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DBR Case Study: 미국 주택 iBuying 시장 이끄는 ‘오픈도어’의 거래 혁신

알고리즘-사람 협업으로 집값 정확히 산출
비대면으로 주택 매매… 부동산 거래 새 문 열어

강지남 | 341호 (2022년 0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오픈도어는 IT를 이용해 집을 사고파는 미국 아이바잉(iBuying) 시장의 선두주자다. 오픈도어가 6년 만에 연 매출 9조 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주택 거래의 상당 과정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옴으로써 집을 사고파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였기 때문이다. 오픈도어는 집을 팔겠다는 고객 요청에 24시간 내 매입가를 제안하고 집 점검(inspeciton)이나 오픈하우스, 주택담보대출 등을 디지털로 간편하고 편리하게 진행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성공 요인은 정확한 집값 산출이다. 오픈도어는 시장 상황과 개별 주택의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해 적정 가격을 산출하는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동시에 ‘사람’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알고리즘이 내놓은 결과가 합당한지 최종 검토 및 조정하도록 한다.



코드명 ‘홈런’

“부동산 분야를 한번 고려해봐. 세계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지만 디지털의 영향이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고.”1

페이팔을 창업한 억만장자이자 현재 팔란티어테크놀로지를 이끌고 있는 피터 틸 회장은 2003년 키스 라보이스(Keith Rabois)에게 이렇게 말했다. 라보이스는 페이팔의 부사장 출신으로 당시 틸 회장이 세운 벤처캐피털 클라리움캐피털(Clarium Capital)에서 근무했다. 라보이스 부사장은 틸 회장의 조언에서 힌트를 얻어 디지털 플랫폼에서 집을 사고파는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홈런(HomeRun)’이라고 붙였다.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1000만 달러가 필요했다. 틸 회장이 선뜻 5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나머지 투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IT 거품 붕괴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실리콘밸리에서도 돈이 돌지 않던 시절이었다. 계획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던 라보이스는 링크트인, 스퀘어 등 테크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고위 경영자로 일했다.

에릭 우(Eric Wu)는 대만 이민자의 아들로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에서 자랐다.2 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홀어머니가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우와 두 딸을 키웠다. 넉넉지 않은 집안 살림 탓에 매달 집세를 내기도 빠듯했다. 우는 애리조나대 2학년 때 종잣돈 2만 달러를 모아 방 3개짜리 주택을 구입하고 방 하나와 차고를 원룸처럼 꾸며 임대를 놓았다. 여기서 나온 월세로 학비를 충당하고 주택 대출금까지 갚을 수 있었다. 이후 부동산 투자는 그의 취미가 됐다. 대학 졸업 때까지 우는 25채의 주택을 사들였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실리콘밸리로 옮겨가 렌트어드바이저(RentAdvisor)라는 웹사이트를 오픈했다. 주택 임대인에 대한 리뷰를 공유해 세입자가 참고하도록 한 부동산 정보 서비스였다. 그는 렌트어드바이저 매각 후 두 번째 창업으로 ‘모비티(Movity)’를 준비했다. 범죄율, 학군, 통근 시간 등 지역 정보를 점수화해 알려주는 사이트였다.

2010년 라보이스와 우는 세계적인 스타트업 액셀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에서 처음 만났다.3 라보이스는 모비티팀의 멘토 역할을 하며 초기 투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라보이스는 우에게 홈런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해보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우는 당장엔 모비티에 매진하기로 했다. 모비티를 창업하고 이후 모비티를 사들인 회사에서 얼마간 일한 뒤에야 우는 다시 라보이스를 만나 홈런 프로젝트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2014년 5월 라보이스가 속한 코슬라벤처(Khosla Ventures)가 홈런에 6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뒤이어 페이팔, 유튜브, 옐프, 와이콤비네이터 등에 속한 테크 업계 리더들이 개인투자자로 동참했다. 평범한 이름인 ‘홈런’으로는 URL을 확보하기 어려웠기에 사명을 오픈도어(Opendoor Technology Inc)로 정했다. 스탠퍼드대 박사 출신으로 모바일 결제 기업 스퀘어(Square)의 ‘1호 데이터 과학자’였던 이안 웡 등이 오픈도어의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다. 2014년 12월 오픈도어는 우의 고향 피닉스에서 온라인으로 집을 사들이고 되파는 전례 없는 사업을 드디어 시작했다.

081


점유율 1% 돌파한 iBuying

오픈도어는 IT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집을 사고파는 회사다. 이러한 사업을 아이바잉(iBuying), 오픈도어 같은 아이바잉 사업자를 아이바이어(iBuyer)라고 부른다. 여기서 i는 ‘즉석(instant)’이란 의미다. 집을 소유한 개인이 아이바이어의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신의 집을 사줄 것을 요청하면 아이바이어가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자동 산출한 적정 매입가를 하루이틀 내 제안(offer)하고, 이를 집 주인이 수용하면 거래가 성사된다. 아이바이어는 전액 현금을 주고 주택을 사들여 수리한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긴다.

