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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의 참외 상품화

맛과 포장 과감한 업그레이드...민관 손잡고 '참외 富農' 신화를 썼다

이방실 | 94호 (2011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유나연(숙명여대 영어영문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경상북도 성주는 전국 최대의 참외 재배지역이다. 성주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성주참외는 들어본 경우가 많다.

 

현재 성주군 전체 농가 8900여 가구 중 절반이 넘는 4682가구가 참외 농사에 종사한다. 성주군 참외 재배 면적은 총 3969ha로 전국 재배 면적의 70%를 차지한다. 올해 성주군이 참외로 벌어들일 예상 조수입(농산물 판매금액)은 약 3570억 원. 성주군 내 참외 농가가 4682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농가당 평균 약 7600만 원의 조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현재 성주에는 1억 원 이상의 조수입을 올리는억대 농가들이 무려 1000가구를 웃돈다. 지난해 억대 농가(563가구) 숫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부농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원인은 참외 농가의 소득이 부쩍 증가했기 때문이다. 성주군에 따르면 올해 전체 억대 농가(1082가구, 성주군 전체 농가의 12%) 중 참외 농가가 총 750가구로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 70%)을 차지했다.

 

성주가 이처럼 전국에서 부유한 농촌으로 손꼽힐 수 있었던 데는 중간상인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참외박스를 규격화하는 데 성공하고 저급 참외를 수매해 액체 비료로 만들어 농가에 보급하는 등 민관이 하나가 돼 참외 품질의 고급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성주참외의 성공 요인에 대해 DBR이 집중 분석했다.

 

참외 상자 규격화 통해 부가가치 창출

참외 도매상들 사이에 통용되는 말로고봉(高峯)’이란 게 있다. 참외를 상자에 담을 때 뚜껑 위로 수북이 빠져나올 만큼 쌓아서 참외 더미가 높은 봉우리처럼 솟아나온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렇게 참외를 담으면 당연히 상자 뚜껑은 덮지도 못하고 박스 뚜껑을 연 채로 포장해야 한다. 2005년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성주참외의 99%는 대부분 이런 고봉 포장 형태로 유통됐다. 참외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포장하다 보니 15㎏ 상자에 최소 2∼5㎏ 정도 참외가 더 담겨 20㎏ 내외의 무게로 유통됐다. 최창진 성주군 참외담당(계장)크기가 작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참외의 경우엔 15㎏ 박스가 실제로는 30㎏까지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런 고봉 포장 관행은 성주참외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주범이었다. 정량보다 훨씬 많은 참외를 담아내는 데 따른 참외 농가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농민들이 참외를 포장하면서 정품 참외 외에 질이 떨어지는 저급품 참외를 군데군데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일명속박이관행으로 고봉 포장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벌어진 폐단이었다.


  

비규격 15kg 열림형 상자에 '고봉'포장으로 담긴 참외
 

규격화된 15kg 상자로 정량포장된 참외 경매 현장
(사진제공:성주군)

 

문제점을 인식한 성주 지역농협은 1997년 성주참외 이미지 제고를 위해 박스 규격화 사업을 시도했다. 말 그대로 15㎏ 박스에는 정확하게 15㎏의 참외만 담아 유통시키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는 중간상인들의 반발과 재배 농가들의 협조 부족으로 무산됐다. 참외를 도매로 대량 매입한 후 이를 다시 2, 3, 5㎏ 등으로 소포장해 파는 중간상인들 입장에선 중간중간 저급 참외가 섞여 있다고 할지라도 가능한 싼값에 많은 참외를 공급받길 원했기 때문이다. 1차 구매자인 중간상인이 정량 포장 원칙을 반대하고 계속해서 덤을 얹어주길 바라는데 농민들이 섣불리 규격화 사업에 동참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괜히 혼자서 정량 판매를 고집하다가 중간 도매상들에게미운 털이라도 박히면 한 해 지은 농사 자체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서로 눈치만 볼 뿐 누구도 먼저 나서서 규격화 사업에 동참하지 않았고 결국 농협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성주군청은 그러나 2006, 더 이상 고봉 포장 관행을 방치했다가는 농가의 지속적 성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그릇된 포장 관행 탓에 성주참외의 이미지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농가의 작업 부담이 과도하게 늘고 있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농가 인력이 갈수록 고령화되고 현장 일꾼 중 부녀자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량을 훨씬 초과하는 포장 관행은 작업 생산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농가 인력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김항곤 성주군수는정형외과 의사들이 돈을 벌고 싶으면 성주로 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성주에는 관절병 환자들이 많다성수기인 4∼8월에는 15㎏짜리 박스를 하루에 수백 개씩 날라야 하는데 여기서 평균 5㎏이 더 나가는 박스를 수도 없이 나르다 보면 웬만한 장정도 병이 안 생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성주군은 2006 10월 우수 작목반 대표와 농협 관계자 및 군의회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참외규격상자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과거 농협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민관이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으면 박스 규격화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찌감치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후 추진위원회는 성주군 내 10개 읍·면을 순회하며 중간상인 및 농가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며 규격화 작업의 필요성을 적극 알렸다. 산지공판장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관계자 회의를 열고 서울 가락공판장, 대전공판장, 부산공판장 등 20개 대도시 공영 도매시장을 돌아다니며 중도매인들을 설득했다. 처음엔 냉담한 반응을 보이던 중간상인들도농가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상자 규격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승복했다.

