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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아파트멘터리’의 인테리어 서비스 전략

정찰제, 표준 견적, 모든 과정 투명하게
‘깜깜이’ 인테리어 시장을 혁신하다

강지남 | 356호 (2022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누구나 자신의 취향대로 집을 꾸미고 싶어 하는 요즘이지만 인테리어 시장은 영세한 업체들이 관행적으로 유지해왔던 불투명한 비용 집행 및 공정 과정 탓에 소비자 만족도가 매우 낮다. 인테리어 서비스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는 이 같은 고객 불편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해소함으로써 인테리어 시장의 핵심 고객층인 30, 40대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아파트멘터리는 업계 최초로 ‘정가 인테리어’를 실시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에게 모든 공정을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게 공개한다. 공사비를 매주 정산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으로 평판 좋은 시공 전문 업체를 파트너로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인테리어 자금 무이자 대출 등 기존 인테리어 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수요와 만족도가 반비례하는 마켓

벽지냐 페인트냐, 원목마루냐 포세린 타일이냐, 몰딩 제거냐 시트지 시공이냐…. 이 ‘밸런스 게임’이 어떤 고민에 대한 것인지 곧바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집안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거나 이미 시공 경험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홈캉스, 홈카페, 홈트레이닝 같은 ‘홈(home)’ 신조어의 범람에서 짐작되듯 코로나19발 팬데믹을 거치며 집을 고치고 꾸미는 일에 대한 욕구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전국 20∼59세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한 비율은 60%에 육박했다.1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19년 기준 국내 주거용 인테리어 시장 규모를 13조4000억 원으로 추정하며 소득 증가와 주택 노후화, 코로나19에 따른 인식 변화, 공동주택 주거 비중 증가로 인해 앞으로 주거 인테리어 산업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한다.2

하지만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의 비용이 드는 인테리어 시공은 좀처럼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비용 부담도 크지만 믿고 맡길 전문 업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레몬마켓(Lemon Market)3 이란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이 존재해 구매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정당한 가격 또는 품질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을 일컫는 용어다. 이 같은 레몬마켓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인테리어 시장이다. 벽지나 바닥재 등 자재 가격에 정가가 없어 업체마다 부르는 값이 다르고, 고객이 공정 과정이나 시공 품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현실 탓이다. 시공에 들어간 뒤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하자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높아지는 수요에 반비례해 인테리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실은 한국소비자원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의 ‘2021년 소비자 시장평가지표’에 따르면 주택 수리 및 인테리어 서비스 시장은 ‘미흡 시장’으로 분류됐다. 2021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인테리어 관련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568건으로 전년(412건) 대비 37.4%나 증가했다. 주된 소비자 피해 유형은 ‘하자보수 미이행 및 지연’(24.5%), ‘자재 품질•시공•마감 등의 불량’(14.2%) 등이다.

아파트멘터리는 2016년 ‘깜깜이’ 인테리어 시장의 낡고 불투명한 관행을 혁신하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등장한 인테리어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아파트(Apartment)와 다큐멘터리(Documentary)를 합성해 만든 회사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아파트 시공만을 전문으로 한다. 아파트멘터리는 가격 정찰제와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시공 과정 공개, 완공 후 1년간 AS 보장 등 기존 인테리어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를 도입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20년 1분기 누적 시공 건수 300건을 달성한 지 2년 반 만인 2022년 3분기에 누적 시공 건수 1000건을 돌파했다. 2021년 193억 원의 매출을 냈고, 올해는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들어섰음에도 전년 대비 두세 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1) 투자 업계 역시 이 기업의 성장 잠재력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2022년 봄과 여름 디올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신한금융그룹 등이 아파트멘터리에 45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진행했다. 이로써 아파트멘터리의 누적 투자금은 583억 원이 됐다.

창업 7년 만에 업계 1위 오른 비결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몇몇 굵직한 기업이 주도하기보다는 소규모 전문 업체, 건설자재 회사, 시공 중개 플랫폼 등 여러 주체로 분산돼 있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아파트멘터리는 창업 7년 만에 누적 인테리어 의뢰금 3000억 원, 시공 데이터 5만 건을 달성했다. 업체별 공식 집계는 없지만 아파트 직영 시공 경험(건수 및 의뢰금 포함) 기준, 자타가 공인하는 업계 1위다.

