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구조가 복합 쇼핑몰 성패 좌우

48호 (2010년 1월 Issue 1)

복합 쇼핑몰 혹은 복합 쇼핑몰에서 즐기는 행위를 뜻하는 몰링(malling) 열풍이 거세다. 쾌적한 공간에서 쇼핑, 외식, 오락, 여가를 원스톱으로 즐기는 몰링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현대인의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공간 트렌드 연구가인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복합 쇼핑몰을 집과 일터에 이은 ‘제3의 공간’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복합 쇼핑몰이 성숙기를 맞은 미국, 일본, 홍콩 등에서는 친환경, 동양철학, 전통미 등 다양한 콘셉트로 다른 쇼핑몰과의 차별화에 성공한 신 개념 복합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소매점, 식당, 영화관, 오락시설 등을 모아놓은 형태가 아니라 개성 있는 콘셉트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도쿄의 인공섬 도요스(豊洲)에 있는 라라포트 도요스(lalaport toyosu)는 몰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과거 이시카와지마 조선소가 존재했던 이 지역은 도쿄 중심지 긴자(銀座)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하긴 했지만 매우 낡고 노후된 상태였다. 도쿄 시는 ‘도쿄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도요스 지역의 대대적인 재개발에 나섰다. 라라포트의 핵심 개념은 ‘라이프 솔루션 커뮤니티(Life Solution Community)’다. 라라포트는 핵심 고객들의 연령과 생활 양식을 분석한 후 ‘어머니와 아이가 같이 체류하기에 편안한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어린이 요리학교, 옥외 공간의 놀이 공원화 등을 단행했다. 이외에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 섬세한 동선 계획, 유선형의 공간 구성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성공적 개장으로 몰링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 용산역 아이파크몰, 왕십리 비트플렉스, 경남 창원의 시티세븐몰 등도 잇따라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몰링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몰링의 중심은 사람들의 보행이다. 백화점이나 미술관처럼 단일 기능만 가진 거대 공간은 사람들에게 곧 지루함을 준다. 거대 공간을 구성하는 작은 단위들이 아무리 형형색색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져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에 2시간 이상 머물러보면 집중도가 떨어지고, 식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지루함과 피곤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스스로 여기저기를 찾아다니게 만들어야 몰링이 성공할 수 있다. 단순히 넓은 공간 안에 길을 만들고, 다양한 가게들만 가져다놓으면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외 복합 쇼핑몰들을 보면 몰링의 성공 비결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연속적 가로형 동선 구성:사람들은 도로를 횡단하거나 수직으로 이동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로형 동선이 인간에게 편안함을 준다.
 
2.다양한 진입 구조:몰링은 하나의 쇼핑몰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에 가깝다.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3.브랜드 페르소나의 확보:거대한 공간에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만큼 일정한 통일성과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4.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은 시각적 표현:지나치게 민감한 유행은 시간이 지나면 소외당하기 마련이다.
 
5. 실내와 실외의 적절한 연결 배치:닫힌 공간은 스트레스를 준다.
 
6.자연적 특성을 가진 공간 구성:자연은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쾌적함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런 특성은 몰링과 같은 상업 공간뿐 아니라 공공 공간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성공 요인이다. 스페이스 마케팅에 실패한 공간들은 대부분 비슷한 이유를 지니고 있다. 규모는 거대하지만 공간의 폐쇄성이 지나쳐 사람들을 압박하거나, 통제되지 않은 산만함으로 사람들을 질리게 한다. 이런 공간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천문학적 유지비를 요구하는, 돈만 잡아먹는 거대한 공룡으로 전락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공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공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직원들의 삶의 터전이자 고객과 만나는 소중한 접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영학에서 공간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합니다. 이 분야의 개척자인 홍성용 모이스페이스디자인 대표가 공간의 경영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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