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go CVC GS그룹 벤처 투자 생태계의 축 ‘GS벤처스’

벤처 투자 첫발은 ‘조직 장벽 허물기’
소유하는 투자에서 함께 커가는 투자로

341호 (2022년 0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GS벤처스가 본격적인 투자 집행 활동을 하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까닭은 이 회사가 단순히 지주사 체계를 가진 대기업 집단이 설립한 국내 제1호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2004년부터 각 계열사와 지주사 내 팀 단위로 꾸준히 스타트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면서 개방형 혁신을 추진해 온 GS그룹이 설립한 법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GS벤처스는 어떻게 그간 활동의 연장선에서 그룹과의 ‘전략적 시너지’를 내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독자적인 존재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까? 격자(Grid)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는 GS그룹의 벤처 투자 생태계는 느슨한 분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GS벤처스는 이 생태계 내에서 기존에 하던 것 너머의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고 시드부터 시리즈B까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집중 발굴함으로써 GS그룹의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해 말 국내 지주회사의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대기업•스타트업 간 협력 및 창업, 생태계 관련 투자 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에 DBR는 국내 주요 지주사 CVC를 자세히 분석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지주사 최초의 국내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

2022년 1월7일 닻을 올린 국내 지주사 1호 CVC인 ‘GS벤처스(GS Ventures)’에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2004년부터 크고 작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개방형 혁신을 추진해 온 GS그룹이 어떻게 10여 년간 집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벤처 투자 전문회사에 이식해 그룹 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인지다. 또 다른 하나는 이 신생 법인의 활동이 그간 GS그룹 지주사나 계열사가 개별 CVC팀 단위로 해 온 활동들과 어떻게 차별화될 것인지다. 실제로 이제 막 첫발을 뗀 GS벤처스에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 시너지’와 ‘새로운 시각’을 모두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져 있다.

먼저,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에 집중한다는 투자 계획이나 인력 구성의 면면을 보면 GS벤처스가 후기 단계 투자나 M&A까지 실행에 옮기던 기존 조직들과는 구별되는 ‘독자 노선’을 걸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GS벤처스의 초대 수장인 허준녕 대표이사가 그동안 GS리테일 등 계열사의 CVC 활동을 진두지휘해 온 주역들이 아니라 UBS 뉴욕 본사 등에서 기업 인수합병을 이끌고 소프트웨어 업체인 하이퍼커넥트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지낸 외부 인사라는 점에서도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GS벤처스의 투자 심사역 등의 역할을 할 소수 정예 직원들 역시 모두 외부 영입한다는 점은 GS그룹이 신선한 시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의 문을 두드려 보려 한다는 사실을 추측하게 한다. 그룹의 조직문화나 구성원과 결이 맞는지,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 도움이 될지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유망 회사를 초기 단계에서 놓치지 않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신호다. 바이오, 기후변화 대응, 순환 경제, 유통, 신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군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 대표는 “게임과 플랫폼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산업에 문을 열어 둘 계획”이라며 “당장 시너지가 확실치 않더라도 ‘좋은 회사’를 발굴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광범위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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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CVC는 여타 VC처럼 재무적 이익만을 좇을 수는 없다. 또한 지주사 혹은 계열사와의 전략적 시너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GS그룹이 CVC 법인 설립을 계기로 GS벤처스와 지주사의 미래사업팀, 계열사인 GS에너지와 GS리테일의 신사업팀의 사무실 위치를 모두 서울 역삼동 GS타워 24층으로 옮길 계획인 것도 벤처 투자 주체가 다변화될수록 이들 간 장벽(silo)을 없애고 협력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원래 각기 다른 층에 흩어져 있었던 조직을 한 층에 모으고 GS그룹의 벤처 투자를 책임지는 핵심 ‘정찰병’ 간 물리적 경계를 허물기로 한 것이다. 이 정찰병들의 임무는 사내 여느 조직보다 외부 생태계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회사 밖에서 새로운 시장과 기술의 동향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마켓 센싱(market sensing)’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회사, 팀에 소속돼 있더라도 GS그룹의 신사업을 개척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바탕으로 매주 30분∼1시간씩 공용 공간에서 회의를 실시한다. 또한 같은 공간에 있게 되면 잠깐 커피를 마시거나 복도를 오가며 스치는 5∼10분 동안에도 유망 투자처나 협업할 만한 파트너는 없는지, 최근 검토한 투자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활발히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투자 정보의 기밀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조직 간 공간을 엄격하게 분리해야 하고 보안 장치들도 마련해야 하지만 물리적 재배치를 통해 소통을 증진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게 그룹이 그리는 청사진이다.

