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은 항상 능력 있는 항해자의 편이다. 닻을 내릴 것인가, 돛을 올릴 것인가? 최근 주요 기업들의 경영 실적은 마치 줄 끊어진 엘리베이터처럼 급전직하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멀리 보고 불황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경영 구루들의 조언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심각한 불황기라고 해서 생존과 경쟁력 강화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언제나 위기 극복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5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닌텐도를 보자. 닌텐도에도 심각한 위기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2000년대 초 닌텐도는 일본의 경제 불황, 미국의 닷컴 붕괴, 소니와 같은 막강한 경쟁자들의 마케팅 공세로 매우 암담한 처지였지만 ‘위(Wii)’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한국 기업들이 닌텐도의 위기 극복 신화를 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가장 먼저 현상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번 불황의 근본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비용을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공급과 수요를 맞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10%의 비용 절감을 이뤄낸다 해도, 매출이 20% 감소한다면 이는 기업 생존의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단편적인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마케팅의 고도화를 통한 이익 극대화 및 미래 경쟁력 강화에 조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단순한 위기 극복이나 생존을 위해 닻을 내리기보다는 불황 이후 시장 질서의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돛을 높이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시급한 당면 과제인 이익 극대화를 위해 취해야 할 전략적 방침은 무엇일까? 해답은 이익 창출에 관한 핵심 변수들과 이들의 영향도를 살펴보면 자명하게 드러난다. <그림1>에서 보듯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가격과 변동비다. 판매량과 고정비 또한 주요 변수이긴 하나 그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 부분에 자칫 잘못 접근할 경우 오히려 이익이 줄어들거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다음의 4가지 방침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1)가격 하락 방지 및 가격 누수 통제
2)제품 기능 및 서비스의 합리화를 통한 직접 변동비 절감
3)과도한 현금 할인 및 리베이트에 의한 판매량 확대 지양
4)일괄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의 구조조정 지양
문제는 이 같은 방침들이 고객 가치 훼손, 가격 경쟁력 약화, 판매량 감소를 가져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이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다 낭패를 보기도 한다. (그림1)
이때 다음과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객의 자발적인 지불 의향을 측정할 수 있다면, 기업의 매출 및 이익 목표를 실현할 최적의 가격을 책정할 수 있지 않을까? 고객에게 별로 필요 없는 제품 및 서비스 요소를 찾아내 없앨 수 있다면, 관련 변동비를 절감할 수 있지 않을까? 고비용 저효율의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신규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더 낮은 비용으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마케팅 자원의 내부적 중복과 구조적 누수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마케팅인텔라이트의 VfM(Value for Marke- ting)은 이러한 문제 의식에 기초해 고객 가치(Va-lue for Money)와 사업 성과(Value for Mana-gement)를 충족시키는 마케팅 혁신 방법론이다. 풍랑에 맞서 돛을 올린 기업들을 즉각적 성과 개선 및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지점으로 정확하게 이동시켜주는 나침반인 셈이다. 각 구성 요소와 의미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그림2)
첫째, VfM의 기본 전략은 적합 고객의 본질적 요구에 맞춰 불필요한 비용과 기회 손실을 제거하는 것이다. 우선 적합 고객(right customer)의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기업들은 자신의 자원과 역량에 부합하는 차별적 포지셔닝 전략을 취하게 마련인데, 적합 고객은 이 차별성을 기꺼이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수용해주는 고객을 의미한다. 즉 게임기의 성능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젊은 남성 게이머는 닌텐도의 적합 고객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TV 시청을 즐기는 중년 여성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적합 고객이 아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종종 자신들의 고객 기반을 적합 고객 이상으로 과도하게 확장하려는 우를 범한다. 기업용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A사는 시장 확대가 한계에 이르자, 자사 서비스에 휴대전화를 접목해 일반인들에게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기술 개발을 통해 자체적으로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자, A사는 저렴한 요금과 다단계 판매망을 무기로 가입자들을 적극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