 

이에 따라 성주군은 2007 7, 1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체 3698개 참외 농가가 보유하고 있던 비규격 박스 1764729개를 보상 회수했다. 이후 관내 공판장에서 규격화된 15㎏ 박스만 반입해 경매하도록 농협과 민간단체에 협조를 구했다. 기존 15㎏ 상자 크기는 가로 450×세로 250×높이 250㎜로 상자 윗 부분을 덮는 날개 부위 아래 쪽에 꺾음 선이 들어가 있어 참외를 넘치게 담아도 뚜껑을 닫지 않고 포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아예 고봉 포장 관행에 맞춰 정량 이상 초과 포장이 가능하도록 돼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규격화된 박스에는 이 같은 꺾음 선을 없앴다. 따라서 포장을 하려면 반드시 뚜껑을 닫아야만 안전하게 포장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크기는 가로 450×세로 305×높이 250㎜ 규격(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승인 규격)으로 바꿔 세로 길이를 조금 더 넓혔다.

 

박스만 바꿨을 뿐이지만 성과는 놀라웠다. 2006년 기준 15㎏ 고봉 포장된 박스의 공판장 평균 가격은 3130. 하지만 2007년 규격화된 15㎏ 박스의 평균 공판장 가격은 3240원으로 110원이 상승했다. 이 규격화 사업으로 성주군은 지방행정혁신분야 유공기관 표창을 받았으며 그해 경북도지사로부터 농정업무 종합평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경제부총리로부터 지역특화 발전특구평가 최우수기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올해에는 15㎏ 규격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10㎏ 규격화 사업을 추진했다. 최근 급속한 핵가족화의 진행에 따라 소비자의 소포장 선호 현상이 두드러져 15㎏ 상자도 너무 무겁다는 판단에서였다. 간혹 남아 있는 속박이 관행을 완전히 뿌리뽑아 성주참외의 품질을 한층 더 개선하겠다는 뜻도 숨어 있다. 도기석 성주군 농정과장은 “15㎏ 박스의 경우 참외를 3단으로 쌓아야 하지만 10㎏ 박스로 바꾸면 2단으로 쌓게 된다박스 포장을 뜯어 참외 상태를 확인할 때 외관상 저품질 참외가 들어 있는지 여부를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성주군은 지난 2월 총 25억 원을 투입해 15㎏ 상자 약 250만 장을 회수(보상수거)한 후 관내 공판장에 반입하는 박스 규격을 10㎏ 상자로 통일했다.

 

사실 10㎏ 박스 규격화는 2006년 박스 규격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미 검토됐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비규격화 박스를 규격화 상자로 바꾸자는 것도 매우 급진적인 변화인데 포장 정량까지 바꾸면 반발이 심할 것으로 보고 한발 물러섰었다. 일단 무게는 15㎏으로 유지하고 규격화 박스 사업을 진행하되 10㎏ 박스로의 변경은 규격화 사업의 향방을 약 5년간 지켜본 후 2012년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하지만 15㎏ 규격화 사업이 예상외의 성과를 거두면서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하에 당초보다 1년 앞당겨 올해 10㎏ 변경 사업을 추진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으로 나타났다. 소포장 유통으로 오히려 ㎏당 단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2009년 ㎏당 평균 단가는 2211원이었는데 2010 2394, 2011 2644원 등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다. 10㎏ 박스 경량화로 고령자와 부녀자 농업인들의 선별작업 능률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물론이다. 성주군 측은 이 10㎏ 규격화 사업으로 2010년 대비 약 300억 원 이상 농가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규격화된 포장 상자를 전면적으로 보급해 유통 참외의 품질 제고, 가격 상승 및 작업 능률 향상을 통한 농가 소득의 증대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농산물 산지 유통센터 건립 통해 물류비 절감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성주참외 유통은 크게산지 조합을 통한 출하서울 가락시장 등 대도시 경매 집하장을 통한 출하중간 수집상을 통한 출하가 각각 30% 안팎씩 비슷하게 차지했다. 그러나 현재 성주참외는 전체의 절반 정도가 관내 공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유통된다. 이 밖에 대도시 경매 집하장을 통한 출하가 35%를 차지하며 선과장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매장으로 소량 포장해 판매하는 형태(유통시설 수탁 소포장 판매) 10% 정도에 달한다. 과거 30%에 육박하던 수집상 비중은 현재 5%에도 못 미칠 정도로 크게 없어졌다. 이는 수집상을 통한 유통 물량이 관내 공판장 유통 물량으로 흡수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통 구조가 변하게 된 데에는 2007년 완공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덕이 크다.

