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는 공짜” 1+1 상술이 먹히는 이유

54호 (2010년 4월 Issue 1)

마케터들은 행동경제학이 독자적 학문으로 자리 잡기 훨씬 이전부터 행동경제학을 마케팅에 적용했다. ‘두 개 구입 시 하나는 공짜’나 상품 예약 구입 제도(layaway·상품값을 일부만 내고 예약 한 뒤 상품을 받을 때 잔액 납부)와 같은 결제 지연 방식은 이미 일반화됐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할인 혜택보다는 동일한 금액의 공짜 상품을 선호한다거나 미래의 결과에 대해 종종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단지 경험적으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마케팅은 부지불식간에 행동경제학 실천의 선봉에 서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막상 행동경제학 이론을 체계적인 방식으로 마케팅에 적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별로 없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성공적 마케팅을 위한 행동 지침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행동마케팅 기법 4가지를 소개한다.
 
1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을 낮춰라
모든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에서 ‘구매하지 않는다’라는 옵션은 반드시 포함돼 있다. 소비자들은 미래를 위해 당장 구매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마케터들이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 신경 쓸 게 아니라 쇼핑객들이 당장 지갑을 열어 지출하도록 설득하는 데 주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1달러를 지불할 때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고통 수준은 똑같다. 그러나 마케팅의 대전제는 사뭇 다르다. 소비자들이 1달러에 대해 느끼는 체감 가치 및 1달러 지출에 대해 느끼는 체감 가격에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후불 및 할부 결제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의향을 현격하게 높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런 결제 지연 방안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설명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 화폐에는 시간 가치가 있기 때문에 미래에 지출할 금액은 현재와 비교해봤을 때 더 낮은 가격으로 체감되게 마련이다. (실제 이자율이 5%라고 했을 때 1년 후 받게 되는 1억 원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억 원/1.05=약 9524만 원이 된다.) 덜 합리적이지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도 있다. 모든 종류의 손해가 그렇듯이 사람들은 지출에 대해 본능적으로 매우 아까워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물며 지금 이를 ‘당장’ 느껴야 하는 그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제를 조금이라도 미룰 수 있는 옵션이 있으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당장 열어야 하는 심적 부담에서 다소 벗어나 전격적으로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소비자 구매를 가로막는 중대한 장벽이 해소되는 셈이다.
 
지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또 다른 해법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회계 기준’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소비자들은 경제학자들의 주장처럼 모든 돈을 동일하게 간주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금의 원천에 따라 사뭇 다른 심리적 회계 기준을 각기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심리적인 회계 계정으로는 뜻밖의 횡재로 생긴 공돈, 용돈, 노동의 대가로 번 소득, 저축액 항목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공돈이나 용돈은 주저하지 않고 가장 쉽게 지출할 수 있는 항목인 반면, 땀 흘려 번 소득은 지출이 더 어렵고, 특히 저축액은 가장 지출이 어려운 항목에 속한다.
 
