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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Interview: 장성빈 에델만 코리아 대표

“ESG, Z세대, 메타버스… 전방위적 융합 시대
전통+뉴미디어 총동원한 믹스 전략으로”

김윤진 | 352호 (2022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길거리 네온사인을 만드는 일부터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상을 제작하고, 메타버스에서 부스를 여는 일까지 모두 넓게는 ‘홍보’란 카테고리 안에 들어간다. 자연히 세계 최대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에이전시인 에델만의 최근 행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경계 파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이 무한 확장되고 있을 뿐 궁극적으로 기업이나 정부가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게끔 돕는 활동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고객사가 Z세대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이 세대의 특징을 분석하는 젠 지 랩(Gen Z lab)을 만들고, 직원과의 신뢰를 오래 이어가도록 직원 결속(employment engagement)을 높이는 해법을 제시하며, 어렵게 쌓아 올린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위기관리와 ESG 활동의 실행을 지원한다. 커뮤니케이션이 기타 전략 기획, 광고 제작 등과 다른 점은 전략을 수립하거나 광고를 송출하는 등의 일회성 활동이 아니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사전에 위기 징후를 포착하고, 사후에 평판을 관리하는 지속적인 활동이라는 점이다.



‘Trust Drives Growth’

세계 최대 규모의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에이전시이자 약 8000명의 직원을 둔 글로벌 PR(Public Relations) 기업 에델만이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바로 ‘신뢰’다. 오늘날 PR와 커뮤니케이션의의 범위가 무한 확장되고 있지만 모두 궁극적으로는 기업이나 정부 등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에델만은 2001년부터 매년 세계 다보스포럼에서 정부, 미디어, 기업, NGO에 대한 ‘신뢰도 지표 조사’를 발표하고 있으며 이는 학술적으로 국가 간 비교 근거로 활용될 정도로 상당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언론 환경 및 미디어 소비 성향이 변하면서 ‘홍보’란 용어가 지칭하는 범위를 한정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길거리 네온사인을 만드는 일부터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상을 제작하고, 메타버스에서 부스를 여는 일까지 넓게는 홍보란 카테고리 안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에델만의 최근 행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경계의 파괴’다. Z세대 직원으로 구성된 글로벌 ‘젠 지 랩(Gen Z Lab)’을 조직해 패션디자이너를 그 수장인 ‘ZEO(Z Executive Officer)’로 임명하고,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데이터 분석 기관인 디지털 인텔리전스(DXI, Digital Intelligence) 그룹을 강화하는 한편 메타버스 TF를 구성하는 등 가히 모든 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기관과 전략 컨설팅, 광고 크리에이티브 회사의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는 셈이다. 1993년 처음으로 디지털 플랫폼에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제공한 이래, 디지털 리서치 역량 강화와 디지털 미디어 활용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에델만이 미국에서 ‘최초의 소셜 에이전시(first social agency)’로 불리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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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해 온 에델만은 한국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장성빈 대표가 처음 에델만코리아 대표로 부임할 당시 직원 52명이었던 회사는 이제 직원 180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매년 매출은 20% 이상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여전히 시장에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다”면서 “그중에서도 에델만의 강점은 글로벌한 시각을 바탕으로 경제, 사회, 기업 등에 도움이 될 만한 지식재산(IP)에 투자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위기관리 및 대정부 관계에서 역량을 발휘하면서 전문성을 키워 온 장 대표로부터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 무한 확장되는 융합(Convergence)의 시대, 어떤 IP를 구축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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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포괄하는 업무가 너무 방대해진 것 같다. 특히 중점을 두는 영역이 있는가?

