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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황에 4달러짜리 커피 마시겠어?”

톰 네이글 | 39호 (2009년 8월 Issue 2)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는 지금, 많은 사람들은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외부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는 급속한 노령화,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유비쿼터스 환경 조성, 공공과 시민사회 및 사기업의 경계 붕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 향상 등 전례 없는 변화에 경기 침체까지 맞물려 있다. 경영자들은 움츠리고 싶은 충동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기업의 수익을 유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고객들은 더 저렴한 대안을 고려하고, 필수 구매품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있다. 이처럼 구매 패턴이 바뀌면서 시장에서는 새로운 승자와 패자가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경기 침체기에 데스크톱 PC의 판매가 급감했다. 반대로 기능을 줄인 저가 넷북 판매는 전년 대비 160% 이상 늘어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많은 고객들이 데스크톱 PC의 향상된 기능을 그다지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경기가 회복될 때 고객들이 과연 데스크톱 PC를 다시 구매할지 의문이다.
 
경기 침체는 고객들의 행동을 바꾼 것처럼 시장 내의 경쟁도 가열시켰다. 이로 인해 판매자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식료품 가격 경쟁력을 이용해 1월 말 가격 전쟁을 촉발했고, 그 여파로 미국 남부의 유통 체인 브루노는 파산을 신청했다. 소비자들이 카페라테 가격으로 4달러가 과연 적합한지 고민하던 때, 맥도널드는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커피 시장을 빼앗기 위해 저렴한 가격을 강조한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이 사례에서 보듯, 경기 침체는 기업이 무시할 수 없는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창출한다.
 
월마트와 맥도널드처럼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시행하라고 모든 기업들에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수익을 지키거나 성장시키려는 적극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 이 불확실한 시기에 경영자들은 단기적으로는 현금 흐름을 창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기업이 현재와 향후의 시장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내·외부적으로 취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안에서 밖으로 수익성 높이기
경기가 가장 좋은 시기에도 기업들은 가격 책정이나 공급업체와의 협상 및 계약 등과 같은 핵심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 기업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격 시스템 관리다. 힘든 시기일수록 기업들은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 수요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곤 한다. 가격 경쟁은 애초에 가격 전쟁으로 확대하려는 의도 없이 단지 전술적으로 접근한 기업들에 의해 종종 시작된다. 결국 경기 침체기에는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승자 없는 가격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 책정 및 관리 과정을 좀더 철저하게 통제하고 개선하면, 이처럼 의도하지 않은 가격 전쟁을 일으킬 확률을 낮추고 상당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가격 정책을 개선하려고 집중적으로 노력하면 경기 하강 국면에서도 수익성을 2∼3% 끌어올릴 수 있다. 가격 시스템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면 과도한 할인이나 합의 사항의 실천 중단, 일관되지 않은 가격 정책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가격 시스템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사업 구조상 수익이 새나가는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변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경영자들은 때때로 가격 결정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그 결과 왜 비합리적인 가격 결정을 하게 되는지, 더 좋은 개선책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한 생명공학 관련 회사는 18개월 동안 매출이 견실하게 5% 성장했음에도 이익 규모는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이 회사는 주력 상품 가격을 2∼75% 할인해주고 있었는데, 판매 물량과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할인 폭이 정해지고 있었다. 특히 이익 규모가 정체된 상황에서 더 큰 폭의 할인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잇단 연구 조사 결과, 2가지 근본적인 원인이 밝혀졌다. 첫째, 주요 마케팅 담당자들이 시장점유율 향상에만 지나치게 몰두했다. 이들은 가격을 할인해주는 대가로 점유율을 높여갔다. 그리고 할인, 리베이트 및 수수료 면제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할인 혜택을 준다는 사실이 경영진의 눈에 띄지 않았다. 부실한 가격 정책의 두 번째 원인은 영업 부서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회사의 판매 전략은 ‘고객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신뢰를 쌓고, 고객들이 가장 중시하는 기술적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처럼 신뢰를 중시하다 보니 판매 과정에서 가격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고객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자, 영업 사원들은 단골 고객에게 가장 좋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됐다. 결과적으로 마케팅 부서가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 큰 가격 할인 폭을 내세우면, 영업 사원들은 오래된 단골 고객들을 위해 그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을 할인해줬다.
 
위 사례는 이 생명공학 기업이 가격 책정 과정에서 수익이 새나가는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면서 발견한 수많은 문제점 중 하나일 뿐이다. 가격 할인 관행을 자세히 분석하는 한편 부실한 가격 정책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영업 부서를 분석한 결과, 이 기업의 경영자들은 새로운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했다. 결국 이 회사는 수익성을 회복하면서 판매 성장률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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