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적 접근법

작지만 의미있는 감탄 이끌어내라

60호 (2010년 7월 Issue 1)

요즘 신문이나 방송의 IT 섹션은 애플의 소식이 대세다. 아이폰 4G, 아이패드, 아이팟, 맥북 등의 상품은 IT 분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익히 보았음 직한 핫 아이템들이다. 국내 기업에 비해 투박한 서비스, 배터리나 한글 지원의 문제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애플 제품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황홀경에 빠져있는 듯하다. 대체 애플의 어떤 부분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이나 독자적인 컴퓨터 OS, 아이튠즈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애플의 강점을 찾는다. 그러나 중장년층 아이폰 사용자들 중 앱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걸 보면 꼭 그 부분 때문에 아이폰을 구매하는 건 아니다. MS의 윈도우7에 불편함을 느껴 맥북으로 전환하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익히 알다시피 애플의 강점은 디자인이다. 애플 제품을 써본 사람은 안다. 패키지부터가 타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멋이 있다. 두근두근 상자를 열고 제품을 보면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세련된 제품이 그 안에 있다. 이런 제품의 사용자가 된다는 그 자체가 만족스럽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며 가슴이 더 뛸수록 그 소비자는 애플의 신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위의 애플 찬양기에는 다소 과장이 섞여 있기도 하지만 감성 마케팅의 핵심이 포함돼 있다는 건 틀림없다. 결국 감성 마케팅이란 소비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성의 발생 과정
감성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선 우선 몇 가지 개념과 이론에 대해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감성(emotion)이라고 표현되는 용어는 심리학에선 일반적으로 감정이라고 해석된다. 감정은 정서(affect), 느낌(feeling), 기분(mood) 등과 상호 교환적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런 개념들은 특히 한국 사람에겐 분명히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 감정으로 사용되거나, 구분해서 사용할 경우에도 연구자마다 다르게 번역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감성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이성, 혹은 합리성에 소구하는 대신 긍정적 감정을 촉발해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감정은 무엇일까.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도 감정의 프로세스는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돼 왔다. 그만큼 감정이라는 현상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자들은 정서의 발생을 신체적, 인지적으로 분류해 설명한다. 신체적 요소는 몸의 각성(arousal)을 의미한다. 첫사랑의 감정은 강력한 신체적 흥분, 빠른 호흡, 뇌파의 변화를 야기한다. 오랫동안 원했던 제품을 손에 쥐었을 때 나타나는 흐뭇한 미소나 가벼운 설레임, 미세한 혈압의 변화, 동공의 확대 등은 소비자 행동분야에서 흔히 관찰되는 신체적 각성 요소이다. 인지적 요소는 주로 정보나 지식에 의한 감정 유발요인이다.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핸드백을 스타들이 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제품을 다시 보게 되고 괜스레 더 멋져 보이기도 한다. 스타들이 입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인기상품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이 감정의 인지적 요소가 된다.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많은 학자들은 감정의 유발 메커니즘에 대해 다양한 이론을 제시했다.

소비자 행동에 있어서 감성과 인지의 역할
감성의 발생과정에 대해 아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감성 마케팅이 효과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감성적 접근의 영향력을 확인해야 한다. 감성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까. 구체적으론 이성적, 합리적, 정보적 접근을 통한 마케팅에 비해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대체로 심리학 분야의 많은 연구에선 인지적 요인이나 인지적 평가에 의해 행동이 결정된다고 보았다(Oliver, 1980). 전통적으로 정서나 감정에 비해 인지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데, 이는 감정이 이성을 오도해서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한다고 믿는 서구적 사고관의 기원인 플라톤의 주장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소비자 연구 분야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마찬가지였다. 전통적으로 소비자행동 연구자들은 감정이 인지 이후 발생한다고 간주해왔다. 따라서 감성은 통제 가능한 것이며 이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방해요소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의 연구가 소비자들의 행동을 정확하게 설명, 예측하지 못하게 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Zajonc & Markus(1982)’는 인지와는 독립된 감정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하게 된다. 또한 감정적 반응에 의해 행동이 결정된다는 견해(Westbrook, 1987)와 인지적 요인과 감정적 요인의 결합에 의해 행동이 결정된다는 관점(Oliver, 1997)이 확대됐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까지 이어지며 소비자에 대한 감성적 접근이 마케팅 접근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정보와 혜택에 근거한 소비자 접근방법도 상존한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효과의 위계(hierarchy of effect) 이론이 적절할 것이다. 이 이론은 소비자 행동에서 인지와 감정, 행동이라는 세 요소의 선형적 위계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인지(cognition: C)는 상품에 대한 정보와 지식, 혹은 신상품에 대한 인지여부 등을 의미한다. 감정(affect: A)은 제품에 대한 호오, 태도, 충성심 등을 의미하며, 행동(behavior: B)은 해당 상품의 구매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세 요소의 앞 글자를 따서 ABC 위계이론이라고도 하며 순서에 따라 몇 가지 위계로 분류되지만 크게 두 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고관여 위계라고도 불리는 인지-정서-행동(CAB) 위계가 있다. 이 위계에서 소비자들은 대상 상품과 대안 상품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파악하고(C), 선호도에 대한 평가(A)를 하며, 이에 근거해 구매행동(B)을 한다. 삼성 TV와 LG TV 중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구매 브랜드를 결정한다고 해서 선택 브랜드에 대해 강한 애착이 생기지는 않는 것처럼 이 위계에서의 감정은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적 속성을 갖는다.
 