이처럼 GS그룹은 지난해 12월30일부로 지주사 산하에 금융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던 규제가 해소되자마자 일주일여 만에 발 빠르게 법인을 세우고 향후 펀드 조성과 투자 집행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그룹이 법 개정과 동시에 GS벤처스를 신속히 출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여러 계열사와 지주사 내 팀 단위로 꾸준히 쌓아 왔던 벤처 생태계와의 활발한 교류와 직간접적 투자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GS벤처스는 어떻게 이들 활동의 연장선에서 그룹의 전략적 방향에 부응하면서도 독자적인 존재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까? 주목받는 국내 제1호 CVC로서 GS벤처스가 점하게 될 전략적 위치 및 방향을 DBR가 정리했다.

GS그룹 벤처 투자 생태계

GS그룹은 그동안 스타트업 투자를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천명해 왔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사업 생태계(Biz. Ecosystem) 확장도 단순히 그룹 내 협력이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나아가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진 외부 기업과의 협력 관계 증진을 의미한다. 실제로 허 회장은 GS홈쇼핑(현재 GS리테일)에 몸담고 있던 시기부터 디지털, 모바일 벤처 기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TV홈쇼핑 기업에서 모바일 커머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해 온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1 그런 의미에서 GS벤처스의 설립은 이 같은 벤처 친화적 경험을 계열사 차원에서 전 그룹 차원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산업 분야의 초기 스타트업을 중점적으로 발굴하게 될 GS벤처스의 임무는 격자(Grid)처럼 촘촘히 얽혀 있는 전체 GS그룹의 벤처 투자 생태계를 이해하면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철저한 분업을 통한 ‘계단식 투자’를 지향하는 GS그룹 전체의 벤처 투자 생태계와 이 생태계 내에서 역할을 분담하게 될 GS벤처스와 GS그룹 내 타 계열사들의 전략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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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느슨한 ‘분업’을 통한 계단식 투자

1) 초기(early) 단계 투자 ↔ 후기(late) 단계 투자

그동안 GS그룹의 CVC 활동이 보인 가장 큰 특징은 시드(Seed,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부터 중대형 투자까지 차례로 계단식 접근을 취해 왔다는 데 있다. 이는 계열사인 GS리테일이 배달 플랫폼 시장에 접근해 온 방식만 봐도 알 수 있다. GS리테일에 통합된 GS홈쇼핑은 2012년 알토스펀드를 통해 배달의민족에 처음 투자하면서 당시 태동기에 있던 배달 플랫폼 시장을 탐색했다. 비록 투자 규모는 적었지만 일찌감치 시장에 발을 담근 덕분에 GS홈쇼핑은 걸음마 단계였던 배달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에 빠르게 눈을 뜰 수 있었다. 이 같은 경험과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회사는 이후 ‘우딜’ 같은 편의점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고 2021년 4월 ‘부릉’으로 유명한 배달 플랫폼 메쉬코리아의 2대 주주가 돼 B2B와 B2C를 연결하는 퀵커머스로 발을 넓힐 수 있었다. 이어 같은 해 10월 배달 플랫폼 3대 강자인 요기요 인수까지 성사시켰다. 시드에서 중대형 투자, 유니콘에 대한 인수합병(M&A)으로 차츰 투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시장에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 작은 투자를 통해 시장을 탐색하고 사업 기회를 발견하면 민첩하게 큰 시장으로 이동하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GS그룹의 지주사 ㈜GS의 미래사업팀과 해외 CVC 법인인 GS퓨처스(GS Futures), 새로 설립한 국내 CVC 법인인 GS벤처스의 역할도 이렇게 투자 대상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인지, 후기 단계인지, 혹은 국내인지, 해외인지에 따라 구분해 볼 수 있다. GS벤처스와 GS퓨처스는 각각 국내, 북미와 유럽에서 초기 단계의 기업들에 더 집중하고 GS 지주사의 미래사업팀은 후기 단계의 기업들에 주로 집중한다. 각 계열사가 내부에 벤처팀과 M&A팀을 별도로 두고 각각 초기 단계와 후기 단계 스타트업을 물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GS벤처스의 경우 직접 펀드를 조성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지만 그 대신 펀드 총액의 상한, 단일 투자 건에 대한 금액의 상한이 어느 정도 제한된다. 예를 들어, 약 1000억 원 내외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할 때 투자 1건당 10% 정도를 할당한다고 계산해도 규모가 100억 원 내외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 시리즈C 단계의 스타트업들이 약 500억∼1000억 원대 규모로 펀드레이징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리즈C 규모만 돼도 GS벤처스가 투자하기엔 덩치가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GS벤처스는 시드부터 시리즈B 단계의 초기 스타트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되 이보다 큰 규모의 투자는 무리하게 집행하거나 가격을 깎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지주사와 다른 계열사들에 역할을 넘기고 협업할 계획이다.

