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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회 배송으로 시작, 신선식품 물류 혁신한 ‘오늘식탁’

데이터에 기반한 정확한 수급 예측
超신선식품 배송 시장에 ‘신선한 바람’

장선희 | 349호 (2022년 0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신선식품을 주문 직후 수 시간 내에 집 앞으로 배송하는 ‘퀵 커머스’가 유통업계의 화두다. 업계에 따르면 퀵 커머스 시장은 5년 내에 5조 원 규모의 대형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1 이런 분위기 속에 ‘회 당일 배송’이라는 모토를 내세워 커머스 사업에 뛰어든 ‘오늘식탁’은 농축산물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며 신선식품 퀵 커머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오늘식탁의 성공 비결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① 데이터를 활용한 수요와 공급의 정확한 예측

② 기존 대형 물류 업체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물류 시스템을 개발

③ 물류 시스템 기반 위에 수산부터 농축산물까지 제품군의 꾸준한 확대


‘누가 대신 장 봐서 집에 가져다줬으면. 단 1∼2시간 안에.’

아마존의 물류 담당 IT 엔지니어였던 26살의 인도계 청년 아푸바 메타(Apoorva Mehta)는 이 아이디어에 착안해 2012년 ‘인스타카트’를 창업한다. 일반인 쇼퍼(shopper)가 고객 대신 장을 봐서 집으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로 이 회사는 북미 최대의 식료품 배달 서비스 업체가 됐다. 아푸바 메타는 당시의 ‘공유경제’ 분위기를 타고 창업한 차량 호출 업체 ‘우버’의 운영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인스타카트는 무거운 짐을 싣고 올 자동차가 없거나, 혹은 차가 있어도 장 보러 갈 시간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창업한 지 채 10년도 안 돼 이 회사는 아마존의 ‘아마존 프레시’를 제치고 북미 최대의 식료품 배달 서비스 업체로 자리매김했다.2

2017년부터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 ‘오늘회’를 운영 중인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39)는 2014년 무렵 인스타카트의 사업 모델과 급격한 성장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인스타카트가 우버의 사업 모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듯 김 대표 역시 인스타카트의 성장을 보며 ‘신선식품 당일 배송’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특히 김 대표는 당시 위메프와 마켓컬리 등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으며 신선식품 배송 사업이 급성장하는 분위기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체감하던 중이었다. 식품 배송 전반의 프로세스를 경험할수록 대규모 물류 창고와 재고, 배송 트럭 같은 유형 자산 없이도 고객에게 1∼2시간 내에 식료품을 배송할 수 있게 한 인스타카트의 시스템은 분명 국내에서도 사업성이 있어 보였다.

김 대표는 “한국의 인스타카트가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퇴사 후 본격적으로 신선식품 배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대형 유통 업체를 포함해 신선식품 당일 배송이 가능한 업체는 전무했다. 김 대표의 이러한 시도가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던 이유이자 새로운 기회이기도 했던 이유다.

사업성을 확신한 김 대표는 기존의 대형 식품 배송 업체들을 찾아 “당일 배송 업무 개발을 맡겨 달라”고 했다. 하지만 다들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업 모델”이라고 거절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김 대표가 맨손에서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올해 직원 수 80명, 매출액은 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신선식품 물류 스타트업으로 컸다. DBR가 최근 경쟁이 치열한 퀵 커머스 시장에서 커머스 분야는 물론 물류 업계에서도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는 오늘식탁의 성장 비결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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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은 ‘회’

‘회’와는 접점이 전혀 없던 김 대표가 신선식품 중에서도 가장 먼저 ‘회’라는 아이템을 선택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전 직장 선배로부터 거제도의 한 선장을 소개받은 게 계기가 됐다.

선장은 서울 지역에 횟감을 팔고 싶어 했지만 방법을 몰랐다. 붐비는 관광 철이 아니면 수요가 들쭉날쭉해 버려지는 횟감이 적잖아 속을 태운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수요만 있다면 자연산 생선을 잡은 직후 손질해 서울로 보낼 수 있다”는 선장의 말에 아이디어가 스쳤다. ‘신선 제품 전반을 당일 배송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신선식품 중에서도 가장 예민하고 다루기 힘든 ‘회’라는 아이템으로 먼저 실현해보기로 한 것이다.

갓 잡은 생선을 빠르게 손질해 배송하면 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별도의 약품 처리나 가공 과정도 불필요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선 서울에서 접하기 힘든 신선한 자연산 회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고, 생산자는 판매가 안 되면 바로 썩어버릴 생선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그렇게 2017년 1월부터 회 배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첫 시작은 소박했다. 페이스북에 “자연산 회 당일 배송해드립니다”라고 올린 게시물이 시작이었다. 처음엔 지인들 위주로 구매가 이어졌다. 이후 ‘합리적인 가격에 싱싱한 자연산 회를 바로 다음 날 배송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자 개별 구매에서 공동구매 형식으로 점차 규모가 커졌다. 공동구매가 열릴 때마다 횟감은 삽시간에 품절됐다. 먼저 특정 수산물의 ‘공구’를 요청해오는 사람들도 늘었다.