예컨대 프리미엄 엔진오일이라는 포지셔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지크의 사례를 보자. 엔진오일은 특성상 제품의 차별점을 크게 느끼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엔진오일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그 구매에 부정적 감정경험도 없었으므로 정보처리가 활성화되지 않는 심리적 과정을 거쳐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차값이 얼만데’라는 메시지를 통해 엔진오일의 기능과 제품선택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줌으로써 제품 간 비교를 이끌었다. 즉, 고관여 위계(CAB)로의 변환으로 합성오일 시장을 성공적으로 창출할 수 있었다. 대체로 고관여 위계는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대안들 간의 차이점이 뚜렷하고 잘못 구매했을 때 감당해야 할 피해가 크다고 판단될 때 활성화되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또 다른 위계로는 저관여 위계라고 하는 인지-행동-감정(CBA) 위계가 있다. 이 위계에서는 상품에 대한 깊은 정보처리 없이(C) 구매(B)를 하게 되며, 그 구매로 인해 감정(A)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감정은 뜨겁고 감성적인 속성을 갖는다. 구매를 통해 감성적으로 충족하게 되면 해당 변별자극(브랜드)에 대해 강력한 브랜드 로열티를 갖게 되며 신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할지라도 무조건적으로 선호하고 구매하려는 행동패턴을 가지게 된다.
 
다시 애플을 살펴보자. 애플 노트북인 맥북을 구매하는 사람들중 OS X인 스노 레오파드의 특징을 미리 알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즉 기능성 제품인 노트북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과 특징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는 낮은 정보처리의 특성을 보인다. 오히려 구매 후 느끼는 감성적 충족감, 즉 외형의 모양이라든가 자석형 전원 커넥터, 세심하게 디자인된 어댑터의 전선 수납부와 같은 작은 요소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이러한 감동은 추후 애플 제품에 대한 구매 가능성을 높이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준다. 사진으로 밖에 본 적이 없는 아이패드의 구매를 위해 며칠 밤을 새우는 고객 집단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저관여 위계에 따른 의사결정은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대상 상품 간의 질적인 차이가 크지 않을 때 나타나며 구매결정 과정에서 정보처리를 많이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저관여 위계가 우세한 조건은 현재의 시장 환경과도 유사한 점이 많으며 이는 감성 마케팅 효과와도 관련이 깊을 것이다. 즉 감성을 통한 합리성의 상쇄, 끊임없이 경쟁제품과 비교를 하는 까다로운 이탈 고객의 감소, 이를 통한 충성도 확보, 블로그, 트위터, 전자 매체 등의 사회적 네트워크(SNS)를 통한 긍정적 구전 증가 등의 기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감성은 왜 강한가
효과 위계 이론을 통해 다소 거시적인 관점에서 감성의 영향력을 논했다. 이러한 이론적 예상의 타당도를 확인하기 위해선 정보적, 합리적 인지과정과 감성과정 간의 연계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심리학에선 인간의 정신과정을 인지 중심으로 바라봤고, 감정은 인지과정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것으로 설명해왔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했다. 다시 말해, 감성이라는 부수적인 과정의 작용으로 인지과정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 인지와 감성은 별도의 과정이며, 심지어 감성에 의해 인지가 변화한다는 게 확인됐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견해가 감정 일치(mood congruency) 가설이다. 감정 일치 가설이란 입력정보의 처리나 저장, 저장된 정보의 인출, 대상에 대한 판단, 대상을 향한 접근-회피적 행동 모두가 유기체의 감정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는 걸 뜻한다. 즉 긍정적인 감정 상태에선 긍정적인 정보들이 더 잘 입력되고 정보처리가 증가하며,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선 부정적인 정보들의 처리가 더 잘 일어난다.
 