업무 영역은 크게 세 가지, 기업의 명성이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프로모션, promotion), 명성이나 브랜드를 보호하는 일(프로텍션, protection),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솔루션을 찾는 일(이볼빙, evolving)로 나뉜다. 이 중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이나 메타버스 공간 진출은 프로모션에 가깝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언론사 대상 보도자료 배포나 홍보 활동도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에델만이 가장 집중하는 영역이자 경쟁력은 위기관리다. 따라서 기업 브랜드나 신뢰성 보호(프로텍션) 관련 업무 의뢰를 가장 많이 받는다. 국내 5대 그룹 중 3곳과 위기관리 등 명성 관리와 관련된 업무 계약을 맺고 있으며, 클라이언트가 정부나 국회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메시지 개발 및 쟁점 분석 등 다양한 업무를 지원한다. 글로벌 단위 전문가 집단을 영입하면서 ESG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IP를 확보하는 것도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흐름이 정부 규제에 반영되고, 이런 규제로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줄이는 것이 위기관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전략 컨설팅 기업들은 ESG를 대개 투자자 관점, 재무적 가치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ESG가 ‘평판’과 어떻게 연계되고 ‘신뢰’와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방점을 둔다는 점에서 다르다.

아무리 평판과 신뢰가 중요해도 재무적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면 기업 의사결정에 반영되기 어렵지 않나?

물론 재무적 손실이 초래될 부분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단기적인 손익을 떠나 기업의 평판에 장기적으로 해악을 미칠 영역을 찾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드럭스토어인 CVS는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게’라는 비전을 갖고 건강 증진용 약을 파는 회사다. 그런데 예전에는 CVS 매장에서 담배도 판매했다. 기업의 본질과 이율배반적인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에델만은 CVS에 매장에서 담배를 팔지 말 것을 1년 넘게 권유했고 결국 이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당시 해당 의사결정으로 연 매출 몇조 원이 날아갔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이 매출을 다 회복할 수 있었다.

미국 리바이스에도 염색 과정에서 물 오염이 심각하게 발생하니 염색 시 사용하는 물의 양을 청바지 1장당 50l에서 2l로 줄이라고 설득한 바 있다. 이 역시 단기적으로는 손실이었지만 리바이스 측이 수용했다. Z세대들은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me-value)’보다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we-value)’을 먼저 생각하고, 정보를 구하거나 상품을 구매할 때 단순히 나를 빛나게 하고 멋지게 만들어주는 브랜드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가치 지향적인 브랜드를 선호한다. 이런 선호가 구매에 반영되기 때문에 평판과 신뢰를 관리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재무적으로도 이익이라는 데 많은 기업이 공감하기 시작했다.

위기관리 업무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일단 ‘취약성 평가(vulnerability study)’부터 수행한다. 회사명, 이슈 등 다양한 키워드 분석을 수행하고 디지털 미디어에서 여론을 추적하면서 기업이나 기관이 노출된 위기의 징후를 탐색한다. 다음으로 그 위기가 현실화됐다는 가정하에 시뮬레이션을 1년에 한두 차례 수행한다. 매뉴얼을 만들고, 대응 원칙을 정립하고, 사전 컨설팅을 한다. 이제는 회사의 잘못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거나 위기가 터졌을 때 정보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기 때문에 회사의 입장을 언론 등 전통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더라도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이슈 발생 후 24시간 안에 성명서(statement)를 준비해서 내면 됐는데 이제는 1시간 안에 입장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여러 시나리오별 사전 준비, 확산 주체나 패턴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상시화해야 한다.

전통적인 언론, 정부 대응의 중요성은 약화된 것인가?

언론, 정부의 중요성이 약화된 것이 아니라 기업이 관리하고 신경 써야 할 공중(public),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과거에는 기자나 정부 관계자 등과 관계만 잘 구축하고 관리하면 됐지만 이제는 소수의 엘리트 그룹보다 일반 대중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 크다. 대중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에 어떻게 풀뿌리(grass root) 캠페인을 통해 여론을 움직일 것인지, 어떻게 여론을 하나로 집결시켜 엘리트 그룹을 역으로 움직일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여론 속도전을 펼 때 회사가 빠르게 대응하고 입장을 발표하려면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체 미디어를 활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렇기에 기업들이 점점 ‘온드 미디어(owned media)’, 즉 자체 웹사이트, 블로그, 유튜브 채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온드 미디어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확산시키는 것도 우리들의 역할이다.

2. ESG

ESG의 흐름이 강화되면서 엑손모빌이나 셸 등
전통적인 에너지 회사를 홍보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이 있다.