신선한 회를 빠르게 배송받고자 하는 수요는 예상보다 컸다. 김 대표는 같은 해 3월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년 동안은 직접 사이트를 만들고 포토샵으로 이미지와 배너도 손수 편집해 올렸다. 점차 규모가 커지자 개발자 등 전문가를 영입해 본격적으로 팀을 꾸렸다.

그렇게 회 배송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9년, 21억 원의 매출 규모를 달성했다. 제품군을 회에서 현재의 농축산물 등 신선식품 전반으로 늘린 2021년에는 19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약 7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문 건수도 올해는 84만 건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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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산지 현황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공급을 본격적으로 늘리려다 보니 여러 난관이 있었다. 특히 서울에서 사전 조사한 것과 현지의 상황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초창기에는 양식이 아닌 자연산만 취급하는 업체를 찾으려다 보니 정보가 더욱 제한적이기도 했다.

온라인에는 ‘문어 전문’ 업장으로 소개됐지만 막상 가보면 문어는 2∼3년 전부터 조업을 중단한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업체는 “하루에 광어 1000마리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막상 계약을 맺기 위해 직접 방문해보면 매우 영세하거나 조업 능력 자체가 부족해 보이는 곳도 있었다. 물건을 어디서, 어떻게, 누가 잡은 건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정보가 두루뭉술하게 제공되는 경우도 태반이었다.

사실상 사무실에 앉아만 있어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고 얼마 안 되는 정보마저 대부분 부정확했다. 이에 김 대표는 일일이 산지를 발로 뛰어 연락처를 확보하고, 주요 품목부터 생산 능력까지 꼼꼼하게 정리했다. 직접 전라남도 신안, 나로도 등 국내 곳곳의 섬을 찾아 산지 현황을 둘러봤다. 그럴수록 “수산물 생산과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이 커졌다.

어렵사리 업장을 찾았다고 끝이 아니었다. 본격 협력 계약을 맺기 전에 상품의 상태와 가공 과정 역시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현지에서 알음알음 소개받은 파트너 업장들을 하나하나 관찰한 결과 큰 문제가 있었다.

어떤 업장은 광어를 먹기 딱 좋은 식감으로, 깨끗하고 균일하게 썰어내는 데는 100점을 줄만 했지만 생선 수급 자체가 들쭉날쭉해 불안했다. 원물 수급이 불안정하면 서울에 물건이 올라오는 시점 자체가 늦어질 수 있어 배송 지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업장에선 원물 수급은 주문한 물량대로 차질 없이 제공될 수 있었지만 수산물을 가공하고 제조하는 역량이 전혀 없었다. 현장을 직접 둘러보다 보니 특히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끔 원물을 가공할 능력이 없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먼저 분업화와 표준화 작업부터 시작했다. 실사를 통해 협력업체들의 조업 역량을 파악하고 서울 근교의 가공 업체들을 수배했다. 광어 수급에 자신 있는 업체는 가공 능력이 뛰어난 업체에 원물을 넘겼다. 가공 업체는 김 대표가 만든 표준 매뉴얼대로 횟감을 썰었다. 김 대표는 회 낱개의 굵기부터 상품 구성, 포장 용기, 포장 방식까지 모두 구체적으로 매뉴얼화해 업체에 공유했다.

현지에서 물량을 수급해 가공까지 단번에 진행하니 가격 경쟁력이 확보됐다. 오늘회가 자연산 돌돔회를 1㎏에 5만9900원으로 팔던 시기,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비슷한 중량의 양식 돌돔회 가격은 10만 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회를 통해 신선식품 커머스를 시작한 뒤 열악했던 신선식품 배송 업무 전반을 경험한 것은 농축산품까지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해나가는 요즘까지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누적한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목별로 소비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 가격을 설정했다. 그리고는 그 범위 안에서 가격을 책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빠른 배송 덕에 신선함이 유지되고 가격까지 합리적이니 고객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늘식탁의 회원 수는 현재 80만 명에 달한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약 120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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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에 기반을 둔 정확한 예측

초(超)신선식품 배송 업체는 속도가 생명이다. 속도는 제품의 신선도와 직결된다. 주문을 받는 순간부터 물건을 배송하기까지 1분 1초의 시간도 허투루 쓸 수 없다. (DBR minibox Ⅰ ‘퀵 커머스의 치열한 경쟁 구도’ 참고.)

특히 물류센터에 얼마든지 쌓아둘 수 있는 공산품과 달리 신선식품은 미리 양껏 만들어두고 팔 수가 없다. 그런 만큼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첫걸음이다.

공급 역시 마찬가지다. 산지 식품들을 다루다 보니 공급량에는 날씨 같은 예측하기 힘든 변수도 있다. 태풍 시즌에는 아예 조업이 불가능하다. 김 대표가 데이터에 기반을 둔 수요와 공급 예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인 이유다.

