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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틀 뒤바꾸는 ‘오일머니’

라울 압데라일(Rawl Abdelal),아예샤 칸(Ayesha Khan),타룬 카나(Tarun Khanna) | 18호 (2008년 10월 Issue 1)
라울 압데라일, 아예샤 칸, 타룬 카나
 
오일달러가 다시 풍부해지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배럴당 125달러를 상회하는 석유 가격이 맞물려 걸프협력회의(GCC) 내 석유수출국가들의 금융 유동성을 크게 늘리고 있다.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구성된 GCC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석유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았을 때 유사한 흑자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유동성 시대’는 지난번과 확연히 다르다.
 
이전에 산유국들은 갑작스런 부유함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그들은 오일달러를 관리하기 위해 미국의 상업은행 등을 고용했다. 산유국들의 부는 미국 국채나 유러 달러(유럽에서 국제 결제용으로 쓰는 미국 달러) 예금 형태로 감춰졌다. GCC 국가들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나 그 안에서의 자신들의 지위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당시에 유행하던 투자방법을 따랐고, 그 결과 미국은 여전히 국제 금융 시스템의 중심국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 GCC 국가들은 이전보다 훨씬 전략적으로 자신들의 오일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들은 야심찬 투자 전략을 채택했다. 그리고 자국의 제도적 인프라에 투자하고, 제조업을 위한 자유무역지대를 만들고, 다양한 비즈니스와 숙련된 지식 노동자 및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서비스업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와 UAE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프로젝트를 살펴보라. 킹압둘라 경제도시와 사우디 파워 네트워크 등이 대표적인 예다.
 
GCC 국가들은 선진국에도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07년 8월 석유화학 기업인 사우디 베이직 인더스트리 코퍼레이션(SABIC)은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있는 GE 플라스틱을 116억 달러에 인수했다. SABIC는 그 전 해에 영국의 헌츠먼 석유화학을 7억 달러에 인수했다.
 
2007년 가을에는 아부다비 정부의 투자 기구인 무바달라 개발 회사가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의 지분을 사들였으며, 캘리포니아주의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사인 AMD의 지분도 구매했다. 올해 6월에는 아부다비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 투자청이 미국 뉴욕에 있는 시티그룹에 75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비슷한 기간에 GCC의 중국, 인도,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도 전례가 없는 대규모로 이뤄졌다. 걸프 국가의 투자자들은 서방의 투자 대상보다 개발도상국과 거래하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 이는 교민 네트워크와 문화적 연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 국가가 민주주의를 수용하는지 여부에 대해 GCC 국가들이 서구의 투자자들보다 신경을 덜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일달러 유동성의 새로운 시대에 기업 전략과 관리자 경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이나 영국의 금융가가 아닌 GCC 국가들이다. GCC의 강력한 투자 활동은 회원국의 글로벌화에 대한 개방성을 향상시키고, 걸프 국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제적 금융 시스템의 중심에 다가서도록 하고 있다. 물론 월스트리트와 영국 런던은 여전히 중요한 금융의 요지로 남아 있다. 그러나 뉴욕과 런던의 은행가·금융사업자들이 프로젝트 자금이나 기업 자금 지원을 요청하거나, 새로운 영역에서 기회를 잡도록 도와줄 수 있는 걸프 지역 투자자들과 미팅을 갖기 위해 두바이와 제다를 방문하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중동과 아프리카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투자 대상인 중국, 인도와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이 지역의 경제인과 정치인들이 다져놓은 연계는 다가오는 세대에 국제 교역과 금융시장에 폭넓고 체계적인 변화를 낳을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런 변화를 설명하고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GCC 국가의 영향을 받은 서방의 경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인접한 개도국들은 어떻게 변화할지, 마지막으로 GCC 국가 내부 환경은 어떻게 재구축될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서방 경제의 재구축 (Reshaping the West)
GCC의 경제 활동은 세 가지 측면에서 서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 석유 부국들은 재정적자, 특히 미국의 재정적자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두 번째, 아랍 국가들은 인수합병(M&A) 물결을 활용해 기업자산 구매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더 많은 자본을 서방 기관에 주입하고 있다. 세 번째, GCC 국가들이 공격적인 개발과 투자계획을 진행함에 따라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달리는 리더급 인재들이 중동으로 몰리고 있다.
 