ESG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파트너를 정하는 전략에 있어 변화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세계 최대 규모 PR 회사로 고객사가 많다 보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대형 에너지 회사들과 여전히 관계를 맺고 있는 것만으로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계기로 탄소 배출과 관련해 잠재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거나 탄소 감축 목표를 전혀 세우지 않는 회사나 산업군과는 일하지 않겠다고 본사 차원에서 천명했고 이후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고객과의 결별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순 없지만 에델만 내부에 전문팀을 만들어 우리를 고용하는 고객사들을 역으로 평가하고 있다. 만약 고객사가 의지(commitment)가 있어 시간을 가지고 기후협약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낸다든지 ‘넷제로(net-zero, 탄소 중립)’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이 명확하다면 함께 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목표나 의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PR 업무 대행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ESG 관련 업계 표준을 정립하는 중이다.

고객사의 ESG 활동도 더 많이 대행하고 있을 것 같다.

젊은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사회 참여와 행동을 중시하다는 점을 고려해 고객사들에 목적 지향적인 캠페인, 즉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업 활동을 많이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에델만의 신뢰도 지표 조사에 따르면 요즘 고객들은 기업이 무엇을 ‘말하는’지보다 기업이 무엇을 ‘하는’지에 더 방점을 둔다. 이에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풀뿌리 캠페인을 기업들과 많이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식품 기업인 아지노모토(Ajinomoto)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미국에서 확산된 아시아 영업장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없애고자 아시아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도록 촉구하는 #TakeOutHate 캠페인을 진행했다. 마거릿 조, 제니 양, 해리 셤 등 아시아 코미디언이나 배우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시아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온라인에 포스팅하는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이런 영상들이 화제가 된 덕분에 2500개가 넘는 아시아 레스토랑들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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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하게 삼성과도 불법 사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해외에서 진행한 바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아프리카 사파리의 관광 수입이 줄고 단속이 소홀해진 틈을 타 야생동물에 대한 밀렵이 더 기승을 부렸다. 이에 삼성 유럽 법인은 사냥 반대 시민단체 및 로컬 기술 기업과 협업해 야생동물을 지키는 ‘Wildlife Watch’ 캠페인에 착수했다. 태양열로 작동하고 각종 AI와 화상 감시 기술 등을 탑재한 장비를 수풀에 숨겨두고 감시자들이 불법 사냥의 신호를 빠르게 포착하거나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그리고 에델만 남아프리카 지사가 이런 삼성의 활동을 영상에 담아 홍보한 결과 유럽 30여 개국의 19만7000명에 달하는 참가자가 감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로 인해 파생된 영상들 역시 전 세계에 19억 회 이상 노출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3. Gen Z

에델만 글로벌의 다양한 시도 가운데 Z세대로만
구성된 Gen Z lab을 조직한 것도 흥미롭다.

기업 내부든 외부든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려면 세대의 수요를 정확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이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어떤 정보원(source)을 신뢰하는지가 이전 세대와 다르기 때문이다. Gen Z lab이라는 글로벌 조직을 만든 것도 일종의 지식재산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현장에서 고객사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산발적으로 연구하는 게 아니라 Z세대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쌓여 언제든 현장에서 필요할 때 통찰을 ‘가져갈 수(take-away)’ 있도록 미리 데이터를 준비하는 것이다.

일례로 에델만 분석에 따르면 Z세대에 대한 통념 가운데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많은 이가 이 세대가 과격한 행동주의자인 줄로 알지만 사실 Z세대의 66%는 과격한 행동 없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참여이자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 혹은 기업을 끌어내리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1 의 주동 세력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Z세대는 그저 잘못한 사람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길 원할 뿐이다. Z세대의 3분의 1은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신뢰를 유지한다고 답한다. 그리고 틱톡을 가장 신뢰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여전히 유튜브를 가장 신뢰한다고 한다. 이렇듯 Z세대를 제대로 알고, 부정확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은 회사가 외부 혹은 직원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아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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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에델만에서 Gen Z를 공략해 성공리에
수행한 프로젝트가 있는지?

