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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의 기술

똑똑! 첫 방문부터 남달라야 산다

현병택 | 21호 (2008년 11월 Issue 2)
처음 고객을 찾아가는 일은 정말 어렵고 힘들다. 실수하거나 반감을 사지 않을까, 문전박대는 당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고객들은 또 얼마나 많은 판매사원으로부터 시달렸겠는가.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른 세일즈맨과 달리 고객의 마음을 빼앗고, 그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까. ‘남들과 달라야 성공한다’는 명확한 진리는 세일즈에서도 적용된다. 다음 팁을 실천하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다.
 
Tip1. 회사 경비원을 사장님 대하듯 하라
고객의 사무실을 방문할 때 경비원이나 하위 직급의 직원들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이들은 비록 회사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임무를 수행하지는 않지만 회사의 요긴한 정보를 가진 주요 정보원이며, 소통의 창구다. 때론 이들 가운데 회사 중역들의 친인척이거나 선후배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은 나를 비공식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전달자다. 이들과 명함을 반드시 주고받고 친분을 쌓아 놓자. 문자나 e메일을 통해 나를 홍보하자. 상대가 나를 기억할 수 있도록 작은 선물을 보내 보자. 이들은 나의 든든한 우군이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Tip2. 예고 없이 찾아가라
항상 첫 방문은 사전 예약이 돼 있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은 이제 버리자. 그렇다고 모든 방문이 예고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예고 없이 찾아가면 양쪽 모두 심적 부담이 덜 하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라. 처음엔 기대보다 못한 대접을 받을 수도 있고,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엉뚱한 오해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어디 첫술에 배부르랴. 천하의 유비도 제갈량을 3번이나 찾아갔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우리는 ‘삼십고초려(三十顧草廬)’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세 가지 요소는 정성, 감성, 참을성이다.
 
Tip3. 회사 대표의 관심사를 반드시 파악하라
회사 실무 직원들을 통해 사장의 취미나 관심사를 반드시 파악하자.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동조하고 동감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업주나 회사 중역들에게 취미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취미는 큰 즐거움이고, 위안이며, 에너지의 원천이다. 대부분 세일즈맨들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만 매달린다. 고객의 구매 욕구를 끌어내는 원천이 상품이라면, 구매결정을 내리게 하는 원천은 상품을 판매하는 직원의 노력이다. 사장이 골프에 관심이 있으면 골프는 치지 못하더라도 골프 관련 상식이나 조크, 최근 경기에 대해 환하게 알아두자. 그를 만나면 그가 관심 있어 하는 골퍼들의 경기 성적표를 살짝 보여 주는 재치를 발휘해 보자. 등산을 좋아하면 진달래산, 단풍산 등 계절별 산 정보를 얻어 가자. 전망 좋은 봉우리와 흥미로운 산장지기 이야기도 좋다. 자그마한 등산장비를 선물로 가져가면 어떨까.
 