중요한 자본의 원천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2007년 현재 7380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 적자로 인해 미국은 현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채무국이 됐다. 이런 막대한 손실의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경제적 안정을 위해 이런 무역 적자가 동일한 규모의 자본 유입을 통해 채워져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일본과 중국 같은 국가들은 미국 주식을 대량 구매하는데 왕성한 식욕을 보여 왔다. 이 국가들은 미국 달러가 약해지면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이들의 관심사는 미국 경제의 관심사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동일한 논리가 걸프 국가들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미국의 경상적자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위다. 미국은 아직도 걸프 지역 정권들에 안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강한 미국 달러도 석유 매출에서 나온 구매력을 극대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석유 매출 상승분은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제품과 서비스를 사들이는 데 사용된다. 중국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계속 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은 유럽연합의 제품도 구매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GCC의 가장 큰 교역 상대다.
 
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미국 경상적자의 거의 절반을 지속적으로 지탱하고 있다. 석유 수출 국가들은 미국으로 유입되는 순자본 흐름의 증가분을 전부 보충하고 있다.(‘경상계정의 균형’ 표 참조) 20022006년에 GCC 국가들의 석유 수출 이익은 1조5000억 달러 이상이며, 2007년은 회원국의 재정 잉여가 2490억 달러에 달했다. 이 때문에 GCC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한 분기 동안의 미국 재정 적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할 수 있었다.
 
석유 자원의 중요성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은 이자율, 주택가격, 신용카드 잔액의 급격한 변동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값비싼 화석연료를 계속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 에너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는 있지만 앞으로 수십 년을 지배할 에너지 원천은 계속 석유, 천연가스, 석탄이 될 것이다. 원유 가격은 2002년 이후 세배로 상승했으며, 이전 상태로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 석유 수요는 아직도 강력하며 중국, 인도 및 기타 개도국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더욱 성장할 것이다.
 
서방 기업의 파트너와 투자자 역할 외국인 투자자들은 역사적으로 미국 기업에 투자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GCC 국가들은 이전의 ‘오일달러 유동성 증가’ 기간에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 미국 경제의 유동성이 풍부할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좋은 거래를 얻기 위해 미국 내의 개인 투자자나 벤처 캐피털과 경쟁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걸프 지역 국가들의 유동성이 다시 풍부해진 반면 미국 경제는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등 상황이 매우 많이 달라졌다. 많은 대규모 M&A나 투자활동이 GCC 국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서방 기업들이 차지하는 지분은 상대적으로 적다.
 
아부다비 투자청의 최근 전략을 살펴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국부펀드인 ADIA는 9000억 달러의 투자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기구인 이 기관의 사명은 UAE의 재정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우수한 외국 자본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ADIA는 최근까지도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으며, 신고 의무를 피하기 위해 상장된 기업 주식 지분의 4.9% 이상을 매입하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ADIA는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 기업들이 주택담보대출이 포함된 자산 투자에 대한 손실로 신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티그룹의 상장 주식을 75억 달러에 매입했다. 이 거래는 ADIA의 더욱 새롭고 적극적인 투자 정책을 보여 주는 것으로, 전 세계 신문의 1면을 장식하며 ADIA를 세계 최대 기관투자자 지위에 올려 놓았다.
 
GCC 국가들의 다른 투자자들도 비슷하게 해외의 유명 자산을 매입하는 데 왕성한 식욕을 보여 왔다.(‘2004년 이후 걸프 국가들의 주요 투자 현황’ 표 참조) 이 가운데 잘 알려진 몇 가지 예는 석유화학 분야에 있다. 그러나 이 밖에도 문화 기관(투소 그룹), 은행(시티그룹, HSBC), 정보통신 기업(셀텔 아프리카, 모비텔), 호텔체인(페어몬트 호텔, 트래벌로지) 등도 포함된다.
 