실제로 오늘식탁은 ‘생산과 소비의 물리적 시간 격차를 해소하고 시장을 촉진한다’는 말을 모토로 삼고 있다. 데이터와 IT를 활용해 신선식품 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공정한 가격과 투명성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오늘회는 마케팅을 시작하면 다음 날 수요가 평시 대비 얼마나 몰리는지, 상품별로 수요량이 어떻게 되는지, 월초와 월말, 주초와 주말에 얼마나 주문이 몰리는지 등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모아 데이터화했다. 100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할 경우, 그중 몇 명이 구매에 나서는지도 파악했다. 마케팅 강도에 따라 주문이 얼마나 몰리는지도 분석해 수요 예측 시스템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이전 직장인 위메프의 마케팅팀에서 일할 때, 소비자가 앱을 설치하고 접속한 뒤 어떤 제품을 사는지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일도 했다. 꼼꼼한 분석은 더 나은 추천으로 이어지고, 이는 매출로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비자가 업체에 ‘자발적으로 알려주는’ 정보만 흘리지 않고 제대로 활용해도 웬만한 마케팅 이상으로 큰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런 경험은 데이터 기반의 회사를 지향하는 오늘식탁의 바탕이 됐다.

그는 “데이터의 진정한 가치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용자의 실질적인 이해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데이터가 이미 많은 광어, 꽃게, 달걀 같은 인기 상품은 아예 버리는 물량이 없을 정도다. 예기치 못한 품절 사태 역시 거의 없다. 대부분 판매 예상 시점에 근접해 상품이 모두 소진된다. 요즘은 두릅이나 미더덕처럼 취급한 지 얼마 안 된 새로운 상품에 대해서도 관련 데이터를 누적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인스타카트의 성공 비결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정확한 재고 파악’이 꼽히는 것과 유사한 대목이다. 인스타카트 기술팀은 각 식료품점의 재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한다. 재고 정확도가 떨어지면 물건을 파는 리테일러와 고객은 물론 중간에서 직접 쇼핑을 해다 주는 쇼퍼까지 관련자들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소하더라도 불만족스러운 경험이 쌓이면 고객은 플랫폼을 바로 이탈한다.

김 대표는 “처음엔 막막했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보니 의외로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비교적 일정했다”면서 “데이터에 집중한 결과 버리는 물량 자체가 줄었고 소비자들에게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새 상품을 추천하기도 수월해졌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살펴보니 의외로 우유나 계란 같은 품목들이 꾸준히 상위권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다른 마켓에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100위권의 상품을 분석해 오늘회의 판매 품목을 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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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늘 구매하던 단일 제품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도록 킬링 상품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산지에서나 맛볼 수 있던 초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한다’는 오늘식탁의 현재 이미지는 2017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제주 딱새우회’의 공이 컸다. 오늘회가 딱새우회를 판매하기 이전만 해도 딱새우는 오직 제주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수산물이었다.

지금은 수산물만 판매하던 것에서 나아가 취급하는 제품군이 우유, 농산물, 정육 등 신선식품 전반으로 확대됐다. 그런 만큼 ‘딱새우회’처럼 고객이 흥미를 가질 법한 새로운 제품군을 적기에 추천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공급은 생산 업체를 여러 지역에 분산해두는 방식으로 날씨나 조업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해질 수 있는 공급량을 잡았다. 한 업체가 대규모 조업 역량을 갖췄어도 동일한 상품을 제주와 포항에 분산시키는 식이다.

사실 이러한 쪼개기 전략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기본적으로 영세한 대부분의 농축수산 생산자들은 매일 약속된 물량을 꾸준히 공급하기보다 그날 큰 물량이 생기면 이를 ‘통으로’ 털어내고 싶어 했다. 또 물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면 그런대로 납품하기보다 아예 쉬는 날로 삼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마디로 공급 자체가 ‘생산자 마음’에 달린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쪼개기 전략과 더불어 공급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요소를 차근차근 지워나갔다. 이를 위해 태풍 패턴과 동선까지 데이터로 정리해뒀다. 분석 결과, 대부분의 중소형 태풍은 특정 경로 위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아예 대비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데이터가 확보되니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 태풍에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서 비상시 추가 공급이 가능한 업체들도 섭외해뒀다.

김 대표는 “현지에 75일 동안 비가 연속으로 내리거나 거센 태풍으로 조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도 한 번도 수급 불안이 생겼던 적이 없다”고 전했다.

최근 오늘회는 수산 식품뿐만 아니라 농축산 식품까지 제품군을 늘렸다. 여기서도 핵심은 ‘쪼개기’다. 요즘 인기가 많은 초당옥수수만 해도 예상 수요가 10t이라면 일단 공급처를 쪼갠다. 각지에서 1t씩 따로 공급받는다. 산지에서 예상치 못한 수급 차질이 생겨도 큰 어려움 없이 극복이 가능한 이유다.