 

2007년 현재의 APC가 건립되기 이전에도 성주군 관내에는 경매식 집하장 7개 소와 선과장 5개 소, 산지공판장 1개 소 등 총 13곳의 참외 유통시설이 있었다. 하지만 경매식 집하장과 선과장은 연 취급액이 각각 70억 원 안팎, 20억 원 안팎에 불과한 소규모 시설이었다. 규모가 작다 보니 집하장에 모이는 중도매인 수도 10명 안팎에 불과했다. 그나마 2000년 문을 연 산지공판장(참외원예조합 운영시설)이 연 매출 200억 원대로 어느 정도 규모( 11240, 3400)를 갖추긴 했지만 진입로가 좁고 주차장도 협소해 시설 이용 측면에서 불편이 따랐다.

 

2007 4월 문을 연 APC는 총 3590(9200여 평) 규모로 집하장, 공판장, 선별장, 물류창고 등 총 8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참외 집하부터 선별, 포장, 저장, 수송, 공판 등 종합적인 산지 유통 기능을 모두 갖춘 대규모 시설이다. 10㎏짜리 참외 상자 기준 1일 최대 3만 상자까지 공판장에서 처리할 수 있으며 선별 소포장은 1 40t까지 가능하다. 초대형 APC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공판장에 모이는 중도매인의 수도 늘어났다. 기존 경매식 집하장이나 산지공판장에 많아야 10명에서 20명 정도의 중도매인이 몰렸다면 신설 APC에는 50여 명이 넘는 중도매인이 모여들었다. 경매에 참가하는 중간상인들이 대거 늘어나다 보니 공판이 활성화되는 건 당연했다. 2007년 오픈 첫해 424억 원의 매출액(공판금액 및 선별납품형태의 직판금액 포함)을 올린 데 이어 2008 488억 원, 2009 541억 원, 2010 581억 원, 2011 675억 원 등으로 해마다 매출액이 늘고 있다. 이는 성주군이 참외로 벌어들이는 연간 조수입의 20%가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체 참외 유통 물량에서 지역 내 경매가 증가함에 따라 성주 지역에서 결정된 참외 가격이 전국에 유통되는 참외 가격을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최창진 담당은 “5년 전만 해도 마을, 작목반, 농협 단위로 서울 가락시장에 참외를 가지고 가서 판매를 하면 가락시장 공판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성주 공판장 참외 경매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하지만 이제는 성주 APC에서 결정된 가격이 역()으로 가락시장 시세를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대도시로 참외를 가져가지 않고 관내 공판장에서 경매를 하는 비중이 늘면서 농가 입장에선 수송비 부담도 훨씬 줄어들었다. 최창진 담당은 “APC 건립으로 유통단계 축소와 직거래 확대에 따른 사업효과가 연간 300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찬과 참외 액체비료화로 친환경 농업의 선순환 사이클 구축

성주참외의 이미지 저하를 가져오는 속박이 관행을 뿌리째 뽑기 위해 박스 규격화와 함께 성주군이 내놓은 또 다른 묘안으로 물찬과 수매 및 액비(액체비료) 지원 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물찬과란 가운데를 잘랐을 때 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로 태좌(胎座)부에 물이 고여 있는 참외를 말한다. 이보다 더 상태가 악화되면 외관상 정상 과실(정상과)처럼 보이지만 가운데를 쪼갰을 때 씨가 있는 태좌로부터 과피(果皮) 쪽으로 과육이 물에 데쳐놓은 것처럼 색깔이 변해 있고 알코올 냄새를 풍기는 발효과가 된다.