미국이 석유로 벌어들인 GCC 국가들의 부를 유치할 매력을 잃은 것은 분명하다. 이는 9·11 사태 이후의 제한 조치 때문이기도 하다. 6개 주요 미국 항구에 대한 항만 운영 사업권 거래(2006년 2월)에서 UAE 소재의 회사가 보안상 문제로 탈락한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걸프 국가들의 돈을 엄격한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구의 다른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 유럽 국가들은 걸프 국가들의 자금을 유치하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특히 영국은 적극적으로 걸프 자본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으며, 최고의 글로벌 석유자본 활용 센터로 런던을 홍보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의 잉여 자본은 점점 더 미국이 아닌 유럽을 통해 국제경제로 흘러 들어가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재정적 유동성의 즉각적인 원천을 제공하고 있다. GCC와 유럽 자본시장 간의 더 큰 통합에 대한 신호로는 미국 예탁증권보다 런던 기반의 글로벌 예탁증권이 더 인기가 높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예탁증권은 바레인, 오만, 카타르, UAE로부터 수십 명의 예탁자를 유치했다.
 
인재 유치의 경쟁자
GCC 국가들은 공격적인 새 투자 정책과 국내 개발 전략을 수행할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고, 필연적으로 이미 공급이 제한된 글로벌 인재 시장에서 이들을 유치해야 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고급 인력들의 활동무대와 보상의 수준을 바꾸게 될 것이다.
 
현재 GCC 국가 거주자 3500만 명 중 4분의 1이 외국인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비숙련 노무자와 가사 노동자다. 따라서 걸프 지역에 이미 자리를 잡았거나, 옮겨갈 계획이 있는 기업의 대부분은 전문적인 인력을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급속하게 성장하는 이들 기업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는 것뿐 아니라 이웃에 있는 중동 국가나 북아프리카 및 서방 국가들도 인력풀로 관심을 기울이는 인도, 파키스탄 등의 인력들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게다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서구의 다른 유수기업들이 이 지역에 몰려들면서 GCC 국가의 기업들은 능력 있는 월스트리트 은행가와 컨설턴트들을 유인하기 위해 오일달러의 풍부함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여금은 급여 기준을 한층 높이며, 다국적 기업들은 걸프 지역에 있는 인재들을 잃지 않기 위한 대응까지 해야 한다. 2006년 GCC 국가들의 평균임금 수준은 전년도에 비해 9% 상승했으며, 대부분의 인상은 엔지니어링과 금융 부문에서 발생했다.
 
인근 국가들의 경제 재구축 (Reshaping the Near Abroad)
오일달러 잉여의 또 다른 중요한 영향은 GCC 국가들이 사업 관계와 관심을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의 인근 국가로 전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시리아 등 이 지역의 국가들은 GCC 국가들에 파키스탄, 터키,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 같은 국가들처럼 매력적인 투자 기회의 대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최근 걸프 지역 국가 투자의 주요 경향은 서방 국가들에 집착하는 대신 서쪽이나 동쪽을 바라보는 성향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중동 기업들은 서방의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한편 개도국에 있는 저가 자산의 이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남쪽을 바라보다남방 진출’의 대표적인 기업은 1983년 쿠웨이트 정부와 개인 투자자들이 합작으로 설립한 정보통신사인 자인(전에는 MTC 그룹으로 알려졌다)이다. 이 회사는 지난 5년 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실행,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20개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150억 달러를 지출했다. 2003년 60만 명이던 고객은 현재 4500만 명으로 성장했으며, 매출은 59억 달러에 이른다.
 