DBR mini box I

퀵 커머스의 치열한 경쟁 구도

당일 배송, 새벽배송에 이어 주문 후 1∼2시간 안에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퀵 커머스(즉시 배송)’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퀵 커머스란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도심형 물류센터나 오프라인 매장에 보관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수 시간 내에 바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배달의민족의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에 따르면 국내 퀵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3500억 원으로 2025년 5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이 먼저 포문을 연 이 시장은 최근에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춘 유통 대기업들도 일부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i

최근 신선식품은 업계에서 사활을 거는 핵심 카테고리가 됐다. 공산품 대비 성장 속도가 빠른 데다 한번 신뢰도가 확보되면 고객들이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 더욱이 신선식품은 아직 온라인 거래 비중이 의류나 전자기기 등 다른 공산품에 비해 낮아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장기간 보관이 어렵고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품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선식품의 온라인 거래 비중은 20% 수준으로 전체 소매시장 온라인 거래 비중(약 40%)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다.ii

신선식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초(超)신선 경쟁은 특히 ‘산지 직송’ 서비스로 거세지고 있다. 별도 물류창고를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바로 배송해 신선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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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부터 배송까지 3시간, 물류가 핵심

김 대표는 인스타카트와 마찬가지로 신선식품의 ‘당일 배송’을 지향했다. 하지만 물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당일 배송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시 일반적인 배송 시스템은 업체가 대형 거점 물류센터를 갖춘 뒤 재고를 쌓아두고 수요가 생기면 그때그때 배송을 시작하는 식이었다. 미리 재고를 둘 수 없는 신선식품의 경우에는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물건을 입고시키고, 이후 배송 기사들이 배달에 나서는 방식으로 배송이 이뤄졌다. 물류센터나 기존의 배송 차량, 인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것도 변질되기 쉬운 신선식품을 당일 배송하겠다니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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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감하게 직접 물류 서비스를 만들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부분의 초창기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와 달리 처음부터 대형 물류 업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전 직장인 커머스 업체들에서 경험을 쌓을수록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케팅 역량이나 가격 프로모션이 아닌 인스타카트처럼 ‘신개념 물류’라는 핵심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고민 끝에 기존 업체를 사용하는 대신 ‘오늘회러쉬’라는 IT를 기반으로 한 물류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센터와 배송 차량 없이, 오직 IT로 신선식품을 물류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개발에 속도를 높이되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전날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저녁 7시까지 하루 1번 배송하는 식으로 먼저 운영에 나섰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아껴야 했다. 주문량이 많지 않았던 사업 초창기에는 현지에서 잡은 생선을 손질한 뒤 어종이나 주문의 시급성에 따라 바로 고속버스나 비행기 편에 서울로 보냈다. 수산물이 도착하면 공항에서 고객의 집까지는 퀵 서비스 업체와 연계해 배송했다. 김 대표의 1분 1초를 아끼는 초스피드 배송 방식 덕에 제주도 방어, 신안군 민어회, 포항 과메기, 삼천포 전어와 하모 등 서울에서 좀처럼 맛보기 힘들었던 지역별 대표 자연산 회들이 서울 곳곳으로 배송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고 주문 건수가 늘어날수록 이런 방식은 한계가 있었다. 인스타카트의 ‘당일 1∼2시간 내 배송’을 사업 모델로 삼았던 김 대표는 꼭 ‘당일 배송’을 이뤄내고 싶었다. 3번의 대규모 투자 비용3 을 대부분 물류 구축에 쏟아부은 이유다.

그 결과 2020년 초부터는 오후 3시까지만 주문하면 3시간 내에 집으로 배달받는 시스템을 완전히 갖췄다. 오늘회는 하루 전날 저녁, 다음날의 수요를 예측해 물량을 미리 발주한다. 발주가 들어간 물량은 배송 당일 오전, 각지의 오늘회 물류센터로 입고된다. 이후 자동화 물류 설비를 활용해 300개 정도의 상품을 빠르게 포장해낸다. 수요량을 예측한 사전 발주와 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짧은 시간에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업계에서도 오늘식탁은 단순 커머스 업체가 아닌 신선식품을 전문적으로 배송하는 물류 업체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는 하루 3번(낮, 저녁, 밤) 배송으로 시간대를 늘렸다. 오전 11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오후 3시까지,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저녁 7시, 저녁 7시까지 주문하면 밤 11시에 먹기 좋게 손질된 신선한 수산물을 받아볼 수 있다. 현재 퀵 커머스 시장에서 이 정도로 배송 시스템을 촘촘하게 갖춘 업체는 없다. 지난해 12월에는 국토교통부의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심사에 통과하기도 했다. 이러한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24시간 내내 고객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신선식품을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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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지 현황부터 주문, 배송 데이터를 한 번에 연결

이렇듯 빠른 배송의 핵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김 대표는 산지의 조업 현황과 수급 상황 등 산지 데이터와 고객 주문, 배송 상황까지 모든 데이터가 서로 실시간으로 연동되도록 했다. 예컨대 고객이 방어회를 주문하면 생산과 가공 현황이 즉시 파악되고, 그에 기반을 두어 이후 고객 집 앞 배송 예상 시점까지 배송 라이더들과 고객에게 즉각 전달되는 식이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현재 오늘회에서 신선식품이 현지 생산부터 고객에게 배송되는 데 걸리는 총시간은 8시간 남짓이다.