미국에서 아이바잉은 비교적 최근 등장한 부동산 거래 방식이다. 오픈도어의 뒤를 이어 오퍼패드(Offerpad), 레드핀(Redfin), 질로(Zillow) 등이 아이바잉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픈도어는 이 중 가장 앞선 선수다. 부동산 분석 회사 코어로직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아이바잉 시장에서 오픈도어의 점유율이 56%로 가장 높았다.4 그 뒤로 질로(24%), 오퍼패드(18%), 레드핀(2%) 순이다. 그런데 질로가 지난해 11월, 아이바잉 시장에서 전격 철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오픈도어는 시장 내 입지를 더욱 확대할 기회를 맞았다.

온라인으로 집을 사고파는 것은 우리에게 낯선 일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부동산 거래 가격과 실세를 확인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실사(實査)를 하지도 않고 집을 사겠다고 하는 것이나 매입가를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이 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고 합리적인지 의문이 든다. 넷플릭스 드라마 ‘셀링선셋’을 보면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 중개인들은 저택을 팔기 위해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가구를 새로 들인다. 그만큼 직접 둘러봤을 때 집이 좋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런 직접 검증 과정이 생략되기에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부동산을 디지털로 거래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픈도어는 사업 개시 6년 만인 지난해 누적 거래 건수 10만 건을 돌파했다. 2021년 미국의 전체 주택 구매 시장에서 아이바이어의 점유율은 1%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바이어 활동이 두드러진 피닉스에선 점유율이 10%를 넘는다.5 피닉스의 부동산 중개인 닐 브룩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픈도어가 등장했을 때 처음에는 모두가 낄낄대고 뒤에서 비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6 전국에서 12번째로 큰 도시권이며 연간 8만8000건의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 대도시 피닉스에서 오픈도어란 신생 서비스가 성공할지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사업 초기에는 애송이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영업 과정도 쉽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집을 사고판다는 데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사업 모델에 대한 설명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고 그 과정이 가장 큰 걸림돌이자 도전 과제가 됐다. 그렇다면 오픈도어는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부동산 거래를 어떤 방식으로 실현하고 있을까. 우선 오픈도어에서 집을 사고파는 과정을 살펴보자.

083


사전 수리도, 오픈하우스도 필요 없어

오픈도어에 집을 파는 과정은 5단계로 진행된다.7 (표 1) ①오픈도어 홈페이지나 앱에 자신이 소유한 집의 주소를 입력하고 몇 가지 질문에 답한 뒤 오픈도어에 매입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한다. 제안 요청은 무료다. ②오픈도어가 해당 집에 대한 적정 가격을 산출해 24시간 내에 고객에게 제안한다. ③고객은 오픈도어로부터 받은 제안을 검토한다. 담당 홈어드바이저(Home Advisor)를 배정받아 그에게 오픈도어가 제시한 매입가나 거래 수수료 등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오픈도어의 제안은 전액 현금 지급 조건이며 해당 제안에 대한 검토 기한은 7일이다. ④오픈도어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면 집 상태에 대한 점검(inspection)을 받는다. 점검은 오픈도어 직원이 해당 집을 직접 방문하는 대면 점검과 비대면 점검 중 선택할 수 있다. 비대면 점검은 오픈도어 측과의 실시간 화상통화 혹은 고객이 직접 집 안 구석구석을 영상으로 찍어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점검 결과 집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오픈도어가 매입 후 수리한다. 비용은 주택 판매 대금에서 차감된다. ⑤집을 매각하는 고객이 거래 종료일(closing date)을 정하고 해당일에 잔금을 지급받고 이사 나간다.

오픈도어에서 집을 사는 과정은 4단계로 나뉜다. ①오픈도어 홈페이지나 앱에서 오픈도어가 소유한 집들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른다. 직접 방문하길 원한다면 방문 날짜와 시간을 예약한 뒤 오픈도어 앱으로 현관문을 열고 집 안팎을 자유롭게 둘러본다. 투어 어시스턴트의 안내를 받으며 비대면 화상으로도 집을 둘러볼 수 있다. ②주택 매입을 위한 융자가 필요한 경우 오픈도어의 금융 서비스인 ‘오픈도어 홈 론(Opendoor Home Loans)’을 이용할 수 있다. ③앱을 통해 오픈도어에 구매를 제안한다. 개별적으로 고용한 부동산 중개인에게 오픈도어와의 협상을 위임할 수 있고 오픈도어의 홈 어드바이저나 오픈도어와 파트너십을 맺은 중개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④집을 사기로 한 고객이 거래 종료일을 정하고 해당일에 잔금을 지급한 뒤 입주를 한다. 구매한 집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거래 종료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오픈도어에 되팔 수도 있다.

