능 면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갤럭시SⅡ는 갤럭시S보다 확연히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삼성은 갤럭시SⅡ에서 제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갤럭시SⅡ를 기획할 때부터 스마트폰에 인성과 가치를 부여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최첨단 기기의 화려함 대신 아날로그적 감성을 덧입혀 따뜻한 인간다움을 추구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스마트폰으로 각종 업무를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하는 것은 결국 보다 인간다움을 위한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기술 모두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발상이었다.

 

손 상무는갤럭시SⅡ에 탑재된 각종 기술은 최첨단이지만 이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때는 가장 편하고 가장 쉽게 하자고 마음먹었다마케팅 기획 초기부터 참여자 모두가 이 점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갤럭시SⅡ를 내놓으면서 대대적으로 내건 캐치프레이즈하우 투 스마트(How to live smart)’가 여기서 나왔다. 삼성은 갤럭시SⅡ에 인간적인 색채를 덧입히면서 스마트의 의미를 다시 정의했다. 이제까지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제품을 쓰기 위해 사용자가 스마트해져야 했다.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하면 스마트 기기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삼성이 재정의한 스마트는 이와 다르다. 스마트폰은 스스로 스마트한 것을 넘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보다 스마트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친인간적으로(human friendly) 스마트해야 한다.

 

이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갤럭시SⅡ는 실제로 스마트해졌다. 스마트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따로 공부해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쉽고 편해졌다. 인간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게 이를 제품 디자인에 반영했다. 전화가 와서 벨소리가 울릴 때 본체를 엎으면 무음으로 바뀌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회의 중이거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도중 벨소리가 울리면 휴대전화를 반대 방향으로 뒤집기만 하면 된다. 화면 크기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손으로 스마트폰을 쥐면 엄지손가락으로 아이콘을 클릭하게 되는데 이때 아이콘이 너무 가깝거나 멀면 불편하다. 한국인 엄지손가락 평균치를 고려했을 때 최대로 뻗으면 58∼58.6㎜까지 닿을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4.3인치로 화면을 결정했다.

 

How to live smart lesson’ 시리즈도 같은 맥락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우리나라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활약하는 대표 주자들이 등장한다. 싱어송 라이터가 되고 싶은 가수 아이유에게 선배가수 겸 작곡가인 윤상이 전하는 이야기, 야구 해설가로 거듭난 양준혁 전 선수와 허구연 해설위원의 만남, 기타 신동으로 불리는 정성하 군과 기타리스트 함춘호 교수와의 만남 등이 동양상으로 제작됐고 포털 사이트 다음(www.daum.neet)을 통해 공개됐다. 이들은 갤럭시SⅡ와 갤럭시탭 등 삼성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고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잃지 않는 것이 진정한 스마트 라이프라는 점이 강조됐다. 이는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가 주창한 우뇌 마케팅과 같은 맥락이다. 제품이 가진 첨단 기능과 성능을 자랑하기보다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며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훨씬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우뇌 마케팅

과거에는 제품의 가격이나 기능을 강조하는 좌뇌 마케팅이 대세였다. 하지만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우뇌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대니얼 핑크는 우뇌 마케팅의 6가지 요소를 이렇게 정리했다.


 

 

타깃 대상도 넓어졌다. 삼성에서 내놓은 첫 스마트폰 시리즈인 옴니아1 는 전지전능함을 상징했다. 전작인 갤럭시S도 승승장구하는 비즈니스맨을 형상화하며 우수한 성능을 강조했다. 하지만 갤럭시SⅡ는 부모와 아이 간, 선후배 간 교류와 소통을 주 이미지로 삼아 남녀노소 누구나 갖고 싶은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갤럭시SⅡ의 마케팅 타깃은젊은 생각을 가진 소비자 ‘YMC(Young Minded Consumer)’. 생각만 젊다면 신체 나이에는 제한이 없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소수 사람에게 국한돼 있던 스마트폰 시장을 남녀노소 모두에게 개방했고 보다 많은 대중을 끌어들여 시장 규모를 키웠다.

