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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스토어의 진화:브랜드 테마파크

김상훈 | 94호 (2011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김상훈 교수가 이끄는 비즈트렌드연구회가 동아비즈니스리뷰(DBR)를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합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 연구회는 유행처럼 흘러가는 수많은 비즈니스 트렌드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을 제시합니다.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의 신사옥인 CJ제일제당센터. 지난 7월 이곳에 CJ그룹의 17개 외식 관련 브랜드가 한데 모여 있는 ‘CJ푸드월드가 문을 열었다. 우선 CJ제일제당센터 지하 1층에는 비빔밥 전문점비비고(bibigo)’, 패밀리 레스토랑빕스(VIPS)’, 중식당차이나팩토리익스프레스(China factory express)’, 커리 전문점로코커리(Loco Curry)’ CJ푸드빌의 대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다. ‘행복한콩’(두부), ‘삼호어묵’(어묵) CJ제일제당의 식품 브랜드 명을 그대로 따온 레스토랑도 자리를 잡았다. 특히 CJ제일제당 최초 제품인 설탕의 대표 브랜드백설의 이름을 딴백설관에선 불고기, 냉면 등 전통 음식을, 반세기에 걸친 제분업의 전문성을 살린제일제면소에선 우동, 소면 등 다양한 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CJ 상품들을 총망라해놓은 슈퍼마켓인프레쉬마켓이나 편의점인 ‘CJ올리브영에 들러 간단한 쇼핑도 즐길 수 있다. 지상 1층에는 베이커리 전문점뚜레쥬르(Tous les Jours)’, 커피 전문점투썸커피’, 아이스크림 전문점콜드스톤 3개 매장을 한데 통합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눈에 띈다. 쿠킹 스튜디오인백설요리원도 주목해볼 만한 공간이다. CJ 임직원은 물론 주부, 어린이 등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전문 셰프가 쿠킹클래스를 진행하는 곳이다. 330㎡ 규모의 실내형 논밭인 ‘CJ더팜(The Farm)’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CJ제일제당의 대표 브랜드인햇반의 원료가 되는 쌀과 두부(행복한콩) 원료인 콩이 심어져 있다. 도심 한복판에 마련된 농장이지만 인공 태양광, 펌프 등이 설치돼 있어 13모작을 통해 연 150㎏의 쌀을 수확할 수 있다.

 

[그림1] CJ 푸드월드 맵(지하 1층)

 

[그림2] CJ 푸드월드 맵(지상 1층)

진화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플래그십 스토어가 진화하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고 브랜드 콘셉트에 부합하는 지역에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한 플래그십 스토어는 원래 에르메스, 샤넬, 프라다, 루이비통과 같은 명품 패션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출발했다. 이들 명품 업체가 파리, 뉴욕, 런던 등 이른바 패션의메카를 중심으로 선보인 초기 플래그십 스토어는 제품 홍보가 주목적이었다. 수익을 올리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마케팅 수단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바라봤기 때문에 그 역할도홍보관내지박물관수준에 그쳤다. 공간 마케팅의 대가인 크리스티안 미쿤다가 그의 저서 <3의 공간>에서플래그십 스토어야말로 고객이 자기 발로 찾아오는 3차원의 입체광고 현장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이 단계에서는 매장 내 디스플레이가 가장 중시된다. 인테리어와 상품이 어우러져 최적의 이미지 연출을 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된다. 1세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고객과의 소통 문제는 그다지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고객들은 제3자적 위치에 서있는 구경꾼에 불과했고 고객과 기업의 관계는 회사가 정성껏 전시해 놓은 제품을 고객이 군말 없이 쇼핑하는 일방적 관계였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리바이스나 델컴퓨터, 워너브러더스 등 많은 플래그십 스토어가 실패했다. 단순히 구경하는 공간으로서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고객을 지속적으로 끌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성공하고 있는 플래그십 매장들은 고객의 시각뿐 아니라 청각, 촉각을 충족시켜주는체험 매장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2세대 플래그십 스토어라 할 수 있다. 대표 주자는 단연 애플 스토어다. 애플 스토어에 가면 유리와 원목, 스테인리스로 꾸며진 멋진 디스플레이 공간도 감상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제품들을 만져보고 들어보고 하면서 직접적인 브랜드 체험을 할 수 있다. 게다가 본사 연구개발 직원이 직접 고객과 대화를 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니어스 바(genius bar), 전문 스태프가 사진, 영상, 음악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무료로 전수해주는 더 스튜디오(the studio) 등까지 갖추고 있어 이른바 종합 체험을 가능하게 해 준다. 애플 스토어 외에 눈여겨볼 만한 또 다른 2세대 플래그십 스토어로 일본 통신업체인 KDDI 디자이닝 스페이스를 꼽을 수 있다. 이곳 1층에선 F1 경주용 차를 전시해 놓고 방문객들이 마음껏 타볼 수 있게 한다. 자사의 초고속 인터넷망과 무선통신의 속도를 간접적인 은유를 통해 체험하게 하려는 노력이다. 이처럼 2단계 플래그십 스토어는 쌍방향 소통의 장이며 브랜드의 체험공간이다.