이 같은 분업이 필요한 이유는 자본금 차이 등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초기 단계의 기업에 접근할 때와 후기 단계의 기업에 접근할 때 조직이 용인할 수 있는 리스크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 집행 주체들도 더 비판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매출이 이미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현금흐름이나 이익도 양호한 회사들의 경우 가격이 비싸고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향후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지, 산업 흐름이나 시장 주기를 감안해 적정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승자의 저주’ 같은 큰 실패를 면할 수 있다. 신중하게 접근하다 보니 의사결정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시리즈A 정도의 초기 단계 기업들은 어차피 현재로선 매출도 거의 발생하지 않고 성공 확률 역시 5% 미만으로 희박하기 때문에 이런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는 애초에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조직문화, 의사결정 속도의 차이 때문에 초기 투자와 후기 투자를 담당하는 조직을 한 우산 안에 두기보다는 어느 정도 분리할 필요가 있다.

2) 신(beyond) 사업 투자 ↔ 인접(adjacent) 사업 투자

GS벤처스가 별도 법인으로서 누리게 될 최대 이점 중 하나는 ‘자율과 독립’이다. 계열사나 그룹 내 팀 단위로 활동을 할 때는 외부에서 만든 펀드를 통해 벤처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테마나 회사 선택에 있어 자율성이 제한되지만 직접 투자 조합을 설립해 펀드를 만든 뒤 그룹과 계열사의 출자를 받으면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투자 심사역도 독자적으로 선발하고 필요하다면 그룹, 계열사 내 다른 조직과는 구분되는 직원 성과 보상 체계나 문화를 설계할 수 있다.

자율과 독립이 극대화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특정 산업군에 포진해 있는 계열사들에 비해 새로운 산업에 대해 더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 CVC는 GS에너지나 GS리테일, GS칼텍스 등 계열사보다는 연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혼자 힘만으로는 실용적인 시제품 개발, 기술 검증(PoC, Proof of Concept)에 도움을 주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계열사들과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얼마든지 이런 사업화 기회들을 스타트업들에 제공할 수 있거니와 오히려 기존에 영위하던 비즈니스가 없다는 것을 강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인접 산업의 울타리에 갇히지 않고 완전히 신산업 분야도 탐색,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GS벤처스는 구체적인 사업화 지원이 필요한 스타트업과 파트너십 기회는 계열사와 공동으로 하되 생소하거나 아직 아이디어만 있고 사업화는 안 된 비즈니스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반대로 말하면 단순히 연관 산업에 포지셔닝하고 기존 물적 설비나 인력을 활용해 함께 기술 검증을 해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전략적 시너지가 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한 기업에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허준녕 대표는 “GS그룹과의 연관성과 향후 밸류체인상에서 협업할 여지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좋은 회사라는 확신이 있으면 여러 산업군에 걸쳐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해 보려 한다”며 “GS벤처스도, 함께하는 파트너도 성장 과정에서 피벗(pivot)을 할 수도 있고 접점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폭넓게 가능성을 열어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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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앞서 설명했듯이 GS 계열사들은 즉각적으로 연관 기업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GS칼텍스가 모빌리티 시장의 기술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모빌리티 기술 업체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관련 스타트업인 카닥, 오윈, 그린카, 소프트베리 등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21년에는 GS칼텍스와 GS에너지가 공동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300억 원을 투자해 ‘미래 모빌리티 동맹’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연관 기업 투자는 확실한 전략적 시너지를 동반한다.