“간단하고 편리하고 확실”

이처럼 오픈도어는 집을 사고파는 과정의 대부분을 온라인, 비대면으로 구현함으로써 기존 부동산 거래 관행에 내포된 많은 불편함을 해소했다. 외출조차 꺼려지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이러한 서비스가 이사 계획이 있는 미국인들로부터 더욱 각광받았음은 물론이다. 오픈도어는 자신의 서비스 강점을 △간단함(simplicity) △편리성(convenience) △확실성(certainty) 3가지로 설명한다.8

기존에는 자신이 보유한 주택의 적정가를 산정하려면 부동산 중개인을 고용해 주변의 유사한 주택이 최근 얼마에 거래됐는지 확인해야 했다. 적정가를 산출했다고 해도 그 가격대로 팔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픈도어에서는 온라인으로 집 주소와 몇 개 질문에 대답하는 간단한 절차를 통해 24시간 내 매입가를 제안받을 수 있다.

또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집을 공개하는 오픈하우스(open house)를 준비하거나 구매 의사가 있는 주택의 오픈하우스 날짜를 체크하며 찾아다니는 일은 매우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오픈하우스를 위해 지저분한 세간을 창고에 맡기고, 집을 수리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오픈도어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56%가 집을 사기 위해 5번 이상 매입 제안서를 제출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9 하지만 오픈도어에 집을 팔면 오픈하우스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오픈도어에서 집을 살 때는 아무 때나 찾아가 볼 수 있다. 오픈도어는 주 7일, 오전6시부터 오후9시까지 잠재 고객에게 집을 공개한다.

주택 점검도 전문가를 불러야 하고 매수인과 매도인이 동시에 참석하도록 날짜를 맞춰야 한다. 수리 내역을 정하고 수리 비용을 누가,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도 매수인과 매도인 간 발생하는 단골 분쟁 요소다. 오픈도어의 점검 과정은 이보다 단순하고, 분쟁 발생 여지도 낮다. 주택 점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오픈도어와의 거래를 철회하더라도 고객이 물어야 할 비용은 없다.

기존 부동산 거래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이 약속대로 자금을 이행할 것인지를 100% 확신하지 못한 채 지켜봐야 한다. 모기지 대출 불발 등 사유가 발생하면 그간의 거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다시 매수인을 찾는 단계로 돌아가야 한다. 매수인이 오픈도어라면 자금 이행 약속을 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기존 집의 이사 나가는 날짜와 새 집으로 이사 들어가는 날짜를 맞추기가 골치 아픈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임시 거처를 구해야 하고, 두 번 이사해야 하며, 단기적으로 두 개의 모기지를 유지해야 해 금융 면에서도 불리하다. 이미 새 집으로 이사 들어갔는데 예전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으면 재산세 등 각종 공과금과 보험료, 관리비 등을 부담해야 한다. 오픈도어와의 거래에서는 집을 팔거나 사는 고객이 자신의 이사 계획에 맞게 거래 종료일을 정할 수 있다. 집을 파는 고객의 경우 매매 계약서에 서명한 후 14일부터 60일 사이로 거래 종료일을 정할 수 있고10 중간에 거래 완료일을 변경할 수도 있다. 개인 사정에 따라 거래 종료일 이후에도 최대 21일간 이미 매각한 집에서 머무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기존 부동산 중개인이 받아가는 커미션(commission)은 6%인 데 반해 오픈도어의 거래 수수료는 5%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085


오픈도어는 집을 팔려는 사람에게 시장가보다 다소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11 하지만 단순하고 편리하며 확실한 거래를 보장함으로써 낮은 가격이란 약점을 만회한다. 오픈도어는 자신을 커미션만 챙기는 부동산 중개인이 아닌 원활한 부동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 사업자로 정의한다. 오픈도어는 고객에게서 받아가는 5%의 수수료를 ‘서비스에 대한 요금 청구(charging a fee for our service)’라고 부른다.12


DBR mini box I

오픈도어 고객 사례

부동산은 개인과 가정이 보유한 가장 비싼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동산을 온라인으로 사고파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왜 이러한 ‘과감한’ 선택을 했을까? 오픈도어가 소개하는 실제 고객 사례를 통해 ‘온라인 부동산 거래’ 시장의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사례 1 갓 태어난 아기가 있는 가족, 3주 만에 ‘집 넓히기’ 성공i

캐시와 브랜든 부부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이스트밸리의 타운하우스에 살았다. 이들에겐 4살짜리 딸과 고양이 두 마리, 개 한 마리,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가 있었다. 타운하우스에는 마당이 없고 계단이 많아 아이들을 키우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 부부는 마당이 있는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집을 파는 과정이 너무 번거로웠던 나머지 임신 기간에는 이사 계획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아기가 태어나자 더 이상 이사를 미룰 수는 없었다. 부부는 캐시가 출산 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기 전에 이사를 마치고 싶었다. 어린 두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오프라인형 부동산 거래 방식으로는 집을 팔기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부부는 오픈도어의 문을 두드렸다.

부부는 매입 제안을 요청한 이튿날, 오픈도어로부터 매입 제안가를 받았다. 부동산 중개인 친구에게 자문을 받아 보니 오픈도어가 제안한 가격은 적정한 수준이었다. 이에 오픈도어에 집을 팔기로 한 부부는 일주일 후로 주택 점검 약속을 잡고 그 사이에 새로 이사 갈 더 넓은 주택을 알아봤다. 부부가 오픈도어에 집을 팔고 새 집으로 이사 가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약 3주에 불과했다.

