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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Best Marketing 설문 분석

게임의 틀 바꾸되 진정성을 잊지말자

여준상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화가 유근택 씨는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랫동안 동양화의 새 경지를 개척하며 동양화와 현대 미술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조형적 실험에 몰두해 왔다. 그의 2009년 작 <세상의 시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용돌이처럼 흩어지는 일상의 파편들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 앞에 유한한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유 작가는 역설적으로 이 작품에 ‘시작’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이며, 소멸해야 새로운 탄생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는 2010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가장 뛰어난 마케팅을 펼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2011년의 경영을 준비하겠다는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 주제 <2010 Best Marketing>의 기획 의도와 맥을 같이 한다.
유근택 <세상의 시작> 179x180cm, 종이에 수묵 채색, 2009년 작
 
 
올 한해에도 무수히 많은 브랜드와 상품이 시장에서 경쟁했습니다. 한국 기업의 마케팅에 새로운 방향성과 통찰을 제시해줄 만한 ‘베스트 프랙티스’ 사례도 여럿 나왔습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한국 광고학회 소속 학자와, 연구원, 마케팅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올 한해 의미 있는 마케팅 활동을 한 제품과 브랜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심층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DBR은 그 결과를 토대로 업계와 학계에 깊은 통찰을 주는 5개 브랜드를 선정했습니다. DBR 취재진과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들 5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깊이 있는 사례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유연한 사고와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마케팅 혁신을 이뤄낸 기업들의 지혜와 전략을 전해드립니다.
 
 
 
2010년 한 해 가장 매력적인 마케팅을 한 기업과 브랜드는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10 Best Marketing 조사를 통해 국내 브랜드 중 다른 기업에 모범이 될 만한 브랜드나 제품을 찾아내기 위해 전문가 대상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올해 마케팅 활동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에서 ‘슈퍼스타K2’가 1위를 차지했다. 또 기아자동차의 ‘K5’, 김영사 ‘정의란 무엇인가’, 아모레퍼시픽 ‘려’, 해피콜 ‘직화오븐’이 뒤를 이었다.
 
DBR은 올해도 작년과 같이 베스트마케팅 후보 브랜드를 선정한 후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를 통해 종합, 부문별 평가를 진행했다. DBR은 베스트마케팅 후보 그룹을 추출하기 위해 2단계 작업을 실시했다. 1단계에서는 DBR 제작진이 방대한 문헌 조사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50개의 사전 후보군을 추출해냈다. 이 후보군에는 올 한해 많은 주목을 받았거나 단기간에 큰 폭의 성과를 기록하며 강한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들이 포함됐다. DBR 제작진과 객원편집위원단은 50개의 롱 리스트를 심층 분석해 20개의 쇼트 리스트로 간추렸고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설문조사를 실시할 최종 Top 10 브랜드를 선정했다. 이 브랜드를 대상으로 전문가 대상의 심층 설문을 벌여 브랜드별 마케팅 활동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또 설문 결과 가장 우수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고 판단된 5개 제품(브랜드)에 대해 심층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했다. 2010 Best Marketing 조사 결과를 종합하고 그 의미와 시사점을 정리한다.
 
 
종합 평가
2010년 한 해 동안 전반적으로 마케팅을 잘한 브랜드를 꼽는 질문에(사전 스크린을 통해 거른 10개의 Best Marketing 후보 브랜드에 대해 1위에서 3위까지 응답, 순위별 가중치를 곱해 합산), CJ미디어 ‘슈퍼스타K2’(89점), 기아자동차 ‘K5’(45점), 김영사 ‘정의란 무엇인가’(23점), 아모레퍼시픽 ‘려’(21점), 해피콜 직화오븐(14점) 등이 1∼5위를 차지했다. 한국야쿠르트 브이푸드(13점), 매일유업 퓨어(10점), SK 와이번스 야구단(8점), 삼성전자 하우젠 제로(4점), KT 텔레캅 텔레캅 아이(1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큰 점수 차로 1위를 차지한 ‘슈퍼스타K2’는 오디션과 리얼리티의 결합으로 새로운 콘셉트의 음악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오디션 참가자의 진솔한 얘기, 시청자 참여를 이끌어낸 평가, 촌철살인의 심사 등 여러 박자가 어우러져 성공 신화를 써냈다. ‘K5’는 차량의 외관 디자인에 첨단, 세련미를 보여준 점이 돋보였다. 김영사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는 끊임없는 질문으로 독자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여성을 겨냥한 역발상 탈모 타깃팅으로 성공한 ‘려’, 오븐과 프라이팬의 만남으로 편리하게 여러 요리를 해결해준 ‘해피콜 직화오븐’ 역시 2010년을 빛낸 마케팅 베스트 프랙티스다. 특히 지난해에 디자인 캠페인으로 2009 Best Marketing 종합 3위를 차지했던 기아자동차가 올해도 ‘K5’ 자동차로 성공을 이어가 눈길을 끈다.
 