 

[표1] 플래그십 스토어의 진화

 

브랜드 테마파크

그렇다면 CJ푸드월드는 어떤 공간인가? 한마디로 CJ푸드월드는 2세대 플래그십 스토어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으로 확장한 3세대 플래그십 스토어라 할 수 있다.

 

(1) 360도 체험 문화공간

CJ푸드월드는 음식 원료인 쌀과 콩을 재배하는 CJ더팜에서부터 제일제면소(밀가루), 백설관(설탕) 등 음식 재료를 강조한 전통음식 매장, 빕스, 로코커리 등 다양한 외식 프랜차이즈와 쇼핑 공간까지 식품업 가치사슬(value chain)상의 모든 제품과 관련 서비스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360도 체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식품이라는 제품 특성이 이를 가능하게 했지만 아직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은 독특한 플래그십 스토어다.

 

이와 같이 가치사슬상의 모든 과정을 보여주는 게 왜 중요한가? 그것은 최근의 트렌드인진정성 마케팅과 맞물려 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천연재료, 소박함 등에서 가치를 발견하며자연성(naturalness)’이 드러나야 참된 제품이라 믿는다. 이는 비단 식품뿐 아니라 키엘(Kiehl), 러시(LUSH), 아베다(Aveda)와 같은 화장품 브랜드나 생활용품, 의류에도 반영되고 있는 명백한 트렌드다. 예를 들어 두부요리 전문점인행복한 콩에서는 콩과 간수 이외에 어떤 것도 넣지 않은 두부를 제조하는 과정을 직접 시연한다. 고객들은 시간표에 맞춰 나오는무첨가 두부를 눈으로 확인하고 갓 만든 두부의 신선함을 바로 즐길 수 있다.

 

식품은 식문화라는 용어가 있듯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이 되는 문화요소다. 따라서 CJ와 같은 식품업체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체험공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정성을 전달하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

 

(2) 브랜드 통합공간

과거에는 이른바브랜드 포커스(brand focus)’라 해서 제조사 이름을 밝히지 않고 제품 브랜드 이름에 집중해 마케팅하는 방식이 유행했다. P&G나 유니레버가타이드(Tide)’ 세제나도브(Dove)’ 샴푸의 패키지에 회사 로고나 심벌을 보여주지 않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는 각각의 브랜드가 개성을 가지고 정확한 타깃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최근 경기 불황과 더불어 인터넷을 통한 정보확산은 브랜드 포커스보다브랜드 통합(brand integration)’의 시대를 열었다. 패션이나 생활용품 기업들이 개별 제품 브랜드보다 기업 브랜드를 알리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여러 브랜드를 모아 놓은 편집매장이나 브랜드 통합 TV 광고가 유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 아이스크림 업체들의 광고만 봐도 콘이나 바 아이스크림 하나를 광고하기보다는 자사의 대표 브랜드 아이스크림들을 한꺼번에 광고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랜드 통합의 효과는 비용 절감의 측면도 있겠지만 제한된 자원인 고객의 주의(attention)를 한곳에 집중하는 마케팅 효율의 측면이 더 중요하다.