자인의 성장은 2005년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선도적인 정보통신 업체인 셀텔 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정점을 맞이했다. 자인은 현재 아프리카 전역의 15개 국가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중동에 7개 기업이 더 있다. 성장 중에 있는 이 회사는 세계 10대 정보통신기업이 되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자인의 신속한 성장은 저렴한 대출 비용의 지원을 통해 달성됐다. 자인의 대출 비용은 아프리카 지역의 경쟁 업체인 이집트의 오라스콤 텔레콤이나 남아프리카의 MTN보다 현격하게 낮았다. 게다가 쿠웨이트의 국부펀드이고 225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쿠웨이트 투자청이 자인 지분의 25%를 소유하고 있으며, 단일 지배주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동쪽을 바라보다
중국과 인도에는 점점 더 많은 GCC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최근 있었던 거래로는 쿠웨이트가 중국의 광둥 지역에 건설하는 50억 달러 규모의 정유소, 후난 섬에 사우디가 건설 중인 3000만 톤 규모의 원유 정제 시설, 사우디 아람코와 중국 석유화학 기업인 시노팩의 합작 기업이 중국 전역에 구축 중인 정유소 등이다.
 
중국으로 향하는 또는 중국으로부터의 투자는 종종 국가가 조정하는 대규모 거래에 의해 주도된다. 대조적으로 중동과 인도의 연계에는 걸프 국가의 남아시아 교민으로부터 이루어지는 작은 거래가 더 많다.(타룬 카나의 신작인 ‘수십억의 기업가: Billions of Entrepreneurs’ 참조) GCC 국가에 있는 인도 교민의 규모는 산정하기 힘들지만 걸프 지역에 400만여 명의 인도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몇몇 GCC 국가는 인도인과 파키스탄인이 인구의 60% 이상을 구성하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 근로자들은 노동과 사무 등의 업무를 주로 맡고 있지만 최근에는 숙련된 기술직과 관리직으로의 이동이 증가하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20052006 회계연도에 해외에 사는 인도 교민들이 250억 달러를 국내로 송금했다고 밝혔다. 송금액의 4분의 1은 걸프 지역에서 발생했다. 자본 유입은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고 몇몇 인도 지역에서는 교육기관·구호기관과 같은 사회봉사기관의 구성을 촉진했다. 인도 서남부의 켈랄라주는 주목할 만한 사례다. 켈랄라의 인구는 3200만 명이다. 이 지역의 높은 실업률 때문에 주민 6명 중 한 명은 국외에서 일하며, 이 가운데 90%가 걸프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지난해 켈랄라 출신 인도 교민들은 주(州) 순생산의 20%에 맞먹는 금액을 송금했으며, 이 돈은 지역 전체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강력한 교민들의 지원은 켈랄라에서 GCC 국가들의 위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자국 경제의 재구축 (Reshaping Home)
한편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GCC 국가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산유국들이 몇 년간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풍부한 부에 취해 현상에 안주하고 부유한 삶을 추구하며 편안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걸프 지역은 ‘혁신의 중심’으로 변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GCC 국가들로 유입되고 판매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은 현재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GCC 국가들 사이에서 세계 수준의 물류, 부동산, 관광, 의료관리, 대체에너지 등의 중심지가 되려는 건전한 경쟁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GCC 국가들이 금융기관을 개선하고 최신의 기반 시설을 개발하려는 공격적인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수준의 산업 및 서비스 경제 개발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개발회사가 단지 6년 만에 달성한 것들을 살펴보자. 지난해 3월 경제 전문지 포천은 UAE의 수도를 ‘세계 제일의 부자 도시’라고 명명한 기사를 실었다. 부자라고? 당연하다. 현대적인가? 확실히 아부다비는 21세기 초기자본주의의 볼거리로 가득하다. 그러나 아부다비는 아직 ‘선진 경제국가’가 아니다. SOC 개발, 교육, 의료관리, 혁신 측면에서 뒤처져 있으며 경제 활동을 지원할 고유의 제도적 인프라를 갖추지 않았다.(개도국의 SOC 개발과 관련해서는 타룬 카나와 크리슈나 G 팔레푸의 ‘떠오르는 거인들: 개발도상국의 세계적인 기업 구축 Emerging Giants: Building World-Class Companies in Developing Coun -tries’, HBR, 2006년 10월 참조) 물론 대부분 시민들이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는데 익숙지 않으며, 최근까지도 기업가 정신과 글로벌 경쟁의 요란함에 익숙지 않다.
 