이처럼 아파트멘터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는 정확한 고객 타기팅과 혁신적 서비스 도입을 꼽을 수 있다. 인테리어 수요가 가장 높은 3040세대를 핵심 고객으로 공략한 데 더해 가격 정찰제에 기반한 표준 견적 시스템을 도입하고, 시공 과정을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개했다. 직접 하자보수를 책임짐으로써 기존 인테리어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을 해소했다. 또한 생활 소품에서부터 가구, 자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며 집에 관한 모든 것을 공급하는 리빙 플랫폼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아파트멘터리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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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

아파트멘터리의 3대 서비스

아파트멘터리는 주요 고객층인 30, 40대 미들노트 세대의 인테리어 니즈를 반영해 크게 3가지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파이브(Five)

도배, 바닥, 필름, 타일, 조명의 5개 기본 공정을 중심으로 한 구축 아파트 전체 리모델링 서비스. 평당 평균 200만 원대 초반.

• 스위치(SWITCH)

완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에 꼭 필요한 공정만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 신축 아파트의 자재와 구조는 살리면서 취향에 맞고 간편하게 리모델링. 평당 평균 100만 원대.

• 키친(KITCHEN)

주방만 시공하는 단품 서비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방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진 트렌드를 반영했다. 주방은 디자인 비중이 크고 공정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인테리어 영역이다. 금액은 상품별 상이.


성공 요인 1  정확한 타기팅
‘미들노트’의 팬심을 얻다

주거 인테리어 시장의 주요 소비자는 3040세대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자가 소유 주택을 갖추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대로 집을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서울 및 경기 지역 아파트 매매에서 30, 40대가 차지한 비중은 57%로, 이 연령층의 아파트 매매가 가장 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멘터리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30, 40대를 ‘미들노트(middle note) 세대’라고 부른다. 향수를 뿌리고 나면 한 시간 후에야 퍼지기 시작하는 미들노트 향(香)처럼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인테리어 니즈가 확실한 집단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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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멘터리는 시작부터 미들노트의, 미들노트에 의한, 미들노트를 위한 서비스였다. 윤소연(39) 창업자 겸 공동대표는 MBC 편성PD 시절 결혼하면서 마련한 생애 첫 아파트를 수리하려다가 인테리어 시장의 불합리성을 깨닫고 ‘평당 100만 원으로 셀프 인테리어하기’에 나섰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에 셀프 인테리어의 세세한 내용을 연재하고 책으로 펴낸 게 큰 화제가 됐다.4 이후 그에게 ‘우리 집도 고쳐달라’고 의뢰하는 고객이 한둘씩 생겨났다. 2015년 12월 윤 대표가 개인 사업체로 아파트멘터리를 창업하고 이듬해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시드 투자자로 나서면서 아파트멘터리는 본격적으로 인테리어 전문 스타트업으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사업 첫해 10건의 공사를 마쳤다. 윤 대표는 “당시 고객들은 기존 인테리어 업체는 신뢰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셀프 인테리어는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고 하는 30, 40대였다”며 “공급자 중심의 인테리어 서비스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소비자 중심 서비스로 혁신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파트멘터리 고객의 80%가 미들노트 세대에 해당하는 30, 40대일 정도로 초기 고객 집단의 특성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출신으로 2017년 아파트멘터리에 합류한 김준영(37) 공동대표는 “처음 100명의 미들노트 고객을 확보한 이후 이들을 중심으로 아파트멘터리에 대한 ‘팬심’이 생겨났다. 이후 자연스럽게 30, 40대를 중심으로 고객이 불어났다”며 “최근에는 미들노트 세대가 부모님 주택의 인테리어까지 아파트멘터리를 통해 진행하기도 하고,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신규 고객이 유입되면서 고객층이 장년층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아파트멘터리가 파악한 미들노트의 특성은 이렇다. 아파트라는 평범한 공간에 자신의 취향과 스토리를 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무조건 최저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기보다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좋은 품질과 자기만족을 추구한다. 과거 인테리어는 ‘집수리’와 동의어였다. 벽 균열과 누수 등 집의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 업자를 불러 수리했다. 하지만 미들노트에게 인테리어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지은 지 5년쯤 돼 기능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아파트라 하더라도 입주 전 집안 전체를 인테리어한다. 수납공간이 줄더라도 심미적 만족을 위해 주방의 상부 수납장을 없앤다. 심지어 신축 아파트도 벽지, 바닥재, 타일을 교체하고 공간 구조를 바꾼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내 집 마련 예산에 인테리어 공사비까지 포함하는 ‘사고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멘터리는 인테리어팀 직원에게 디자이너가 아닌 ‘매니저’라는 직함을 사용한다.5 개별 고객마다 전담 직원이 배치돼 이 직원이 디자인 상담과 계약, 시공, 마감 등 시작과 끝을 모두 도맡는데 이 직원이 고객의 요구를 최우선에 두고 해당 프로젝트를 관리, 진행하고 책임지는 프로젝트 매니저란 의미에서다. 전담 매니저가 고객과 밀착해 커뮤니케이션하기 때문에 고객 개개인의 요구가 시공 과정에 자세하게 반영될 수 있다. 최근에는 베란다에 골프 퍼팅장을 만들고 거실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의 유골함을 비치할 공간을 별도 제작한 사례가 있었다. 김 대표는 “아파트는 정형화된 상품으로 그 자체를 바꾸진 못한다. 대신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찾듯 집 안 인테리어를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게 내부 공간을 변형하려는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성공 요인 2 가격 정찰제
표준 견적 시스템 ‘프라이스 태그’ 도입

