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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려(呂)

“저 보라색 샴푸가 뭐죠?” 좋은 제품, 빠른 입소문

신수정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김효선 ㈜아모레퍼시픽 마케팅부문 MC팀 과장은 1년 전 수영장에서 자사 제품인 한방 탈모 샴푸 려(呂)의 인기를 실감했다. 수영을 마치고 샴푸 등을 챙겨 넣은 바구니를 들고 샤워실로 향하는 김 과장에게 수영장 직원이 물었다. “고객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저 보라색 샴푸가 어떤 샴푸인가요? 오시는 손님들마다 저 보라색 샴푸를 갖고 오시던데 좋은 샴푸인가요?”
 
이뿐만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연예인들과 청담동 헤어숍 원장들 사이에서 려가 입소문이 나면서 협찬을 요청하는 제의가 종종 들어온다. 김 과장은 “고가 화장품도 아닌 샴푸를 협찬해달라는 요청은 처음”이라며 “써본 고객들 사이에서 ‘효과 있다’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이 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한방 탈모 샴푸 시장 점유율은 전체 샴푸 시장의 약 30%로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브랜드는 2008년 5월 출시된 ㈜아모레퍼시픽의 려(呂)다. KANTAR 소비자패널 조사 자료에 따르면 려는 2010년 9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성장해 한방 탈모 샴푸 시장 점유율 51%로 1위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에는 연 매출 1000억 원이 넘는 메가브랜드가 현재 7개 있다.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미쟝센, 비비프로그램. 려는 회사 내에서도 출시 이후 가장 빨리 성장한 대표적 성공 브랜드로, 올해 메가브랜드 달성을 눈앞에 두고있다.
두리화장품의 댕기머리가 독주했던 한방 탈모 샴푸 시장에서 려가 빠른 시간 안에 선두 주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려(呂)는 음률 려로 음과 양의 기운을 다스려 두피 최적의 균형 상태를 이끌어내는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브랜드 네임이다. 최근 여성 탈모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옛 여인들의 풍성한 머리숱의 비법이라는 제품 콘셉트를 갖고 있다. 제품 효능에 대한 입소문과 함께 디자이너 정구호가 직접 디렉팅한 고급스러운 용기 디자인 덕분에 30∼40대 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어 있는 세그멘테이션 공략
㈜아모레퍼시픽은 려(呂) 제품 개발에 앞서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철저한 시장 조사를 벌였다. 시장 조사 결과, 탈모에 대한 고민이 남녀 불문하고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재 한국 인구 중 1000만 명 이상이 탈모를 경험했거나 탈모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전까지 탈모는 유전 때문에 고민하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관련 제품은 약국에서 파는 의약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또 탈모는 초기, 중기, 후기별로 대응이 다르다는 데 주목했다. 초기 탈모자는 예방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있지만 뚜렷한 탈모 제품을 쓰지 않고 있었다. 이미 탈모가 진행돼 눈에 보이는 중기 및 후기 탈모자는 샴푸보다는 전문 의약품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1998년 출시돼 한방 탈모 샴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댕기머리를 쓰는 이들도 초기보다는 중기 및 후기가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6년 당시, 비어 있는 세그멘테이션인 초기 탈모자를 공략하기로 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아직 탈모를 심각하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탈모가 우려되는 여성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탈모 초기, 즉 탈모를 예방하는 개념의 콘셉트에 주력하게 됐고, 이는 효과를 나타냈다. 그동안 탈모=중년남성이라는 틀을 깨고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여성 탈모시장에 주목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 려는 DBR이 2010년 11월 국내 마케팅 교수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중 ‘새로운 고객에 대한 성공적인 타깃팅으로 시장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브랜드(상품)’에서 18%로 2위를 차지했다. 탈모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화된 남성성에서 벗어나 여성 탈모 시장의 잠재성을 겨냥해 성공적으로 타깃팅을 한 것이다.
 