 
마케팅 담론에 관한 거시 부문별 평가
1)고객 지향성(Customer Orientation)고객 지향성 부문에서는 ‘슈퍼스타K2’(8.1, 이하 10점 만점 질문에 대한 응답치), ‘정의란 무엇인가’(7.1)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나머지 브랜드는 6점대 중후반으로 나타났다. ‘슈퍼스타K2’와 ‘정의란 무엇인가’의 공통점은 ‘고객참여형’ 프레임이 녹아있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2는 고객이 순위 선정과 오디션 참가자에 대한 평가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고객의 요구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책 내용 또한 저자가 미리 답이나 결론을 알려주기보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고객 스스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답을 내도록 했다. 즉 참여형 독서를 유도하는 전달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참여해서 해당 제품과 서비스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고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감정적 고객 애착(emotional attachment)’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2)창조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창의적 콘셉트로 혁신을 이뤄낸 브랜드로는 ‘슈퍼스타K2’ ‘정의란 무엇인가’가 10점 만점에 7.0으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K5’가 그 다음을 차지했고(6.7), 나머지는 6점대 초중반으로 나타났다. ‘슈퍼스타K2’는 오디션 콘셉트와 리얼리티 콘셉트를 결합시켜 진정성이 담긴 새로운 프로그램 콘셉트 제안으로, ‘정의란 무엇인가’는 독자 참여 유도형 서술 포맷으로, ‘K5’는 창의적 디자인으로 혁신을 일궈냈다.
 
3)선제적 대응(Proactive Reaction)급변하는 경쟁 환경에 맞춰 발 빠른 대응을 잘 한 브랜드로 ‘슈퍼스타K2’ (7.5), ‘정의란 무엇인가’(7.1)가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케이블과 공중파 방송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음악 프로그램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슈퍼스타K2’는 참여 요구 사회로의 변화, 진정성 요구 사회로의 변화 패턴을 잘 읽고 대처한 게 성공 요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수동적 지식습득과 주입식 학습에서 탈피, 자기주도적 지식 습득을 요구하는 고객의 욕구 변화를 잘 읽어내고 대처해 좀처럼 쉽지 않은 인문학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다.
 
4)고객과의 적극적 소(Dynamic Com-munication)고객과의 적극적 소통 부문에서는 ‘슈퍼스타K2’(7.7)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큰 점수 차로 앞섰다. 나머지 브랜드는 5점대 중반에서 6점대 중후반까지 골고루 나타났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슈퍼스타K2’는 130만 명이 넘는 오디션 참가 지원과 18.1%의 경이적인 케이블TV 시청률, 매주 70만 콜이 넘는 생방송 문자투표 등 방대한 규모의 일반 대중 관여가 있었기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일반 시민에게 공평무사하게 열린 오디션 참가 포맷, 일반 대중 스스로 평가에 참여하는 포맷은 ‘대중의 힘’이 나타나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5)진정성 창출(Authenticity Creation)고객과 사회에 진정성으로 감동시킨 브랜드로는 ‘슈퍼스타K2’(7.2), ‘정의란 무엇인가’(7.1)가 높은 점수를 얻었다. SK와이번스(6.5)의 점수 또한 비교적 높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의 음악적 성공과 그 이면에 깔린 진솔함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으며, 공정사회 지향을 위한 공감 포인트 발견에서 책 한 권이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가족석이나 연인석 설치, 무료 주차, 탁아방 설치 등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야구장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SK 야구단의 노력 또한 진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마케팅 실행에 관한 각론 평가
1)STP(시장세분화, 타깃팅, 포지셔닝)새로운 고객에 대한 성공적 타깃팅으로 시장을 넓힌 브랜드로 ‘슈퍼스타K2’는 전체 응답자의 40%(이하 10개 브랜드 중 가장 잘한 브랜드를 한 개 선택하는 질문에 대한 응답치), ‘려’는 18%가 선택해 1, 2위에 올랐다. ‘슈퍼스타K2’는 출연자와 부르는 노래, 평가 참여자 등에서 타깃의 확대를 성공적으로 일궈냈다. 10, 20대에 편중된 기존의 케이블TV 음악 프로그램을 뛰어넘어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토록 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셈이다. ‘려’는 탈모하면 떠오르는 중년 남성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여성 탈모 시장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 세분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는 점에서 성공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2)Product Strategy제품의 차별화(디자인이나 콘셉트 등) 부문에서 가장 우수한 브랜드로는 ‘K5’ 40%, ‘슈퍼스타K2’ 25%, ‘려’ 15%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는 그간 피터 슈라이어 최고 디자인책임자 등 세계 정상급의 디자이너를 영입해 디자인 몰입 마케팅을 추진해왔다. 작년부터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올해에는 ‘K5’의 대히트를 통해 ‘기아차=디자인’ 이라는 등식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아모레퍼시픽 ‘려’도 국내의 유수 디자이너의 지원을 받아 비녀의 모양을 형상화한 차별화된 용기 디자인을 만들었다. 이는 감정 지향성이 강한 여성 고객에게 성공적으로 어필했다.
 