몇 년 전 경기도 반월공단에서 전자부품을 제조해 납품하는 K사를 찾아갔다. 말수가 적고 꼼꼼한 성격의 이 회사 A사장이 낚시광이라는 정보를 접한 나는 그에게 자연스럽게 낚시 이야기를 유도했다. 순간 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낚시에 대한 그의 일대기가 하나 둘 펼쳐지기 시작했다. 마치 벼르고 있던 사람처럼 그동안 다닌 수많은 강과 바다, 또 물고기 이름들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얼마 전에 잡았다는 37cm 월척 사진을 보여 주며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첫 사업에 실패하고 무작정 떠난 섬에서 비바람에 맞서며 그가 낚은 것은 고기도 세월도 아닌 아직 힘차게 펄떡이는 자신의 심장소리였다고 했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쿠바에서 낚시를 즐기며 집필한 헤밍웨이의 대작 ‘노인과 바다’를 들려줬다. 그날 그렇게 그와 나는 짧은 시간에 ‘낚시예찬론자’이자 ‘친구’가 됐다. 몇 년이 흐른 지금 난 아직도 낚시를 잘 모른다. 그러나 그를 만나면 우린 여전히 낚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Tip4. 단정한 복장만이 정답은 아니다
꼭 단정하고 깨끗한 복장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옷은 나를 나타내는 동시에 상대방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도구다. 내가 30년 가까이 다닌 기업은행의 고객 대부분이 중소기업체다. 그리 번듯하지도 썩 넓지도 않은 사무실에서 환풍이나 냉방도 제대로 안 돼 땀 범벅, 기름 범벅으로 일하는 근로자가 많다. 이런 곳을 방문할 때 난 반드시 허름한 점퍼를 입는다. 옷차림은 상대가 나와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말쑥하고 번들거리게 차려입어 상대방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될 것인가, 고객을 배려한 적절한 옷차림으로 ‘동반자’가 될 것인가. 이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Tip5. 비 오는 날 찾아가라
방문하는 날의 날씨를 항상 염두에 두자. 특히 궂은 날엔 만나고자 하는 고객이 사무실에 머물 확률이 높아 만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날씨는 나쁠수록 좋다. 장대비가 쏟아지거나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빙판으로 얼어붙고 폭설이 쌓이는 날에 고객을 찾아가자. 악천후를 뚫고 찾아 온 당신의 모습을 보고 매몰차게 외면할 고객은 거의 없다. 그와 마주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자. 그의 말 상대가 되어 주고, 장기 상대가 되어 주고, 그가 들려주는 왕년의 그를 응원하고 박수쳐 주자. 경청만큼 사람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기술이 또 있을까.
 
Tip6. 차 한 잔의 테크닉
고객의 사무실을 방문하면 여직원이 차를 내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세일즈의 달인이라면 이 기회를 반드시 그냥 놓치지 않는다. 우선 상석을 권하더라도 하석에 앉아야 한다. 대접받으러 왔다는 인식이 아닌 지원군이자 서포터의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여직원이 차를 내오면 일어나서 쟁반을 받아드는 제스처를 취해도 좋다. 이것은 내가 크게 부담스럽거나 불편한 상대가 아니라는 무언의 의사표시다. 뭐든 내가 한 뼘 낮추면 일이 쉬워지는 법이다. 차를 마시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한마디! “정성이 녹아 있으니 차 맛이 아주 좋습니다”라고 말하면 다음 방문 때 그 여직원은 당신에게 향긋한 미소를 지어 보일 것이다. 지위가 낮은 직원일수록 더 정중하고 깍듯하게 대해야 한다. 특히 여성들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크게 동요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를 요한다. 금융거래와 관련한 큰 의사결정은 사장이 하지만, 통장의 잔액 유지 권한은 이들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군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를 우군으로 만드는 것도 그 우군을 적군으로 만드는 것도 당신에게 달려 있다.
 
Tip7. 방문 뒤 필수 애프터서비스 ‘편지’
방문의 마무리는 ‘편지’다. e메일도 좋고 아날로그식 자필 편지도 좋다. 편지 내용은 너무 공식적이거나 딱딱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방문 때 나눈 이야기를 써도 좋고 직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도 좋다. 특히 칭찬이 녹아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산을 좋아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건강하신 혈색이 참 부러웠습니다’ ‘직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고 에너지가 넘쳐 보입니다’ ‘회사 입구의 경비하시는 분께서 어찌나 친절하신지 감동을 받았습니다’ 등을 편지에 담아 보자. 편지는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이다. 또 편지는 직접 만나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도 전할 수 있는 진솔한 대화의 창이다. 격식을 차리기 위한 편지보다 좀 더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편지를 보내 보자. 이왕이면 칭찬이라는 양념도 듬뿍 섞자. 정성스러운 편지 한 장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편집자주 금융 영업의 ‘달인’으로 통하는 현병택 기업은행 부행장이 30년 동안 축적한 세일즈 노하우를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공개합니다. ‘아이디어 뱅크’라는 별명을 얻은 현 부행장이 현장에서 체득한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는 비즈니스맨들에게 큰 교훈을 전해줍니다.
 
필자는 한국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기업은행에 입행해 분당지점장과 성수동지점장 등을 거쳐 개인고객본부장, 기업고객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기업은행 마케팅 본부장(부행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40일 만에 1조5000억 원의 예금을 유치한 ‘중소기업 희망통장’을 출시하는 등 다수의 히트 상품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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