샴푸시장의 흐름이 패밀리용 샴푸에서 각각의 니즈에 맞는 개인용 샴푸로 변화할 것이라는 트렌드를 빨리 포착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하나의 샴푸로 온 가족이 함께 쓰는 행태에서 벗어나 마치 화장품처럼 가족 개개인의 두피와 모발 상태에 맞춰 개인화된 제품을 쓰는 트렌드로 바뀐다는 데 주목했다. 정확한 고객분석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를 기초로 수행되는 시장세분화나 표적시장의 선정 같은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없다. ㈜아모레퍼시픽은 샴푸 시장의 흐름을 미리 읽고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춘 기능성 샴푸 려(呂)를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시장에서 확보한 고객관련 정보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파악함으로써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방 R&D 역량 바탕으로 한 탄탄한 제품력
려 출시 시기는 2008년 5월이지만 ㈜아모레퍼시픽이 한방 탈모 샴푸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비롯해 이미 한방 R&D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탈모 방지 효능이 있는 ‘백자인’이라는 성분을 발견했다. 백자인은 해외 유수 논문에도 소개됐다. 백자인과 같은 특허 받은 한방 성분을 개발하고, 한방 성분의 효능과 내용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샴푸 제조 과정에 한방 발효 기술을 도입하는 등 끊임 없는 연구개발을 지속했다. 특히 ‘려 자양윤모’는 식약청으로부터 탈모 방지 효능을 인정 받은 의약외품으로 6개월 만에 100만 개라는 판매 기록을 세우며 려가 1위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전문 기관의 임상 테스트 결과, 자양윤모 사용 6개월 만에 모발 빠짐은 65% 감소, 굵은 모발은 70% 증가, 모발 성장 속도는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 려 브랜드 매니저 윤세노 팀장은 “려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하루에 적게는 3∼4번, 많게는 10번까지도 머리를 감았다”며 “동의보감 ‘모발문’에 나오는 탈모 방지법과 처방법 등 모발에 좋은 각종 처방을 연구해 독자적으로 백자인이란 성분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특히 려는 한방 샴푸의 효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방 샴푸 특유의 뻣뻣함이 없어서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여러 번의 시제품 테스트를 통해 한방 샴푸 고유의 냄새를 줄이고 은은한 향을 더하면서 모발을 헹군 후 부드러운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고급화
려는 제품력 외에도 고급스러운 용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고급화 전략은 제품 콘셉트 때부터 기획됐다. 온 가족이 쓰는 저관여 매스마케팅(Mass Marketing)이 아닌 탈모 예방에 관심이 많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30∼40대 여성들을 위한 차별적 마케팅(Differentiated Marketing)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외형과 포장은 물론 광고까지 일관되게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려는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정구호 씨와 협업해 세련된 용기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국의 단아한 도자기 모양의 용기에 풍성한 머리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흑운 심벌, 왕실 의례 때 머리에 꽂았던 금제 뒤꽂이의 모양을 본뜬 펌프 부분, 신성하고 고귀함을 상징하는 보라색 용기를 선보여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한국의 멋을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시제품 테스트에서도 려의 용기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보통 경쟁 제품과 함께 디자인 조사를 하면 항목마다 들쑥날쑥 하거나 살짝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려의 디자인은 소비자들로부터 경쟁 제품 대비 디자인 만족도가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윤세노 브랜드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샴푸는 고급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지만 려는 처음부터 30∼40대 여성들을 초점으로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콘셉트로 진행했다”며 “고급화에 어울리는 제품 콘셉트를 위해 아트 디렉터와 손잡았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정구호 디자이너는 한국의 가치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의 요소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기 위해 박물관을 자주 다녔다.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적 감각을 재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제일 먼저 조선시대 17세기의 인물을 모델로 잡고, 전통성과 현대성이 교감을 이룰 수 있도록 스토리를 정했다. 스토리를 정한 후에는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 용기 디자인, 기본 색상, 디스플레이, 광고 비주얼 등을 통합적으로 디렉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17세기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에서 옛 여인들의 풍성한 흑운모를 콘셉트로 가져왔다. 풍성한 머리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꽂은 비녀는 용기 디자인에 반영했다.
 
광고 컨셉트도 고급스러움이라는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려 광고에는 화려하기보다는 풍성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아리따운 여인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검은 머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가문의 비책’이 바로 려(呂)라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가수 김건모의 감성적인 멜로디와 함께 전달하고 있다.
 
채널 다양화에 따른 제품 차별화
기존 샴푸 마케팅과 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채널 다양화로 인한 상품 차별화다. 려는 방문판매, 대형마트, 아리따움 등의 전문점, 홈쇼핑 등 채널별로 판매하는 상품을 달리 했다. 채널별로 타깃 고객들이 다른 만큼 각 채널별 고객 특성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방문 판매의 경우 탈모 방지 효과와 새치 방지 기능을 첨가한 제품을 판매한다. 방문 판매 고객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등을 구입했던 고객층으로 채널 중 연령대가 가장 높은 편이다. 탈모의 성격상 대중적인 자리에서 제품 구매를 꺼리거나, 컨설턴트가 제품별 특징을 비교해주고 제품 사용법까지 알려주기 때문에 고객들 중에는 방문 판매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대형 마트에는 주력 상품인 ‘자양윤모’를 포함해 가장 많은 제품이 진열돼 있다. 대형 마트를 찾는 고객들은 매우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이들이 려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 중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존 저가 샴푸 시장에서 비교적 고가(1만5000원대)의 샴푸가 백화점이 아닌 대형마트에서 주력 제품으로 팔릴 수 있을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형마트 사용 고객들을 분석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득 수준이 낮고 더 저렴하게 사기 위해 마트에 가는 것이 아니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10만 원이 넘는 고가 기능성 화장품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탈모 샴푸는 홈쇼핑이 주력 채널이지만 려는 대형마트와 방문판매가 주요 채널이다. 이미 홈쇼핑 채널에는 시장 선점 브랜드들이 있어서 이보다는 대형마트 판매에 좀 더 주력했다. 려는 DBR 조사 결과 ‘새로운 채널을 활용해 시장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브랜드(상품)’에서 20%로 2위를 차지했다.
 