유가 하락 시대로부터 혹독한 교훈을 얻은 아부다비의 지도자들은 변화, 특히 원유 가격 변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적절한 직업과 지도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선진화된 산업과 서비스 경제를 원한다. 그러나 중국이나 한국 등 몇몇 국가에 의해 진행된 저임금 전략을 따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부다비는 아래로부터 진행되는 토종 기업들의 움직임에 의존하는 인도식 모델도 따라할 수 없다. 아부다비는 고도로 숙련된 기술 인력과 몇몇 인도 대도시의 특징인 대규모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UAE 대통령인 셰이크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얀은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2002년 무바달라를 정부 소유의 투자 기구로 설립했다. ADIA의 임무가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임에 비해 무바달라는 아부다비를 걸프 지역의 허브로 재탄생시키는 것뿐 아니라 국내의 전략 지역에 산업을 구축하고 해외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임무도 가지고 있다.
 
무바달라는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5년 무바달라는 페라리 지분의 5%를 1억3800만 달러에 구입했으며, 지난해에는 무바달라 계열사인 알다르프로퍼티가 세계 최초의 페라리 테마파크인 ‘페라리랜드’를 아부다비에 설립하는 권리를 획득했다. 무바달라는 내년 초에 포뮬러 원 자동차 경주를 후원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UAE 정부는 아부다비에 구겐하임과 루브르의 국외 전시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통해 UAE를 문화와 관광 중심지로 브랜딩하고 있다. 심지어 유명한 GE도 지난 7월 무바달라와의 장기계약을 통해 이 지역의 SOC 구축에 집중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무바달라 투자그룹의 금융 서비스 지역 개발 업무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초의 거래는 성사됐다. 지난해 칼라일 그룹의 지분 7.5%를 13억 5000만 달러에 사들였고, 이 거래는 무바달라의 중요한 관계 구축에 기여했다.
 
무바달라의 또 다른 관심은 의료관리다. 아부다비에서는 전통적으로 의료 혜택이 필요한 시민들이 해외로 나갔다. 매년 해외 의료 비용으로 쓰인 10억 디르함(화폐 단위)의 60%는 의료 서비스가 아닌 환자의 여행경비로 사용됐다. UAE는 자국에 세계 수준의 의료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무바달라는 이를 주도하고 있으며, 런던 임페리얼대학의 당뇨병 센터 및 클리블랜드 클리닉과의 합작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무바달라의 목표가 아부다비 국민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목적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는 인근 부자 나라의 국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산업 지원 측면에서 무바달라는 두바이 알루미늄과 합작해 에미리트 알루미늄(EMAL)을 설립했다. 2010년 연간 72만 톤을 생산하는 EMAL의 거대한 용해로가 건설되면 아부다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알루미늄 생산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세계 총 생산량의 5%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생산된 알루미늄의 일부는 수출되겠지만 자국에서 성장한 산업이 생산량의 많은 부분을 사용하기로 돼 있다. 이를 통해 고품질의 알루미늄 자동차 부품과 비행기 부품이 UAE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다. 무바달라는 알루미늄으로 제작하는 네덜란드 스피커 자동차 지분의 17%와 이탈리아 피아지오 항공 지분의 35%를 보유하고 있다.
 
