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브랜드를 1등으로 만드는 비결

29호 (2009년 3월 Issue 2)

한국인들이 잘 알고 있는 미스터 피자, 노스페이스, 지오다노, 크로커다일,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5개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언뜻 보면 시장이 다르고 별로 공통점이 없을 것 같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의미심장한 5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이 브랜드들은 처음부터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둘째, 브랜드가 생겨나거나 만들어진 원산지보다 수입된 한국에서 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셋째, 이들은 한국산 브랜드로 오인될 정도로 한국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넷째, 연간 매출액이 수천억 원에 이르며 해당 카테고리의 선도 브랜드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섯째, 브랜드를 수입한 한국 회사가 오히려 브랜드를 해외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5가지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 브랜드를 집중 분석해 무명 브랜드를 1등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는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여성층 공략한 미스터 피자
미스터 피자는 본래 일본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하지만 이제 일본에서는 찾기 어려운 브랜드가 됐다. 오히려 한국이 이 브랜드의 원산지가 되어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미스터 피자는 피자 수요층의 80%가 여성 고객임을 알아차리고 여성층을 타깃으로 삼아 마케팅을 전개했다. 2004년 8월 배우 문근영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뒤 지금까지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기록해 2009년 1월 현재 350개의 매장을 거느리면서 매장 수 1위의 한국산 피자 브랜드로 변신했다. 원산지는 미국이지만 2005년도에 완전히 일본 기업과 브랜드로 전환한 세븐일레븐과 유사한 사례다.
 
미스터 피자 정우현 회장은 동대문 신평화시장에서 섬유 도매업을 시작으로 양말, 스타킹 도매업 등을 15년 동안이나 했다고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 현장 감각을 익힌 그는 외식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다. 정 회장은 외식 시장에서 음식점은 대개 여성이 정한다는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통찰해 여성을 공략했다.
 
여성 중심 마케팅 전략이 대성공을 거두고 매장을 확장하면서 소비자와 가까이 가는 유통 전략도 성공하게 된다. 매월 7일을 ‘여성의 날’로 정해 프리미엄 피자를 20% 할인해주는 공격적 가격 전략도 구사했다. ‘미스터 피자’라는 브랜드에 용광로와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정 회장은 이와 같은 소구점들을 잘 활용해 IMF 외환위기 때에도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선보이면서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기능성 강조한 노스페이스
1997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노스페이스는 현재 한국에서 최고의 아웃도어 웨어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 브랜드가 미국에서 4번이나 주인이 바뀌고 파산까지 경험했던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 노스페이스는 미국 본사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한국 시장 매출이 가장 높다. 모기업인 영원무역과 노스페이스를 론칭한 이 회사의 계열사 골드윈 코리아의 성기학 회장은 미국에서 파란만장한 브랜드 역사를 지닌 노스페이스를 라이선스 수입해 수년 만에 매출액 4000억 원이 넘는 한국 최고의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골드윈 코리아가 이 브랜드를 한국에 수입할 당시 노스페이스는 미국에서 현재의 VF 코퍼레이션으로 넘어가 정착되기 전이었다. 여느 패션 브랜드와 달리 광고를 잘하지 않는 이 브랜드는 트렌드 변화에 주력하기보다는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기술적인 브랜드 콘셉트로 방향을 정했다. 이제 노스페이스는 등산복이 아닌, 7세부터 70세까지 전 연령층이 함께 입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그 콘셉트를 확장하고 있다. 

유니섹스 캐주얼 개척자 지오다노
지오다노는 1981년 홍콩에서 설립된 대표적인 저가 패션 브랜드였다. 1994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이 브랜드는 장동건, 정우성, 고소영, 전지현 등 톱스타급 광고 모델을 캐스팅하고 강남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등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지오다노 바지와 티셔츠가 한국 대학생임을 알려주는 증거라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의 개척자가 되어 새로운 서브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급기야는 지오다노의 한국 시장 매출액이 홍콩 본사를 추월해 전 세계 시장에서 1등까지 하게 됐다. 1994년부터 지오다노를 이끌며 성공의 산파역을 맡은 일등공신 한주석 사장은 지금도 브랜드의 확장을 위해 뛰고 있다.
 