프랑스 에델만에서 Z세대가 관심 가질 만한 메시지와 미디어 이용 패턴을 고려해 성공시킨 프로젝트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Z세대, 즉 18∼25세의 청년 절반이 여름마다 구직 활동을 한다. 실무 경험을 쌓고, 휴가비나 학비를 벌기 위해서다. 우리의 과제는 이런 청년들이 구직을 돕는 정부 지원 서비스에 쉽게 접근하고 유입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에델만은 Z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데이트 앱인 ‘틴더’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틴더에서 매칭 상대를 승낙할 때처럼 이용자가 화면을 스와이프(swipe, 오른쪽으로 미는 동작)하면 ‘1jeune1solution(1 청년, 1 솔루션)’의 카드 메시지가 뜨고, 클릭 시 관련 정부 사이트로 연결되게끔 했다. 타깃 세대를 분석하고, 이들에게 친숙한 미디어 채널의 사용자 경험을 활용해 딱딱한 정책 홍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 것이다. 실제로 이 홍보는 청년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성과를 거뒀고 이틀 만에 기성 언론과 Z세대 미디어 등에서 100건 이상의 기사를 양산하는 등 화제성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에서도 Gen Z의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젝트들을 하고 있다는데.

올해 4월 보드카 브랜드인 앱솔루트(Absolut)가 10주년을 기념해 자사의 유명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Coachella)’ 축제를 메타버스상에서 열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미국 에델만이 기획하고 수행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디센트랄랜드(MANA)에 ‘앱솔루트 랜드’를 열고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형 보드카 조형물을 구현했으며, 참여자들이 숨겨진 수집품, 잠금 해제 경품, 할인 코드 등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가령, 뉴욕 디자인 브랜드 ‘수잔 알렉산드라’는 앱솔루트 랜드만을 위한 한정판 주얼리나 소품을 특별히 창작해 숨겨놓고 이를 찾은 아바타들이 착용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비록 가상 세계에서만 이용 가능하지만 이 같은 인터랙티브한 경험과 관련 이미지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빠르게 번져 나갔고 참여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끌었다. 이런 사례는 크리에이티비티를 발휘하면 소비자들이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든 간에 가상 세계에서도 함께한다는 기분과 소속감을 느끼게 할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할 줄 알았던 브랜드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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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mployee Engagement

직원들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직원과의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직원 결속(employee engagement) 컨설팅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을 것 같다.

그렇다. 공중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고 했는데 기업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떠오른 대상이 바로 ‘직원’이다. 그런데 직원을 1대1로 인터뷰하고 직원 관계와 관련된 컨설팅을 제공할 만한 역량을 갖춘 기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민감한 내부 정보를 다루다 보니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직원 결속 관련 문제를 진단하는지,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진단 후 태스크포스는 어떻게 구성하는지, RNR는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 명확한 계획을 보여주지 않으면 기업이 잘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 결속이라고 하면 통상적으로는 ‘회사-직원’ 관계만 떠올리기 때문에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관계의 차원(dimension)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회사-직원’뿐만 아니라 ‘직원-직원’ ‘직원-외부’ ‘회사-외부’ 관계를 세분화해 살펴봐야 한다.

그래도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임직원 보안 유지 등
여러 측면에서 기업이 자체 수행하는 게 낫지 않나?

물론 ‘회사-직원’의 차원만 보면 기업 내부만 들여다봐도 충분하다. 직원들은 회사의 평가와 보상 방식이 어떤지, CEO의 연봉은 얼마인지, 톱 매니지먼트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일방향적 통보인지,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보장되는지 등에 따라 회사를 평가하고, 이런 부분은 내부에서 진단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직원들이 진짜 회사에 대해 만족하고 결속하려면 ‘외부’에서도 좋은 회사라고 평가해야 한다. 즉, 남들이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이어야 직원 충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Z세대는 내가 좋아하는 회사보다 주변 사람도 좋아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회사에 다니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책임 있게 위기를 관리하지 못해 외부의 공격을 받으면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아무리 원활해도 직원들이 회사를 덜 신뢰할 것이다. 이렇기에 평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외부에 대한 레퍼런스(reference)를 풍부하게 보유한 전문 기업의 경험이 유용할 수 있다.

