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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인플루언서 홍보 전략 어떻게

널리 알릴 건가, 임팩트를 높일 건가
기업 타깃에 맞춰 ‘디지털 오피니언 리더’ 활용을

노혜령 | 352호 (2022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효과적인 인플루언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첫발은 꼭 맞는 파트너를 찾는 데서 시작된다. 인플루언서를 찾을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은 크게 두 가지, 양적인 ‘도달(reach)’과 질적인 ‘임팩트(impact)’다. 콘텐츠의 도달 범위를 넓히려면 당연히 팔로워 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임팩트를 높이려면 인플루언서의 전문성, 진정성, 친밀감 등 질적 기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한 디지털 인플루언서들은 전통 셀럽보다도 기업들에 의미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전통 셀럽이 협찬 및 상업 콘텐츠를 올리면 팔로워들의 구매 의향이 떨어지지만 끈끈한 유대와 공감대를 형성한 인플루언서가 올리면 팔로워들도 기꺼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런 파트너를 기업 목적에 맞게 잘 활용하려면 1) 인플루언서가 게시물을 올리는 타이밍은 언제인지 2) 전달하려는 콘텐츠가 감성을 자극하는지 3) 팔로워들의 네트워크 구조는 어떤지 등을 고려해 나노, 마이크로, 매크로, 메가 인플루언서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믹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기성 대중 매체가 여론을 지배하던 시대에는 PR의 중심이 기자와의 관계 관리에 있었다. 효율적으로 여론에 영향을 미칠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여론은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서만 형성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여론 형성의 키는 어디로 향할까?

소셜미디어 시대의 여론 주도자

커뮤니케이션 효과 이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2단계 유통 가설’이다. 신문 방송 등 언론 매체가 보도하면 적극적인 뉴스 소비자인 오피니언 리더가 이를 수집하고 선별하고 해석해 대중에게 전달함으로써 여론이 전파된다는 주장이다. 1948년 폴 라자스펠드 등이 선거 캠페인 연구에서 이 가설을 처음 제기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강한 물음표가 제기됐다. 정부 발표는 기자를 통하지 않고도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대중 역시 직접 정보를 찾아보고 이해하고 해석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20년 발간된 논문 한 편1 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준다. 이 논문은 2015년 파리협약 참석자들의 트위터 데이터를 수집해 누가 여론 확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던 파리협약에는 각국 정상들을 포함한 공식 정부 대표단 이외에도 다양한 관계자가 3만여 명가량 참석했다. 이에 연구자들은 GPS 기능과 해시태그를 활용해 정치인, 과학자, 기업 관계자, 언론사 기자, 시민운동가 등 5개 주요 섹터의 참석자가 트윗으로 날린 관련 정보가 얼마나 확산됐는지 분석했다.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트위터상의 여론 주도자는 기자가 아니라 정치인이었다. 정치인 트윗의 리트윗 숫자는 기자의 3배였다. 정보 확산 네트워크에서 얼마나 중심적인 역할을 했는가를 보는 다양한 지표에서도 정치인이 기자를 압도했다. 시민단체와 과학자도 정치인 못지않게 많은 트윗을 날렸지만 리트윗 숫자는 정치인의 4분의 1에서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팔로워 숫자도, 트윗을 퍼뜨리는 유저의 숫자도 정치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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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궁극적으로 입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실행할 책임 있는 당사자다. 반면 과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의견을 제공하고, 기자들은 전달할 뿐이다. 트위터 유저들은 이런 맥락에서 정치인들을 파리협약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라고 봤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가장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사람이 정보를 직접 대중들에게 전달한다. 물론 ‘누가 인플루언서인가’는 분야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정보 유통의 패턴과 중심 플레이어가 달라지면서 PR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자기 의견과 관심사를 개인 블로그에 공유하는 블로거가 탄생한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까지 지난 10여 년간 소셜미디어의 발전은 숨 가쁘게 진행됐다. 이들 소셜미디어에서 활발하게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 주체들의 이름도 소셜미디어 스타, 마이크로-셀럽(셀러브리티),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으로 다양하다. 이름만 다를 뿐 모두 소셜미디어상에서 유저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칭한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기업과 정부 관계자 등도 이들 인플루언서에게 상품, 브랜드,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인플루언서 마케팅 및 PR라고 한다.