산지에서 식품이 서울 성수, 경기 광명 등지에 있는 지역 물류센터에 입고되는 데까지는 3시간이 채 안 걸린다. 수요를 예측해 주문해 둔 덕에 고객 주문과 동시에 상품 배송을 준비할 수 있다. 이후 자동화 물류 설비를 통해 주문을 지역별로 분류하고 제품 검수를 거쳐 배송이 시작되기까지는 불과 2분이 소요된다.

통상적으로 일반적인 물류 업체에서 고객의 주문부터 발주, 제품의 물류센터 입고까지 약
2일이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셈이다. 먼저 한 곳의 대형 허브로 모든 물류 정보가 모이고, 주문에 따라 배송 정보가 차후에 분산되도록 만든 기존의 시스템 대신 서울 성수와 경기 광명, 군포, 경남 양산, 충북 청주에 배송 거점이 되는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마련했다. 지역별 물류센터에서 즉각 주문을 접수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현해 시간을 절약했다. 일반인 배송 라이더는 그 뒤 3시간 안에 고객에게 배달을 완료한다.

3. 사륜차 기반 일반인 라이더

오늘회의 초스피드 물류 시스템의 핵심 중 하나가 ‘일반인 라이더’다. ‘오늘회러쉬’는 인스타카트나 쿠팡처럼 일반인 배송을 핵심으로 한다.

오토바이나 트럭이 아닌 사륜 일반 자동차 배송 방식을 활용한다. 자차와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배송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주로 단 건으로 배송하는 이륜차 배달과는 달리 사륜차는 많은 배송 물량을 묶음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 효과적이다.

전문적인 이륜차 배송 기사들의 배송 단가가 점차 상승하고, 경쟁 업체인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등에서 이륜차 배송 기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이러한 시도는 배송 인력을 수월하게 공급받게 했다. 그 덕분에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건당 배송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게 오늘회 측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노동인구 감소로 인해 배송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세”라면서 “특히 새벽배송과 이륜 배달을 주축으로 하는 커머스 업체들의 배송 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 라이더들은 차를 몰고 물류센터 주차장에 들어간 뒤 트렁크만 열면 된다.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배송에 도입한 것이다. 일반 택배회사처럼 기사들이 힘을 들여 직접 제품을 실을 필요가 없다. 이것 역시 배송 시간을 줄이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통상 배송 기사가 도착해 직접 트렁크에 물건을 싣기까지 15분이 걸린다면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는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렇듯 물류센터의 오늘회 직원이 배송할 물건을 다 실어주는 편리함 덕에 배송 기사들 측에서는 오늘회러쉬가 ‘꿀 알바(크게 힘들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로 소문이 났을 정도다. 더욱이 건당 배송비가 600∼1400원 선인 경쟁 배송업체들과 달리 건당 배송비가 3000원대 중반으로 높은 편이라 보수도 좋다. 그 덕분에 서비스 초반에는 고작 20명 정도에 불과하던 오늘회러쉬 라이더는 올해 4월 기준으로 1만393명으로 늘었다.

오늘회러쉬는 배송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송 경로’를 일일이 지정해준다. 기사들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배송 시간이 늦춰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라이더 경험이 없는 이들도 정해진 경로대로 움직이면 되니 헤맬 일이 없어 효율적이다. 그 덕분에 정시 배송률이 99.5%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고객에게 ‘배송 예측 AI 시스템’을 개발해 선보였다. 몇 시 몇 분에 식품이 내 집 앞에 도착할 예정인지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다. 오늘회 고객들은 자세한 시간까지 알 수 있으니 당일 요리나 식사 계획을 수월하게 짤 수 있다. 현재 평균 예측 정확도는 87%에 달한다.

오늘식탁은 어렵사리 구축한 이 물류 시스템을 다른 신선식품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업 자체를 별도로 키우고 있다. 처음에는 오늘회러쉬가 오늘회의 커머스를 지원하던 정도였지만 이제는 그 자체가 사업화된 셈이다.

동종 업계 커머스 업체에서 ‘배송을 대행해달라’는 문의가 이어지자 물류 솔류션을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산 전통주와 막걸리를 당일에 배송하는 업체인 홈술닷컴이 오늘회러쉬 배송 서비스를 활용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식품은 물론 패션 분야에서도 ‘당일 배송’이 중요해지면서 현재까지 13곳의 업체가 오늘회러쉬 배송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데이터가 핵심

오늘식탁은 그동안 수산 업계에서 쌓아온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최근에는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까지 개발했다. 생산 지역 외에서 판매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산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체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바이어나 판매 업체들 역시 왜곡된 시장 정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둘을 정확한 정보로 중개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블루노트&클립’이라는 이름의 플랫폼 개발의 시작이었다.

