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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Trend in South East Asia: 반려동물 헬스케어 플랫폼 ‘줌벳’의 성장 비결

수의사가 원격진료… 약 배송은 신속하게

권혁태 | 348호 (2022년 0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9년 창업한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줌벳(ZumVet)’은 코로나19 록다운으로 동물병원 방문이 어려워진 틈을 타 급성장한 동남아 최대 반려동물 원격진료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집에서 반려동물과 주인이 화상으로 수의사의 진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필요한 약을 처방, 배송받을 수 있다. 동남아의 반려동물 시장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낮은 처우로 인해 수의사 공급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줌벳은 근무시간의 자율성과 낮은 물리적 제약 등의 장점을 앞세워 수의사 인력을 확보하고 반려동물들의 경미한 증상이 치료 적기를 놓쳐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아가 헬스케어를 넘어 반려동물의 웰니스와 라이프스타일까지 챙기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20년 초, 코로나19로 인해 싱가포르가 록다운(lockdown)을 시작하면서 싱가포르 수의사들은 입원할 정도로 심한 질환을 앓거나 응급한 상태의 반려동물만을 진료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약 30만 마리로 추정되는 싱가포르 반려동물의 주인들은 아픈 반려동물들을 제때 돌보지 못할 것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런 록다운의 상황은 오프라인 반려동물 진료 서비스의 온라인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으며 팬데믹 위기를 틈타 급성장한 싱가포르의 스타트업이 2019년 설립된 ‘줌벳 (ZumVet)’이다.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 발맞춰 성장한 줌벳은 100명 이상의 수의사를 모집해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반려동물과 그 주인들이 집에서 편하게 화상으로 수의사의 상담 및 진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수의사들의 진단이 이뤄진 뒤 필요한 약은 처방과 함께 싱가포르 전역에 3시간 내 신속하게 배송된다.

급성장하는 동남아 반려동물 시장 겨냥

물론 코로나 이전부터 전 세계 반려동물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었고 코로나는 이를 앞당겼을 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15년 1조9000억 원에서 2027년 6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APPA, American Pet Products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19년 기준 반려동물 산업 소비 지출액이 957억 달러로 한화로 약 100조 원을 돌파했으며 2020년에는 시장이 990억 달러(약 112조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 이후 가정 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미국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반려동물을 많이 입양하면서 반려동물 돌봄 가정이 증가했다. 자연히 반려동물을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 트렌드도 더 빨라졌다. 수의사들의 협회인 Humane Society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의 전무 이사 팜 륀퀴스트(Pam Runquist)는 ‘USA Today’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보호소에 남아 있는 반려동물이 줄어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트렌드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는 반려동물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북미, 서유럽, 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크지만 시장이 성숙한 만큼 성장률은 낮은 편이다. 주인들이 반려동물 한 마리당 연간 30만∼35만 원을 지출하는데 이 비용의 연간 증가율은 10% 미만이다. 반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은 반려동물 한 마리당 주인들이 아직 연간 10만 원 이하를 쓰고 있긴 하지만 이 지출 규모의 성장률은 두 자릿수로 매우 크다.

수의사 부족으로 인한 미충족 니즈 해결

하지만 반려동물 시장의 고성장에 가려져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은 지난 10년간 동남아시아에서 수의사 부족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 수의사들에 대한 처우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매년 10% 이상의 수의사가 업계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인력 공급이 부족한데 반려동물 수는 점점 많아지고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수의사 인력난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는 반려동물 500마리당 1명의 수의사가 있지만 동남아시아에는 반려동물 5500마리당 1명의 수의사가 있다. 수의사 1인당 10배나 많은 반려동물을 돌봐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 이전에도 반려동물 보호자가 간단한 진료를 위해 최소 1주일 이상 예약을 기다리는 일이 많았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예약을 하더라도 병원에서 2∼3시간 이상 기다리는 게 당연한 풍경이 됐다.

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메울 수 있는 게 바로 줌벳 같은 플랫폼이다. 수술 등 응급 치료가 필요한 반려동물들은 아무리 예약이 힘들어도 병원에 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줌벳에서 원격으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진단 케이스의 70∼80%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을 정도의 경미한 질환이다. 피부 질환이나 복통 같은 가벼운 증상들은 줌벳에서 처방을 받고 약을 배달받는 것만으로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 그리고 줌벳은 20∼30%에 해당하는 질환, 즉 원격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중증질환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고객이 동물병원에 가서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오프라인의 동물병원과 다르게 온라인 진단 서비스는 고정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이런 비용상의 비교 우위를 활용해 기존 오프라인 동물병원 대비 50% 싸게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도 고객들 입장에서는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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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줌벳은 실력 있는 수의사들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 은퇴를 했더라도 파트타임으로 일하고자 하는 수의사를 플랫폼에 모으고 있다. 꼭 풀타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근로 형태를 보장하면서 인력 풀을 확보하고 24시간, 주 7일 서비스를 운영한다. 수의사들 중에서도 굳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개업하고 직원들을 고용하는 것보다 편한 시간대에 진료와 처방을 하고 쉬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줌벳이 보험 처리, 과금, 의약품 조제실 제공, 약 배송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를 대행해 주면 수의사들 입장에서는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 줌벳에서 일하고 있는 수의사 숫자가 매년 2배씩 성장하는 이유다.