인플루언서 산업 규모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독일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의 추산에 따르면 올해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200억 달러(약 2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PR 에이전시 산업의 매출 합계를 기준으로 한 올해 전 세계 PR 산업 규모가 484억 달러(약 63조 원)임을 감안하면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이 시장이 얼마나 급성장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3∼4년 전 본격화된 인플루언서 바람은 미국과 유럽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 분석 회사 이마케터(eMarketer)는 올해 미국 마케터의 75%가 인플루언서들에게 마케팅 예산을 집행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년 전보다 10%포인트나 늘어난 숫자이며 2025년에는 85%를 약간 밑도는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전 세계 인플루언서 관련 기업의 숫자도 2021년에만 26% 증가해 1만9000개에 달한다. 전 세계 PR 에이전시의 15%에 육박하는 숫자다. 지난해 10월 시장 조사 기관 칸타타코리아가 내놓은 이커머스 행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는 쇼핑할 때 친구(22%)보다 인플루언서(29%)의 말에 의존해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32%) 다음으로 의지했다.

효과적인 인플루언서를 찾는 기준

기업들도 이제 인플루언서를 빼놓고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없다. 효과적인 인플루언서 커뮤니케이션의 첫발은 꼭 맞는 파트너를 찾는 데서 시작된다. 적합한 마케팅 PR 대상으로서 인플루언서를 찾을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은 크게 두 가지, 양적인 ‘도달(reach)’과 질적인 ‘임팩트(impact)’다.

양적인 관점에서 인플루언서를 분류할 때는 팔로워 숫자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주로 팔로워 숫자를 기준으로 메가, 매크로, 마이크로, 나노로 나뉜다. 소셜미디어 유저 규모의 변화에 따라 이 경계를 나누는 수치 기준도 달라지지만 통상 팔로워 100만 명 이상을 메가, 10만∼100만 명 사이는 매크로, 1만∼10만 명 사이는 마이크로, 1만 명 이하는 나노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팔로워가 많아질수록 인플루언서-팔로워 간 관계는 느슨하고 관여도도 낮아진다. 반대로 팔로워 숫자가 적어질수록 활발한 소통과 상호작용으로 인플루언서-팔로워 관계가 친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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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팔로워 숫자로 인플루언서를 나누는 까닭은 메시지가 미치는 도달 범위 때문이다. 도달은 양적인 잣대이며 많은 팔로워를 거느릴수록 메시지는 더 많이 도달한다. 단, 도달 범위는 직접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반경을 넘어 팔로워의 팔로워, 또 그 팔로워를 통해 2차, 3차 확산되는 범위까지 포괄한다. 직접 팔로워 숫자가 많지 않더라도 2차, 3차 확산을 통해 행사되는 파워가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에서는 나노 인플루언서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도달도 무시할 수 없다.

질적인 관점에서 인플루언서의 파워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는 영향력이다. 여기서는 ‘오피니언 리더십’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오피니언 리더란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전문가의 의견은 대중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참고 사항이 된다. 전문성과 더불어 진정성과 친밀감도 효과적인 인플루언서를 선택하는 3대 질적 기준이다. 그중에서도 전문성이 중요한 까닭은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인플루언서가 팔로워들과 친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 그 위에 진정성 있는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무조건 팔로워 숫자가 많은 인플루언서만 찾기보다는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는지 여부를 반드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홍보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싱크로율이 높은 인플루언서를 찾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인플루언서와 브랜드 또는 제품 간 싱크로율이 높을 때 진정성이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있으면 콘텐츠 설득력도 강해져 긍정적 커뮤니케이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플루언서와 팔로워 간 친밀감도 중요하다. 소규모 인플루언서는 대개 자기 팔로워들과 친밀한 유대를 맺는다. 일방향이 아니라 서로 맞팔로우를 하면서 호혜적인 유대를 맺는 사례가 더 많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 확산을 연구한 한 논문에 따르면 팔로워 규모가 작은 인플루언서의 경우 강한 유대(strong ties)의 비중이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의 5배에 달했다. 이렇게 끈끈한 커뮤니티에서 취향이 맞는 콘텐츠를 내놓으면 바이럴 효과도 높다. 소규모 인플루언서들이 올리는 콘텐츠가 팔로워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가치관과 일치할 경우 매우 높은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보통 메가 인플루언서의 경우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틱톡에 콘텐츠를 올릴 때 홍보 효과가 높다고 한다.

