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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tainability Report

‘공짜 주차(Free Parking)’는 없다

박용 | 70호 (2010년 12월 Issue 1)

회사원 A씨는 약속 때문에 시내에 차를 몰고 나오는 일이 잦다. 그는 무료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면 도로변에 차를 대고 곧장 자리를 뜬다. 가끔 불법 주차로 적발되지만 이런 습관을 바꿀 생각은 없다. A씨에게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주차 단속에 걸릴 확률과 과태료 비용을 고려한 불법주차 비용(적발될 확률×과태료 부담)이 매번 도심의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는 비용(주차요금)보다 낮다는 것이다.

A씨의합리적 선택은 사회적으로는 비용을 초래한다. 무료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탐색하는 과정에서 교통 체증과 이산화탄소 배출 등을 유발한다. 게다가 불법주차로 길까지 막는다면 다른 운전자들은 시간과 기름을 낭비해야 한다. A씨와 같은상습 무법자가 늘면 이를 단속하는 행정 비용이 늘어난다. 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해법은 없을까. 자동차 천국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일었다. 주차와 도심 공간의 관계를 연구해온 도널드 슈프 미국 UCLA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불필요한 자동차의 도심 진입을 유발하는 공짜 갓길 주차(Free parking) 공간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주차 요금이 결정되는 시장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프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세상에 공짜 주차는 없다. 공짜 주차에 쓰이는 도심 공간의 비용이 실제로 각종 서비스 요금이나 임대료에 반영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공짜 주차 공간이 넉넉할수록 자동차 이용도 늘어나고, 너도나도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다보면 기름 낭비와 환경오염, 교통체증의 외부효과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슈프 교수는 연구 결과 도심 주차공간의 점유율이 85%일 때 가장 효율적이라는 ‘85% 이론을 제시했다. 공짜 주차공간을 없애고, 도심 주차공간의 최대 85%만 채우는 범위에서 주차 요금이 결정되는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게 그의 처방이다. 운전자들은 합리적인 비용을 내면 거리를 헤매지 않고도 언제든지 주차할 수 있다. 불필요한 자동차 운행을 초래하는 공짜 주차에 대한 기대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어떻게 85% 점유율을 유지하는 갓길 주차요금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까다로운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벤처기업인 스트리트라인(Streetline)이 내놨다. 이 회사는 올해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갓길 주차장에 센서를 설치해 갓길 주차공간에 주차된 차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스트리트라인의 센서를 통해 갓길 주차공간에 차가 얼마나 주차되는지, 주변의 빈 주차공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실시간 집계하고 시간대, 요일 등에 따라 주차 요금을 탄력적으로 부과할 계획이다. 슈프 교수의 ‘85%의 법칙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스트리트라인은 일정 구역에 몇 대의 빈 주차공간이 있는지를 스마트폰을 통해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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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

    박용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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