이런 심리적 회계 기준을 새로운 기술과 접목하면 소비자와 마케터 모두에게 유익한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신용카드사는 웹 기반 혹은 모바일 기기 애플리케이션을 마케팅에 적용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수립한 예산 및 매출 항목을 기준으로 지출을 관리할 수 있게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예산 내 지출은 초록색으로, 예산 초과 지출은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예산에 민감한 소비자들이라면 이런 지출 계정 기능에(그 자체로 전적으로 이성적인 것은 아니지만) 관심을 갖게 될 확률이 높다. 또 이들은 되도록이면 이런 기능의 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려 할 것이다. 카드사의 입장에서는 거래 수수료와 금융 소득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들의 전반적 재정 상황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소득 범위 내에서 지출을 하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2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디폴트 옵션’을 활용하라
공짜로 디폴트 옵션(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 즉 기본값)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의 구매 확률이 높아진다는 증거가 무수히 많다. 디폴트 옵션을 제공하면 구매를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해당 옵션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본인의 선택과 상관없이 무언가가 기본적으로 ‘제공’된다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체감 가치는 더 높아진다. 따라서 그것을 포기하는 것도 더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노련한 마케터들은 이러한 원칙들을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다. 서비스 해지를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한 가입자들에게 이러한 종류의 오퍼를 제공하여 고객 유지율을 확대한 한 이탈리아 통신회사의 예를 들어보자. 당초 서비스 해지를 요청하는 고객들에 대한 콜센터 직원들의 응대 멘트는 “서비스를 유지하실 경우 100회 무료 통화 보너스가 제공될 것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를 “이미 제공해드린 100회 무료 통화 보너스는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로 바꾸자 가입자 유지율이 상승했다. 무료 통화 시간이 이미 확보되었다고 생각하는 한 그러한 혜택의 포기를 원하는 고객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디폴트 옵션’은 의사결정자들이 선택 사항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혼란스러워할 때, 혹은 상충되는 요소들로 인해 갈등하고 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선택 폭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매우 적합한 방안이다. 의사결정 여지가 아예 없는 디폴트 옵션이야말로 수많은 선택으로 인한 갈등과 고민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디폴트는 반드시 대부분 사람들에게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며, 이를 교묘히 적용하여 고객들을 오도하려 했다가는 결국 불신으로 인한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
3 지나치게 많은 옵션을 제공하지 마라
디폴트 옵션 제공이 여의치 않다고 해서 ‘지나치게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금물이다. 선택의 폭이 너무 넓으면 소비자들이 실제로 구매할 확률은 오히려 줄어든다. 24가지 잼 시식회를 연 식료품 매장들과 6가지 잼 시식회를 연 식료품 매장들을 비교한 고전적인 실험 결과, 더 다양한 맛의 잼을 선보인 시식회에는 더 많은 쇼핑객들이 몰렸지만 실질적 매출은 매우 저조했다. 반면 6개 잼만을 시식할 수 있었던 상점들의 경우 쇼핑객수는 더 적었으나, 실질적 매출은 5배 이상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1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대형 매장 내 상품 구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마케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첫째, 선택의 폭이 너무 많아 소비자들이 선호 옵션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이는 실질적 구매 결정에 오히려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구색을 통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옵션마다 ‘부정적’ 측면이 오히려 부각되어 보일 수 있다. 상품별 기능을 비교함으로써 다른 상품에서는 제공되나 특정 옵션에서는 빠져 있는 선호 기능들을 더욱 극명히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옵션 수를 축소하면 소비자들은 더 쉽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도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4 명백하게 열등한 옵션을 함께 제공하라
경제학은 모든 것에 가격이 있다고 가정한다. 즉, 개인별로 지불 의사에 다소간 차이는 존재할 수 있으나, 모두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의 최대치는 존재하게 마련이라는 게 경제학의 전제다. 그러나 이런 등식은 마케팅의 제품 포지셔닝 방식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한 보석상의 예를 들어보자. 위탁 판매 중이던 터키석 판매가 부진하자 사장은 화려한 디스플레이와 집중적 영업 활동을 통한 판매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장은 해당 제품의 가격을 절반으로 내리겠다는 뜻에서 ‘x1/2’이라고 메모를 남기고 출장을 떠났다. 그러나 그사이 이를 잘못 읽은 점원이 가격을 두 배로 올리라는 뜻으로 메모의 내용을 잘못 파악해 제품을 진열했는데 오히려 판매량이 급증했다.2 이 사례에서, 쇼핑객들은 구매 의사결정의 기준을 절대적 최대 가격에 두지 않았음이 분명해 보인다. 즉, 가격을 근거로 보석의 품질과 등급을 추론함으로써, 해당 상황에 국한된 지불 의사가 생겨났던 것이다.
 
이런 상대적인 포지셔닝의 힘은 왜 마케터들이 소기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종종 명백하게 열등한 소수의 옵션을 함께 제공하는지를 잘 설명한다. 이러한 제품들이 실질적으로 팔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매장에서 주력 판매 종목으로 설정한 다소 상급의 제품 판매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 마찬가지로, 레스토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은 해당 매장에서 두 번째로 고가이거나, 두 번째로 저가 와인인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 비싼 와인을 선택한 고객들은 매우 특별한 와인을 주문했다는 자긍심과 함께 자신의 소비가 극도로 과도한 지출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낀다. 두 번째로 저렴한 와인을 선택한 고객들 역시 최저가의 저급 와인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을 마신다는 상대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도 헤드폰 판매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 소비자들은 제일 값비싼 옵션은 구매하지 않았다. 대신 더 비싼 옵션이 있을 때에는 특정 가격대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소비자들을 위해 옵션을 포지셔닝하는 또 다른 방법은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의 디스플레이 방식과 관련이 있다. 맥킨지의 연구 결과, 식료품점에서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쇼핑객은 브랜드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으로 맛을,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격을 따져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특정 제품 구매와 관련된 소비자의 선호도 순으로 슈퍼마켓 진열대를 구성하면 고객들은 더욱 만족감을 느끼게 되며, 가격을 기준으로 구매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더 적어진다. 이는 곧, 상점 주인 입장에서는 더욱 이윤이 많이 남는 고가 제품을 판매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가격 순으로 상품이 진열된 경우가 매우 드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자동온도조절장치와 같은 품목은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제일 먼저 가격을 보고 그다음으로 기능을 본다. 브랜드는 가장 마지막 고려 사항이다. 따라서 물품 진열 방식 또한 그에 맞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마케터들은 비이성적 사고가 소비자 행태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인지해왔다.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비이성적 사고의 예측 가능성을 증대시킨다. 상품 및 서비스 구성의 작은 변경이 소비자들의 대응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적은 비용으로 막대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 쿼털리> 2월호에 실린 ‘A Marketer’s Guide to Behavioral Economic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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