결국 인플루언서를 찾을 때는 팔로워 숫자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갖췄는지, 제품 및 브랜드와의 싱크로율이 높은지, 팔로워들과 친밀한지, 어느 소셜미디어에 가장 적합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제품 및 브랜드-인플루언서-팔로워-소셜미디어’까지 4각 핏이 맞는 짝을 이뤄 PR를 진행하는 것이 효과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DBR mini box I: ‘글로시에’의 인플루언서 커뮤니케이션 전략

홈페이지에 톱 모델 아닌 고객의 셀카 사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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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잡지 ‘보그’의 뷰티 에디터에서 화장품 회사 창업자로 변신한 에밀리 와이스(Emily Weiss) 글로시에 전(前) CEO는 ‘후드티 같은 운동복에 잘 어울리는 뷰티 브랜드’를 브랜드 론칭 아이디어로 삼았다. 정해진 뷰티 공식에서 벗어나 개성 있는 믹스 앤드 매치를 추구하는 10∼20대 ‘쿨 걸’을 위한 뷰티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실제로 와이스 전 CEO는 2014년 회사를 창업해 8년 만에 매출 1억8000만 달러(약 2400억 원) 규모의 뷰티 브랜드로 키워냈다. 글로시에의 특징은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온라인 직접 판매 방식에만 의존해 지금의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와이스 전 CEO는 유통 채널에 제3의 물결이 불어오는 것을 보고 이런 전략을 짰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유통 채널의 제1의 물결은 뷰티 브랜드가 자기 매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선생님처럼 뷰티 트렌드를 가르치던 시기다. 그리고 제2의 물결은 프랑스 럭셔리 하우스 LVMH의 세포라처럼 화장품 편집숍들이 수백 종의 브랜드를 한데 모아 놓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던 시기다. 마지막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제3의 물결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신뢰하기 시작한 시기다. 온라인 리뷰를 읽고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받아 립스틱을 사는 식이다.

이 시기에는 나탈리 포트먼 같은 세계적 스타 한 명을 앞세워 ‘변치 않는 글래머’ 같은 구호를 외치는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대중에게 단일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는 차세대 소비자 Z세대를 붙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차세대 소비자들은 옆집 친구 같은 매력의 인플루언서들이 내보이는 진정성에 열광한다.

글로시에는 지난 6월 론칭한 신제품 아이라이너 No. 1 펜슬을 100명의 다양한 인플루언서에게 나눠주고 각자 자유롭게 화장한 모습을 올리도록 독려했다. #writteninglossier라는 해시태그를 붙여서 말이다.

싱어송라이터로 스타 반열에 오른 올리비아 로드리고 같은 셀럽부터 팔로워 1000명 정도의 나노 인플루언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팔로워 숫자보다는 핏이 잘 맞는 밀착형 인플루언서 커뮤니케이션도 중시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글로시에의 철학은 인스타그램 홈페이지에서도 드러난다. 대부분의 뷰티 브랜드 홈페이지는 톱스타 광고 모델을 내세워 스튜디오에서 고급스럽게 연출한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반면 글로시에 홈페이지에 채워져 있는 사진들은 절반 이상이 글로시에의 충성 팬들이 해시태그를 달고 올린 자연스런 셀카들이다. 매일 운영자가 글로시에 해시태그를 단 셀카들을 공식 계정으로 리그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브랜드 팬들은 자기 셀카가 ‘뽑히길’ 기대하면서 더 많은 셀카 사진을 올리며, 이는 또다시 충성고객 강화로 이어진다. 첫 화면에 걸려 있는 카피부터 브랜드 정체성을 말해준다.