 

CJ푸드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CJ그룹의 식품 관련 모든 브랜드가 한 장소에 통합돼 있다는 점이다. CJ푸드월드와 같은 브랜드 통합공간에 가면 고객들은 우선 자신이 잘 아는 브랜드들을 확인하게 된다. 빕스가 있고, 뚜레쥬르가 있고, 비비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고객들은 자신에게 낯선 새로운 브랜드를 보며 CJ 브랜드에 대한 지식을 업데이트한다. 예를 들면차이나팩토리가 CJ였어?” 하는 식이다. 그 후에는 처음 보는 브랜드를 발견하고 추론하는 즐거움을 추가로 얻는다. 예를 들면빕스버거가 뭐야? 빕스가 CJ 브랜드니까 빕스버거는 관계회사 정도 되나? 그럼 어떤 맛일까? 한번 먹어봐야지하는 식이다. 브랜드 통합공간에서는 이처럼 자연스럽게 브랜드 마케팅이 효과적으로 진행된다. 브랜드를학습한 고객들이 친구와 지인들에게 입소문을 내기 때문이다

[그림3] CJ 푸드월드 밸류체인별 구성

(3)마케팅 실험공간

CJ푸드월드는 기존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바로 소비자 조사와 연구개발 기능이다. 최근 마케팅 학계에서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는쇼퍼 마케팅(Shopper marketing)’이다. 과거에 제조업체 중심의 마케팅 연구가 많았다면 이제는 고객이 브랜드를 접하는 소매유통 접점에서 고객을 이해하려는 연구가 많아지고 있다. 푸드월드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의 동선과 시선, 소비행동을 잘 관찰하고 분석하면 매우 의미 있는 고객 미충족 욕구(unmet needs)의 발굴과 차별화된 서비스의 개발이 가능하다.

 

소비자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장 연구가 중요하다. 에릭 앤더슨(Eric Anderson)과 던컨 시메스터(Duncan Simester) 교수가 2011 3월 호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게재한 논문 ‘A Guide to Smart Business Experiments(현명한 비즈니스 실험에 이르는 법)’에서 말한 것처럼 과학적인 마케팅 실험(experiment)은 반드시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 결과가 어떤 조사결과보다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CJ푸드월드에서는 다양한 디스플레이 방법과 가격, 프로모션 등에 대한 마케팅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즉각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푸드월드 매장을 메뉴 개발에도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 사옥 3층에는 600평 규모로 국내 최대의 메뉴개발 R&D센터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 상주하는 100여 명의 연구원들은 지하 매장의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또 새로 개발된 메뉴에 대한 반응을 체크할 수 있다.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등 그룹 내 식품 계열사 연구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메뉴 개발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푸드월드를 한식 세계화의 전초기지로 육성한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삼호어묵(The) 건강한 어묵신제품 개발 사례

CJ푸드월드의삼호어묵관은 트렌디한 분위기의 오뎅 전문형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하지만 이 안에서는 조용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고객들은 이 곳에서 어묵요리를 즐기는 순간, 프레시안 어묵 신제품 개발의혁신자로 참여하게 된다. 삼호어묵관에서 관찰되는 고객들의 선호도가 프레시안 제품 개발에 영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프로세스가 적용된 첫 성공사례가 지난 9월 출시된 프레시안의 신제품(THE) 건강한 어묵이다.