오늘식탁은 그동안 발품을 팔아 확보한 수산 업체의 구체적인 거래 정보와 매출 현황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블루노트’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현지의 수산업자가 이 앱을 설치하면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전국 각지의 상품 의뢰를 접수하는 것은 물론 오늘의 시세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수산업자들이 놓치기 쉬운 매출 관리 서비스 시스템까지 제공한다.

애플리케이션인 ‘클립’을 통해서는 정확한 업체 정보를 공유해 유통 채널에서 필요한 원물 거래를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초신선식품 전반의 온라인, IT화를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 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취지”라면서 “오늘식탁의 입장에서는 묵혀놓기 아까운 수산업 정보를 공유해 해당 사업을 캐시카우로 만들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실시간 가격 정보는 물론 가격 변동성에 대한 업체의 대응 방안까지 제시해줄 수 있도록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있다. 앞으로 농축산, 청과에까지 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블루노트&클립 앱의 정기 구독료와 판매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장선희 객원기자 sunheechang01@gmail.com


DBR mini box II : Interview :김재현 대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품목을, 원하는 값에 살 수 있게”

김재현 대표는 아침, 낮, 저녁 하루 3번 주문, 3시간 내 배송이라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전인 2009년 소셜커머스 위메프에서 마케팅팀장을, 2014년에는 마켓컬리에 합류해 마케팅 총괄을 지냈다. 마켓컬리의 회원 수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신규 가입자 제품 100원 프로모션‘이 김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김 대표는 커머스 분야에서는 회를 시작으로 농축수산 분야까지 확대하는 한편 초신선식품 배송 사업의 핵심 물류 업체로서 회사를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다. ‘오늘회’라는 브랜드는 오늘식탁의 시작점일 뿐 종착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DBR가 김 대표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초신선식품 배송 사업에 처음 뛰어들 당시의 시장 분위기가 어땠나?

2014년에는 공유경제가 화두였다. 미국의 우버와 인스타카트 같은 외국 스타트업도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현재도 운전면허가 없는데 당시 식재료 구매를 남동생이 도와주곤 했다. 더욱이 그때는 ‘먹방’이 조금씩 화두로 떠오를 때였다. 앞으로 사람들은 차량을 소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그러면서도 집에 앉아서 신선한 식재료를 더 빠르게 배송받고 싶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자산이 없는데 물류 시스템에 직접 뛰어들었다.
어떤 전략이었나?

고정자산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인스타카트 역시 대규모 물류창고 없이 식료품점(산지)에서 고객에게 1∼2시간 내 배송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공유 배송 시스템에서 큰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존 물류 업체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생산부터 배송까지 8시간이 채 안 걸리는 지금의 초신선 배송 서비스는 어려웠을 것이다. 거대한 물류창고나 대형 트럭이 아닌 데이터와 IT가 차세대 물류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물류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요즘 상황에서 오히려 새로운 시도로 충분히 도전해볼 만했다.

주요 소비층은 어떻게 되나.

30∼40대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커머스 업체는 여성이 주요 소비층인데 오늘회의 경우 남성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회가 다소 남성적인 음식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여성과 MZ세대 고객을 지금보다 확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요즘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레트로 이미지를 활용한 포장법도 그래서 생각해냈다.

회에서 농축산물까지 제품군을 확대한 이유가 있나.

물류 시스템이 워낙 탄탄하게 자리 잡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만들어놓은 길에 새로운 제품을 태우기만 하면 되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수산물뿐만 아니라 신선한 농산물과 축산물도 충분히 배송할 여력이 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회나 수산물은 대부분 저녁 배송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그 외의 낮이나 밤 배송에 여력이 남았다. 품목을 확대해달라는 게 소비자들의 요구이기도 했다.

농축수산물은 이미 이커머스 경쟁이 치열한데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인가.

경쟁사들은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나 가공식품을 위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또 퀵 커머스를 추구하는 일부 업체는 마트 배송이나 편의점 배송을 내세우지만 고객들이 빨리 받아보고자 하는 니즈는 수산물과 청과, 정육 같은 신선식품에 더욱 있다고 본다. 사서 바로 받아봤을 때 메리트가 있는 품목들에 더욱 집중할 생각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서 시행착오는 없었나.

타격을 줄 만큼의 시행착오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벤치마킹으로 삼았던 인스타카트의 비즈니스 모델이 워낙 뚜렷했기 때문이다. 또한 시행착오를 막기 위해 시장 선도자들의 시행착오를 면밀히 분석하기도 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하기 전,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제품의 시장 적합성이나 고객들의 니즈를 데이터에 기반해 꼼꼼하게 분석한 뒤 사업을 전개한 것이 시행착오를 줄인 방법이 된 듯하다.