“글로시에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뷰티 생태계입니다. 스킨이 먼저, 메이크업은 두 번째.”

아날로그 셀럽과 디지털 인플루언서의 차이

과거 연구들에 따르면 신체적 매력도는 광고 모델의 광고 효과를 높인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가 오늘날 인플루언서들에게도 적용될까? 과연 눈길을 끄는 외모의 인플루언서가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서 호감이 높아질까? 답은 ‘그렇다’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구매 의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2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외모보다 평소 밝힌 견해나 태도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런 견해와 태도가 콘텐츠와 합치할 때 팔로워들이 진정성 있다고 판단하고 설득되기 때문이다. 매스미디어 시대 셀럽들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외모였지만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바로 진정성이다.

이런 차이는 ‘준사회적 관계’라는 용어로 설명된다. TV에 나오는 셀럽과 진짜 아는 사이처럼 착각하고 환상을 갖는 게 준사회적 관계다. 친밀하다고 느끼면 신뢰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런 느낌은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인다. 매스미디어 시대에 준사회적 관계는 완벽한 허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미남 미녀가 아니라 옆집 이웃이나 회사 동료 같은 사람들이 내 댓글을 읽고 답하면서 실제 상호작용을 한다. 팔로워들 입장에서는 보다 ‘실체가 있는’ 준사회적 관계를 맺게 되는 셈이다. 이런 친밀한 느낌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의 뛰어난 외모가 설득력을 더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준사회적 관계가 신뢰도 향상으로까지 연결되는 경우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본 팔로워의 구매 의도가 높아진다는 결과는 국내외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뒷받침된다.

전통 셀럽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의 또 한 가지 차이는 상업적 콘텐츠에 대한 팔로워들의 태도다. 핀란드 인스타그램 마케팅 에이전시가 관리하는 인플루언서(팔로워 2000명 이상)들을 연예인 셀럽과 일반인 인플루언서로 나눠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인플루언서 콘텐츠에 대한 팔로워들의 태도나 구매 의향은 협찬이든 비상업적 내용이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예인 셀럽의 콘텐츠가 협찬일 경우에는 팔로워들의 구매 의향이 낮아졌다. 팔로워들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가 협찬 콘텐츠를 내보낼 때만 옆자리 동료가 추천하듯 믿고 너그럽게 봐주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3 따라서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면 무조건 팔로워가 많거나 유명한 사람을 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팔로어를 가졌더라도 끈끈한 관계를 형성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쪽이 비용 대비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팔로워들이 인플루언서와 비슷한 연령대이고, 유사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할수록 공감대가 더 많이 형성되고 설득 효과도 높아진다. 이 경우 협찬 고지 콘텐츠로 소개되는 상품에 대해서도 팔로워들은 긍정적 태도와 높은 구매 의도를 보인다. 평소 협찬 콘텐츠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던 사람들도 인플루언서와 본인의 유사성이 높은 경우 부정적 의견을 누그러뜨렸다. 설령 협찬 콘텐츠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던 사람일지라도 인플루언서와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면 콘텐츠 만족도가 높아지고 잘 설득된다는 얘기다. 반면 협찬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던 사람들은 애초에 인플루언서와의 유사성과 상관없이 높은 구매 의도를 보였다.4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인플루언서와의 친밀감과 유사성이 협찬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조심할 점도 있다. 인플루언서와의 친밀감이 높을수록 추천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부정적 구전 효과도 더 강화된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DBR mini box II: 인플루언서의 역할에 관한 2가지 가설