아파트멘터리는 인테리어 시장의 불신 요인 중 하나가 불투명한 가격 체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같은 자재를, 같은 면적에 시공해도 견적이 업체마다 다르고 시공 후 최종 금액이 견적가보다 크게 오르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실측 후 견적이 나오기까지 고객이 몇 주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도 있다.

아파트멘터리는 이러한 불합리함을 해소하고자 업계 최초로 표준 견적 시스템 ‘프라이스 태그(Price Tag)’를 도입했다. 그간 쌓아놓은 시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파트 평형대별로 표준 견적을 제시하고 자재, 공정, 시공 범위, 인건비 등 각 항목에 책정된 가격표에 의거해 고객의 개별 선택에 따라 견적 내용을 조정한다. 첫 상담 때 고객에게 제시하는 견적가와 실측 후 산출되는 최종 계약 금액의 오차 범위는 7%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시공 데이터가 쌓여감에 따라 프라이스 태그의 정확도가 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축 아파트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파이브(FIVE)는 평당 200만 원대, 신축 아파트의 자재와 구조를 최대한 살리는 스위치(SWICH)는 평당 100만 원대 수준이다. 하이엔드급은 아니지만 아파트 상가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는 비싸다. 최저가, 가성비보다는 높은 품질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를 중시하는 미들노트 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자재와 디자인, 마감 등에 있어 ‘엔트리 프리미엄’급으로 전반적 서비스 수준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올 11월에는 보다 낮은 비용으로 시공을 원하는 고객을 타깃해 ‘파이브 스탠다드’를 출시한다. 이는 33평형(약 109㎡) 구축 아파트를 기준으로 5000만 원대 예산으로 전체 리모델링을 하는 상품이다. 기존 파이브보다 선택할 수 있는 자재 범위 등을 좁혀 비용을 낮췄다. 아파트멘터리는 신혼부부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주민이 파이브 스탠다드의 주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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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요인 3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공정 공개

전담 매니저와 실시간 일대일 소통

인테리어 공사를 마음먹기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비(非)전문가인 소비자가 시공 과정을 꼼꼼하게 감독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생업을 접고 공사 기간 내내 현장을 지킬 수도 없고, 현장에 나간다 한들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러한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아파트멘터리는 2021년 8월 고객과 전담 매니저의 실시간 일대일 소통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앱) ‘마이피치’를 출시했다.6 본계약을 체결한 다음 고객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마이피치 앱을 설치한다. 그리고 시공이 종료될 때까지 전담 매니저와 앱 내 채팅방에서 일대일 대화를 나누며 소통한다. 도면과 견적서, 계약서 등 중요 문서도 앱에 업로드돼 통합적으로 관리된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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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주의 시공 기간 동안 전담 매니저는 주2~3회 현장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앱을 통해 이를 고객에게 전달한다. 한 공정당 최소 2번 이상 사진을 촬영해 고객에게 보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어떤 공정을 진행했고, 결과가 어떤지, 현장 상태가 사진과 같은 이유가 무엇인지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고객은 언제든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고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공사 기간 내내 업무차 해외에 머문 고객도 있었다고 한다. 이 고객의 전담 매니저는 시차를 고려해 현장 사진을 전송하며 고객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갔다.