 
3)Promotion Strategy차별화된 광고 및 판촉 기법의 채택 부문에서는 ‘슈퍼스타K2’ 40%, SK 와이번스 야구단 13% 순으로 나타났다. ‘슈퍼스타K2’는 ‘전국민 대상의 오디션’이라는 모토 아래 전화 예선에서부터 전국적 지역 예선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다양한 배경의 국민들이 스스로 참여토록 유도함으로써 인상적 프로모션을 보여주었다. SK와이번스는 인천 홈 구장을 훌륭한 프로모션 도구로 사용했다. 바비큐석, 가족석, 연인석 등 각종 테마 존을 만들어 야구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고객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행복 나눔 야구교실, 그린스포츠 캠페인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를 불어넣었다.
 
4)Place Strategy새로운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브랜드로 ‘슈퍼스타K2’ 38%, ‘려’ 20% 등이 꼽혔다. ‘슈퍼스타K2’은 오프라인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과감히 케이블TV 채널로 끌어들였고 공중파 TV의 리얼 다큐 프로그램을 케이블TV 오디션에 접목시킴으로써 새로운 채널을 만들었다. ‘려’는 그 동안 고정관념으로 굳어졌던 ‘한방제품 판매는 백화점 또는 방문판매’라는 유통 채널의 공식을 깨뜨리고 대형 마트를 선택해 큰 성공을 거뒀다.
 
5)Price Strategy가격으로 고객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어필한 브랜드는 ‘해피콜 직화오븐’이 30%, ‘려’가 20%의 응답을 받았다. 해피콜 직화오븐은 기존 가스 오븐의 절반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을 갖춘 제품으로 인식돼 많은 고객의 지지를 끌어냈다. ‘려’역시 한방 제품은 고가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합리적 가격을 채택해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 40%를 넘는 획기적 결과를 가져왔다.
 
 
시사점
2010년 Best Marketing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 공통점에서 올해 마케팅 트렌드의 키워드를 도출해보고 미래 마케팅을 위한 시사점을 알아보자.
 
1)진정성 유발(Authenticity-elicitation) 올 한해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슈퍼스타K2’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시청자에게 진정성을 느끼게 한 점이 돋보인다. 우승자 허각을 비롯해 출연자의 진솔한 삶 얘기를 여과 없이 전달했기에, 시청자에게 순수, 진심, 진정성이라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다. 외모의 치장, 부에 대한 과시 등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한국 사회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즉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고 진심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일만으로도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순수’라는 개념을 담은 제품 개발을 통해 소비자에게 진정성을 전달했다는 측면에서, 한국야쿠르트의 브이푸드와 매일유업의 퓨어도 진정성 부문의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브이푸드는 ‘천연원료 비타민’을 소개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합성 비타민이 아닌 천연 원료의 순수 비타민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소비자의 진심을 자극했다. 퓨어 역시 인공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천연 요구르트를 내세우면서 순수 느낌을 전달해 진정성 지각을 불러일으켰다.
 
