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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덤핑 대응 전략

무역의 지뢰밭 반덤핑 관세

안덕근 | 29호 (2009년 3월 Issue 2)
1985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불었던 ‘가족당 앨범 하나씩 사주기 캠페인’을 기억하시는가. 1985년 1월 미국 상무부는 진성상역 등 11개 주요 앨범업체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그해 7월 한국 업체들은 예비 판정에서 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았다. 미국 정부는 같은 해 11월에 내린 최종 판정에서 64.8%의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당시 반덤핑 조사에 경험이 없던 중소 앨범업체들은 조사 과정이 요구하는 복잡한 절차에 제대로 대비할 겨를도, 전문성도 전혀 없었다. 업계 전체 수출의 60%를 담당하던 미국 수출길이 막히자 앨범업체들은 수 개월 사이에 모두 도산했다. 도산 업체들의 재고 앨범이 쏟아지면서 ‘앨범 사주기 캠페인’이라는 전무후무한 진풍경이 벌어졌다.
 
결국 1984년 3600만 달러에 이르던 대미 앨범 수출액은 1986년 상반기에 20만 달러 이하로 급감했다. 반덤핑 관세 부과로 한 산업의 기반이 사실상 붕괴된 것이다.
 
반대로 반덤핑 조사에 대한 성공적인 대처로 시장점유율을 대폭 올린 사례도 있다. 2008 5 30 미국 상무부는 한국·중국·인도네시아의 주요 인쇄용지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예비판정을 발표했다.
 
중국 첸밍제지와 진동제지는 각각 48.1%, 23.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았다. 인도네시아 APP의 관세율도 10.9%였다. 반면 한국 주요 생산업체인 무림페이퍼, 한솔제지, 한국제지는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제지업체에 10.9∼21.2%에 이르는 상계관세를 추가했다. 이때도 우리 업체들은 상계관세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이 일로 무림페이퍼 주가는 급상승했다. 반덤핑 관세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 경영에 있어 반덤핑 관세가 무서운 이유는 도대체 왜, 얼마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외 바이어들과 수백, 수천의 주문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언제 덤핑 수출 거래를 했는지, 했다면 어느 정도의 덤핑 마진을 초래했는지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최근 무더기로 해외 업체에 반덤핑 관세를 남발하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는 조사 기관이 재량을 발휘하는 부분이 워낙 많아 덤핑 마진을 사전 산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업체들은 외국에서 반덤핑 조사를 당할 경우 이에 대처하지 않고, 아예 시장을 포기하고 다른 시장으로 쫓겨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부 대기업은 많은 비용을 들여 오랜 기간 법정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기업이라도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수출 시장으로 직접 생산기지를 옮기는 경우가 더 많다.
 
반덤핑 현황
현재 전 세계에서 타국 기업에 반덤핑 관세를 가장 빈번하게 부과하는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1995년부터 2008년 6월 말까지 총 520회의 반덤핑 조사를 수행해 이 중 372회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다음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반덤핑 관세를 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브라질, 멕시코,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반덤핑 부과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82p 그림 참조) 

반면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는 주 대상국은 중국이다. 중국은 이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으로 한국, 미국,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순이다. 절대적 수치로는 중국이 한국보다 훨씬 빈번하게 반덤핑 조사 및 관세 부과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무역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이 반덤핑 관세의 최대 피해국이다. 1995년부터 2008년 6월까지 중국은 640번, 한국은 247번의 반덤핑 조사를 받았다. 절대 수치는 중국이 2배 이상으로 많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 규모가 3700억 달러의 한국 수출보다 4배 많은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한국이 훨씬 많은 반덤핑 판정을 받은 셈이다.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처음 6건의 분쟁 중 5건이 반덤핑 조치 관련 사항이라는 점은 한국 기업에 반덤핑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려준다.
 
이에 관한 사례는 매우 다양하지만 비교적 간단한 2가지 예를 우선 짚어보자.
 
덤핑 마진 산정과 포스코 사례
덤핑이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수출 가격이 국내 판매 가격(또는 정상 가격)보다 낮은 상황을 의미한다. 이때 수출 가격과 국내 판매 가격의 차이가 바로 덤핑 마진이다. 수입국 정부는 덤핑 마진만큼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여 수입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반덤핑 조사에서 덤핑마진을 산정하기란 쉽지 않다. 기준 가격을 선정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가격의 경우 백화점, 대리점, 용산전자상가, 인터넷 판매업체의 가격이 다 다르다. 백화점 가격도 정상 판매 가격과 세일 기간 중 가격이 다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기준 가격으로 산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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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덕근dahn@snu.ac.kr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세계무역기구(WTO) 근무
    - 스위스 세계무역연구소(WTI) 근무
    -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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