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리부동 ‘그린 워싱’의 죄악들

33호 (2009년 5월 Issue 2)

환경 친화적이라고 하면 무조건 ‘착한 상품’일까. 꼭 그렇지도 않다. 미국의 친환경 마케팅 조사업체 테라초이스는 최근 ‘그린 워싱(green washing)의 7가지 죄악’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린 워싱은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의 환경 친화적인 특성을 부풀리거나 조작해 경제적 이득을 얻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돈세탁처럼 부도덕한 행위다.
 
지난해까지 6가지였던 그린 워싱의 죄악1 에 올해 ‘잘못된 인증마크에 대한 맹신(worshiping false labels)’ 항목이 더해졌다. 일부 기업들이 공인되지 않은 자체 환경 인증마크나 슬로건을 제품 포장에 써넣고, 마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을 받은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테라초이스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친환경을 내세우는 상품 2219개를 조사한 결과, 이 7가지 죄악을 저지르지 않은 상품은 25개에 불과했다. ‘그린 코드’를 강조한 상품의 98%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장난감과 유아용품, 화장품, 세제 등의 상품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일각에서는 “조사 결과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며 의문을 제기하지만, 적어도 마케터가 빠지기 쉬운 유혹을 조목조목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요즘 소비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정지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 ‘그린 마케팅의 불편한 진실과 과제’에서 “소비자들은 윤리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여전히 싸고 편리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친환경 소비자로 분류된 이들의 대부분은 환경 친화적인 소비에 찬성하지만 가격이나 품질과 같은 다른 조건을 포기할 생각은 없는 이른바 ‘그린 유동층’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성향이 이럴진대, 슈퍼맨처럼 ‘지구를 살린다’거나 ‘환경을 보호한다’는 식의 모호하고 막연한 주장은 뻔한 상술에 불과할 뿐이다.
 
그린 워싱의 오해를 받지 않고 ‘그린 유동층’의 흔들리는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테라초이스는 7가지 죄악을 피할 수 있는 각각의 대안을 내놓았다. 마케터가 ‘그린 코드’를 주장할 때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용어를 쓸 것을 강조했다. 사실과 다른 과장을 피하고, 객관적으로 검증된 공인 인증마크를 활용하라는 충고도 덧붙였다.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전반에 걸친 환경적 영향을 충분히 이해한 후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시작하고, 고객과의 충분한 정보 공유와 참여 유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정지혜 연구원은 그린 마케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린이 아닌 다른 것을 팔아라(customer value positioning) △고객 공감으로 심리적 캐즘을 극복하라(calibration of consumer know-ledge) △부분이 아닌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하라(credibility) 등의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상품이 아닌 서비스에 집중할 때 ‘환경 보호’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라는 2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남기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0호에 기고한 글에서 “새로운 서비스 2.0 시대에는 제품을 판매해야만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은 그 자체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매개체라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가치 ‘창출’은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근원적인 가치를 얻을 때 일어난다는 뜻이다.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온라인 음악 서비스 아이튠은 음반이라는 상품이 아닌 음악 서비스에 집중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그 결과 CD 음반 제작에 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자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장 성공한 ‘그린 코드’ 상품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 사례는 ‘그린 마케팅’은 요란한 구호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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