2)소비자의 자발적 참여형 포맷(Self-participation Format)김영사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는 독자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효과를 발생시켰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답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해당 상품에 강한 애착, 몰입, 관여도(involvement)를 가지게 된다. 높아진 관여도는 주위 사람에게로의 지적 전파로 이어지면서 입소문 효과가 발생한다. 저자가 미리 만들어놓은 답에 대한 수동적 이해가 아니라 독자 스스로 능동적 참여를 통해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관여도 향상과 입소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슈퍼스타K2’도 매주 계속되는 평가 과정에 소비자들을 참여시켜 시청자에게 락인(lock-in: 스스로 족쇄를 채워 다른 데로 벗어나지 못하고 머무르는 효과)을 발생시켰다. 초기 한두 번의 참여가 여러 회의 참여로 이어지다 보면 ‘지난 주까지 계속 방송을 시청해왔는데 이번 주 방송을 시청하지 않으면 과거 내가 평가에 참여했던 일까지 의미가 없어진다’는 식의 심리적 매몰 비용(sunk cost)이 발생한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심리적 매몰 비용을 손실로 느낀다. 이에 따라 인간의 본능인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에 따라 락인 효과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마케터들은 본인이 주도하는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혼자 힘으로 다 끌고 갈 수 있다는 식의 자기만족형 폐쇄적 마케터가 되면 안 된다. 혼자만의 만족으로 끝나면 결코 대중을 위한 상품을 창조하는 마케터가 될 수 없다.
 
3)새로운 사용 상황 제시(Introducing New-usage)새로운 사용 용도나 상황을 제시하는 일은 브랜드의 재활성화(revitali-zation)에 큰 도움을 준다. SK 와이번스 야구단과 삼성전자 하우젠 제로 에어콘의 성공은 브랜드 재활성화의 중요성을 잘 알려준다.
 
SK와이번스는 홈구장에 끊임없는 새로운 사용 상황을 제시하면서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SK와이번스는 2007년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야구장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추가해오고 있다. 야구장을 단순히 야구 경기만 관람하는 곳이 아니라 테마파크와 가족 휴식 공간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대단한 물리적 변화가 필요한 작업도 아니었다. 약간의 설치물 변경을 통해 바비큐 존, 패밀리 존, 커플 존 등을 만들어 새로운 관객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2006년 불과 5000명 수준이던 SK의 홈 경기당 관중 수는 현재 평균 1만 5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제품의 사용 용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테면 ‘OO는 OO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식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SK 와이번스 야구단 역시 ‘야구장은 야구만 보러 가는 곳이 아니다. 야구장은 가족 소풍, 데이트, 회식을 즐길 수도 있는 다목적 공간이다’ 라는 새로운 등식을 성립해 성공을 이뤄냈다.
 
사계절 에어컨을 강조해 성공한 하우젠 제로도 마찬가지다. ‘에어컨은 여름에만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다. 겨울에도 환기 및 신선한 공기 창출을 위해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등식을 성립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이처럼 미래에는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큰 물리적 변화 없이, 사용 상황의 새로운 제안을 통해 전혀 생각지 못한 수요를 만들어내야 한다.
 
4)인구통계학적 고정관념에 대한 새로운 접근(Revisiting Demographics)연령과 성별에 따른 소비자 구분은 소비자 분석의 대표적 변수다. 하지만 인구통계학적 분석을 도식적으로 단행하면 결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없다. 기아차의 ‘K5’와 아모레 퍼시픽의 ‘려’는 연령과 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변화된 접근으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낸 제품이다.
 
‘K5’는 중형차의 주 소비층을 40대 중장년층 이상이 아니라 30대 젊은 소비자로 끌어내렸다.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30대에 어필하는 감각적 디자인과 콘셉트를 제시해 큰 주목을 받았다.요즘 30대는 예전의 30대와 같지 않다. 이는 전 연령대에 적용이 가능한 개념이기도 하다. 과거 30대가 경제적 자립이나 재산 증식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면 요즘 30대는 20대 못지 않게 자기 만족과 자아 실현을 중시한다. 과거 30대는 대부분 결혼을 하고 자녀들을 두었기에, 제품의 경제성과 가족 전체가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 30대 중 상당수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실속보다는 자기 성취나 자기 만족의 소비를 중시한다. ‘K5’는 이 변화된 인구통계적 특성을 잘 꿰뚫어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했고, 무색무취했던 기아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었다.
 
한방샴푸 ‘려’도 마찬가지다. 아모레 퍼시픽은 건강보험공단 통계를 통해 탈모에 대한 성 고정관념적 접근이 문제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여성 탈모 시장을 겨냥했다.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성비를 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 환자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특정 이슈에 대한 인구통계적 고정관념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준다. 탈모는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셈이다.
 