사례 2 퇴근 후 집 보러 다니며 ‘드림 홈’ 찾은 맞벌이 부부ii

텍사스주 메스키트에 사는 에릭과 카산드라 부부는 집을 넓히길 원했다. 하지만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3살 된 아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집을 보러 다닐 짬이 나지 않았다. 부부는 한동안 새 집 찾기를 보류했다.

2019년부터 부부는 오픈도어에서 새 집을 물색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판매 목록으로 올라온 집들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집은 방문 약속을 잡고 찾아갔다. 특히 일을 마친 뒤에도 찾아갈 수 있는 점이 유용했다. 또한 부부는 오픈도어와 파트너십을 맺은 부동산 중개인의 도움을 받았다. 중개인은 문자메시지 등으로 적정 가격이나 협상과 관련한 조언을 해줬다.

중개인의 도움을 바탕으로 카산드라는 오픈도어에 매입 제안가를 제출했고, 곧 이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로써 에릭과 카산드라 부부는 학군이 좋은 동네에서 넓은 뒷마당에 수영장 딸린 2층 집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사례 3 공동 명의로 상속받은 주택이 있다면iIi

부동산 전문가 제이 톰슨은 아이바이어가 특수한 사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시애틀에서 텍사스로 이사하면서 집을 사고파는 데 곤란함을 겪었다. 우선 새로 살 집을 보러 가느라 시애틀에서 텍사스까지 3200㎞를 운전해야 했다. 당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려면 방역 수칙상 일정 기간 자가 격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텍사스로 이사한 뒤에도 시애틀의 옛집을 파는 데 많은 애로 사항을 겪어야 했다.

또한 톰슨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5명의 손주에게 집을 공동으로 물려줬다. 손주들은 모두 할머니의 집과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에 집을 관리할 여력이 없었다. 이에 집을 처분하기로 했지만 거리상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집을 파는 일은 매우 번거로웠다.

톰슨은 이처럼 현재 거주하는 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 집을 사거나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팔 때 오픈도어 같은 아이바이어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084

집값 자동 산출 전략

그러나 아이바잉 비즈니스는 ‘단순하고 편리하며 확실한 거래를 보장하는’ 서비스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아이바잉 비즈니스의 핵심 근간은 정확한 가격 예측이다. 전액 현금을 주고 주택을 매입한 뒤 수리해 되파는 것이 기본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 미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질로가 아이바잉 비즈니스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전격 사업을 철수한 것도 정확한 가격 예측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DBR Mini Box Ⅱ ‘질로는 왜 아이바잉 시장에서 실패했나’ 참고.)

오픈도어는 지금까지 큰 실수 없이 주택 가격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전문가 마이크 델프레테는 아이바잉 격전지인 피닉스의 부동산 시장을 분석한 결과 2021년 2분기 시장가와 가장 근접한 가격을 제시한 아이바이어로 오픈도어를 꼽았다.13 그렇다면 오픈도어는 어떤 방식과 기술, 전략으로 주택 가격을 산정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1. 매입 대상 및 지역을 한정

오픈도어는 주거용 부동산을 모두 취급하진 않는다. 사업 초기부터 알고리즘으로 가격 산정을 자동화하기 용이한 지역, 주택 종류, 가격대를 취급함으로써 가격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뉴욕처럼 초고가 주택이 많고, 각 주택의 건축 시기가 제각각이고, 시장 동향이 불규칙적인 도시는 사업 지역에서 제외한다. 대신 주택 양식이 비교적 고르고 적당한 가격대를 이루고 있는 교외 단독주택 지역에 집중한다. 오픈도어가 매입 대상으로 삼는 주택은 1960년대 이후 지어진 단독주택과 타운홈, 듀플렉스, 콘도 등이다. 이 중 가격 범위가 10만∼60만 달러(약 1억2000만∼7억2000만 원)인 주택만 매입한다.

오픈도어가 첫 사업지로 피닉스를 고른 것도 이러한 전략에 기초한 선택이었다. 오픈도어가 사업을 개시한 2014년 12월 피닉스의 주택 중위 값은 23만 달러로 전국 주택 중위 값(24만 달러)에 근접했다.14 또 미국에서 12번째로 큰 도시권이자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지역이라 시장 규모나 전망이 우수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피닉스의 인구는 16만3000명이 순증해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대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텍사스주 댈러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조지아주 애틀란타, 플로리다주 올랜도, 노스캐롤라이나 더럼 등 오픈도어가 사업 초기 진출한 시장들은 피닉스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오픈도어는 이들 6개 시장에서 2020년 1분기 기준 2억7000만 달러(약 325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3.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15

전략적으로 선택한 시장에서 쌓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오픈도어는 지난해부터 시장 규모를 대폭 늘리고 취급하는 주택의 범위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해 워싱턴DC,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 등으로 신규 진출하며 시장 범위를 2배 가까이로 늘렸고 일부 시장에서 취급 주택도 1930년대 이후 지어진 주택, 140만 달러까지 확대했다. 올 2월 신규 진출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는 1940년 이후 지어졌고 40만∼250만 달러(4억8000만∼30억1000만 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된 주택을 사고팔 계획이다.

