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잘 알고 있는 미스터 피자, 노스페이스, 지오다노, 크로커다일,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5개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언뜻 보면 시장이 다르고 별로 공통점이 없을 것 같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의미심장한 5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이 브랜드들은 처음부터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둘째, 브랜드가 생겨나거나 만들어진 원산지보다 수입된 한국에서 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셋째, 이들은 한국산 브랜드로 오인될 정도로 한국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넷째, 연간 매출액이 수천억 원에 이르며 해당 카테고리의 선도 브랜드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섯째, 브랜드를 수입한 한국 회사가 오히려 브랜드를 해외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5가지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 브랜드를 집중 분석해 무명 브랜드를 1등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는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여성층 공략한 미스터 피자
미스터 피자는 본래 일본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하지만 이제 일본에서는 찾기 어려운 브랜드가 됐다. 오히려 한국이 이 브랜드의 원산지가 되어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미스터 피자는 피자 수요층의 80%가 여성 고객임을 알아차리고 여성층을 타깃으로 삼아 마케팅을 전개했다. 2004년 8월 배우 문근영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뒤 지금까지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기록해 2009년 1월 현재 350개의 매장을 거느리면서 매장 수 1위의 한국산 피자 브랜드로 변신했다. 원산지는 미국이지만 2005년도에 완전히 일본 기업과 브랜드로 전환한 세븐일레븐과 유사한 사례다.
미스터 피자 정우현 회장은 동대문 신평화시장에서 섬유 도매업을 시작으로 양말, 스타킹 도매업 등을 15년 동안이나 했다고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 현장 감각을 익힌 그는 외식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다. 정 회장은 외식 시장에서 음식점은 대개 여성이 정한다는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통찰해 여성을 공략했다.
여성 중심 마케팅 전략이 대성공을 거두고 매장을 확장하면서 소비자와 가까이 가는 유통 전략도 성공하게 된다. 매월 7일을 ‘여성의 날’로 정해 프리미엄 피자를 20% 할인해주는 공격적 가격 전략도 구사했다. ‘미스터 피자’라는 브랜드에 용광로와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정 회장은 이와 같은 소구점들을 잘 활용해 IMF 외환위기 때에도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선보이면서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기능성 강조한 노스페이스
1997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노스페이스는 현재 한국에서 최고의 아웃도어 웨어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 브랜드가 미국에서 4번이나 주인이 바뀌고 파산까지 경험했던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 노스페이스는 미국 본사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한국 시장 매출이 가장 높다. 모기업인 영원무역과 노스페이스를 론칭한 이 회사의 계열사 골드윈 코리아의 성기학 회장은 미국에서 파란만장한 브랜드 역사를 지닌 노스페이스를 라이선스 수입해 수년 만에 매출액 4000억 원이 넘는 한국 최고의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골드윈 코리아가 이 브랜드를 한국에 수입할 당시 노스페이스는 미국에서 현재의 VF 코퍼레이션으로 넘어가 정착되기 전이었다. 여느 패션 브랜드와 달리 광고를 잘하지 않는 이 브랜드는 트렌드 변화에 주력하기보다는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기술적인 브랜드 콘셉트로 방향을 정했다. 이제 노스페이스는 등산복이 아닌, 7세부터 70세까지 전 연령층이 함께 입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그 콘셉트를 확장하고 있다.
유니섹스 캐주얼 개척자 지오다노
지오다노는 1981년 홍콩에서 설립된 대표적인 저가 패션 브랜드였다. 1994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이 브랜드는 장동건, 정우성, 고소영, 전지현 등 톱스타급 광고 모델을 캐스팅하고 강남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등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지오다노 바지와 티셔츠가 한국 대학생임을 알려주는 증거라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의 개척자가 되어 새로운 서브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급기야는 지오다노의 한국 시장 매출액이 홍콩 본사를 추월해 전 세계 시장에서 1등까지 하게 됐다. 1994년부터 지오다노를 이끌며 성공의 산파역을 맡은 일등공신 한주석 사장은 지금도 브랜드의 확장을 위해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