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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4 만포주유소

행복 파는 ‘역발상’으로 극한 환경 극복

김남국 | 27호 (2009년 2월 Issue 2)

“저보고 미쳤다고 하더군요.
 
경남 밀양의 만포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권영효 사장은 2005년 개업 준비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란 평가를 받았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우선 권 사장이 주유소를 짓겠다고 한 곳은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삼랑진 인터체인지(IC)에서 700m 후방에 위치한 곳이었다. 주변에 도심이나 공단 등 주유소 고객을 확보할 만한 시설이 전무한 전형적인 시골이다. 주유소 앞 2차로 도로가 유일한 ‘생명줄’이지만 외진 곳이어서 이동 차량이 극히 적었다. 주유소 실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입지’ 측면에서 최악이었다.
 
소수라 하더라도 시골 주민들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민 대부분은 지역 토박이가 운영하고 있는 주유소의 단골 고객이었다. 고객과 ‘신뢰’로 똘똘 뭉친 막강한 경쟁자를 제치고 외지 출신 권 사장이 원주민들에게 기름을 팔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 권 사장은 ‘기이한’ 아이디어를 냈다.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을 끌어내려 만포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가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최고 시속 110㎞ 고속도로에서 멀쩡하게 달리는 차가 만포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톨게이트를 빠져나올 것이라고? 미쳤군.”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던 한 마을의 이장은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가 진입하는 것이었음에도 권 사장의 아이디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인지 선뜻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줬다. 얼마 안 가 망할 게 확실하다고 예상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2007년 1월에 만포주유소는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통념과 달리 만포주유소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인근 주유소들이 월 600드럼 정도의 기름을 팔고 있으며 입지 여건이 뛰어난 부산 시내 주유소의 상당수도 1000드럼을 팔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그러나 만포주유소는 월 1200∼1300드럼을 팔고 있다. 가격이 아주 싼 것도 아니다. 부산 시내의 주유소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주유소보다는 싸지만 인근 지역에 비해서는 다소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극한 환경에서 생존해 번영하고 있는 만포주유소의 비결은 무엇일까.
 
화물차에 주목하다
권 사장은 화물차에 주목했다. 화물차 운전자는 대부분 자영업자다. 따라서 이들은 주유소 가격 정보에 대단히 민감하다. 홍보만 잘 하면 임대료가 비싼 부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포주유소를 이용하기 위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고속도로 통행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통행료를 감안하고도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올 경우 화물차 운전자를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고 권 사장은 판단했다.
 
또 화물차 운전자들은 정기적으로 차량을 운행하기 때문에 기름 소모량이 매우 많다. 단골 고객이 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한번 신뢰 관계를 형성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은 또 자가용 운전자와 다른 독특한 수요가 있다. 화물차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춰 놓는다면 차별적 경쟁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권 사장은 ‘화물차 전용 주유소’로 차별화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화물차 차주들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골몰했다.
 
주유소는 기름만 넣는 곳이 아니다
권 사장은 화물차 운전자들의 행태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보통 야간에 운행한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물 선적은 주로 낮에 이뤄진다. 따라서 밤 9시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는 운전자가 많다. 물론 야간에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운전자도 상당수다.
 
권 사장은 화물차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1000평(약 3300㎡) 가까운 넓은 부지에 주유소를 지었다. 화물차가 장기간 주차하더라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형차가 쉽게 진입하게 주유소 지붕도 높였다. 주유소 건물 안에는 기사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샤워실·식당·수면실 등을 마련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비용 절감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자가정비 설비와 엔진오일 교환 시설도 만들었다.
 
권 사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밤이 되기까지 주유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운전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탁구대·당구대·노래방·골프연습장·퍼팅연습장·낚시터 등도 꾸몄다. 그는 지속적으로 시설 개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는 골프 스윙·퍼팅 연습만 가능하지만 올해 안에 완벽한 한 홀을 체험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가족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바비큐 설비도 설치했다. 이렇게 다양한 편의 시설을 구비한 데다 대부분 운전자들이 저녁 시간대에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만포주유소’는 ‘만포나이트’란 애칭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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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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