2. 다양하고 세밀한 요소를 가격 산정에 반영

한국의 대표적 주거용 주택인 아파트는 ‘내부 사정’이 비교적 고르다. 각 아파트 단지의 건축 연도, 평면도, 넓이, 방과 화장실 개수 등을 누구나 인터넷으로 확인해볼 수 있고 같은 단지 동일 면적의 세대라면 차이는 내부 인테리어 수준에서만 발생한다. 하지만 미국의 주택들은 제각각이다. 뉴욕의 신축 아파트조차도 세대마다 구조가 다르고 빌트인 가전제품의 사양이 달라 매입하거나 임대하기 전에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필수 절차다.

방과 화장실의 개수, 차고, 뒷마당 등 주택의 구성 요소는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주택의 위치와 주변 학군 등 외부 환경 역시 집값을 좌우한다. 이에 오픈도어는 각 주택에 대해 수백 쌍의 구성 요소를 비교할 수 있는 평가 알고리즘을 구축했다.16 오픈도어의 알고리즘은 주택의 위치, 주변 시세, 재산세 수준, 부동산 시장 상황 외에도 주택의 특성마다 가중치를 달리해 주택 가격을 산정한다. 고속도로와 얼마나 가까운지, 주방 조리대의 상판 자재가 대리석인지 합성수지인지, 스테인리스 가전제품을 갖췄는지, 차고에 댈 수 있는 차는 몇 대인지, 화재로 피해를 입은 부분이 있는지 등을 알고리즘에 인풋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수영장이 있을 경우 수영장 크기와 온수 욕조(hot tub) 여부까지 체크한다. 또한 오픈도어는 여러 인풋 간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한다.17 예를 들어 수영장은 집 주변 환경에 따라 집값에 플러스 요소가 될 수도,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오픈도어에 따르면 이러한 가격 산정 알고리즘은 처음에는 비교적 단순한 모델에서 시작해 주택 구매자(buyer)와 판매자(seller)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심화했다.18 오픈도어의 제품 담당 디렉터인 샘 스톤은 “알고리즘에 어떤 구성 요소를 선택해 반영하고 어떤 가중치를 부여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는 구매자와 판매자에 대한 행동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며 “수년에 걸쳐 구매자와 판매자의 행동을 이해하면서 정교한 모델로 발전시켰다”고 말한다.


DBR mini box II


질로는 왜 아이바잉 시장에서 실패했나

질로는 분기별 웹 및 앱 페이지뷰가 20억 회 이상을 자랑하는 미 최대 온라인 부동산 업체다. 질로는 오픈도어와 오퍼패드, 레드핀(RedfinNow)의 뒤를 이어 2018년 아이바잉 사업 ‘질로 오퍼(Zillow Offer)’를 시작했다. 질로 오퍼는 12개 주 20개 이상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며 오픈도어의 뒤를 잇는 2위 아이바이어로 성장했다.

하지만 질로는 2021년 11월 아이바잉 사업에서 완전 철수한다고 전격 발표하고 2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2021년 3분기 매입한 주택에 대해 3억4000만 달러(약 4100억 원)의 감가상각 조치를 취했고 4분기에는 2억4000만∼2억6500만 달러의 추가 감가상각 조치를 예고했다.

질로 오퍼의 실패는 주택의 시장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i 질로는 2021년 초 주택 가격 상승세를 과소평가한 탓에 고객들에게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구매 제안을 했고 그 때문에 주택을 충분히 매입하지 못했다. 그리고 2분기부터 제안 가격을 높이기 시작, 3분기에는 2분기 매입 물량의 2배에 달하는 9680채를 사들였다. 하지만 2021년 여름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은 냉각되기 시작했다. 이에 질로는 보유 주택의 3분의 2를 매입가보다 평균 4.5% 저렴하게 되팔아야 했다. 주택을 보유하는 평균 기간도 3월에는 50일에서 10월에는 84일로 늘었다. 그만큼 빨리 팔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부동산 기술 전문가 마이크 델프레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피닉스에서 주택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가는 조짐이 나타나자 오픈도어와 오퍼패드는 주택 구매를 줄였다.ii 반면 질로는 주택 구매를 늘렸다. 피닉스의 중간 주택 매입가(median purchase price)는 2021년 8월에 정점을 찍고 떨어져갔다. 오픈도어와 오퍼패드의 중간 매입가도 시장과 마찬가지로 8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했다. 반면 질로는 이 기간 더 비싸게 주택을 구매했다. 질로 오퍼의 실패는 부동산 시장 상황 및 가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예측하는 것이 아이바잉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사례가 됐다.