제품군이 확장된 만큼 사업은 어떻게 전개할 예정인가.

오늘회의 이름 때문에 아직도 회만 판매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올해는 회가 아니라 이커머스, 초신선 서비스 전반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어서 의미가 크다. 특히 가장 오래 사업해 온 서울 지역에서는 ‘회 배송’ 이미지가 강하지만 올해 4월 새로 사업을 확장한 부산이나 경남 지역에서는 ‘초신선마켓’ 그 자체로 자리 잡았다. 주문 품목 1∼3위에 수산물이 없을 정도다. 계란, 우유, 돼지고기 같은 품목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서울에서도 오늘회가 수산물이 아닌 신선식품이라면 뭐든지 고객 집 앞에 당일 배송하는 업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 한다.

앞으로 사업 계획 및 전략은 무엇인가.

오늘식탁은 단순한 이커머스 업체가 아니다. 데이터와 IT에 기반을 둔 물류 회사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오늘식탁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품목을,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커머스 부문과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제때 배송해주는 풀필먼트 부문, 원하는 가격에 상품을 조달할 수 있는 밸류체인 부문 3가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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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경쟁의 성패는 획기적 전략보다 운영 역량 개선

오늘식탁은 경쟁이 치열한 식품 배달 서비스 분야에서 즉시 배송이 어려웠던 ‘회’라는 신선식품에 특화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규모와 핵심 분야가 제각각이던 수산업체를 표준화하고 새로운 공급체인 기능을 구성해 즉시 배송 시스템을 멋지게 구현했다. 그런 후에는 이를 활용해 농축산품까지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오늘식탁의 성장 과정을 보면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유통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나 어떻게 진화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이런 관점에서 오늘식탁의 미래를 조망해 볼 수도 있다.

신기술 출현에 따른 유통업 진화 방향

저명한 학자인 스탠리 홀랜더(Stanley C. Hollander)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유통업체의 진화 과정을 연구해 1966년 ‘아코디언 이론(Retail Accordian Theory)’을 발표했다. 유통업체가 성장하면서 취급하는 상품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간파해 만든 이론이다. 초기에는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춘 종합 점포(General Store)로 시작해 점차 전문화된 상품을 취급하는 전문 업체(Specialty Store)로 변화하고, 이내 다시 상품 구색이 많아져서 종합 점포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홀랜더 교수는 유통업체가 이런 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상품 구색이 확장, 수축, 확장을 반복하는 것이 마치 아코디언을 연주할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봤다.

그런데 종합 점포로 시작해서 전문점을 거쳐 다시 종합 점포로 돌아오는 것 같지만 유통업체의 수익성과 규모는 현저히 다르다. 처음 시작할 때의 종합 점포는 소규모, 저마진으로 값싼 제품을 취급하지만 점차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을 발견하고 여기에 특화해 수익성을 높인다. 이후 다시 종합 점포로 돌아올 때는 규모를 키워 향상된 구매력으로 훨씬 더 많은 분야에서 수익성까지 담보하는 박리다매형 대규모 종합 점포로 변모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유통업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산업이 태동해 기업 간 경쟁이 일어나고 주도권이 변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고(故)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가 산업 내 경쟁 변화를 설명한 파괴적 혁신 이론에 빗대면 이렇다. 신기술에 의해 한 산업이 태동했을 때, 초기에는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수밖에 없다. 초기 시장을 장악한 선도 기업은 수익성이 높은 까다로운 고객층까지 만족시키기 위해 하이테크가 들어간 고기능 제품 개발에 집중한다. 그러면 이런 틈을 타서 적절한 기능에 낮은 가격의 제품으로 로엔드(low-end)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 생겨난다. 이때는 틈새시장 규모가 작아 선도 기업이 여기에 대응할 수 없는 만큼 후발 기업이 산업 내에서 자생할 시간을 벌게 된다. 이렇게 생존한 후발 기업은 사업을 영위하면서 기술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고, 어느 순간 주력 시장을 만족시킬 만한 제품을 내놓는다. 이때가 바로 후발 기업이 선도 기업을 역전하고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시기다.

50㏄ 소형 오토바이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해서 대형 오토바이가 장악하고 있던 미국 시장을 공략한 혼다, 기름 덜 먹는 소형 자동차로 미국 자동차 기업을 역전한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회사와 백화점을 누르고 유통업의 대세가 된 할인점 등이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이처럼 산업 내 경쟁은 주력 시장을 공략하는 선도 기업이 주도하다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후발 기업이 부상하는 시기가 오고, 결국 후발 기업의 주력 시장에서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며 다이내믹스를 만들어간다.