감정 일치 가설은 특히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하는가를 설명하는 데 효과적이다. 마케팅을 하는 기업 입장에선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좋은 기억을 많이 심어주고자 노력을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홍보나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이러한 기억을 불식시키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노력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 각각의 기억은 통제하기 힘들다. 그러나 긍정적인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브랜드에 대해선 소비자 스스로가 긍정적인 기억체계를 구성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소비자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하므로 브랜드의 긍정적 기억에 대한 확신도 높을 뿐 아니라 저항도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감성은 사람들의 기억뿐 아니라 평가와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 감정적 점화(affective priming)라고 한다. 이는 어떤 대상에 대해 기분이 좋으면 시간적, 공간적으로 인접한 대상에도 긍정적 감성이 형성된다는 걸 의미한다. 감정적 점화의 영향력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시사점을 갖는다. 실험실 상황에서는 0.04초 동안 웃는 얼굴을 보여줘도 그 이후에 제시된 중립적 자극에 긍정적인 감성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의 지각 특성상 0.04초 동안 노출된 그림은 인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왜 중립자극이 좋아졌는지도 알지 못하면서도 그 대상을 좋아하는 것이다.
 
감성의 영향력은 이러한 사고 과정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유기체가 느끼는 감정은 감정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행동 경향성으로 연결된다. 모든 감정은 감정을 일으킨 자극 상황에 대해 ‘쾌-불쾌(pleasant-unpleasant)’차원의 평가를 통해 ‘접근-회피(approach - avoidance)’ 경향성을 유발한다. 접근 경향성이란 유쾌한 감성을 제공한 대상을 향하는 것이고 회피 경향성이란 불쾌한 감정과 연합된 대상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것이다.
 