가령 GS칼텍스는 2017년부터 ‘커넥티드 카 커머스’2 서비스 및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인 ‘오윈’과 함께 주유소에서 비대면 주유,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양사에 윈윈(win-win)이 됐다. GS칼텍스는 이런 스타트업들에 투자함으로써 차량 내 간편 결제(인카페이먼트) 등 모빌리티 이용 형태의 변화를 배울 수 있었고 오윈 같은 스타트업은 GS칼텍스의 300여 개 주유소에서 자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2021년 GS칼텍스와 카카오모빌리티의 동맹 역시 GS칼텍스가 보유한 주유소, 충전소 등 인프라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쌓아온 자율주행 등 미래 기반 기술 간 전략적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GS칼텍스의 인프라를 사물 이동 서비스, 주차장 사업 등 다양한 서비스의 오프라인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고 GS칼텍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인프라 시설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2. 유기적 ‘협업’을 통한 볼트온 전략3

그렇지만 이렇게 그룹 내 벤처 투자를 담당하는 조직이 다변화되고 생태계가 복잡할수록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GS벤처스를 찾아가야 할지, 지주사의 미래사업팀을 찾아가야 할지, 계열사를 찾아가야 할지 헷갈릴 수 있다. 이에 대해 허 대표는 “내부에서 활발히 소통하고 있으니 창구를 가리지 말라”고 스타트업들에 당부했다. ㈜GS의 미래사업팀, GS벤처스, GS퓨처스, GS 계열사 벤처 투자 조직의 임직원들이 서로의 투자심의위원회(Investor Committee)에 참여해 공동으로 투자건을 검토하고 최적의 파트너를 연결하는 조정 절차를 거치는 만큼 스타트업이 처음 GS그룹과 만나는 경로는 중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GS에너지가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함께 서울, 인천 등 수도권 광역버스를 통합해 전기자동차 인프라를 구축하는 퓨처EV 사업에 투자를 했는데 이 제안도 처음에는 지주사 미래사업팀으로 접수된 건이었다. 사업이 유망하고 그룹과의 접점이 많아 지주사에서 논의를 개시했지만 버스 사업의 경우 차고지에서 충전하고 배터리를 저장하는 등 일련의 인프라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략적 시너지를 내는 데 더 유리한 GS에너지가 넘겨받은 것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2021년 11월 GS퓨처스와 GS에너지가 ‘타이탄 어드밴스드 에너지 솔루션’이란 해외 초음파 기반 배터리 솔루션 기업에 공동 투자한 것도 내부의 활발한 조율 결과였다. GS퓨처스가 미국에서 먼저 기업을 발견했지만 이후 한국에서 PoC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실제 에너지 중간 지주사인 GS에너지가 투자에 합류했다.