 

이른바소비자 참여형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첫 단추는 2010 1월이었다. 당시 어묵 제품의 소비자 이용행태(Usage & Attitude) 조사 결과, 주요 발견은 이랬다. 첫째, 어묵의 구매 핵심 동인은 제품이나 브랜드보다는가격이나프로모션이었다. 둘째, 영양성분이나 원료보다는식감이 선호도를 결정짓는 핵심요인이다. 특히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선호했다. 반면 느끼하거나 쫄깃하지 않은 식감은 비호감의 원인이었다. 어묵 표면에 기름기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52%에 달했다. 그 비율은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올라갔다. 또 어묵 구입 빈도가 높은 집단(42.9%)보다 중간(64.7%)과 낮은(48.5%) 집단에서 더 원했다. 기름기 문제를 해결한 제품을 내놓으면 어묵에 대한 구입 빈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가격. 가격 중심의 구매행태가 지배적인 어묵 카테고리에서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였다. 튀기지 않고 찌거나 구운 방식으로 비()유탕 처리된 어묵의 맛이 튀긴 어묵에 익숙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쫄깃하고 담백하게 어필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었다. 프레시안팀은 7월 오픈한 CJ푸드월드 삼호어묵관을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관찰하기로 했다. 어묵 제품을 튀긴 어묵과 구운 어묵, 두 가지로 나눠 판매했다. 고가 설비가 필요한 구운 어묵은 원가도 높다. 그래서 튀긴 어묵보다 17% 높게 가격을 설정했다.

 

결과는시장성 확인이었다. 고가인데도 어묵을 사는 고객 중 42%구운 어묵을 선택했다. 기존의 탕이나 조림 외에 그대로 잘라서 바로 먹는어묵회의 새로운 취식 방법이 소비자에게 어필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삼호어묵관에서 판매되는 일품 요리 중어묵회는 탕에 이어 판매비중 2위를 기록했다. 기름기 없이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구현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어묵 그대로의 신선한 맛을 극대화하는 어묵회의바로 취식 형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가격’ 중심의 구매행태를 보이는 어묵 카테고리에도 프리미엄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기반해 기름에 튀기지 않은(THE) 건강한 어묵신제품을 출시했다. 합성보존료, 산화방지제 등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아 건강한 속성을 더욱 강화했다. 어묵을 트레이에 얹어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데워 바로 먹을 수도 있게 포장해 새로운 취식 형태도 제안했다. 가격은 튀긴 어묵 중심의 경쟁 제품보다 9∼25% 비싸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출시 20일 만에 매출 1억 원을 넘어섰으며 11월부터는 월 5억 원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 흐름을 이어 다음 달에는더 건강한 어묵 가마보꼬를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라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찍어 먹는 소스도 제공해 어묵을 즐기는새로운 식문화 라이프스타일을 본격적으로 제안할 방침이다. CJ푸드월드라는 공간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맞닿는 접점에서 혁신의 인사이트(insight)를 얻음으로써 신제품 개발 성공률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식문화 라이프스타일까지 제안하는소비자 참여형 360도 브랜드 테마파크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프레시안은 CJ푸드월드 안에 총 3곳의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다. 삼호어묵(어묵) 이외에도 프레시안 델리카트슨(), 프레시안 브라제리(파스타)가 있다. ‘(THE) 건강한 어묵에 이어 델리카트슨을 통해 고객 반응을 확인한 프리미엄 햄 제품, 브라제리에서 고객들의 인사이트를 얻은 피자와 스파게티 신제품들도 잇달아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고객을 간접적으로 신제품 개발과정에 참여시키는 CJ푸드월드의 혁신적 실험이 가장 전통적인 식품 비즈니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새로운 시도와 전통업종의 결합이 장기적으로 어떤 모습의 비즈니스 신대륙을 그려낼지 지켜보는 것도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CJ푸드월드의 미래