2단계 유통 가설 vs. 다단계 네트워크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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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대중 매체 시대에는 정보를 과점한 언론사들이 주요 뉴스를 보도하면 미디어의 적극적 소비자인 오피니언 리더들이 정보를 수집, 해석, 확산시켰다. ‘대중 매체 → 오피니언 리더 → 대중’의 2단계로 정보와 여론이 퍼졌다는 의미다. 이를 정보의 2단계 유통 가설이라고 한다. 이 가설을 제기한 사회학자 폴 라자스펠드는 1940년 민주당 후보였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공화당 후보였던 웬달 윌키 간에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을 벌였던 오하이오주 이리 카운티에서 600가구 총 24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7번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해 유권자들의 선거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 직접적으로 뉴스를 보고 투표 선호를 바꾼 사람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언론에서 직접 메시지를 받지 않고 커뮤니티 내 오피니언 리더들과 대화하면서 간접적으로 정보를 전달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 연구는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에서 입소문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언론은 대중에게 제한된 영향력만 갖는다고 결론을 내렸다.i

하지만 평균 6명의 지인을 거치면 모든 사람이 연결된다는 ‘작은 세상’ 네트워크 연구로 유명한 던컨 왓슨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2단계 유통 가설에 반박했다. ‘인플루엔셜, 네트워크, 그리고 여론’이라는 논문ii 을 통해 여론 확산이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수학적 모델에 기반을 둔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을 통해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들이 반드시 폭포수같이 거대한 정보 유통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님을 증명했다. 수많은 주체가 정보를 주고받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한두 가지 조건만으로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주장한 셈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더 발달하고 인플루언서 커뮤니케이션이 고도화되면서 왓슨의 주장에 힘을 싣는 연구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왓슨의 주장대로라면 인플루언서들은 평균적인 개인들보다 ‘약간 더 중요한 정도’의 사람이고 대부분의 여론 변화는 ‘쉽게 영향을 받는 개인들’의 네트워크에서 임계점의 조건이 맞으면 발생한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인플루언서의 효과 역시 절대적인 게 아니며 기업이나 정부도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특징과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 최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인플루언서 활용 전략

1. 게시물은 팔로워 활동 시간에 올려라

팔로워 숫자와 프로필이 유사한 두 인플루언서가 똑같은 콘텐츠를 정확히 똑같이 두 달간 중국 웨이보에 나란히 올렸다. 그런데 한 명의 콘텐츠는 7654회, 다른 하나는 104회 공유됐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났을까? 답은 ‘활동 시간’에 있었다. 팔로워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시간에 게시한 인플루언서의 콘텐츠가 더 많이 공유된 것이다. 이에 반해 다른 한 명은 팔로워들의 활동 비수기에 콘텐츠를 게시했다. 타이밍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특히 메가 인플루언서들에게 이런 타이밍 효과가 중요하다. 소셜미디어에는 최신 게시물이 맨 위에 올라오기 때문에 오래된 게시물은 뒤로 밀린다. 메가 인플루언서의 경우 팔로워들과의 관계가 느슨하다 보니 팔로워들이 한 번 놓친 콘텐츠를 다시 못 볼 확률이 높다. 지나간 콘텐츠를 다른 곳에서 우연히 접할 확률은 아주 낮다. 반면 마이크로 및 나노 인플루언서의 경우 팔로워들과의 관계가 끈끈하기에 팔로워들이 콘텐츠를 놓쳤더라도 밀려난 콘텐츠를 직접 찾아볼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가 게시물을 올리는 타이밍을 팔로워들의 활동량이 많은 시간대에서 적은 시간대로 바꿨더니 게시물의 공유 숫자가 23.1% 감소했다. 반면 소규모 커뮤니티의 인플루언서가 시간대를 바꿨을 때는 12.1%만 감소했다. 이는 팔로워를 많이 거느린 인플루언서와 협업할 때일수록 팔로워 활동 시간대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2. 감성적인 콘텐츠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에게 맡겨라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의 경우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팔로워들이 더 활발히 공유한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팔로워들과 강한 유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팔로워들의 감성을 건드림으로써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감정에 호소하는 콘텐츠를 홍보할 경우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다. 가령, 스킨케어 상품의 소비자 테스트를 한다고 치자. 이런 콘텐츠는 개인적 연관성이 높으며 감성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이때는 비용이 많이 드는 메가 인플루언서보다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해 입소문을 확산시키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2014년 코카콜라가 벌였던 ‘헬로, 행복 전화박스(Hello Happiness Phone Booth)’ 캠페인은 잔잔한 감동으로 소셜미디어를 물들였던 대표적인 예다. 이국땅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힘든 노동을 이어가던 아시아의 블루칼라 이주 노동자들은 일당 약 6달러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국제전화를 걸려면 분당 0.91달러. 6.6분만 전화해도 하루 벌이가 다 날아가는 처지였다. 코카콜라는 음료의 플라스틱 병뚜껑을 동전처럼 사용해 전화할 수 있는 공중전화 부스를 제작해 아시아 노동자들의 숙소가 있는 장소에 설치했다. 가족과의 전화 한 통에 얼굴의 고단함이 행복으로 바뀌는 코카콜라의 이 감성적인 캠페인 영상은 나노 인플루언서들의 공유 물결을 타고 소셜미디어에 번져 나갔고, 많은 입소문을 일으키며 성공적인 홍보 사례로 꼽히게 됐다.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강한 부정적 감정이 일어날 때도 작은 커뮤니티의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비윤리적 행동이 발생해 회사에 대한 감정이 격해졌을 때 회사나 유명인보다는 무명의 나노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정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편이 신뢰도 타격을 줄일 수 있다. 반면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아닌 개인적 취향과 거리가 있는 팩트 중심의 이슈나 시의성이 중요한 메시지는 메가 인플루언서와 손잡는 것이 확산에 유리하다.5