소비자와의 소통
려는 탄탄한 제품력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일찌감치 입소문을 많이 탔다. 이러한 입소문의 배경에는 고객과의 접점을 위해 노력한 회사 측의 전략도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에 나와 있는 샴푸들과의 차별성을 위해 ‘헤어 키퍼 클리닉’을 운영했다. 헤어 키퍼 클리닉 체험단은 지난해 6월 발족했고 현재 4기째 운영 중이다. 한의사 이경제 원장과 아모레퍼시픽 헤어케어 연구원, 한방 스페셜리스트로 구성된 탈모 전문 클리닉이다. 체험단의 공통된 고민은 탈모.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줄어드는 등 다양한 탈모 증상으로 고민하는 체험단은 8주 동안 이경제 원장의 탈모 클래스를 통해 탈모 방지법을 배우고, 본인의 탈모 지수를 점검한다. 이후 려 자양윤모 4단계 시스템을 체험하고, 이경제 원장과의 1 대 1 탈모 컨설팅을 통해 개개인 맞춤 진단과 처방을 받는다.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으며 한 기수당 15명에서 20명 가량 모집한다. 김효선 MC팀 과장은 “헤어 키퍼 클리닉 체험단 자체가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는 효과가 있다”며 “브랜드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을 만나 그들로부터 생생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제품 개발에 좋은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헤어 키퍼 클리닉 체험단을 운영하면서 들려오는 고객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관심을 갖고 이를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초기 려의 두피 및 모발 겸용 팩은 뻣뻣한 감이 있었는데 고객들은 샴푸 후에 보다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현재 출시되는 두피 및 모발 겸용 팩은 고객들의 제안을 반영해 예전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가미했다. 여성 소비자들과 자주 만나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이들이 탈모 방지뿐 아니라 머릿결을 부드럽고 찰랑거리게 해주는 미적인 요소도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차별화된 요소를 제품 개발에 반영한 것도 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구전 마케팅의 원조는 만도의 딤채로 꼽힌다. 딤채는 김치냉장고의 필요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강남 주부들 약 5000명에게 제품을 나눠주고 3개월간 직접 사용해본 후 구매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결과 80% 이상이 딤채를 구입했다. 이들은 ‘김치 맛이 훨씬 낫고 오래 지속된다’는 소문을 옆집으로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성실히 함으로써 강남 일대에 딤채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전기밥솥 쿠쿠 역시 입소문의 힘을 톡톡히 본 제품이다. 다른 전기밥솥보다 약간 비싸도 ‘워낙 밥맛이 좋다’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에 ‘밥솥은 쿠쿠’라는 인식을 가져왔다.
 
마케팅에서 빅 마우스 법칙은 버즈마케팅으로 불린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자발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는 것으로 꿀벌이 윙윙거리는 데서 유래했다.
최근 기업들은 계획적으로 소비자들을 선정해 제품을 사용하게 한 뒤 입소문을 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P&G는 구전 마케팅을 위한 전담조직인 트레머(Tremor)를 운영하기 위해 약 28만 명의 청소년층 회원을 미국 전역에 확보했다. 이들은 출시 예정인 신제품 샘플을 받아 사용한 후 피드백하거나 주변의 친구들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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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을 만드는 100가지 방법>의 저자 조지 실버만은 입소문을 탄 제품은 소비자의 의사결정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주장한다. 의사결정 속도란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처음 알게 되는 순간부터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입소문을 탄 제품은 그 제품을 이미 사용해본 소비자가 제품을 보증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 제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는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대중화에 따른 다양한 커뮤니티 증가는 구전마케팅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탁월한 구전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신제품 자체가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특별함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혁신적인 신제품 콘셉트만이 입소문 마케팅에 적합하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나만 아는 특별한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고 싶어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한방 탈모 샴푸인 려는 입소문이 가능한 요소를 두루 지녔다. 탈모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심이 많은 이슈다. ‘직접 써봤는데 효과가 있더라’는 주변 사람들의 추천은 다른 어떤 광고보다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
 
