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주제로 여행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과 여행지에서의 미식을 자랑하는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음식이 여행의 핵심이 되며 ‘음식 관광’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음식 관광에서 관광객들이 누릴 수 있는 음식 경험의 영역은 맛과 친숙성을 축으로 구별 가능하지만 각 음식 경험은 한 가지 영역에 고정된 게 아니라 경험의 반복, 유행 등을 통해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경험경제의 관점에서 음식 관광이 의미를 갖기 위해선 입체적인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소비자 개인이 경험한 바가 모여 하나의 네트워크로 형성될 때 음식 경험이 주는 가치도 진화할 수 있다.
최근 음식 예능의 경향은 ‘세계 속의 한식’이 아닐까 싶다. ‘한국은 처음이지?’와 같은 프로그램에선 줄곧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한식을 접하는 모습을 비중 있게 다뤄왔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메뉴를 고르고 음식을 먹으며 여러 반응을 쏟아낸다. 이와 조금 다르게 2023년 봄에 방송을 시작한 ‘서진이네’ ‘한국인의 식판’ ‘장사천재 백사장’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외국 각지에 나가 한식을 선보인다. 현지의 제반 사항이나 특성이 한국과 다르다 보니 여러 변수가 발생하지만 결과적으로 한식이 외국에서 수용될 수 있는 방식을 보여준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음식을 소재로 국경을 넘나드는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길 위의 셰프들(Street Food)’은 아시아 및 중남미 각지와 미국 등의 길거리 음식을 찾아다니고, ‘더 셰프 쇼(The Chef Show)’와 ‘어글리 딜리셔스(Ugly Delicious)’에서는 전문 셰프들이 미국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역과 커뮤니티의 음식을 발굴한다. 지금까지 6번의 시리즈가 제작된 ‘필이 좋은 여행, 한 입만(Somebody Feed Phil)’은 방송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진행자가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현지인들과 뒤섞여 음식을 맛본다. 이들 프로그램 모두 이곳저곳을 호기롭게 들여다보는 여행자의 시각을 유지한 채 모니터 너머에 있을 누군가의 허기를 자극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먹으러 떠나는 여행
음식의 문화적 월경(越境)은 비단 방송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아니다. 이보다 앞서 여행 또는 관광에서 음식은 줄곧 중요한 요소로 기능해왔다. 그 자체만으로 새로운 문화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매개이자 ‘먹는다’는 행위의 보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여행의 일부로서 음식이 아니라 음식이 여행의 주된 목적이 되는 ‘음식 관광(food tourism)’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적지나 박물관과 같은 관광 명소만큼이나 여행지의 음식과 식문화가 여행객들의 감각을 사로잡은 결과다.
강보라 b-hind@yonsei.ac.kr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필자는 미디어문화연구자다. 맛있는 걸 먹기만 해서는 치솟는 엥겔지수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겨 음식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디지털 미디어 소비와 젠더』 『AI와 더불어 살기』 등을 함께 썼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하는 『한류백서』에서 ‘음식한류’를 2019년부터 지금까지 담당하고 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으로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