3. 사람 전문가가 최종 점검

그러나 오픈도어는 전적으로 알고리즘에만 기대 집값을 결정하지 않는다. ‘사람’이 알고리즘이 산출한 주택 가격이 시장 상황에 비춰봤을 때 적정한지를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오픈도어는 시장마다 로컬 프라이싱팀(local pricing team)을 운영한다. 오픈도어의 알고리즘이 지난 10년간의 가격 변동/흐름을 분석하고 최근 판매된 수백 채의 주택 데이터와 비교해 산출한 주택 가격이 합당한지 판단하고 조정한다. 이 팀은 부동산 감정사, 중개인, 투자자 등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오픈도어의 데이터 과학자인 잭슨 고르함은 “오픈도어의 강점은 로컬 프라이싱팀의 피드백”이라며 “이들은 우리의 데이터 모델을 감시하고 우리가 개별 지역의 시장 동향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19 텍사스주 댈러스의 가격 산출팀 본부 매니저인 션 버스비는 “지역별 가격 산출팀원으로는 현지 전문가를 고용한다”며 “각 시장의 특성을 잘 알고 통찰력을 가진 이들은 미세한 적용을 통해 가격 책정 모델을 개선시킨다”고 말했다.20

088


오픈도어는 창업 이래 데이터 과학과 사람 전문가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온 것이 미국의 아이바잉 시장을 개척하고 1위의 자리를 지키게 된 원동력이라고 본다. 제품 담당인 스톤 디렉터는 “모든 주택은 자신만의 고유성을 가지고 시장 상황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을 정확하게 책정하려면 끊임없이 진화하는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알고리즘과 사내 가격 전문가(in-house pricing experts) 모두에 큰 투자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인간과 기술이 협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적 고객 서비스로 ‘코로나 특수’ 획득

오픈도어에 2021년은 여러모로 기록적인 한 해였다. 누적 거래 건 수 10만 건을 돌파했고 시장 규모를 거의 두 배로 늘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에서도 벗어났다. 2020년 봄 코로나 사태로 주택 구입을 일단 중단하고 직원의 35%를 해고해야 했지만 이후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자 사람들은 금리가 낮은 때를 활용해 교외에서 좀 더 넓은 집을 사길 원했다. 예전보다 많은 소비자가 비대면으로 간단하고 빠르고 확실하게 집을 사고팔 수 있는 오픈도어 플랫폼을 선호했다.

2021년은 고객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진화시킨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오픈도어는 ‘오픈도어 컴플리트(Opendoor Complete)’를 출시했다. 이는 일종의 주택보상판매프로그램(home trade-in program)으로 고객이 소유한 집을 팔고 새 집을 찾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서비스다. 고객은 오픈도어 담당자 한 명과 연락하며 집을 사고팔면서 이사 날짜를 조율하고 2개의 모기지를 동시 부담하는 상황 등을 피할 수 있다. 이는 집을 파는 고객의 65%가 동시에 새 집을 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서비스다. 또한 오픈도어는 지난해 8월 고객이 전액 현금으로 집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픈도어 백 오퍼(Opendoor Backed Offers)’를 출시했다. 이는 적합한 신용을 갖춘 고객이 전액 현금을 지불하고 집을 살 수 있도록 금융회사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최근 미국에선 주택 재고는 적은데 집을 사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해 모기지 대출을 받지 않고 집값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해야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그 때문에 전액 현금 제안이 내 집 마련에서 중요한 사항이 됐다.

또한 오픈도어는 집을 사고, 수리하고, 파는 과정의 편리함을 증대시키고자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디지털 홈모델링 스타트업 스카이라이트(Skylight), 모바일 기술로 인테리어 과정을 간소화해주는 기술을 보유한 프로닷컴(Pro.com)을 인수했다. 60초 이내에 대출 신청 자격을 판단해주는 디지털 모기지 중개업체 레드도어(RedDoor)도 사들였다.

2021년 오픈도어의 연간 매출은 80억 달러(약 9조63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매출(47억 달러)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오픈도어는 지난해 3만6908채의 주택을 매입하고 2만1725채를 매각했다. 집을 팔 생각이 있는 고객이 실제로 집을 판 실제 판매자 전환율(real seller conversion)은 35% 이상으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상승했다. 2021년 4분기 실적만 따로 떼 놓고 보자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5% 오른 31억8000만 달러이며 사들인 주택(9639채)보다 판 주택(9794채)이 더 많았다. 오픈도어는 올 1분기 예상 매출을 41억∼43억 달러로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일 것을 예고했다.

개인에게 사들여 월스트리트에 판다?