줌벳 서비스의 핵심은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반려동물 주인들이 따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즉시 진단을 받고 간단한 증상을 적시에 치료해 병을 더 키우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이는 주인만이 아니라 낯선 환경인 동물병원에 가기를 꺼리는 반려동물들에게도 좋을 수 있다. 동물병원에만 가면 스트레스로 이상 행동을 보이는 반려동물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집에서 편하게 진단을 받는 게 오히려 정확도를 높여줄 수도 있다.

‘사람’ 원격진료 플랫폼 CEO 출신의 창업

줌벳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아티나(Athena Lee)는 미국 카네기멜론대를 졸업하고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에서 근무하다가 동남아에서 가장 큰, 사람 대상 원격진료 플랫폼인 닥터애니웨어(Doctor Anywhere)사의 CEO로 근무했다. 닥터애니웨어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현재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과 필리핀에 150만 유저와 2800여 명의 의사를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으며 싱가포르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200억 원 정도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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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나는 바쁜 사업 때문에 자기 반려묘의 요로감염을 6개월 동안 방치했고 그로 인해 간단하게 진료받고 치료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 또 다른 줌벳의 창업자이자 싱가포르 대형 병원 출신 의사인 그레이스(Grace Su) 역시 본인의 긴 근무시간으로 인해 노령묘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기가 어렵다는 문제에 착안해 해결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같은 경험을 공유한 두 사람은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그리고 닥터애니웨어에서 원격진료/진단 솔루션을 개발, 운영해 본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의 반려동물과 주인들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진료 사업을 창업했다.

헬스케어에서 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

줌벳 경영진은 초기에 코로나19 상황과 마켓 니즈에 대한 대응으로 수의사 및 디지털 약국과 영상 진료를 할 수 있는 원격진료 솔루션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토털 헬스케어 디지털 플랫폼을 겨냥해 진료, 치료 및 처방, 정기 점검 등의 절차를 모바일과 웹으로 연결했고, 진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24시간 원격진료 운영, 진단 키트 활용, 지속적인 모니터링, 맞춤형 약품 개발 등의 서비스를 갖추고 동남아 최대 반려동물 의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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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헬스케어 부문은 팬데믹 기간 동안 줌벳 비즈니스 확장의 핵심적인 축이었다. 하지만 창업자들은 단순히 진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훈련 및 식이요법,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포함하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또한 중요한 축이라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됐다.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사람의 건강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수요가 시장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주인들은 반려동물을 위해 더 나은 식단을 짜는 등 기꺼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있지만 아직까지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지식은 현저히 부족했다. 이에 줌벳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시장을 제대로 구축하려면 교육 및 인식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런 교육을 위한 장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매우 현지화된 접근 방식을 취했다. 온라인에서 방문 진단, 사료, 장난감 등 전반적인 반려동물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과 별개로 다양한 이벤트 및 체험을 위한 오프라인 공간인 ‘줌하우스(ZumHaus)’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커뮤니티 구축 노력의 일환이다. 이 줌하우스는 반려동물 훈련 프로그램이나 그루밍 서비스 등 다양한 유형의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들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확대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줌벳은 현재 재방문율이 50% 이상인 서비스로 입지를 다진 상태다.

줌벳은 창업 후 3년간 120여 개 이상의 구글 리뷰가 올라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고객 만족도도 평균 5점에 4.9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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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서비스 확장과 향후 전망

디지털 원격 서비스의 장점 중 하나는 물리적인 거리와 국경에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넘어 미국에서도 매달 신규 고객과 신규 수의사가 줌벳 플랫폼에 유입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신속 진단과 약 배송 등 서비스의 매력도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또한 교통 정체가 심한 자카르타나 마닐라 등 동남아 대도시에서 원격진료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동물병원에 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줌벳은 2022년 말 자카르타와 마닐라에 현지 법인과 직원을 고용하고 적극적으로 운영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수의사가 부족하고 인력난이 존재하는 미국에서도 내년에 서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팀을 구축해 글로벌 진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앞으로 5년 후 줌벳은 글로벌 반려동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몇 가지 큰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1) 오프라인 동물병원 진단/진료 방식의 분산화와 디지털화를 통한 기록 관리 및 처방 시스템 개선 2) 빅데이터에 기반한 수의학적 진단, 관리, 감독 강화 3) 반려동물 헬스케어의 맞춤형 서비스 확장과 프리미엄화 등이 그 사례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이들의 건강과 삶의 질 관리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커질 것이다. 줌벳 같은 플랫폼이 다양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반려동물과 더불어 사는 가정들의 행복을 증진시켜 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권혁태 파인벤처파트너스 대표 ht@pinevp.com
필자는 캐나다 퀸즈대 경영학과(Queen’s University in Canada)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일본과 싱가포르 오피스에서 일했다. 이후 싱가포르 금융 통화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에 등록된 금융 투자회사(Registered Fund Management Company)인 파인벤처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스타트업이 있는 동남아, 미국, 중국, 한국 회사들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며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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