매니저가 자주 현장을 방문해야 하므로 아파트멘터리는 한 명의 매니저가 동시에 담당하는 현장을 최대 2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야 매니저가 고객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앱 출시 전에는 고객과의 실시간 일대일 소통에 네이버 밴드 등 외부 툴을 활용했다.

앱 출시를 앞두고 매니저들 사이에선 걱정의 목소리가 일었다. 고객과의 소통이 더욱 강화되다 보니 부담감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세 달 후 마이피치 앱은 매니저들이 오히려 반기는 업무 툴이 됐다. 매일 고객과 소통하다 보니 문제가 될 소지를 조기 발견하게 되고, 고객도 각 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오해가 발생하는 일이 줄었기 때문이다. 시공 완료 후 컴플레인 발생 빈도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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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요인 4 공고한 파트너십
‘매주 정산’으로 A급 시공 파트너 확보

아파트멘터리는 인테리어 시공을 전문 업체에 맡긴다.7 시공 품질을 높이려면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아파트멘터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테리어 전문 기술을 보유한 시공 업체들을 선정,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시공 분야에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인력으로 구성된 공무프로덕트오너팀(이하 공무PO팀)이 직접 발품을 팔거나 추천을 받아 파트너십을 맺을 업체를 선정하고 관리한다. 파트너사의 첫 현장 시공 때 공무PO팀이 현장에 나가 직접 시공 품질을 확인하고, 파트너마다 기술 수준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상위 등급 파트너사는 우선적으로 업무에 배정된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까지 아파트멘터리는 200여 곳의 시공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아파트멘터리가 양질의 시공 업체를 파트너사로 확보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목요정산제’다. 기존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시공 업체에 지불해야 할 비용에 대해 정산 주기나 기한을 명문화하거나 사전에 명확하게 약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인테리어 업체가 영세한 탓에 공정을 모두 마친 뒤에도 시공 업체가 정산을 받기까지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공사비를 떼이는 것도 부지기수. 그 때문에 시공 업체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또박또박 공사비를 정산하는 아파트멘터리의 원칙을 환영했다. 아파트멘터리의 상위 등급 파트너사 중 상당수는 아파트멘터리가 의뢰하는 업무만 진행하고 있어 사실상 전담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직영 매장과 팝업 아파트로 오프라인 접점 늘려

사업 초기부터 아파트멘터리는 홈페이지와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등 온라인 홍보 및 마케팅에 주력해왔다.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인테리어 공사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집안 곳곳을 사진으로 간접 체험하게 하고, 특히 인테리어 이전 모습과 비교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었다. 고객들은 온라인 예약을 한 다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아파트멘터리 본사를 방문해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에는 몇 가지 아쉬움이 존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에게 아파트멘터리를 알리는 데 한계가 있었고, 멀리 사는 고객은 직접 서울 강남을 찾아오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도배, 바닥, 타일 등의 자재를 만져보거나 시공한 현장에 가보고 싶어하는 고객의 요구도 생겨났다.