아이바잉은 부동산 거래에 따르는 복잡함과 번거로움,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한 부동산 시장의 ‘파괴적 혁신가’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바잉이 사회적으로 미칠 해악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아이바이어가 개인에게서 사들인 주택의 상당 물량을 사모펀드 같은 투자 자본에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투자 자본이 아이바이어로부터 주택을 사들이면 일반 시장에 공개되는 주택이 그만큼 줄어들고 그로 인해 구매자 간 경쟁이 치열해져 주택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089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아이바이어가 판매한 주택의 26%가 투자 자본에 팔렸다.21 (그림1) 이는 2019년 16%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또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일반인 주택 구매자가 확 줄어들면서 투자 자본에의 판매 비중이 38%로 급증했다. 또한 질로는 아이바잉 사업을 철수하면서 이미 사들인 주택을 투자 자본에 다량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아이바이어가 구매한 주택 10채 중 2채가 투자 자본 및 기관으로 넘어갔다. 이 비율은 선벨트 지역에선 2배가 되고 특히 유색인종 거주 지역에서 그 비율이 더 높아진다”며 “아이바이어가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을 빨아들여 월스트리트에 파는 셈”이라고 비판했다.22

미국에선 투자 자본의 부동산 구매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투자 자본이 주택 구매 시장의 18%를 차지했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로 아이바이어가 ‘자본의 주택 잠식’에 기여하는 셈이다. 오픈도어는 현재 투자 자본 및 기관에 대한 주택 판매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만약 비(非)개인에게 주택을 판매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진다면 ‘간단하고 매끄러운(seamless) 거래를 통해 사람들이 인생의 다음 장(chapter)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오픈도어의 사업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23

‘파워 바이어’ 등 프롭테크 경쟁자 속출

질로의 퇴장으로 오픈도어는 아이바잉 시장에서 막강 1위의 자리를 점유하게 됐다. 그러나 시장 내 경쟁 구도에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아직 사업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지만 2위 오퍼패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최근 ‘파워바이어(Power Buyer)’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도 등장했다. 아이바잉이 주택 판매자에게 초점을 맞춘 사업이라면 파워바이어는 주택 구매자에게 더 공을 들인다.24 파워바이어는 새 집을 사려는 고객에게 모기지 등 금융 상품을 제공하거나 고객이 구매하고자 하는 집을 대신 산 뒤 고객이 보유한 집을 판매하는 것을 돕는다. 일정 기간 내 고객의 집이 팔리지 않으면 파워바이어가 직접 사들이고 이 시점에서 고객은 파워바이어가 대신 구매한 집을 구매한다. 현재 홈워드(Homeward), 오차드(Orchard), 녹(Knock), 플라이홈(Flyhomes) 등 다수의 스타트업이 파워바이어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피터 틸 회장의 말처럼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거대하다. 미국인의 68%가 집을 소유하고 매년 500만 채의 주택이 거래된다. 미국에서 연간 시장 규모가 중고차 8410억 달러, 식료품 1조 달러인 데 반해 부동산은 1조6000억 달러다. 오픈도어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시장 규모에 비춰볼 때 이제 막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에릭 우 오픈도어 CEO도 2021년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산업 중 하나를 변화시킬 기회의 초입에 있을 뿐”이라며 “수년 내에 수백만 명의 주택 구매자와 판매자가 간단하고 확실하며 빠른 온라인 거래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우리의 믿음”이라고 말했다.25

오픈도어의 꿈이 현실이 되려면 우선 오픈도어의 가격 책정 알고리즘이 급격한 시장 변화를 빠르고 민감하게 감지하고 상황에 최적화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도록 계속 진화해야 한다. 특히 최근 시장을 확장하며 매입 대상이 되는 주택 범위도 확대하고 있는데 이러한 신규 진입 시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가격 책정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오픈도어는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같은 주택 시장 붕괴를 아직 겪어본 적이 없다. 오픈도어의 알고리즘이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제대로 작동할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기존의 부동산 거래 방식에 익숙한 절대다수를 설득해 아이바잉 시장을 넓혀나가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다. 오픈도어가 속속 등장하는 경쟁사들보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입증하며 주택 거래의 디지털화를 부동산 시장의 주류 사업 모델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욕=강지남 객원기자 jeeenam.kang@gmail.com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과 시사점

구글처럼 네트워크 효과 누리는 ‘1등’ 부동산 플랫폼

오픈도어는 주거용 부동산을 온라인으로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주택 매입 및 판매 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동산은 로컬 및 오프라인 사업으로 온라인화의 속도가 느린 보수적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기기 기반의 디지털 경제 대전환 분위기에 따라 부동산 플랫폼 분야에도 투자와 관심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은 크게 자본 투자 활동, 상업용 부동산 시장, 빌딩 관리, 주거용 부동산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그림1)

이 중 오픈도어가 활동하는 영역은 마지막 주거용 부동산 시장으로 소유자, 구매자, 세입자, 건물주, 부동산 중개인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분야다.

091


오픈도어의 핵심 서비스는 아이바잉(iBuying)으로 주택을 먼저 구매한 뒤 개조, 수리해 판매하는 것이다. 주택 판매자(Seller)가 오픈도어에 주택을 등록하면 오픈도어가 인공지능(AI) 엔진을 이용해 해당 주택의 가치를 평가한 뒤 판매자에게 매수 가격을 제안한다. 판매자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매매 계약이 성사되고 오픈도어가 판매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면서 1차 매출이 발생한다. 오픈도어는 매입한 주택을 리모델링한 후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등록하고, 구매자는 온라인상에서 주택을 보고 매매한다. 2차 매출은 구매자에게 주택을 판매하면서 생긴다.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매출 규모는 크지만 수수료 및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이익률은 그리 높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낮은 온라인 침투율 때문에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크다. 미국 부동산의 특성상 타이틀(권리 문서) 조사, 에스크로, 모기지 등과 같은 부가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사업화할 기회도 있다.