무바달라의 경영진은 소수 첨단 기술 산업에서 글로벌 가치 사슬의 윗부분으로 움직이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무바달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컴퓨터 마이크로 프로세서 제조업체인 AMD에 투자했고, 이는 첨단 기술 영역에 발을 들여 놓는 계기가 됐다. 무바달라의 마스다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와 이 사업화 법인인 아부다비 퓨처 에너지 회사는 (석유 개발국으로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대체 에너지 개발 주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스다 이니셔티브는 MIT와의 파트너십으로 만든 연구센터와 대체에너지 원천의 혁신과 상업화를 위한 특별경제구역 개발로 구성된다. 아부다비의 지도자들은 언젠가 석유가 고갈되거나 세계가 화석원료로부터 벗어나는 날이 올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석유가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아니더라도 아부다비는 세계 경제에서 주목 받는 존재가 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무바달라의 개발 모델은 걸프 지역 전반에서 이미 모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병행 금융 시장의 창출(creating a parallel financi -al market) 무바달라 같은 개발 펀드만큼 중요한 것이 이슬람 금융에 대한 관심의 부활이다. 이 트렌드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슬람의 상업 거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이슬람 문화에서 금융은 신용이 지배하는 산업이고, 이슬람 율법은 이자(riba)와 과도한 위험감수(gharar)를 금지한다. 샤리아라는 이슬람 종교법의 엄수자가 되기 위해서 이슬람교도에게는 위험한 거래를 피해야 하고, 어떤 형태의 이자도 주고 받을 수 없으며, 술과 도박 및 포르노 영화 같은 ‘죄악 산업(sin sector)’에 투자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런 제한이 모든 이슬람교도에게 1400년간 적용돼 왔고, 1970년대에 있었던 첫 석유 호황기가 되어서야(이슬람교도 시장이 중요해지면서) 일반적인 금융 기법이 샤리아에 부합하는 금융 서비스로 구체화됐다.
 
이 기간에 이슬람개발은행(IDBank, 1975), 쿠웨이트 금융국(KFH, 1977), 요르단 이슬람은행 (JIB, 1978) 등의 이슬람 금융 기관이 나타났다. 부분적으로는 석유값 하락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초기 이슬람 은행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소규모의 지방은행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석유가격이 치솟고 이슬람 금융계가 9·11 이후 국가 재건을 목표로 하면서 이들 은행은 최근 들어 더 이상 소극적이지 않다.
 
걸프의 오일달러는 이슬람 율법에 부합하는 거래에 개입하면서 산업의 급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산업은 매년 1520% 성장하고 있으며, 350여 개의 이슬람 은행이 전 세계 60개국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수적인 전망치로 보면 이슬람 기관들이 자산 규모로 5000억 달러 정도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 규모는 글로벌 은행 자산의 약 1% 규모이며, 자산 측면에서 미국의 다섯 번째 은행인 웰스파고 정도다. 그러나 2007년의 세계 이슬람 은행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은행 부문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2010년까지 1조 달러의 자산을 관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16억 명의 이슬람교도들의 증가하는 사업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HSBC, BNP 파리바, 스탠더드차터드, 시티그룹 등 서방 금융기관들은 수십 년 동안 걸프와 아시아 지역에서 샤리아에 맞는 운영을 하면서 이슬람 은행들의 이익을 빼앗아 왔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모건스탠리나 바클레이캐피털, 도이치 은행 같은 중량급 진입자들과의 경쟁에 직면하고 있으며 웨스트LB나 지역의 미들이스턴 은행같이 확장일로에 있는 작은 경쟁자들과도 싸워야 한다.
 
걸프 지역에는 관리해야 할 자금이 많이 있으며, 이것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5년 안에 석유와 가스로 인해 GCC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축적된 부는 4조 달러에서 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이슬람 금융기관을 통해 유통될 것이다. 게다가 오일달러가 유발하는 지역 부동산 붐은 프로젝트와 기반 시설 금융을 위한 거대한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현재 GCC 국가들은 2조7000억 달러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수십 억 달러에 이르는 킹압둘라 경제도시와 사우디 파워 네트워크, 두바이의 바와디 관광 및 레저 리조트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적절한 샤리아 신임장이 있는 은행들은 이런 기회들로부터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나 바레인 같이 금융 산업을 전통적으로 주도하던 이슬람교 국가들 외에 다양한 국가들이 샤리아를 따르는 투자 허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현재까지 2006년 스위스에서 창설된 최초의 유럽 이슬람 개인 은행으로, 전통적인 스위스 은행인 파이잘프라이빗은행에 의해 관리돼온 2000억 달러 규모의 아랍펀드에 근접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유럽이슬람투자은행이 영국에서 허가를 취득하고 유럽 내에서 샤리아를 따르는 최초의 투자은행이 됐다. 영국 정부는 내년까지 수쿡스(sukuks: 채권과 유사한 이슬람의 금융 증서)를 발행하는 최초의 서방 정부가 될 계획이며, 런던을 서방의 주요 이슬람 금융 센터로 만들기 위한 제안을 강화할 계획이다.
 
