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까지 한국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일반 소비자들이 복잡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또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고객들의 가격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기존 이동전화 사업과의 충돌 가능성 등으로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스마트폰 활성화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중반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스마트폰이 기존 고가 휴대폰 시장을 대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팬택은 애플로 대표되는 해외 사업자는 물론이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스마트폰 시장 공략’이란 전략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팬택이 수행한 시장 분석과 전략적 판단 결과, 실행 노력을 전하고자 한다. 팬택의 경험은 거대 기업과 경쟁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원을 보유한 기업들에 교훈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자원 집중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온 아이폰은 폐쇄성과 개방성이라는 모순적인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아이폰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어폰이나 마이크, 스피커 등 작은 부품 하나라도 애플의 제품을 쓰도록 설계돼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관련해서는 이처럼 매우 폐쇄적인 모델을 고집하면서도, 누구라도 아이폰에 활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앱스토어에 올려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러한 개방성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사용자 스스로 만들어가는 디바이스라는 인식을 심어줘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가 됐다.
폐쇄성과 개방성을 조화시킨 아이폰의 비즈니스 모델이 인기를 얻으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에 위기보다는 기회 요인이라고 판단된다. 가격 저항 등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사라졌고, 아이폰도 일부 폐쇄적 모델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적절한 전략을 수립해 잘 대처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한국 소비자들의 감성적인 측면을 잘 이해하고 디테일한 욕구를 반영하는 측면에서 한국 업체들은 우월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런 판단에서 팬택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객의 욕구를 잘 반영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기업의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팬택은 우선 전략적 선택을 해야 했다. 모바일 운영체제(OS)가 난립한 상황에서 팬택은 과감하게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Android)를 주력으로 끌고 가기로 결정했다. 안드로이드는 다른 OS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고 사용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소스코드를 공개했기 때문에 수많은 개발자들이 뛰어들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휴대전화뿐 아니라 냉장고, 에어컨, TV 등 다양한 가전기기에도 이 OS가 장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휴대전화로 다양한 가전제품을 통제할 수도 있다. 이 같이 편의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안드로이드가 우월한 경쟁력을 가졌다는 판단 하에 팬택은 앞으로 모든 스마트폰에 이 OS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노키아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개발한 모바일 OS를 적용한 휴대전화를 생산하면서 다양한 OS 옵션을 가져가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전략이다. 팬택은 가능성 높은 OS에 전략적으로 자원을 집중 투자해 이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가는 전략을 택했다.
팬택은 아이폰 생태계의 한계를 향후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이폰은 폐쇄적 비즈니스 모델로 너무 많은 경쟁자를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특유의 개방적 생태계로 일정 시점이 지나면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갖게 되는 경쟁 우위 요소는 안드로이드에 ‘올인’한 팬택의 경쟁 우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