이에 아파트멘터리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스포크(SPOKE)’를 열었고,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또 팝업(Pop-up) 아파트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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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크는 서울 및 경기 지역 아파트 단지 내에 마련한 오프라인 매장이다. 모두 직영 매장으로 매니저가 상주한다. 고객은 이곳에서 인테리어 상담을 받고 본계약까지 마칠 수 있다. 또 매장 내에는 인근 지역의 시공 포트폴리오 자료와 도배지, 바닥재, 싱크대 상판 등 자재를 전시해 둬 인테리어 서비스에 대한 직간접적 체험이 가능하다. 10월 현재까지 마포, 옥수, 송도, 잠실, 판교에 스포크 매장을 열었고, 2022년이 끝나기 전에 10호점까지 오픈할 예정이다.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위주로 스포크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파트멘터리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2021년 8월부터 3개월간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이 팝업스토어는 SNS를 하지 않거나 미들노트보다 연령대가 높은 잠재 고객군에게 아파트멘터리를 알리는 브랜드 홍보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경험을 살려 아파트멘터리는 올 9월 용산 아이파크몰에 두 번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대기업인 한샘과 현대리바트 매장 사이에 위치한 이 팝업스토어에서는 올 연말까지 고객이 선택한 인테리어 디자인과 자재를 적용한 예상 3D 도면을 제공하는 등 체험 이벤트가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팝업 아파트는 아파트멘터리가 인테리어를 마친 고객의 아파트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행사다.8 인테리어 시공 완료 후 일주일간 사전 예약한 손님만 하루 서너 팀이 방문할 수 있다. 아파트멘터리의 시공 품질을 구석구석 확인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소 관심에 둔 자재가 실제로 적용된 현장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팝업 아파트에는 해당 아파트와 같은 단지에 살거나 인근 지역으로 이사 올 예정인 주민 등이 주로 찾아오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하나의 매출처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은 모든 비즈니스의 목표이고 도전이다. 아파트멘터리는 사업 3년 차인 2018년부터 프라이빗 브랜드(PB)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불에서 시작해 수건, 러그, 이불 커버, 매트리스, 책장과 소파 등의 가구까지 모두 6개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출시했다.9 이들 PB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편집숍 ‘스톨리(STOLY)’도 운영한다. PB 부문은 현재 아파트멘터리의 전체 매출에서 20∼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멘터리는 7번째 PB 브랜드 ‘파츠(Parts)’를 론칭하며 PB 자재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파츠의 품목으로는 우선 바닥재, 벽지, 타일, 조명 등을 선보였고 앞으로 품목을 더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고객은 아파트멘터리에 인테리어 시공을 맡기면서 파츠 자재를 선택할 수 있고, 파츠 자재만 사 갈 수도 있다. 자재만 구입하는 고객이 원할 경우 아파트멘터리의 시공 파트너사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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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투자로 인지도 높인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신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거래량도 부쩍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 5월부터 매주 마이너스 변동률을 이어가고 있고, 올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후 8월 거래량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10 부동산 경기 침체는 인테리어 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사가 줄고 집값 걱정이 커진 만큼 인테리어할 기회를 놓치거나 단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멘터리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를 공격적 투자와 대안 서비스로 뚫고 나간다는 전략이다. 경기 불황이 닥쳐도 인테리어 수요가 ‘억제’될 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하에 회사 인지도와 서비스 품질,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함으로써 향후 시장 상황이 다시 전환될 때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직영 매장과 팝업스토어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면 ‘A페이’와 ‘스테이’ 등의 신규 상품 출시는 고객의 인테리어 ‘결심’을 돕는 대안 서비스다. 아파트멘터리는 투자자이기도 한 신한금융그룹의 신한카드와 제휴해 무이자 대출 상품 A페이를 출시했다. 이는 아파트멘터리에 인테리어 시공을 의뢰한 고객에게 인테리어 자금을 최대 5000만 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또 기존 보험 상품 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인테리어 전용 보험 상품도 출시한다. 1년의 AS 보증 기간이 끝난 후 5∼10년 AS를 받을 수 있는 인테리어 전문 보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새집을 사기보다 지금 살고 있는 헌 집을 고쳐 살고 싶어 하는 니즈가 늘어난 현실을 고려해 ‘스테이(Stay)’ 서비스를 시작했다. 호텔 등 숙박 시설과 보관 이사 업체 등과 협약해 인테리어 공사 기간 고객이 머물 곳과 가구를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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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력 7년 차의 아파트멘터리는 기존 인테리어 시장의 불합리함과 불편함을 극복하는 혁신적 서비스를 도입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파트라는 단일 상품에 집중함으로써 표준 가격과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고, 높은 품질과 취향 만족을 위해서라면 비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 3040세대를 정확히 공략한 점도 매우 유효한 전략이었다.

물론 난관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춘 인테리어 기업이나 브랜드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딱히 찾아볼 수 없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컸다. 벤치마킹할 회사가 없기 때문에 상품 기획, 서비스 프로세스 구축 등을 ‘알아서’ 만들어야 했다. 아파트멘터리는 국내외 참고 사례를 찾는 대신 고객에게 집중했다. 아파트멘터리를 통해 인테리어를 한 고객은 물론 상담만 받고 가는 고객까지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해 이들의 숨은 니즈를 파악했다. 또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해 놓고 판매에 나서기보다는 일단 베타 모델을 만든 뒤 고객의 의견과 평가를 반영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해 나갔다. 2020년 출시한 신축 아파트 리모델링 서비스 ‘스위치’의 경우 윤 대표가 10번째 고객까지 직접 전담 매니저를 맡았다. 윤 대표는 매일 시공 현장으로 출근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면서 스위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다듬었다. 그는 “인테리어 서비스에 대한 우리의 가설이 정답인지 여부를 판별해줄 사람은 고객밖에 없다”며 “고객에게 집요하게 질문하고 만족도를 상세하게 체크하며 상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개선하고 수정하는 것은 지금도 우리의 핵심적인 본업”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멘터리는 △아파트 △미들노트 세대 △서울•경기 지역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당분간 고수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현재 서울•경기 지역 미들노트 세대의 아파트 인테리어 시장에서 점유율은 2∼3%로 추정된다”며 “이를 10%로 끌어올릴 때까지 핵심 고객군에 집중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남 객원기자 jeenam.kang@gmail.com


