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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천국 만든 헝가리 쇼프론市

김민주 | 36호 (2009년 7월 Issue 1)
최근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쇼핑 천국이라는 점을, 파리는 문화와 예술의 중심이라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를, 독일 본은 베토벤을, 아일랜드 더블린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영국 배스는 제인 오스틴을 내세워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다.
 
쇼핑과 문화라는 전통적인 관광 상품이 아닌 의료 상품으로 관광객을 유인하는 도시도 있다. 바로 헝가리의 쇼프론(Sopron)이라는 소도시다. 쇼프론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국경 지역에 위치해 있다. 오스트리아 쪽으로 뾰족 튀어나온 지역에 인접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보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훨씬 가깝다. 

이 도시는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기원전 켈트족의 거주지로 시작해 고대 로마 시대에는 스카라반티아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 후 마자르, 보헤미아, 오스만 투르크,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다양한 국가에 편입되면서 고풍스러운 중세 성과 바로크 건물들이 많이 생겨나 고성(古城) 도시로 유명세를 탔다. 와인 생산 지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저명한 헝가리 출신 음악가 리스트나 바르토크와 연결돼 문화적으로도 명성이 있다.
 
그런데 이 도시에 새로운 관광 테마가 생겨 새로운 활기가 돌고 있다. 바로 ‘치과 의료 관광’이다. 2008년 쇼프론의 인구는 5만7900명인데, 이 도시에 거주하는 치과 의사는 1400여 명으로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고 치과 병원도 300개나 된다. 헝가리 전체의 치과 의사는 4000여 명인데 무려 35%가 쇼프론에 몰려 있으니, 누가 봐도 비정상적으로 치과 의사들이 많다. 의사들 외에도 기공사나 간호사까지 포함하면 치과 관련 인력 수는 더욱 많아진다. 사실 이 도시는 동유럽과 서유럽의 왕래가 본격화되던 1990년대부터 치과 의료로 유명해졌다. 게다가 2004년 헝가리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됐다. 이 도시의 치과 고객 중 외국인의 비중은 무려 70%나 되는데, 그 수는 계속 늘어 2007년에는 18만 명이 됐다.
 
이 도시를 거닐다 보면 치과를 뜻하는 ‘덴트(Dent)’ 간판이 정말 눈에 많이 띈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떤 이유 때문에 치
과 진료로 유명해졌을까?
첫째, 이 도시는 단순한 치료에만 그치지 않고 인공 치아 이식을 위한 임플란트 서비스를 대표 의료 상품으로 내걸었다. 임플란트 시술이란 치아가 빠져나간 치조골에 인체에 거부반응이 없는 인공 치근을 심은 뒤, 인공 치아를 고정시켜 치아의 원래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에서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돼 있어 웬만한 치과 치료는 공짜로 받을 수 있지만,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프랑스에서 임플란트 4개를 하려면 6000유로나 드는데, 쇼프론에서는 이 가격의 절반도 들지 않는다. 헝가리 인건비나 물가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이다.
 
둘째, 쇼프론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남서쪽으로 60km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 3040분밖에 걸리지 않아 교통 입지가 좋다. 임플란트 가격이 아무리 싸더라도 그것을 받기 위해 너무 멀리 가야 한다면 여행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어 결국 의료 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하면 왕복 항공 가격이 200유로, 7박 8일의 호텔 숙박 및 관광 비용이 350유로다. 10개 임플란트 비용인 2600유로를 합쳐도 3150유로(1유로에 1750원 환율을 적용하면 560만 원)면 모든 게 해결된다.
 
셋째, 치과 치료에 연관된 고객 서비스와 부대 서비스가 좋다. 쇼프론의 치과 의사 대부분이 유럽 각국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의료 실력도 좋고, 독일어나 영어 등 각종 언어 소통에도 문제가 없어 환자의 불안감도 적다. 특히 쇼프론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독일어권에 포함된 적이 많아 독일어는 이곳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외덴부르크’라는 독일어 명칭까지 있을 정도다. 그리고 병원마다 부대시설로 피부 관리실, 마사지 휴게실, 호텔과 식당까지 운영하고 있어 환자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
 
넷째,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가면서 다른 관광도 할 수 있다. 쇼프론은 중세의 고성 도시로 유명하고 인근 자연환경이 탁월해 볼 것이 많다. 따라서 환자이자 관광객들은 진료가 없는 날 부다페스트까지 가서 박물관 관람과 온천욕, 쇼핑을 즐긴다. 서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임플란트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특히 독일과 프랑스 여행사들은 치과 치료와 헝가리 관광을 묶은 ‘임플란트 관광 패키지 상품’을 개발했다. 이처럼 쇼프론에 치과 치료를 받으러 오는 관광객은 당일 방문객이 아니라 장기 체류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는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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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주

    김민주mjkim8966@hanmail.net

    - (현)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이사, 이마스 대표 운영자
    - 한국은행, SK그룹 근무
    - 건국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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