 

2000년대 들어 성주참외는 금싸라기 은천참외 계통이 주를 이뤘다. 이 참외는 당도가 높고 육질이 아삭아삭해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성화(單性花) 계통이어서 발효과 발생이 심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원칙적으로 시중에 유통돼야 할 제품은 정상과뿐이다. 물찬과는 정상과보다 당도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당장 깎아 먹기에 별 문제는 없다. 하지만 통상 산지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참외가 전달되기까지 일주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발효과로 변질되기 쉬워 유통에서 제외시키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실제 농가에서는 정상품 참외를 박스에 넣어 포장할 때 중간중간 물찬과를속박이로 넣곤 한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고 당장 먹어도 별 탈 없는 과일을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다. 오랜 고봉 포장 관행 탓에 속박이가 심화된 측면도 있다. 어차피 덤으로 몇 ㎏씩 얹어줘야 하는 마당에 부실한 참외 몇 개 정도 집어넣는다 해서 큰 문제될 것 없지 않느냐는 게 대부분 농민들의 생각이었다.

 

이런 속박이 관행이 성주참외의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건 당연했다. 성주군이 박스 규격화 사업을 추진했던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래된 속박이 관행이 박스 규격화만으로 사라지기는 힘들었다. 열림형 고봉 포장을 닫힘형 정품 포장으로 바꾸는 일은 외견상 그 실행 여부를 한눈에 알 수 있지만 속박이 관행은 일일이 포장을 뜯어 참외 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주군은 민관이 합동해 물찬과를 수매하기 시작했다. 불량 참외가 유통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2008 4700만 원을 들여 물찬과 참외 1095t을 수매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2000t 안팎의 저급 참외를 수매해오고 있다. 물찬과 참외를 수매하기 위한 자금은 군비 외에 농가 자조금 및 농협 지원금 등 민관이 합동해 조달했다.

 


특이한 점은 저급품을 단순히 수매하는 데서 끝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 수매한 저급품 참외를 그냥 폐기 처분하는 게 아니라 친환경 비료를 만들어 농가에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성주군은 성주군 APC 안에 비료 제조 시설을 구축하고 성주군 농업기술센터가 자체 배양한 원예용 생균 원액을 활용해 액체 비료(1일 최대 1만 리터의 참외 액비 생산)를 제작하고 있다. 자칫 쓸모없이 버려질 참외로 비료를 만들어냄으로써 발효과 수매 사업이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 친환경 농업의 선순환 사이클 구축을 위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도기석 과장은지금까지 액비 제조시설과 저급 참외 저장시설 등 기기 설치 비용만으로 총 156500만 원을 투자했다민관이 하나로 합심해 이뤄낸 액비 제조 사업으로 성주참외의 품질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품질 고급화로 농가 소득 역시 향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찬과 참외로 비료를 만드는 액비제조시설 (사진제공:성주군)


민관 협력 통해 최상 품질 참외 생산

성주가 지금처럼 전국 최대의 참외 산지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일차적 원인은 천혜의 지리적 요건 덕택이다. 참외 생육과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온도와 습도, 일조량이다. 성주는 동쪽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가야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토양이 비옥하고 지하수도 풍부하다. 조선시대 지리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 전라도의 남원·구례, 경상도의 진주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름진 곳 중 한 곳으로 소개됐을 정도다. 일사량이 많고 태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타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참외 재배에 매우 이상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성주군은 최적의 입지 조건에 더해 작업 생산성을 높이고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민관이 하나가 돼 협력함으로써 전국 최상 품질의 참외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성주참외는 현재 250여 개 작목반이 중심이 돼 생산된다. 작목반은 적게는 5, 많게는 50여 개 농가가 하나가 돼 구성된다. 부락 단위로 자연스럽게 작목반이 형성되다 보니 참외 재배 기술과 판로 정보 등을 공유하며 선의의 품질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지자체는 성주참외를 주요 테마로 해 다양한 사업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행하고 있다. 2005년에는 신활력 사업의 일환으로 성주참외 구조 고도화 사업을 추진, △생산력 강화고부가가치화브랜드 및 홍보 강화혁신역량 강화 등을 위해 총 135억 원을 투자했다. 지식경제부로부터 지역특구(성주참외산업 특구)로 선정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성주참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역특화품목 육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5년간 총 180억 원을 투입했다. 매년 4월 하순에서 5월 상순에는 성주읍 경산리 성밖 숲에서 성주참외축제도 연다. 이 밖에 성주참외의 모든 것을 전시하는 참외생태학습원을 개관해 성주참외의 기원, 역사, 참외 재배 과정, 참외로 만든 음식 및 자료 등을 전시 및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성주군은 지난해 전국 139개 특구를 대상으로 한 운영성과 평가 결과 대상 특구로 선정됐다. 2007년 전국 최우수, 2008년 경북 우수, 2009년 경북 대상에 이어 올해는 전국 대상 특구로까지 선정돼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특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성주군 참외는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아직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일본,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등으로 판로를 개척했다. 김항곤 군수는품질 업그레이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고품질 참외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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