DBR mini box II : Interview : 윤소연•김준영 아파트멘터리 공동대표

“인테리어 서비스도 브랜드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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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연 대표는 ‘덕업일치’의 산증인이다. 2002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입학과 함께 자취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공간’ 만들기에 관심을 가졌고, 결혼하면서 마련한 생애 첫 아파트를 셀프 인테리어했던 일을 계기로 인테리어 전문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김준영 대표는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홍콩 바클레이스은행 및 홍콩계 사모펀드에서 기업 투자 업무를 하면서 창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둘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대학생 대상 행사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고, 윤 대표가 아파트멘터리 창업 후 참석한 투자사 모임에서 우연히 재회했다. 마침 재무 등 기업 운영을 책임져줄 파트너가 필요했던 윤 대표의 제안을 받고 김 대표는 2017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아파트멘터리에 합류했다. 2021년부터는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해 윤 대표가 고객 경험, 브랜딩, 서비스 기획을, 김 대표가 IR(Investor Relationship), 재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둘 다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스타트업에 뛰어든 계기는.

윤소연 대표(이하 윤) ‘칼슘두유’ 블로그와 책에 대해 반응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다. MBC에서 편성PD로 일한 지 10년 차 정도 됐을 때였는데 이제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창업했다. 스타트업이 뭔지는 잘 몰랐다. 5번째 고객의 집을 고칠 때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 제안을 받았다.

김준영 대표(이하 김) 투자은행과 사모펀드에서 좋은 기업들을 경험하면서 나도 언젠가 창업해 직접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테리어 시장에 대해선 잘 몰랐다. 하지만 윤 대표와 아파트멘터리를 통해 국내 인테리어 산업 규모가 작지 않음에도 시장이 파편화돼 있고 디지털 기술 측면에서 낙후돼 있음을 알게 됐다. 제대로 혁신한다면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미들노트 세대라고 부르는 핵심 고객층을 정확히 타기팅했다.

처음 합류하고 가장 놀랐던 것은 윤 대표 이하 전 직원이 고객의 페르소나i 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30, 40대가 아니라 집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삶의 가치와 연결하길 원하는 이들의 취향과 니즈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인테리어 시공 주기가 최소 10년 이상이다 보니 기존 업체들은 그야말로 ‘공급자 마인드’로 고객을 대해왔다. 그러나 인테리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에게 초점을 맞춰야 하는 서비스다. 아파트멘터리의 핵심 자산은 첫 100명의 고객을 팬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초기 지지자들을 확보하지 못했더라면 아무리 투자가 많았더라도 사업을 성장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투명한 가격 체계와 예측 가능한 프로세스로 인테리어 서비스를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파트멘터리는 체계적이고 규격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IaaP(Interior as a Product, 제품형 인테리어)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첫 상담 때 고객의 선택에 따라 산출된 비용이 실측 후 최종 계약 가격과 평균적으로 7% 안팎으로 차이가 나는데 그마저도 왜 비용이 더 나오거나 줄게 됐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마이피치를 통한 일대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객 반응도 매우 좋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있는 자녀 모습을 볼 수 있는 ‘키즈노트’ 앱처럼 공사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공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매일 불안한 스트레스에서 오늘은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하는 즐거운 경험으로 바뀌었다. AS를 전담하는 에이케어(A care) 팀 인원이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 것 대비 팀 규모를 더 늘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하자보수 건이 적기 때문이다.

고객이 지불하는 모든 비용에 대해 영수증을 발급하고 ‘현금 할인’ 같은 업계 관행도 없다.

