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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큐드, 사소한 일상에서 얻는 통찰

신병철 | 70호 (2010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놀라운 통찰로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10년간 통찰력 분야를 연구한 신병철 WIT 대표가 8000여 개의 사례를 분석해 체계화한 ‘스핑클’ 모형을 토대로 기업인들의 통찰력을 높이는 실전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통찰에 이르기 위해 ‘스큐드(skewed)’란 개념을 빼 놓을 수 없다. 스큐드란 단어는 사전적으로 ‘한쪽으로 쏠려있는’, ‘비스듬한’, ‘비대칭적인’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통계학에도 스큐드니스(skewness)란 개념이 있는데, 이것은 통계적 추론의 기본이 되는 분포의 경도된 정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통찰에 스큐드가 왜 중요한 것일까? 그것은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한쪽으로 쏠려있는 현상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한쪽으로 쏠려있는 패턴에 의미있는 변화가 생길 때, 사람들은 통찰을 느낀다.
 
개념적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사례를 들어보자. 필자가 어느 일요일 광교산에 산책을 나갔다. 광교산 올라가는 길은 잘 가꾸어져 있고 나무숲도 예쁘고 꽃길도 보기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산길 초입에 누군가 20kg짜리 쓰레기 봉투를 버리고 갔다. 좋은 산길에 커다란 쓰레기 봉투가 버려져 있으니,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그런데 몇 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내려올 때는 더 놀라운 일을 발견하게 됐다. 20kg 쓰레기 봉투 주변에 온갖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이 아닌가. 휴일 등산객들이 산을 내려오면서 그 쓰레기 봉투 주위에 자신의 쓰레기를 버린 것이다.
 
산을 내려오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누구나 쓰레기 더미 옆에 쓰레기를 버린다는 것이다. 응당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20kg짜리 쓰레기 봉투 옆에 다른 쓰레기가 쌓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스쳐 지나친다.
 
그런데 마이클 레빈이라는 한 컨설턴트는 이 사실에 주목해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이라는 책을 쓰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유리창 한 장이 깨지면 집주인도 마음이 느슨해지고 주변사람들도 허술하게 대해 그 집은 점점 더 관리되지 않고 엉망진창의 집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레빈은 이 개념을 포착해 경영·경제 분야에 다양한 사례로 글을 쓰게 된다. 그 결과, 이 책은 최근 2, 3년간 경영·경제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많은 독자를 만들었고 개인적으로도 큰 성과를 냈다.
 
필자의 관심은 이 책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면 또 다른 쓰레기를 버린다는 당연한 현상을 특별한 사고의 대상으로 떼어냈다는 점이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따로 떼어냄으로써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발견됐고, 그 결과 매우 유용한 개념으로 변화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오랫동안 동일한 패턴이 이어지면서 어느 한쪽으로 굳어져버린 개념과 현상을 스큐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놀라운 통찰은 오랫동안 변화 없이 지속돼 온 스큐드를 발견함으로써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지구는 평평하다는 개념이 지배했다. 무려 1500여 년 가까이 아무도 이 의견에 반기를 든 사람은 없었다. 오랫동안 동일한 패턴으로 인식돼, 한 쪽으로 쏠려있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 스큐드에 반대한 사람이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였다. 이들은 스큐드를 발견했고, 이에 반대하는 사고를 통해 인류 문명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기 위해 노력할 때, 프랑스의 물리학자들은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까지 했다.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자 스큐드다. 프랑스 물리학자들은 스큐드에 주의를 두었지만, 라이트형제는 그 반대에 주의를 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수많은 곳에서 우리의 사고를 한정하는 스큐드가 존재한다. 이 스큐드를 바꿔야만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스큐드가 존재할까? 우리가 생활하는 거의 모든 것이 스큐드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도 모르게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 간다. 밥을 먹고 정장을 차려 입고 교통 수단을 이용해 회사에 간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신만의 패턴으로 익숙하게 행동한다. 회사에서건 학교에서건 자신에게 익숙한 형태대로 생활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밥을 먹고 세수를 하고 잠을 자며 내일을 기약한다. 조금만 떨어져서 관찰자의 입장으로 살펴보면 놀랍게도 같은 패턴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스큐드를 발견해내는 게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시작점이 된다. 그동안 인류가 만든 모든 성과물은 바로 이 스큐드를 발견하고 변화시킨 것들이다. 스큐드를 발견하고 이를 변경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스큐드 수정 사례를 살펴보자.
 
 스큐드 수정 1  컴프레션 휴지통
컴프레션 휴지통은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변형을 보여준다. 휴지통에 대한 스큐드는 무엇일까? 원통형, 혹은 사각형의 고정된 모습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고정돼 있는 형태에 주름이 잡힌 외형을 입혀 부피를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있게 만들었다.
 

컴프레션 휴지통은 달에 최초로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에게서 아이디어의 단서를 찾아 일명 ‘암스트롱 휴지통’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주 탐험의 첫걸음을 암스트롱이 내딛었듯이,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휴지통의 외벽을 주름무늬로 만들어, 발로 밟으면 부피를 압축할 수 있고, 쓰레기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큐드를 수정해 흥미로운 생각을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다.
 
스큐드 수정 2  구멍이 있는 플러그
콘센트에 있는 플러그를 빼는 것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생각보다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작지만 흥미로운 불편함에 관심을 갖게 되면, 다음과 같은 제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명 구멍이 있는 플러그다.
 
아주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스큐드의 수정이다. 가끔 콘센트에서 전원코드가 빠지지 않아 애를 먹을 때가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제품은 플러그에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내어 손쉽게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빼낼 수 있게 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어두운 곳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구멍 안쪽에 LED를 내장, 어디에 플러그가 있는지 잘 찾아내도록 유도했고 간접 조명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가 늘상 지나치는 스큐드를 발견하고 변화를 준 통찰적 관점이 아닐 수 없다.

스큐드 수정 3  헤어숍 명함
이탈리아 로마에 모드헤어(MOD hair)라는 헤어숍이 있다. 모드헤어는 록앤롤(Rock’n Roll) 패턴의 헤어스타일을 전문으로 연출하는 헤어숍이다. 어떻게 하면 헤어숍의 이미지도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사장은 헤어숍의 특성에 맞게 빗의 형상과 피아노의 건반을 결합한 명함을 생각해냈다.
 
이런 제품은 설명이 필요없다. 그림을 보면 한번에 이해가 된다. 명함을 보는 순간, 헤어숍의 느낌을 바로 받게 된다. 누가 봐도, 빗의 형상과 피아노 건반의 모습이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록앤롤 스타일 전문의 헤어숍이란 것을 간단명료하게 보여준다.
 
이런 명함을 받은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명함을 건네준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된다. 작은 차이로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됐다. 무엇을 한 것인가? 스큐드를 수정한 것이다. 이처럼 스큐드의 발견과 수정은 놀라운 통찰을 유도한다. 
 
신병철 대표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저명 학술지인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실었다.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등의 저서가 있다. 시맨틱 리서치 전문회사 WIT 대표를 맡고 있다.

 

  • 신병철 |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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