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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작은 회사에 꼭 필요한 ‘단골 마케팅’

이상훈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필자가 기업 대상 강의를 시작한 12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 중 상당수는 마케팅에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은 대기업 하청 공장이었기 때문이다. 거래선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영업 기반의 B2B 사업 구조라 독자적으로 고객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었다. 거래선 하나 잘 잡으면 평생 먹고살 수 있었다.

21세기에 진입하면서 대기업 중심의 피라미드식 산업 구조가 붕괴됐고 중소기업도 이제는 하청식 납품을 통해서가 아닌 자생적으로 고객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에 따르면 마케팅이 처음 시작된 100년 전엔 상품만 잘 만들면 누구나 줄 서서 사가는 ‘상품 중심의 마케팅’ 시대였다. 뛰어난 기술과 강력한 생산 능력만 갖추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시대였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점점 경쟁이 치열해졌고 마케팅 트렌드도 1980년대의 ‘고객 중심 마케팅’ 시대를 거쳐 21세기 ‘가치(value) 중심의 마케팅’ 시대로 변모했다.

단순히 제품만 잘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상품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구매와 사용, 그리고 유지 보수를 거쳐 폐기하는 시점까지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에 걸쳐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마케팅 전체 과정이 중요해지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도 생산 모델에서 마케팅 모델로 넘어가 버렸다.

마케팅을 모르면 사업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는데 아직도 100년 전 형성된 제품 중심 마케팅의 잔재와 1980년대 광고 중심 마케팅이 만들어낸 선입견들이 마케팅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마케팅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가 ‘브랜드만 잘 만들면 상품이 잘 팔릴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브랜드 파워는 인지도가 아니라 단골이나 팬의 크기에 비례한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파워가 강한 이유는 코카콜라만 먹는 단골이 많기 때문이다. 애플의 브랜드가 강력한 이유도 애플 제품만 사용하는 소위 ‘애플빠’가 많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이름과 로고를 만들어 수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만으론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 없다. 상품에 만족하고 감동한 단골을 꾸준히 늘려 나가 팬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브랜드를 만드는 길이다. 단순 광고가 아니라 이러한 판매 과정 하나하나가 바로 마케팅인 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회사가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에 대한 상식의 대부분은 대기업을 위한 마케팅이다. 대량 광고를 통해 대량 매출을 일으키는 방식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이 방법은 자본이 많은 대기업이니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작은 회사는 일단 대량 광고를 할 자본이 없다.

작은 회사가 설사 틈새시장을 잘 찾아 성공한다고 해도 자본력을 가진 경쟁사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하고, 그들이 광고 공세를 퍼부으면 자본력이 딸리는 작은 회사는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작은 회사는 작은 회사에 적합한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바로 ‘단골 마케팅’이다. 단순히 단골 장사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마케팅 모델을 광고로 매출을 올리는‘퍼널 모델’에서 상품으로 단골을 만드는 ‘엔진 모델’로 바꿔야 한다. 엔진 모델이란 초기 구매 고객들을 단톡방, 인스타그램, 카페, 밴드 등의 단골 풀로 초대해 멤버십을 만들고, 그들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거기서 재구매와 추가 구매 등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쟁사들이 아무리 광고비를 퍼부어도 이미 확보된 단골 고객은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단골 고객의 바이럴과 소개 등으로 자연스런 고객 확산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고객을 팬으로 만들고 싶은 중소기업이라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도 당당히 승리할 수 있는 ‘다윗의 지혜’를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 이상훈 이상훈 | 클론컨설팅 대표컨설턴트

    필자는 펌킨네트웍스코리아 부사장, 도서출판 수선재 대표 등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을 위한 마케팅 회사 클론컨설팅의 대표 컨설턴트를 맡고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후 전경련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20여 년간 IBM, 마이크로소프트, HP, 인텔, 시스코시스템즈 등 글로벌 IT 기업의 마케팅을 대행한 바 있으며 중소기업을 위한 ‘작은 마케팅 방법론’을 정리해 왔다. 현재 ‘작은 마케팅 클리닉’을 통해 작은 회사들의 독립을 돕기 위한 마케팅 코칭과 컨설팅,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창업가의 습관』이 있다.
    yibong@kl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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