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고객의 놀이터를 만들라

22호 (2008년 12월 Issue 1)

백화점의 적은 누구인가. 어쩔 수 없이 부인을 따라 나왔지만 쇼핑을 정말 싫어하는 남편이다. 어린이들도 한 몫 한다. 백화점에서, 식당에서, 자동차 매장에서 칭얼대는 어린이들은 만만찮은 골칫덩어리다.
 
마냥 떼를 쓰거나 시끄럽게 뛰어 놀다가도 이내 흥미를 잃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부모에게 보채기까지 한다. 판매 사원들 입장에서 이런 어린이는 구매자의 소비를 유도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먼저 어린이들이 왜 이러는지를 알아야 한다. 매장을 찾아온 어린이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아이들은 무엇보다 판매점이 자기와 상관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끼리 하는 이야기에서 자신은 소외되고 있으며, 무시당한다고 느끼기까지 한다. 아이들에게 이런 느낌을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의 자동차 대리점인 혼다클리오 신카나가와점에서는 어떻게 어린아이를 배려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필자가 현장을 방문한 날 7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어린이를 동반한 여성 고객이 자동차 매장으로 들어왔다. 판매원이 상담테이블로 이들을 안내한다. 곧바로 스태프 한 명이 유아용 의자를 가져온다.
 
자리에 앉자 어떤 음료를 마시고 싶은지 어린이에게 먼저 묻는다. 어린이에게 주문을 받을 때는 허리를 많이 굽혀 눈높이를 맞춘다. 잠시 후 오렌지 주스를 들고 나온 스태프는 역시 성인 여성보다 어린이에게 음료를 먼저 건넸다. 음료를 제공하는 순서에서도 참을성이 없는 어린이를 먼저 배려한 것이다.
 
어린이는 자기가 주인공이 되었다는 기분으로 자동차 상담을 지켜본다. 얼마간은 방해받지 않는 집중적인 상담이 이어진다.(사진1)
 
그런데 음료를 다 마신 어린이가 따분해졌는지 매장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이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바로 풍선이다. 풍선은 곧바로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풍선 쪽으로 다가가자 어린이 놀이터가 나타난다.
 
혼다클리오 신카나가와점에서는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이 상담에 집중하기 쉽도록, 더불어 어린이가 매장에 가는 것을 재미있게 느끼도록 ‘키즈 코너’를 만들었다. 이곳 사진을 보면 바닥과 천장 벽지까지 어린이들의 눈에 맞게 준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사진2)
 
이곳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 측은 청소하기 쉬운 소재를 골라 설치했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가 아이의 위생과 안전에 대해 안심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키즈 코너에는 어린이를 위한 완구나 그림책뿐 아니라 부모와 함께 볼 수 있도록 의자도 배치해 놓았고,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정기적으로 모집해 전시하고 있다.(사진 3)
 
다시 여자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나 보니 키즈 코너에서 여직원과 함께 놀고 있다. 부모가 상담하고 있을 때 어린이가 따분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여직원들은 어린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거나 블록 쌓기 놀이를 함께 하며 놀아 준다.(사진 4)

그리고 키즈 코너 벽면에는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뚫어지게 쳐다보던 어린이는 곧 자신도 집으로 돌아가서 그림을 그려 가져오겠다고 말한다. “엄마, 우리 여기 다시 와요.”(사진 5)
 
그리고 키즈 코너에서 엄마 쪽으로 걸어 나오는 어린이를 향해 남자 직원이 무언가를 건넨다. 바로 헬륨이 들어가서 둥둥 떠다니는 풍선이다.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사무실 한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풍선이 색깔별로 준비돼 있었다.(사진 6) 직원들은 여기에 헬륨가스를 직접 넣어 어린이에게 건넨다. 그런데 풍선은 집으로 돌아가 시간이 지나면 바람이 빠진다. 이는 바라던 바다. 어린이들은 부모에게 다시 풍선을 받으러 가자고 조르게 마련이다. 다시 찾은 매장에서는 항상 웃음꽃이 피어난다. 특히 영업사원의 입에서….
 
그렇다면 풍선을 받기 위해 반드시 아이와 함께 매장에 방문해야만 할까. 당연히 손님들은 어린이를 데리고 방문하지 않았을 때에도 풍선을 가져갈 수 있다.
 
‘방문하지 않은 어린이에게도 풍선을!’ 바로 상담 테이블 위에서 발견한 메시지다.(사진 7) 집에 풍선을 들고 가서 어린이에게 주면 어린이들은 이 매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렇게 어린이들이 ‘확실한’ 대접을 받으며 편하게 놀고 있는 동안 부모는 안심하고 상담에 집중할 수 있다. 동반한 어린이에게 작은 배려를 하는 것만으로도 매장의 매출이 오른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이에게 특별한 대우를 하는 것은 현재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혼다클리오 신카나가와점의 아이자와 겐지 사장은 “어린이들이 미래의 고객”이라고 이야기한다. 미리 미래 고객을 늘려가자는 장기적 안목으로 어린이 한 명 한 명을 최고의 서비스로 대접하고 있었던 것이다.
 
편집자주 서비스 경쟁력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경영 컨설팅사 자의누리경영연구소의 서진영 대표가 서비스가 강한 일본 기업 가운데서도 최고의 고객 만족도를 자랑하는 혼다클리오를 방문해 서비스 비법을 연구했습니다. 매장관리와 고객 및 사원 관리 비법을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소(CenterWorld Corp.) 대표로 재직하고 있으며, CEO를 위한 서평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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