통합 브랜드 체험공간으로서의 CJ푸드월드는 다양한 브랜드 체험을 통해 즐거움을 제공하는 명실상부한브랜드 테마파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 브랜드 체험공간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CJ푸드월드가 식품업계 최초의 통합 브랜드 체험공간이라면 자동차 업계에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VW 아우토슈타트(Autostadt)가 있다. 아우토슈타트에는 아우디관, 시트관, 스코다관, 벤틀리관, 폭스바겐관 등이 있으며 각각의 건물에는 고객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체험의 장이 마련돼 있다.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이러한 공간들을브랜드 랜드(Brand Land)’라고 칭하며 브랜드 랜드는이해의 장소’ ‘경탄의 장소’ ‘욕망의 장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는 CJ푸드월드가 성공적인 브랜드 테마파크 혹은 브랜드 랜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브랜드 테마파크로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과 콘셉트를 개발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단순히 브랜드를 모아 놓은 편집 매장 수준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약 스무 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모으는 작업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공통된 테마(theme)를 가져야만 진정한 테마파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테마는 고객의 소비 핵심가치(value)와 반드시 맞물려 있어야 한다. 애플과 같은 전자제품 매장의 경우는 디자인이나 서비스가 될 수 있고 식품 매장의 경우에는 식자재의 자연성(naturalness)이나 창의적 메뉴, 건강, 정통성 등 다양한 요소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너무 브랜드의 수가 많아 통합적 이미지를 만들기 어렵다면 식자재나 가격을 중심으로 하위 그룹을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하위 브랜드(sub brand)의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모든 소매점포가 그렇듯이 매장 분위기와 서비스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전체적인 조명과 인테리어 색상도 중요하지만 사소한 공간과 프로세스 하나하나에도 집중해 디테일을 검토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필자가 CJ푸드월드를 직접 체험해본 경험에 비춰 개인적 의견을 말한다면 산뜻하고 깨끗한 매장 분위기는 좋았으나 다소 어수선하고 북적대는 느낌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식사와 쇼핑, 그리고 카페 등의 동선 설계도 소비자의 행동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해 최적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서비스 속도가 다소 느리고 신규 고객들이 와서 어떻게 매장을 체험(구입, 주문 등)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셋째, 수익을 내는 공간이 돼야 한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2세대에 들어서면서 이미 수익성을 대전제로 하기 시작했다. 애플 스토어의 경우 단위 면적당 매출이 할인점 월마트와 보석상 티파니를 합친 것보다 높다고 한다. 브랜드 테마파크의 경우에도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장기간 존속하면서 브랜드 아이콘으로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CJ푸드월드의 경우는 매장 내 매출은 물론 후속 매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 추후 CJ 계열의 레스토랑을 방문하거나 식품 유통점에서 CJ 식자재나 식품을 구입할 가능성을 확실히 높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식사 체험 직후 식재료 판매나 프로모션 기회 제공 등 플래그십 매장에서의 체험을 추후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마케팅 노력들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CJ푸드월드가 진정한 브랜드 테마파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반복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롯데월드나 디즈니랜드를 한 번 가봤다고 해서 더 이상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짜릿하고 신나는 순간을 두 번, 세 번 경험하고 싶은 고객들은 반복해서 테마파크를 찾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테마파크도 고객의 반복 체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독특한 체험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변화를 가해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놀라움을 반복적으로 줄 수 있어야 한다. 자라(Zara)와 같은 패션 매장이나 코스트코(Costco)와 같은 할인매장이 진열 제품을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CJ푸드월드의 경우 CJ더팜이나 백설요리원 등 매장 외 휴식 및 문화 공간을 적극 활용해 고객의 반복 방문을 유도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촌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거나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즐거운 요리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가족 단위 고객들이 계속해서 푸드월드를 찾을 유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 profkim@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하이테크 마케팅> <앞으로 3년 세계 트렌드> <상식파괴의 경영트렌드 2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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