산업 내 경쟁 변화의 모습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비즈니스 관리 소프트웨어 산업이 변화해온 과정을 보면 초기에는 앞선 기술력을 활용한 ERP 같은 종합 소프트웨어(General Software)가 시장을 장악했다. SAP나 오라클 같은 회사들이 대표 주자였다. 그러다가 비즈니스 전 영역에서 IT 활용이 높아지자 전문화된 솔루션(Specialty Software) 기업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오라클에 다니던 마크 베니오프가 CRM 전문 솔루션 기업인 세일즈포스를 설립했고, 세일즈포스에 다니던 티엔 추오가 구독 서비스 솔루션인 주오라를 창업해 성공했다.

재미있는 것은 세일즈포스도 마찬가지로 업력이 늘어나면서 CRM 분야에서만 머물지 않고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도구인 슬랙을 인수하고 직원을 관리하는 워크닷컴(Work.com)을 출시해 클라우드 기반의 업무 관리 솔루션 분야를 강화하고, 비즈니스 솔루션을 중개하는 앱익스체인지(AppExchange)를 통해 비즈니스의 전 부문을 관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늘식탁의 성장은 유통 산업의 진화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유통업의 디지털화로 산업의 주도권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온라인 유통업체로 넘어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이커머스 업체가 대형화됐다. 동시에 전문 유통업체도 생겨났다. 국내에는 쿠팡 같은 종합 이커머스 업체가 시장을 장악한 이후, 식료품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마켓컬리가 출현했고, 또 식료품 유통의 세분화된 영역에서 정육각이나 오늘식탁과 같은 전문점(Specialty e-Retailer)이 등장했다. 오늘식탁이나 인어교주해적단, 얌테이블 같은 수산 신선식품 전문 업체들이 출현한 것은 식료품 커머스에서 자연스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었다. 동시에 오늘식탁이 취급 품목을 회에서 농축산물 등 신선식품 전반으로 확장한 것은 성장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다. 아마 경쟁사들도 비슷한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오늘식탁은 통상적인 유통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유도보다 더 넓은 창의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유통업체는 배송이 고객 서비스에서 핵심인 만큼 외주 업체를 쓰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건, 물류 기능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기를 원한다. 오늘식탁도 이런 맥락에서 자체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오늘식탁은 배송 시스템을 혼자 사용하지 않고 장차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신선식품 업체들에 개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시세 정보 관리와 매출 관리 시스템 등을 장착하도록 도우면서 다양한 수산업체의 정보화와 지능화를 돕고 있다.

이는 아마존이 커머스 사업에서 쌓은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사업화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키운 것과 비슷하다. 아마존은 사업을 통해 획득한 역량을 혼자서만 활용하지 않고 여러 업체에 개방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창출했다. 아마존 웹서비스 사업은 매출은 10%를 약간 넘는 정도지만 대부분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효자 사업이 됐다.

경쟁의 성패는 전략보다 운영 역량이 갈라

오늘식탁은 식품 배달 유통에서 틈새시장이었던 수산 신선식품에 특화하는 전략을 통해 초기 성장을 만들어냈다. 특히 경쟁사와 다른 독특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해당 물류 시스템을 다른 업체에도 개방함으로써 배달업이 아닌 신선식품 물류업으로 비즈니스의 핵심을 바꿔나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오늘까지 오늘식탁의 성공은 분명 탁월한 전략적 선택 때문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신선식품 배달업에 뛰어든 수많은 업체와의 유통 경쟁, 신선식품을 위탁 배달하는 물류회사와의 물류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빼어난 운영 역량(Operational Excellence)을 길러야 한다.

즉, 경쟁사보다 앞서 나가는 방법은 획기적인 혁신이 아니라 매일매일 누가 더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내느냐에 있다. 경쟁사보다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조금 더 좋은 상품 구색으로, 조금 더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느냐, 다른 회사에 비해 조금 더 정확한 예측을 통해 조금 더 많은 상품을 팔면서도 재고를 조금 덜 남기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이게 가동하려면 유기체의 세포가 움직이듯이 공급 업체에서 보낸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요소요소가 통일성을 가지고 돌아가야 한다.

유기체적인 운영 탁월성(Operational Excellence)을 얻으려면 최적의 시스템을 구성하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신뢰할 만한 리더십과 탄탄한 조직 문화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 역량을 지닌 기업은 모두 강력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제품뿐 아니라 비즈니스 현장의 모든 것을 개선하는 풍토를 지닌 도요타, 직원 만족을 우선시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문화를 지닌 스타벅스, 고객에 대한 집착을 끝까지 실천하려는 DNA를 뿌리내린 아마존이 그렇다. 이들 모두 리더십과 조직 문화가 받쳐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 탁월성을 구현할 수 있었다. 오늘식탁 역시 최고의 신선식품 물류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리더십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일반인 라이더까지 회사의 방향과 지향점을 공유하며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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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더밸류컨설팅 대표 capomaru@gmail.com
필자는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LG경제연구원에서 창의성, 혁신, 마케팅 관련 연구와 컨설팅을 수행했다. 여러 벤처캐피털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며 스타트업 투자와 보육, 성장을 도왔다. 저서로 『원샷 게임에서 반복 게임으로』 『촉』 『3불 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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