성과 연령에 대한 고정관념적 접근의 탈피는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에도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의 70대는 예전 70대가 아니다. 요즘 70대의 내면에는 사회적 지위 회복을 통한 심리적 쾌락 추구, 성적 판타지아 회복을 통한 물리적 쾌락 추구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연령대보다도 강하게 공존한다. 하지만 노년층의 이런 욕구를 꿰뚫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면을 공략할 수 있는 기업, 지금 자사의 핵심 제품에 대한 인구통계학적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업은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
 
5)멀티 타깃팅(Multi-Targeting) 2010년 Best Marketing에 뽑힌 브랜드들은 다양한 연령층을 동시에 아우르는 멀티 타깃팅의 중요성도 잘 알려준다. SK 와이번스 야구단은 야구장을 남녀노소가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임에 따라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하고, 미래의 고객도 손쉽게 확보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야구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경제력을 갖춘 성인이 되면 더 자주 야구장을 찾고, 그 안에서 더 많은 소비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피콜 직화오븐도 출시 이후부터 비교적 오랜 기간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오븐 기능, 나이든 층이 선호하는 프라이팬 기능을 골고루 갖춘 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2’는 출연자들에게 10∼20대에 국한된 최신 가요만 부르게 하지 않고, 남진이나 이문세처럼 중장년층에도 통하는 노래를 선곡해 시청자 층을 확대했다.
 
어떤 제품이건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특정 연령층이나 세분시장에만 고착된 마케팅을 피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 지나치게 의존한 마케팅을 펼치다 보면 동반 노화 신드롬(concurrent aging syndrome: 제품의 핵심 고객층이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즐겨 찾는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까지 늙어 보이는 현상)을 겪을 수 있다. 동반 노화 신드롬을 피하고 브랜드 유연성(brand flexibility)을 높여 장수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여러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6)감각 마케팅 2.0(Sensory Marketing 2.0)기아차 ‘K5’와 매일유업 퓨어를 보면, 인간의 오감 중 시각 외의 다른 감각 자극이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해당 브랜드만이 가진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K5’ 광고의 모스 부호 사운드는 고객에게 이국적, 독특함 등을 자아낸다. 청각 자극 마케팅의 좋은 예다. 해당 브랜드만의 특정 효과음을 만들어 고객이 긍정적 감정을 가질 때 그 효과음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 학습 효과에 의해 그 고객은 나중에 해당 브랜드의 로고만 봐도 무의식적으로 긍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매일유업 퓨어는 최적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용기 디자인, 즉 퓨어 햅틱(haptic)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요구르트를 마실 때 고객이 가장 기분 좋아할 병의 촉감은 무엇일까? 용기 디자인은 시각적 요인이 가장 중요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촉감의 중요성을 인지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감각 마케팅 2.0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각 디자인을 넘어서(beyond visual design)’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감각은 시각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고정관념일 뿐이다.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디자인이 가능하며, 이 부분에서 독특한 브랜드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만이 감각 마케팅 2.0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미래에는 감각 마케팅 2.0 정도가 아니라 오감각 자극 간의 시너지를 구현하는 감각 마케팅 3.0 시대가 올 것이다. 앞서 언급한 매일유업의 퓨어 햅틱의 사례를 보자. 장기적으로 매일유업은 퓨어의 독특한 병 촉감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마실 때 맛이 더 좋다는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이처럼 공감각적 자극이 해당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왜곡할 수 있는 경지야말로 감각 마케팅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과제다.
 

 
DBR은 ‘2010 Best Marketing’ 설문 조사를 위해 우선 50개의 설문 후보 브랜드(상품)를 롱 리스트(long list)로 뽑았다. 롱 리스트의 후보는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벌이고, 광범위한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 브랜드(상품)로 제한했다. 신문, TV, 라디오 등 전통적인 매체와 인터넷, 블로그 등 뉴미디어 활용,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았던 브랜드(상품) 50개를 선정했다.
 