감성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소비자들은 의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North, Hargreaves & Jeniffer(1999)’의 연구에선 음악으로 유발된 감성의 영향력을 검증했다. 이 연구에선 와인숍 내의 음악에 따른 와인구매의 원산지를 살펴보았는데 프랑스 음악을 틀어주었을 때와 독일 음악을 틀어주었을 때 각각 음악에 해당하는 원산지의 와인이 현저하게 많이 팔리는 걸 관찰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이 와인을 구매한 44명의 소비자들에게 왜 해당국가의 와인을 샀는지 물으니, 매장에서 그 국가의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 국가의 와인을 구매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는 감성이 무의식적으로 소비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는 감성을 유발하는 마케팅 요소의 소비자 인식에 대한 연구결과들과도 일치한다. ‘Milliman(1986)’의 연구에서도 레스토랑 내 음악이 구매행동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연구 결과 소비자들이 주문한 주류의 가격과 이윤 등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이미 감성 변화를 유발하는 여러 가지 마케팅 자극물-향기, 조명, 인테리어, 점포 내 사진 등-에 의한 소비자 행동의 변화는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에서는 본사에서 매장 내 음악을 선정해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감성적 자극이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근원적인 뇌의 원형적 신경 연결망(prototypically-neural network)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소비자 심리학 분야에서도 최근 이러한 관점의 뇌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결국 감성은 소비자의 기억, 평가, 행동에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최근 감성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화제가 되고 성공하는 일부 기업의 비결을 감성 마케팅 때문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감성마케팅을 심리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소비자 감성의 통제와 관리를 통해 정보 노출에서부터 구매를 하게 되는 과정 전반에 걸쳐 소비자들이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감성 마케팅의 비결
사람들에게는 추억이 있다. 첫사랑의 기쁨 혹은 슬픔, 군대에서 숨어서 먹던 초코파이, 처음으로 워크맨을 갖게 됐을 때의 기쁨, 처음 자가용 열쇠를 받았을 때의 설렘. 내용이야 사람마다 다르지만 추억은 강렬한 감성 경험과 관련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감성 경험이 함께 해야 추억이 된다는 얘기다. 이는 사람들의 일생에 걸쳐 감성이 가지는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 분류할 수 있지만 신뇌(new brain)와 구뇌(old brain)로 나눌 수 있다. 구뇌는 인간의 진화과정 속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영역이다. 반면 신뇌는 인간으로 진화하며 인간 특유의 행동, 예컨대 언어사용, 수리적 사고 등을 하면서부터 발전하게 된 뇌의 영역이다. 따라서 구뇌는 인간의 본능이나 생존을 위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으나 신뇌는 인지 추리기능, 판단중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에게 더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구뇌이다. 그런데 이 구뇌는 감성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는다. 감성은 이러한 부분에서 소비 행동에 대한 강력한 스위치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신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강력한 감성을 줄 수 있다면 신뇌에만 어필하는 브랜드에 비해 더욱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감성은 각성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브랜드로부터 유발되는 각성이 공포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처럼 강렬할 수는 없겠지만 디자인과 같은 시각요소, 터치감과 같은 촉각요소, 복합적 공감각 요소 등을 활용해 작지만 의미 있는 감탄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물론 기본적 품질요소가 유사하다는 전제에서 적용될 수 있는 가정이기는 하다. 그러나 품질이 동일하다면 감성을 제공하는 브랜드의 가치는 기대 이상으로 크다. 필름 카메라로 유명한 유서 깊은 라이카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으로 뛰어들면서 뒤떨어진 기술력을 만회하기 위해 파나소닉과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공동의 설계, 공동의 하드웨어 제품-사실상의 동일한 상품을 각각의 상표를 달고 조금 다른 외관으로 출시했다. 2010년 4월에 출시된 파나소닉 루믹스 DMC TZ10는 37800엔이며, 같은 제품의 라이카 버전인 V-lux 20은 76000엔이다. V-lux 20 구매자들은 38200엔을 추가로 지불하면 그 유명한 라이카의 빨간 상표를 붙일 수 있다. 아마도 구매자의 이후 사진 생활은 훨씬 즐거워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적인 고관여 위계로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현상이다. 라이카의 신제품 구입(C), 구매(B), 이후에 느끼는 감성(A) 위계에서 감성이 가지는 영향력이 극대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
 
감성 마케팅은 결국 소비자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고 이 떨림을 긍정적 감성으로 해석하게 한다. 이 감정에 의해 의식적 고민 없이, 또한 무의식적 선택에 의해 해당 브랜드를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 또한 유능한 마케터가 할 일이다. 예컨대 자동차 회사에서 ‘내생애 첫 차 할인’과 같은 제도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그 소비자는 강력한 흥분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이는 자동차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해석될 것이므로 그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특별히 의미 있는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비단 이런 경우가 아닐지라도 명품이라 불리는 몇몇 브랜드의 성공 사례에서 소비자의 감성이 가지는 영향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제품의 편익이나 기능적 특징, 가격 경쟁력에 의해 가슴떨림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성공적 감성 마케팅을 위해선 인지의 단계를 뛰어넘는 감각적 차별점, 특히 감각의 70%를 차지하는 시각적 차별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오늘날 디자인이 중시되는 시대적 흐름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비자에게 추억-강력한 감성과 연결될 수 있는 브랜드 상품을 제공해주는 것도 해당 고객을 장기적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바나나가 귀한 시절에 런칭됐던 빙그레 바나나 우유가 좋은 예다.
 
마케터로 살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제품의 기본 품질은 유지하면서 고객들의 감성도 관리해야 한다. 구매하기 전의 감정과 구매 후의 감정도 관리해야 한다. 한 눈에 반할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밤을 지새워야 한다. 그렇지만 긴 시간을 가지고 접근하기에 경쟁은 너무 치열하다.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합리적인 고객으로 살기에도 편하지만은 않은 세상이다. 고객은 브랜드에 의해 감성을 통제당하고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 이유도 모른 채 해당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기꺼이 할부이자를 감수하며 이를 소비한다. 둘 다 쉽지 않지만 이왕이면 돈 버는 쪽에서 더 노력해야하지 않겠는가.
동아비즈니스리뷰 318호 Dynamic Workspaces 2021년 0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