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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 of the Future : 2020년 시나리오

기업의 경계 허무는 글로벌 지식 네트워크

세바스찬 베벨 | 72호 (2011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미래 사회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려 들지 말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미래를 스스로 만들라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글로벌 기업 지멘스가 바라본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전해드립니다. 이 글은 지멘스가 발행하는 ‘Picture of the Future’에 실린 ‘The Living Desert’와 ‘Trillions of Dollars for the Modernization of Infrastructure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오픈 이노베이티브(Open Innovative) 입사를 환영합니다. 난 디에고(Diego) 상무라고 합니다.”
 
해변의 약간 허름해 보이는 건물 앞에 택시가 멈춰 섰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독일 브레멘에서 IT와 공학을 복수전공한 나는 브라질 니테로이(Niterói) 시에 위치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분야 세계 최고 기업인 이 회사에 지원했고, 뜻밖에 곧바로 채용이 됐다. 가상현실이 일상화된 시대지만 같이 일할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게 좋다. 그래서 브라질까지 오게 된 것이다. 물론 이 나라에 끌리는 점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선도적인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어떤 모습일 거라고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이 해변의 허름한 건물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하와이안 풍의 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끄는 남성이 임원이랍시고 마중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내가 제대로 찾아온 게 맞나? 명함에 기재된 주소를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 뭔가 잘못된 걸까?
 
“당신이 요하네스군요?”
 
디에고 상무의 질문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장 회사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미 알고 있을 테지만, 오픈 이노베이티브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에 연구 제휴와 각종 솔루션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저 총명한 직원과 저장 공간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 역량, 즉 가상공간만 있으면 됩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새로운 상사는 내 마음을 훤히 읽고 있는 듯했다.
 
디에고 상무는 건물 한 쪽으로 날 안내했다. 그가 보안 패널에 손바닥을 대자 문이 열렸다. 우린 원탁이 놓인 방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여기가 우리 회사의 쇼룸입니다.”
 
디에고 상무가 버튼을 누르자 3차원 홀로그램이 탁자에서 불쑥 솟아 나왔다. 홀로그램을 통해 여러 개의 점과 선으로 복잡하게 뒤얽힌 낯선 구조물이 나타났다.
 
“이게 우리 회사 비장의 무기죠. 거대한 지식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어요. 수만 개의 각 점은 아마추어 발명가, 과학자, 연구소를 뜻합니다. 이들 모두 우리의 인터넷 플랫폼에 등록돼 있어요. 우리가 요청하면 각자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끊임없이 연결된 선들은 각 점들이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중심에 우리 회사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를 통해 모든 소통이 궁극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이게 새로운 얘긴가요? 인터넷 서비스업체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사용하던 방식인데요.”
 
내 질문에 디에고 상무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 서비스는 다른 개방형 혁신(OI)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뛰어넘습니다. 소소한 문제에 대한 개별 솔루션을 찾아내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각종 통합 솔루션도 대신 개발해주는 옵션까지 제공합니다.”
 

그가 신호를 보내듯 허공에 대고 손을 움직였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카메라가 그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듯했다. 그러자 가상실험실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모델의 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UN측이 에코시티 모델 개발을 의뢰해왔습니다. 맞춤형 인프라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개발하기 위한 모델링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가상공간 모델에 대한 용역이죠. 이를 위해서는 교통, 상수도, 건축 기술과 같은 개별 요소를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조율하고 최적화해야 합니다. 도시를 개발하면서도 동시에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죠.”
 
디에고 상무의 손이 이번에는 허공에서 책장을 넘기듯 움직였다. 그러자 새로운 세부 내용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모든 기업 고객들이 그래왔듯이 UN도 다른 고객사처럼 최대 원가 비용과 운영 비용이 포함된 상세 견적을 보내왔습니다. 우리는 이 수치들을 회사의 지식 네트워크에 입력했습니다. 최고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연구자나 연구소에게 지급될 포상금도 물론 포함돼 있습니다. 동시에 인터넷 공간에 가상 실험실을 열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각각의 가상 실험실이 만들어지는 셈이죠. 의뢰받은 프로젝트의 복잡성과 ‘오픈 이노베이터(Open Innovator)’가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의 수준에 따라 이들 개인 오픈 이노베이터들이 이 가상 실험실에 로그인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습니다. 이 이노베이터들은 제품과 처리 기술을 모아 놓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연구에 필요한 가상 요소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고객의 요구 조건에 관한 내용도 저장돼 있습니다. 에코시티 프로젝트의 경우 가격, 지역별 날씨, 건축 소재의 친환경 요건 등 개별 인프라 요소들의 3D 모델과 같은 정보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정보를 사용해 몇 주 내로 가상공간 내에서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 및 실험하고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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