이어 정량적 기준과 정성적 기준을 바탕으로 롱 리스트를 다시 20개의 쇼트 리스트로 압축했다.(표1) 이 과정에서 DBR 제작진(김남국 편집장, 윤경은 연구위원, 이방실 박용 한인재 하정민 김유영 신수정 기자)과 DBR 객원 편집위원(김동철 휴잇어소시엇츠 상무, 김한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안상훈 마케팅인텔라이트 대표, 이혁진 베인&컴퍼니 상무)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또는 시장점유율의 증가가 현저하거나,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거뒀거나(올해 출시된 새로운 브랜드에 해당), 계량화하기 어려운 창의성과 시장 흐름 주도, 이미지 향상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되는 브랜드를 골라 최종 설문 후보 10개를 선정했다.
 
제작진은 최종 10개 후보를 대상으로 2010년 11월 한 달간 한국 광고학회에 소속된 교수 및 연구원, 실무자, DBR 온라인 회원 가운데 마케팅 분야 종자사들을 대상으로 심층적인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40명의 유효 샘플을 확보했고, 이에 대해 통계 분석을 시행했다.
 
작년(127명)보다 샘플의 숫자를 줄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작년에는 30개의 최종후보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다 보니 응답자의 인지적 한계 등으로 응답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따라서 정제된 스크리닝을 통해 2010 Best Marketing 후보군을 10개로 줄여 설문 대상인 마케팅 전문가들이 충분히 브랜드별 마케팅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숙지하고 설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후보군을 줄이면서 적은 샘플로 보다 정교한 조사를 시도한 셈이다.
 
둘째, 지난해에는 전문가 그룹뿐만 아니라 대학생 그룹도 대거 설문에 참여했다. 하지만 대학생 대상 설문 결과를 분석해본 결과, DBR의 설문조사 취지와 잘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에는 전문가 그룹에 집중한 심층 조사를 진행, 응답의 질을 높였다.
 
셋째, 응답자 숫자를 줄이는 대신 설문 항목에서의 심층성을 대폭 강화했다. 작년에는 응답자 대상을 늘리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설문 문항이 14개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역량을 갖춘 전문가 대상으로 응답자를 제한한 대신, 설문 문항 수를 58개로 대폭 확대해 개별 마케팅 사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지도록 유도했다. 이는 Best Marketing 조사가 대중들이 참여한 인기 투표라는 의미보다 한국 기업의 마케팅 역량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례를 발굴해 지식으로 축적하자는 데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다. DBR 객원편집위원단과 제작진은 일반 소비자 조사 방식으로 이뤄지는 다양한 마케팅 관련 시상 행사와 차별화해 철저히 이론적, 실무적으로 의미 있는 사례 발굴에 집중하기로 했다.
 
주요 평가 항목은 크게 2개로 나눴다. 첫 번째는 마케팅의 담론적 성격을 중시한 분류다. 거시적 측면에서 주요 마케팅 이슈 5가지를 구분해 각 부문별로 10개 브랜드 각각에 대해 10점 만점의 척도형 측정을 실시했다. 작년의 상위 5개 브랜드 선택형 질문과 달리 10개 브랜드 각각에 대해 척도형 질문을 넣은 이유는 각 브랜드별 세밀한 측정을 하기 위해서다. 척도형 질문의 평가 항목은 고객 지향성(customer orientation), 창조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proactive reaction), 고객과의 적극적 소통(dynamic communication), 진정성 창출(authenticity creation) 등으로 미래에도 마케팅의 근본이 될 이슈들이다. 개별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항목을 측정했기 때문에 설문 응답자의 개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높여 더 정확하고 심층적인 답변을 유도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실행적, 기능적 각론 성격을 중시한 분류다. 미시적 측면에서 마케팅 전략의 2대 핵심이라 할 수 있는 STP(시장세분화, 타깃팅, 포지셔닝)와 4P(제품, 가격, 촉진, 유통)에 대한 구분을 단행했다. 이후 각 부문별로 최상의 브랜드 1개를 선택하는 선택형 질문을 던졌다. STP 전략, 제품 전략, 가격 전략, 촉진 전략, 유통 전략 등의 5대 핵심 마케팅 전략 실행 부문에서 가장 앞선 브랜드를 1개씩 선택함으로써 문항별로 복수 응답을 해야 하는 응답자 부담을 줄였고, 동시에 더 신중한 평가를 끌어낼 수 있었다.
 
DBR 제작진과 객원 편집위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과 독자에게 실질적 도움과 시사점을 줄 수 있는 5개 상품(브랜드)을 최종 선정했다. DBR 기자들은 국내 마케팅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이를 심층 취재해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진장훈(25·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학과 3학년), 김현경(23·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3학년), 김동혁(23·한국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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