외부의 레퍼런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앞서 설명했듯이 외부 벤치마킹 대상이 많다는 의미다. 똑같은 연봉이나 근무시간이어도 동종 업계와 비교해 어떤 수준인지, 또래와 비교해 어떤 수준인지 벤치마킹 대상이 있어야 정확한 기업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상대적인 처우가 절대적인 처우보다 직원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회사 내부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이 노출될 수 있는 이런 외부의 수많은 정보를 사전적으로 수집하고 미리 회사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제공할지 판단해야 한다. 회사가 직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를 우리가 직접 디자인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직원 결속 컨설팅을 할 때마다 대표, 임원, 평사원 등 직급별로 구분해 1대1 내부 인터뷰를 시행하는데 직급 간 동상이몽 내지는 기대치의 괴리(gap)를 발견했을 때 다른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선례를 참고해 이견을 좁히고 접점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즉, 블라인드나 인트라넷을 조회하고 모니터하는 것까지는 회사가 할 수 있지만 이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보고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5. 디지털 미디어

기업들의 사내, 대외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온드
미디어’의 기획과 운영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제는 유수의 기업들이 자체 뉴스룸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에 이런 관행이 없던 시절 미국의 사례들을 참고해 삼성에 뉴스룸을 열어볼 것을 처음 제안했다. 사실 회사로서는 자사 입장을 충실하게 홍보하고 최대한 많은 이해관계자와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기성 미디어만 활용할 때는 한계가 있다. 특히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의 경우 단순히 한국 미디어를 넘어 외국 미디어와도 접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일일이 매체별로 접촉하는 것보다 자사 창구를 통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언론과 관계를 맺지 않아도 콘텐츠를 업로드만 시켜 놓으면 알아서 매체들이 필요에 따라 가져가다 보니 내용에 대한 통제력도 더 생기고, 회사의 구미에 맞는 정보를 원하는 형태로 가공해 전달할 수 있다. 다른 미디어에 덜 종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플루언서들이 관심 가지고 활용할 만한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노력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뉴스룸 운영에 대한 기업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인가?

그렇다. 과거 삼성전자가 갤럭시S6엣지 출시를 앞두고 ‘갤럭시 블레이드 엣지’란 스마트 식칼을 출시했다는 만우절 장난 콘텐츠를 삼성 뉴스룸에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보도 자료를 단 한 건도 배포하지 않았음에도 1000여 개의 글로벌 언론에 관련 내용이 소개됐다.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만우절 관련 가장 히트 친 콘텐츠로 꼽힐 정도다. 이런 가벼운 농담뿐 아니라 제품 관련해서도 뉴스룸에 기능이나 그 혜택을 설명하는 글, 이미지, 영상 등을 올려놓으면 영상은 방송 매체가, 글이나 이미지는 텍스트 매체가 알아서 편집해 활용하기 때문에 확장성이 매우 좋다. 뉴스룸 운영자 입장에서는 삼성 언팩(unpack)처럼 일회성 이벤트가 있을 때만 콘텐츠를 올리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항상 콘텐츠를 생산,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에디토리얼 캘린더(editorial calender)’를 짜서 누구를 인터뷰하고, 인터뷰 내용을 어떻게 영상화하고, 인포그래픽은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계속 논의해야 한다. 물론 이때 회사 내부 홍보팀도 스토리텔링의 소재를 함께 발굴하고, 내부 구성원을 연결해주고, 최종 검수해준다. 이 같은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도 높고, 오디언스 역시 뉴스룸을 이미 하나의 미디어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던데
유튜브 콘텐츠 제작 역량을 다 갖추고 있는 건지?