투명성을 강조한다. 비공식적 할인이 없는 대신 새로운 자재를 출시할 때 같은 비용으로 등급을 업그레이드해주는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외부 브랜드로부터 협업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 고객의 집에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해당 제품이 비치된 집 안 사진을 찍어가 마케팅에 활용하는 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비스포크, 엘지전자 오브제, 일렉트로룩스 등과 협업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PB 사업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인테리어 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 리모델링과 수건은 완전히 별개의 상품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집을 고치는 것에서부터 수건 같은 생활용품을 마련하는 것까지가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파트멘터리는 집을 꾸미고 집 안을 채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의 PB 제품이 미래 고객을 선점하는 영향력을 갖기를 희망한다. 20대 때는 그란의 수건을 사용하고, 첫 집을 마련하거나 신혼 때 키친이나 파이브 라이트 시공을 하고, 이후 파이브 시공을 하는 식으로 고객의 ‘내 집 경험’의 여정을 설계하고 싶다.

최근 PB 자재 브랜드를 론칭했다. 아파트멘터리의 PB 자재 시장 규모를 키워 운영 효율을 높인다면 인테리어 비용을 낮추는 효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같은 비용으로도 더 좋은 자재를 사용할 수 있게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오늘의집, 직방 등 온라인 기반 인테리어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아파트멘터리가 인테리어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회사라면 이들 업체는 소비자와 인테리어 업체를 이어주는 O2O 플랫폼이다. 사업 모델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소비자 관점에서 국내 인테리어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점점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인테리어 서비스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도 된다.

부동산 침체기가 본격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할 텐데.

인테리어 수요가 줄어들 순 있지만 ‘억제’하는 것일 뿐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지금부터 인테리어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아직은 아파트멘터리의 인지도를 더 알릴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고객의 불편을 해소해주는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한다. 신한카드와 함께 인테리어 업계 최초로 12개월 무이자 대출 상품을 내놓은 것도 그러한 취지다. 또 인테리어 자금을 최대 60개월까지 6%의 금리로 대출해주는 금융 상품도 계획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로부터 인정받는다면 시장 상황이 달라졌을 때 크게 도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올 1∼3분기 계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0% 증가했다. 4분기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올해도 2∼3배 성장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최근 계약 전환율ii 도 30% 이상으로 높아졌다.

소비자가 아파트멘터리를 어떤 기업으로 인식하길 바라나.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등 아파트라는 상품을 대표하는 국내 브랜드가 여러 개다. 가구 브랜드도 고가의 수입 가구에서부터 국내 가구 디자이너의 스몰 브랜드까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집과 가구의 중간에 있는 인테리어 시장에는 브랜드라는 게 없다. 영세한 업체, 불투명한 가격, 낮은 신뢰도 등 많은 것이 후진적이다. 몇몇 대기업이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자재 공급에 치중한다. 업계가 인테리어에 대한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멘터리가 투명한 가격 체계와 예측 가능한 프로세스, 높은 품질로 인테리어 서비스를 브랜드화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전략적 타깃, 다양한 가격… ‘게임 체인저’의 조건

인테리어는 세분화된 공정으로 이뤄져 있으며 다수의 인력과 자재가 투입돼 목적물이 완성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 보니 공급자에 비해 수요자가 가진 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소비자의 불만과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후진적 시장인 것이다.

인테리어 시장에 참여한 기업의 속성을 살펴보면 소비자 불만은 이해할 만하다. 국내 인테리어 업체들은 건설업 면허가 없는 개인사업자가 대다수다. 이들은 지역사회를 거점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전국적으로 약 6만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주로 아파트 상가 등에서 영업을 하고 계약을 맺는다.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흔하고 할인을 명목 삼은 현금 결제가 빈번하다. 인테리어 공사 후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AS가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다.

건설자재 기업과 O2O 플랫폼 각축전

최근 인테리어 시장은 긍정적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져 소비자가 스마트해진 점도 있지만, 그보다 인테리어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과거보다 다양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림)

먼저, 인테리어 산업 성장세에 따라 건설자재나 가구 등을 공급하던 사업자가 인테리어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샘, KCC, LX하우시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자사가 생산하는 자재 사용을 조건으로 소비자와 전문 인테리어 업체를 이어주는 중간 플랫폼 역할을 한다. 실제 인테리어 계약은 협력사 또는 파트너사로 등록된 시공 업체와 소비자 간에 체결한다. 표준계약서를 통해 시공 품질을 보증하고 시공 자재에 대한 AS 보증을 제공한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이 기간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언택트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온라인상에서 소비자와 전문 인테리어 업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늘어났다. 오늘의집과 집닥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O2O 플랫폼은 인테리어 소품 판매, 인테리어 시공 중개 서비스 수수료 등을 사업 모델로 삼는다. 협력사를 통한 시공, 표준계약서 및 AS 보증 등도 보통 채택하고 있다. 아파트멘터리 역시 온라인 기반 플랫폼 중 하나지만 직접 고객과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맺고 외부 시공 업체를 활용해 직접 공사를 진행, 책임진다는 점에서 중개만 하는 보통의 O2O 플랫폼과 차이가 있다.