 


⑤ 수직 통합된 생산·개발 시스템

갤럭시SⅡ를 내놓으며 삼성이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른 것은 제품 개발과 생산, 디자인과 마케팅, 생산관리와 공급망 관리까지 가치사슬로 연결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콘셉트로 기획하고 관리할 수 있었던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속한 2등 전략의 관점에서 본다면 혁신은 대부분 신생 기업의 시장 개척자(colonizer)에 의해 시작된다. 개척자는 신기술을 탐험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유능하다. 애플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시장 통합자(consolidator)는 생산 규모를 키우며 대중 시장을 만드는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다. 기존 시장의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통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하드웨어 기술을 십분 발휘해 이전보다 훨씬 우수한 제품을 내놨다. 손 상무는스펙상 세계 최고 제품이라는 점에는 한 치의 의심이 없었다기술상 우위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마케팅을 시작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Ⅱ는 출시 당시 가장 빠른 버전인 1.2㎓ 듀얼코어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Application Processor)를 탑재했다. AP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를 작동하게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사람에 비유하자면에 해당한다. 듀얼코어는 말 그대로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프로세서 안에 코어가 2개 내장됐다는 의미다. 뇌가 하나일 때보다 둘이니 성능이 더 뛰어날 수밖에 없다. 듀얼코어를 사용하면서 어플리케이션 구동 속도와 인터넷 접속, 터치감이 전작에 비해 개선됐다. 이때 중요한 것은 두 개의 뇌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조정하는최적화과정인데 여기에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동원됐다.

 

갤럭시SⅡ는 더 크고 넓어졌다. 기존 갤럭시S보다 14% 더 크다. 화면이 더 커졌지만 색감은 더 풍부하고 선명해졌다. 슈퍼 아몰레드의 픽셀 구조를 개선해 메인 픽셀을 보조하는 서브 픽셀 수를 늘렸다. 보조 픽셀이 늘고 신규 유기 재료를 활용하면서 색상은 더 생생해지고 영상은 더 선명해졌다.

 

최첨단 기술을 탑재하면서도슬림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많은 부품이 제 기능을 하면서도 스마트폰이 두꺼워지지 않도록 최대한 압축하는 일이 관건이었다. 개발과 제작, 디자인팀이 수없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스마트폰이 결코 넘을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마의 두께 9㎜의 벽을 허물었다. 갤럭시SⅡ 8.9㎜의 두께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얇다.

 

제품 출시 이후에도 삼성은 소비자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스마트폰 시장을 키우고 보다 많은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갤럭시SⅡ 초기 구매자들은 몇몇 버그를 발견했다. 삼성전자는 불만이 접수되자마자 즉시 2차 펌웨어2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4월 말 갤럭시SⅡ를 출시한 이후 기존에 출시된 스마트폰 13종 전체에 대해 순차적으로 진저브레드3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삼성전자가 작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안드로이드 2.1 또는 2.2로 국내에 출시한 스마트폰은 총 13종이다. 삼성전자는 13종 모두에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지원했다. 전 모델에 진저브레드 업그레이드를 지원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지속적인 펌웨어 업그레이드와 신속하고 광범위한 진저브레드 업그레이드를 통해 소비자들의 믿음을 이끌어냈다. 성능이 떨어지는 배터리나 더딘 AS 등 아이폰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불만도 상대적으로 적다.

 

향후 도전과제

삼성은 갤럭시SⅡ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부활했다. 시장 통합자의 역할을 하며 스마트폰 시장을 키우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첫째, 삼성이 선발주자인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힘이 된 구글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가 관건이다. 구글이 자사 운영체제를 탑재할 제품이 절실히 필요했을 때 갤럭시가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구글 간 전략적 협력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향후 구글은 모토로라 제품을 자사 서비스 전달 기기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도바다(Bada)’라는 자체적 운영체제를 갖고 있으나 아직 상용화가 미흡한 상황이다. 삼성이 구글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깨졌을 때 어떤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대응할지를 주목해야 한다. 또한 인터넷 사업 분야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2강 체제, 향후 트위터의 인수합병 여부 등도 스마트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을 수 있다.

 

둘째,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다. 최근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기기에 콘텐츠를 담아 활용하는 방법에서 벗어나 대용량 서버에 올려놓고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기기로 꺼내 쓰기 시작했다. 특히 최고 속도 기준으로 내려받기 100Mbps, 올리기 50Mbps의 빠른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해주는 롱텀에볼루션(LTE) 무선전화 서비스 사용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인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서비스 공급자가 아닌 삼성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다양한 기기에서 같은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지다. 기존 블루투스나 새로 개시한 NFC 기술을 이용해 기기 간 쉽고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애플처럼 삼성 브랜드 제품을 고집하는 마니아층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삼성전자가 제품의 기능 중심 마케팅에서 패션, 음식, 공연 등 문화 마케팅으로 전환한 것도 이런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기능적인 혜택 외에 감성과 상징, 경험을 충족하는 제품이라야 삼성만을 고집하는 소비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마니아층이 두터워야 진정한 소비자 선도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jang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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