유튜브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채널 분석 등을 디지털 팀에서 모두 총괄한다. 국내에도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스튜디오가 있고 영상 프로덕션 역량을 갖추기 위해 에디터부터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직무별로 인력들도 다 갖춰져 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도 인도, 유럽 등에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디지털 팀의 인력 규모를 한국 사례만 놓고 봐도 에델만코리아 전체 인력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영상을 100% 자체 제작할 때도 있고 일부 외주를 맡길 때도 있다. 최근에는 에델만이 제작한 영상이 세계 최대 광고제인 칸 라이언스에서 그랑프리 대상을 받기도 했다. 물론 홍보 전문 기업이 이런 광고 축제에서 유수의 광고사들을 제치고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제작 역량이 뛰어나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 초 분량의 영상을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제작에서 그치지 않고 그 캠페인이 어떤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고, 어떻게 확산되는지의 여정을 보여줌으로써 크리에이티비티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럴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유튜브 영상의
사례가 있나?

유튜브를 통해 성공적으로 타깃 고객군에 도달한 사례로는 호주 HP사의 유튜브 영상을 들 수 있다. 에델만이 호주 HP의 의뢰를 받아 PR 영상을 찍을 때 가장 큰 고민은 호주에서 애플 시장점유율이 HP의 2배에 달하고 대다수 시청자가 맥(Mac) 이용자이기 때문에 아무도 HP 영상을 관심 있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애플의 아성이 견고하긴 하지만 맥에 대한 충성도가 감소하거나 맥 생태계에서 이탈하는 소비자들의 23%는 애플의 대안으로 HP를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에델만은 이 틈새를 겨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새로운 노트북을 검색하는 애플 유저, 맥 사용자 후기나 언박싱 영상을 찾아보는 이들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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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타깃 분석을 바탕으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의 주인공 데이브가 맥북 프로와 함께 ‘커플 카운슬링’을 받으면서 맥북 프로에 불만을 털어놓는 장면과 함께 이제는 헤어질(move on)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HP가 카운슬링을 잘해주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맥에서 이탈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이 영상은 맥북 프로의 최신 버전 출시와 맞물려서 배포됐으며 언드 미디어(earned media)를 활용한 성공적인 확산 사례가 됐다. 실제로 1000만 명의 호주인들에게 노출되면서 HP의 구매 의향을 기존보다 300배 높이는 바이럴 효과를 낳았다.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채널 전략은
어떤 식으로 짜나?

고객 여정을 분석하는 게 먼저다. 그래야 어떤 채널을 활용했을 때 가장 적은 비용으로 도달, 노출을 극대화할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에 광고비를 집행하는 팀도 있지만 이것만 하면 다른 광고 회사와 차별화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언드 미디어를 통해 확산시킬지에 집중하는 팀도 있다. 예를 들어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도브(Dove)의 ‘리얼 뷰티 스케치(Real Beauty Sketches)’ 캠페인 광고는 페이드, 온드, 언드 미디어를 혼합해 큰 성과를 얻은 사례로 지금까지도 바이럴 영상의 표준으로 꼽힌다. 최대한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회자되도록 관심을 얻는(earn) 데 집중하되 그 지속 시간이 짧으므로 관심이 식을 때쯤 광고(paid) 전략을 병행해 꾸준히 계단식 상승을 구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광고는 단기적으로 집행하는 기간에만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혼합 전략을 구사하면 콘텐츠가 계속해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융합의 시대, 성공적인 PR를 위해서는
어떤 미디어를 활용해야 할까?

2018년 신뢰도 지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자 가운데 어떤 콘텐츠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같은 내용을 최소 3번에서 5번 이상 들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10번 들어야 신뢰할 수 있다고 대답한 비율도 12%나 된다. 한국 응답자만 대상으로 보면 10번 들어야 한다는 비율이 27%에 달한다. 그만큼 기업의 이야기, 기업이 전하려는 콘텐츠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편이라는 의미다. 특히 Z세대의 70%는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가 진실인지 팩트체크(fact check)를 하고, 혹여나 거짓으로 판명이 되면 언팔로우할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은 만큼 진위 여부를 까다롭게 평가한다.

따라서 기업 관련 메시지는 여러 채널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령, TV에만 광고를 실어서는 TV를 보지 않는 계층에게 닿을 수 없고 접근 빈도가 제한되니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디어 믹스(mix)가 중요한 이유다. 이처럼 전통 미디어인지, 뉴미디어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기 장단점이 있고 타깃 고객이 다른 만큼 가용 채널을 전부 활용한 믹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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