틈새 시장 장악한 크로커다일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크로커다일은 브랜드 역사로만 보면 50년이 넘는다. 애초에 남성용으로 개발된 패션 브랜드였지만, 한국에서는 형지어패럴이 여성 패션 브랜드로 출시해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패션 기업들의 주요 관심 대상이 아니었던 ‘4060 세대’를 주 소비층으로 설정하고 배종옥, 오연수, 송윤아 등 톱스타 모델을 기용해 세련된 분위기와 이미지를 만들어낸 후, 변두리 상권과 시장 상권 등의 틈새를 장악함으로써 성공에 이르게 된다. 동대문 시장에서 직접 의류 점포를 하며 잔뼈가 굵은 최병오 회장의 시장과 고객을 읽어내는 혜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한국에서 성공한 여성복 크로커다일은 이제 중국 상하이(上海) 현지 법인을 통해 중국 본토를 공략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성복 크로커다일 브랜드는 최병오 회장의 역발상이 위력을 발휘한 경우다. 그는 남성복 브랜드를 여성복 브랜드로 활용했으며, 패션 유통 채널의 정석이라는 백화점 공략 대신 대리점 중심의 차별화된 다점포 전략을 활용했다.
 
공격적 전략으로 성공한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미국에서 출발한 스테이크 레스토랑 체인이다. 한국에서 아웃백을 성공시킨 주인공은 정인태 사장이다. 정 사장은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며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에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켰다. 중국집 배달원도 해보고 트럭에서 생선 장수도 해본 정 사장은 1996년에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를 한국에 도입, 9년 만에 패밀리 레스토랑 부문 1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는 당시 대표적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던 TGI 프라이데이스를 타깃으로 삼아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다. TGI 근처에 매장을 만들고 비슷한 메뉴를 더 싼 가격에 내놓았던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워를 가진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실패한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국에서조차 별로 존재감이 없는 외산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와 대성공을 거두고 오히려 해외 시장에 역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브랜드의 성공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열정적으로 브랜드를 키운 주인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한 5개 브랜드 모두 ‘브랜드 챔피언’이 있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를 제외하고는 10여 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지만 처음 브랜드를 출시한 주인공들이 아직도 이 브랜드를 이끌며 연속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기능적으로 브랜드 전략을 짜고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고객과 회사 내의 직원들이 다 함께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로 키워낸 것이다. 이들은 단기적이거나 지엽적이 아닌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을 구사했다.
 
둘째, 고객들이 쉽게 눈치채지 못하도록 브랜드를 현지화하는 전략이 위력을 발휘했다. 한국 브랜드보다 더 한국화함으로써 소비자들마저 로컬 브랜드로 생각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이 브랜드들은 일반적인 글로벌 브랜드처럼 본사의 지나친 통제나 간섭을 받지 않고 더 많은 자율을 가짐으로써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전개했다. 그 덕에 자율적이고 유연한 시각에서 브랜드를 육성할 수 있었다. 반면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이지만 한국에서 실패하고 철수한 월마트와 까르푸의 경우에는 이름만 한국 현지 법인이었다. 본사 직원들이 거의 모든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한국인 직원들에게는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현지화에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셋째, 비록 브랜드는 외국에서 수입해왔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새로운 카테고리 영역을 개척했다. 지오다노는 유니섹스 이지 캐주얼, 노스페이스는 아웃도어 웨어,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패밀리 레스토랑, 여성복 크로커다일은 4060 세대의 중저가 패션을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카테고리의 창조자가 되었다. 잘못하면 많은 손해를 볼 수 있음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론칭을 한 용기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한 그들의 유연성이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넷째, 브랜드가 들어가는 표적 시장을 좁혀 브랜드가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브랜드 파워가 완전히 형성되기 전에는 브랜드가 들어가는 폭을 좁게 하면서 차라리 더 깊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브랜드를 키우는 방법이다.
 
다섯째, 브랜드의 성공은 마케팅 전략과 맞물려 있다. 브랜드 외양에 매달리기보다는 시장의 본질을 찾아내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 있다. 현지 시장, 유통, 고객과 경쟁자들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만이 시장에서 필승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창출해낼 수 있다.
 
편집자주 기업 간 브랜드 전쟁이 치열합니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미래의 브랜드 마케팅 솔루션을 이장우 이메이션 글로벌 브랜드 총괄대표(이장우 브랜드마케팅 그룹 대표코치)가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필자(thinkbrands@gmail.com)는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경희대와 성균관대에서 각각 경영학 및 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화여대 겸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디자인+마케팅> <마케팅 잘하는 사람 잘하는 회사> 등 다수의 저서와 번역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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