걸프 지역 투자자들을 잘 대해 주려는 국가적 노력이 별로 없는 미국에서도 시카고에 있는 데번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이런 기회를 인식했다. 데번은행은 대규모의 이슬람교도 주민을 포함해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주민들이 있는 지역에 본부를 둔 작은 은행이다. 데번은행 관리자들은 몇몇 이슬람 교도 고객들이 현재 제공되는 일반적인 금융 상품과 서비스는 그들의 종교적인 활동과 맞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이 은행은 2003년 샤리아에 적합한 대부 상품을 지역 이슬람교도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업이 시작되고 프로그램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자 미국 전역의 이슬람교도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데번은행은 프로그램을 36개 주로 확대했고, 이슬람 대부 프로그램은 은행의 전체 대부 구성 중 75%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 미국의 거대 주택 대부 업체인 프레디맥도 데번을 포함한 4개 지역 은행을 통해 샤리아에 적합한 대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거래 규모는 지난해 2억5000만 달러 규모로 아직 매우 작다. 전반적으로 미국 내 이슬람 금융 산업은 미개발 상태이며, 특히 런던이나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금융센터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적극적인 노력과 비교할 때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이런 외면이 가까운 장래에 미국 금융 시장에서 부정적 결과를 낳지는 않겠지만 걸프 지역의 석유 자본과 연계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상실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급성장하는 오일달러의 잉여 효과에 대한 서방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언론은 중국이나 인도 등 급속 성장 국가들에 대한 고유가 영향이나 에너지 고갈에 대한 비용 등을 제한적으로만 다루었다. 석유 자본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 측면에서는 비틀거리는 미국 은행과 투자은행 지분의 ‘최후의 구매자’로 활동하고 있는, 점점 더 강력해지는 국부 펀드의 활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
 
우리 견해로는 이들이 오일달러의 잉여가 글로벌 상거래에 미치는 효과 중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인근 국가와 사업 및 이해 관계를 재구축하려는 GCC 국가들의 노력이 서방 금융을 긴급 지원하는 노력보다 더 중요하며, 자국 내에서 기반 시설과 제도적 발전을 재구성하고 강화하려는 시도는 더욱 더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서방의 경영자들은 이런 광범위한 변화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본 유입과 함께 GCC 국가에서는 잠재적 파트너와 신규 경쟁자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최고 인재들은 최고 경영기회와 최고 급여에 매혹돼 이들 국가에서 자신의 길을 찾을 것이다.
 
걸프 지역은 단지 석유 이외에 더 많은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야망, 인재,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중요한 연결망 역할을 할 자본이다. 이는 무시돼서도 안되고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
 

번역 오영건 kwonoy@hotmail.com
 
라울 압데라일(rabdela@hbs.edu)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경영, 정부 및 국제경제 부문 담당 교수이며 <자본의 지배: 글로벌 금융의 구축(Capital Rules: The Construction of Global Finance), 하버드대 출판국, 2007년>의 저자다. 아예샤 칸(akhan@hbs.edu)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전략 부문의 박사 과정 학생이다.타룬 카나(tkhanna@hbs.edu)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Jorge Paulo Lemmann 석좌교수이자 <‘수십억의 기업가: 중국과 인도는 그들과 당신의 미래를 어떻게 재구축하고 있는가?(Billions of Enterprenures: How China and India Are Reshaping Their Future and Yours), 하버드대 비즈니스 출판국, 2008년>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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