092


양면 시장(Two-sided markets) 위의 오픈도어

양면 시장(two-sided markets)이란 사용자와 상호 관계를 가지며 작용하는 시장을 의미한다.i 경제 이론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가격은 한계 비용 및 수요의 가격 탄력성에 따라 결정된다. 전통적인 단면 시장에서 가격과 한계 비용의 차이는 지배적 기업이 보유한 시장 지배력 수준으로 볼 수 있으므로 시장 구조를 결정하는 시장 이익은 재화 및 서비스 수요의 가격 탄력성에 반비례한다.ii 그러나 양면 시장에서는 두 시장 간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쪽 시장의 가격 변화는 해당 시장의 수요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의 수요에도 영향을 미쳐 시장 구조를 해석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중개 플랫폼에서 한쪽 시장에 대한 요금을 인하할 경우 그 시장의 수요가 늘어날 뿐 아니라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로 다른 쪽 시장의 수요도 증가시킨다. 따라서 다른 쪽 시장 참여자에 대해 요금을 올리더라도 수요가 줄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이 양면 시장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가격이 효율적인지 평가할 때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 및 한계 비용 외에도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iii

구글과 마찬가지로 오픈도어도 양면 시장 위에 놓였다. 오픈도어는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무료로 정보를 제공해 많은 잠재 구매자를 끌어들인다. 그러나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사용자는 특정 지역을 검색하거나 필터 옵션을 사용해 자신과 관련된 결과를 얻을 때 선호도를 반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은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정보에 대한 신호 역할을 하는 등록 가격을 관찰할 뿐만 아니라 시장 동향을 추정하고 예측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게 된다. 한편 부동산을 팔거나 임대하려는 사람들은 네트워크 효과로 말미암아 규모가 가장 큰 플랫폼을 사용할 유인이 있다. 이들은 팔고자 하는 건물이나 아파트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vi 또 주택 구입자들은 주택 등록이 많은 플랫폼에서 판매 조건이 유리한 부동산을 선택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픈도어는 아이바잉 시장의 리더 자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규제 및 사회적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주택 판매자와 구매자가 제공하는 고차원적이고 세분화된 데이터를 통해 오픈도어는 부동산 정보를 축적한다.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와 AI 및 기계학습 프로그램을 활용해 부동산 자동 평가 모델을 강화, 학습시켜 나간다. 오픈도어는 경쟁사보다 많은 과거 사용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성능의 자동 평가 모델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가 많은 네이버나 구글의 번역 서비스가 다른 번역 엔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원리다. 축적된 데이터와 고객 피드백을 통해 오픈도어는 경쟁 업체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데이터를 이용해 다른 시장으로도 이전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지도, 스트리트뷰 등 서비스가 구글 검색 서비스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구글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한 것처럼 말이다. 구글 자율주행차의 경쟁력은 벤츠나 폴크스바겐보다 자동차 제조를 더 잘 이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구글의 알고리즘이 엄청난 양의 지도 및 도로 관련 데이터에 대해 훈련됐다는 데서 나온다. 따라서 오픈도어는 디지털화된 비즈니스 체제에서 풍부한 부동산 정보 데이터를 사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오픈도어는 온라인 플랫폼으로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표 1]에서 제시된 운영, 규제, 사회적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는가에 따라 오픈도어의 지속적 성장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도입 장벽들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디지털 플랫폼은 그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팬데믹 이후 자산 가격의 폭등 및 폭락 같은 급작스러운 변화가 발생한다면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온라인상에서 판매하는 사업 모델이 리스크에 노출되므로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경영 이슈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픈도어 같은 아이바잉 사업이 가능할 수 있을까? 공인중개사 제도의 기득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선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실거래가 애플리케이션 ‘호갱노노’는 공인중개사들과 손잡고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부동산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는 ‘로톡’이 변호사들과, ‘강남언니’가 의사들과 갈등을 겪는 구조와 비슷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개정해 로톡이 변호사 광고, 소송 결과 예측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강남언니’ 플랫폼에서 의료 광고를 하는 데 있어 사전 심의 대상을 확대했다.

국내에서 오픈도어 같은 사업은 일부 지역보다는 전국을 아우르는 부동산 서비스가 돼야 하므로 우선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의 갈등 소지를 해소해야 지속적인 사업 구조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즉 국민이 참여하는 국가 전반의 혁신적 규제 개선 정책이 있어야만 국내에서도 아이바잉의 출현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093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smjeon@gachon.ac.kr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벤처 기업들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플랫폼 비즈니스, 전자상거래 분야의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페이스북 시대』 『FANG 시대의 경영정보학』을 번역했고 『경영학으로의 초대』를 공저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