인테리어 시장 규모나 점유율 등 공신력 있는 통계가 없기 때문에 시장 내부를 정확히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시장 전체를 이끌어가는 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동안 건설자재 기업과 O2O 플랫폼 기업 간 시장 지배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쟁력과 전략 면에서 우위에 있는 기업이 살아남아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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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강자가 없는 국내 인테리어 시장에서 아파트멘터리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크게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3040세대를 타깃으로 한 미들노트 세대 전략의 영민함이다. 인테리어 시장이 성장하려면 소득 수준 향상, 주택 노후도, 부동산 거래 건수 증가 등이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는 것이 거주 공간에 대한 가치와 인식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은 단순 거주 개념에서 홈오피스, 홈스쿨, 홈캉스로 그 역할이 크게 확장됐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한 이들이 30대와 40대인 MZ세대와 X세대다. 향후 20년 이상 이들이 우리 경제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파트멘터리의 타기팅이 영민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 표준 견적 시스템 기반의 다양한 가격 전략이다. 여유가 된다면야 누구나 하이엔드급 프리미엄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 그러나 각자의 사정과 선호는 다르다. 인테리어 상품 선택의 우선순위에 누군가는 품질을, 누군가는 가격을 둔다. 이러한 점에서 아파트멘터리가 중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가격대별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셋째, ‘목요정산제’ 정책을 기반으로 우수한 시공 업자들을 확보했다. 인테리어 플랫폼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소비자 만족이며, 이는 결국 우수한 시공 능력과 AS 신뢰에서 나온다. 아파트멘터리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만족도 조사가 인상적인데, 특히 최고점을 부여한 고객 비율이 59.5%에 달한다. 업계 평균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성적이다. 이는 우수한 파트너사를 확보하지 않고선 낼 수 없는 결과였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격적 행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향후 2년 이상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멘터리는 이 시기를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선제적 투자를 통해 불황기에도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다시 돌아올 호황기에 대비하고자 한다. 다양한 PB 제품, 경쟁사들이 시도하지 못한 차별적인 금융 서비스도 눈에 띈다.

선택과 집중으로 경영의 묘 살려야 할 때

중장기적으로 인테리어 시장의 성장세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 여건과 금리 환경하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인테리어에 선뜻 지갑을 열 소비자는 분명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쟁 기업의 공격적인 행보도 아파트멘터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테리어 산업이 중장기적으로는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시장점유율과 매출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경쟁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여건에서는 비용 통제가 관건이 된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파트멘터리가 아파트 리모델링에만 집중하고, 지역적으로도 서울과 경기로 한정하는 것은 영리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의 묘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이 많은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공동주택 거주 비중이 60%가 넘는다. 이 점에서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표준화하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아파트의 정형화된 구조와 설계, 면적대로 인해 고도의 인테리어 서비스 표준화를 이룬다면 이후 규모의 경제 추구도 가능하다. 따라서 계약부터 시공, 하자보수에 이르기까지 표준화된 공정과 하자 판정 기준, 가이드라인 보급은 아파트멘터리뿐 아니라 이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를 원하는 모든 기업에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다. 또한 인테리어는 건축 서비스업의 축소판으로 스마트홈, 디지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기초 플랫폼이다. 향후 인테리어 사업이 주거 공간에 기술을 입히는 부가 상품으로도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소득 수준의 향상과 갈수록 커지는 소비자의 욕구, 주택 노후화 등으로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아파트멘터리가 부동산 침체와 경기 불황이라는 만만치 않은 파고를 견뎌내고 인테리어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parksungu@ricon.re.kr
필자는 한양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한양대 대학원에서 부동산과 경제학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건설경제, 건설보증, 생산요소 등 건설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 실적을 갖고 있으며 저서로는 『이코노컨스트럭션』(202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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