3. 메가 인플루언서 고집 말고 믹스 전략을 짜라

그렇다면 팔로워 숫자가 200만 명 이상인 메가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것은 여론 확산에서 압도적인 효과를 보장해 줄까? 그렇다는 주장이 소위 ‘인플루엔셜 가설’이다. 하지만 학계의 스타 과학자인 던컨 왓츠 교수가 정교하게 설계된 컴퓨터 네트워크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팔로워를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꼭 여론을 더 멀리, 더 빨리 확산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옆 사람에게 쉽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끼리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임계점을 넘을 때 정보의 급속한 확산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단, 필요조건들이 맞아떨어진다는 전제하에서만 이런 확산이 가능하다. 수많은 사람과 연결된 한 명의 슈퍼 인플루언서가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자동적으로 정보가 폭포수처럼 퍼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크고 잘 타는 재질의 나무에서 발화가 시작된다고 불이 더 빨리 번지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산불의 크기는 바람, 온도, 낮은 습도, 가연성 연료의 분포 등 여러 조건이 결합됐을 때 결정된다. 여론의 확산도 디지털 유저들 간 상호작용의 속성, 네트워크 구조, 사회적 맥락 등 많은 요소가 결합돼 결정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주고받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을 때 오히려 정보가 더 빨리 확산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보를 널리 퍼뜨리고 싶으면 메가 인플루언서에 의존하기보다는 콘텐츠 특성, 인플루언서 특성, 팔로워 성향, 해당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등 정성적 판단을 바탕으로 최적의 조합을 짜야 한다. 성과가 정량적 지표로 측정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여전히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판단은 중요하다. 갈수록 복잡해질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인플루언서 커뮤니케이션과 기성 미디어 기자 관리 간 최적의 믹스를 찾아 효과적 여론 관리의 길을 모색하는 것은 또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


노혜령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hye.roh@gmail.com
노혜령 교수는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신문 섹션형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창업해 일간지에 매각했다. CJ E&M과 ㈜CJ에서 마케팅과 홍보기획을 책임지는 임원으로 재직했다. 현재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로 ‘정보화와 커뮤니케이션 트렌드’ ‘디지털과 미디어 융합’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가짜뉴스 경제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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