이처럼 GS그룹은 조직 간 협의를 촉진하고 칸막이가 생기거나 실적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협의체를 마련해두고 있다. 그래야 각 조직에 맞는 규모와 산업군에 속한 최적의 투자처를 찾을 수 있고 전체 그룹 차원에서 투자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협의체, AI 협의체를 비롯해 개별 회사의 울타리를 뛰어넘은 협의체가 각각 한두 달에 한 번씩 연일 열리는 것도 바로 정보 공유를 위해서다. 이는 GS벤처스 등 개별 조직이 독자적으로 활동했을 때의 약점, 즉 투자 심사역들의 기술 전문성이 약하고 세부 산업이나 시장 카테고리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관련 기술을 직접 현업에 적용하고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타 계열사의 담당 팀, 박사급 인력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CVC가 몇몇 기술 전문 심사역을 둔 여타 VC들보다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계열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는 전제만 성립한다면 CVC가 더 많은 레퍼런스 포인트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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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유기적 협업은 계단식 투자와 함께 그동안 GS그룹의 CVC 활동이 보여 온 특징인 ‘볼트 온(Bolt-on)’ 전략을 구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사모펀드(PE)들이 주로 사용하는 볼트 온이란 피투자기업들의 연관 기업에 잇따라 후속 투자를 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가령 GS리테일이 지난해 펫프렌즈(반려동물 쇼핑) 투자에 앞서 도그메이트(2017, 펫시터 중개), 펫픽(2018, 맞춤형 사료 추천), 바램시스템(2018, 반려동물 케어 디지털기기) 등에 투자한 것도 이런 연쇄적인 투자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연 평균 14.5%의 성장률4 을 보이는 반려동물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후속 투자를 차곡차곡 쌓아간 것이기 때문이다.

GS벤처스도 독자적으로 활동하되 이렇게 그룹 내 피투자기업과의 연속성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GS그룹이 그동안 미국 바이오테크 액셀러레이터인 ‘인디바이오’, 국내 바이오 전문 펀드 ‘LSK인베스트먼트’ 등에 투자하면서 바이오 산업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조만간 국내 보톡스 기업 ‘휴젤’ 인수도 완료할 예정인 만큼 앞으로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 대한 투자 기회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지난해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함께 실시한 GS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더 GS 챌린지’에서 선발한 기업 중 바이오 원료를 활용해 색조 화장품을 만드는 ‘큐티스바이오’라는 회사가 있었다. 만약 선발 당시 GS벤처스가 펀드를 조성한 단계였다면 이런 회사에 직접 투자해 전략적 시너지를 모색해볼 수 있었을 것이란 게 GS벤처스 측 설명이다. 아울러 GS의 계열사들이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산업군에 속한 만큼 GS벤처스도 탄소배출권 확보든, 탄소 포집 등 저감 기술 개발이든, 탄소중립적인 신에너지의 발굴이든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즉, 초기 단계의 신산업을 아우르되 궁극적으로는 협업을 통해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목표: 소유하는 투자에서 사업을 키우는 투자로

GS벤처스는 이제 막 첫발을 뗐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장 변화에 민감한 스타트업과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해 온 GS그룹이 설립한 CVC로서 갖는 경쟁력은 허태수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 사내 구성원들의 절대적인 공감이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허준녕 대표는 “GS그룹도 처음 벤처 투자 활동을 시작할 때는 한 번도 걸어보지 않았던 길이기 때문에 회사 안팎에서 많은 도전을 받았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벤처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사적으로도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외부에서 배워야만 한다는 절박함, 위로부터의(top-down) 확실한 지원이 있다는 게 차별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유망한 파트너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더라도 ‘지배(control)’를 목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허 회장 역시 최근 일련의 M&A 투자 의사결정 자리에서 “얼마나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다양한 장점을 가진 파트너에 대한 지분 인수가 향후 성장과 신사업 창출을 위한 초석이지 피투자 기업에 원하는 인사를 앉혀 관리하는 등 거버넌스를 건드리기 위한 밑작업이 아니란 얘기다. 실제로 최근 GS의 투자의 면면을 살펴봐도 계열사나 지주사가 직접 최대주주가 된 경우는 드물다. 메쉬코리아, 펫프렌즈의 경우도 GS리테일이 2대 주주에 머물렀고, 요기요, 휴젤의 경우도 각각 GS리테일과 ㈜GS가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을 뿐 최대주주는 아니었다. 나홀로 독식하기보다는 파트너들과 함께 참여하고 영향력을 과시하거나 피인수기업을 장악하는 태도는 배제한다는 게 GS그룹의 벤처 투자 철학이다. 허 대표는 “전략적 투자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서 항상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별 투자를 통해 회사를 소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를 이해하고 그중 GS그룹이 함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같이 미래 성장을 도모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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