입소문 마케팅을 하려는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입소문은 고객의 긍정적 피드백이 아닌 부정적 피드백에 더욱 강력하게 반응한다. 자신이 구입한 제품에 만족한 고객은 평균 7명에게 자신이 구매한 상품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전파하지만 불만족한 고객은 평균 20명에게 부정적 평가를 전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 요인 분석
브랜드가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은 마케팅 상황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해주는 마케팅활동이 항상 결합된다. 이를 동양의 음양사상에 비유해 가치창출과 가치전달을 위한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치창출이 음이라면 가치전달을 위한 활동은 양이 된다. 콘셉트와 물리적 제품이 가치창출을 결정하고 가치전달을 위한 활동은 커뮤니케이션과 도달방법이 관여한다. 그리고 음(陰) 속에 양(陽)이 있고 양(陽) 속에 음(陰)이 있듯이 가치창출과 가치전달을 위한 활동은 콘셉트에 의해 매개된다. 가치창출은 제품 콘셉트가 이끌고, 가치전달을 위한 활동은 커뮤니케이션 콘셉트(표현 콘셉트라고도 한다)가 이끌게 된다. 아모레퍼시픽 려(呂)의 사례를 콘셉트(名), 물리적 제품(色), 커뮤니케이션(通), 도달방법(達)의 4개의 요소로 살펴볼 수 있다.
 
소비자조사를 통해 소비자를 탈모 초기, 탈모 중기, 탈모 후기로 나눈 것은 중요한 통찰이었다. 려는 제품 콘셉트를 초기 탈모자에게 집중했다. 제품의 핵심 편익을 탈모 치료가 아니고 탈모 예방으로 잡은 것은 세그멘테이션 분석을 통해 나온 표적고객들이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주시하면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었다. 세그멘테이션과 타깃팅은 제품 콘셉트의 한 요소로 생각하는 것이 콘셉트 개발에서 더 많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려는 제품 콘셉트에서 초기 탈모자를 표적고객으로 잡았기 때문에 우선 시장이 넓어지고 콘셉트력도 강해졌다.
 
일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콘셉트’보다 ‘문제를 예방해주는 콘셉트’가 더 강력하다.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채널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 초기 탈모자 중에서도 현재 보유한 채널로 더욱 쉽게 도달할 수 있는 30∼40대 여성 소비자에게 집중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표적고객을 더욱 구체화할 수 있었다.
 
 
려의 제품력은 백자인이라는 한방성분을 개발한 것에 있다. 려의 제품 콘셉트 개발은 백자인 성분을 개발한 후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흔히 백자인 성분처럼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핵심성분으로 사용할 때에는 제품의 ‘유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콘셉트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흔히 이런 상황에서는 콘셉트 개발 시 임상실험을 병행해 제3의 공인기관으로부터 인정받으면 제품의 가치가 높아진다. 아모레퍼시픽은 전문기관의 임상실험을 통해 효능을 인정받았고 식약청이 이를 인정해줘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류 디자이너를 고용해 한국의 멋을 살린 세련된 용기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고급스런 용기 디자인과 같은 ‘암시적 품질단서’가 있으면 명시적 품질단서는 더욱 빛을 발한다. 려는 한마디로 필요성, 차별성 외에도 명시적 품질단서와 암시적 품질단서가 결합해 유형성도 높은 제품이 됐다. 대부분의 콘셉트 개발에서 필요성과 차별성까지는 잘 끌어 오지만 유형성에 이르면 앞에서 언어로 약속한 것을 소비자가 느끼지 못하게 돼 콘셉트력이 약화되곤 한다. 반면 려는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유형성이 필요성, 차별성과 상호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이기는(winning) 제품 콘셉트를 개발하면 이후에 마케팅 활동은 쉬워진다. 전쟁의 승패는 개전 전에 결정된다. 그래서 “이기는 장수는 이겨놓고 싸운다”는 손자병법의 말도 있다. 이후 커뮤니케이션은 제품력을 뒷받침하면 된다. 광고나 입소문의 효과도 앞에서 언급한 제품 콘셉트력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달방법은 아모레의 강점인 채널을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각 채널에 접근 하는 소비자 특성에 맞게 제품라인을 다양화했다. 려의 사례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R&D부터 출시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는 점이다. 손자병법에는 “전쟁을 잘하는 자는 그 기세가 맹렬하고 절도가 빠르다(其勢險其節短)”는 말이 있다. 기세는 활을 팽팽하게 뒤로 당기는 것이요, 절도는 화살을 손에서 빠르게 놓는 것과 같다. 출시 당시, 댕기머리라는 선두주자가 있었지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기는 콘셉트를 만든 후(활을 팽팽히 당긴 후)에 전광석화처럼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화살을 손에서 놓다) 후발주자라도 선두주자를 뒤엎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많은 경우에 후발주자가 활을 충분히 당기지 않은 후에 화살을 쏘기 때문에 선두주자를 뒤집지 못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동혁(23·한국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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