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Consumers Value Effort over Ease When Caring for Close Others” (2022) by Ximena Garcia-Rada, Mary Steffel, Elanor F. Williams and Michael I. Norton i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48.
무엇을 연구했나?
누군가를 부양(Caregiving)할 때 사용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업에 지친 아이들에게 아침 식사를 효율적이고 손쉽게 제공하기 위해 마켓컬리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 밀키트 제품을 미리 주문해 이용할 수 있다. 어린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새벽에 일어나 매번 분유를 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 것이다. 이때 버튼 한 번으로 분유를 만들어주는 자동 분유 제조기가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지 깨닫게 된다. 또한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간병인과 요양 보호사를 매칭하는 케어닥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을 돌보는 일은 삶에서 아주 의미 있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때론 엄청난 노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 엄청난 노력을 손쉽게 만들어주는 수많은 부양 제품과 서비스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런 부양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사용자들에게 늘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때론 부양 제품을 사용할 때 감정 비용(Cost)을 일부 지불하기도 한다. 식기세척기가 처음 시장에 출시됐을 때 한동안 판매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높은 가격이 아닌 주요 타깃인 주부들의 심리적인 우려였다.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 주변에서 나를 ‘게으른 주부’라고 볼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기를 흔들어 재워주는 스마트 침대 ‘스누(SNOO)’도 마찬가지다. 아기들은 성인처럼 침대에 누워 스스로 잠들지 못한다. 아기를 잘 재우기 위해서는 매번 아기를 안아 보듬고 살살 몸을 흔들며 달래야 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기를 직접 안아 흔들며 잠들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맞벌이 부부에게 엄청난 노동이다. 스누는 이런 수고를 덜어준다. 부모가 아기를 살살 흔들며 달래는 것처럼 스마트 침대가 자동으로 흔들려 아기가 자연스럽게 잠들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이런 혁신 제품에 대한 기사가 뉴욕타임스와 같은 여러 미디어에 소개되자 많은 독자가 이를 ‘게으른 부모들을 위한 제품’이라고 폄하했다. 실제로 스누나 식기세척기처럼 가족을 잘 부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들을 사용하면 소비자들은 부양하는 대상에게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불편함을 느껴 일종의 감정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소비자는 자신의 삶에서 다양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 살아간다. 그 대상이 부모, 배우자, 자녀일 수 있다. 사랑하는 이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지는 소비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기존의 부양 제품 대부분은 사랑하는 이들을 부양하는 데 들어가는 엄청난 노력을 줄여준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부각해왔다. 문제는 ‘부양에 들어가는 노력이 줄어드는 것’이 ‘좋은 부양자가 되는 것’과 일치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최근 학계에서는 부양 제품을 사용할 때 소비자들이 왜, 어떤 경우에 불편한 감정 비용을 지불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승윤seungyun@konkuk.ac.kr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