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즉흥적 대응 역량, 상호 학습과 신뢰 속에서 싹터

313호 (2021년 0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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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ing improvisation skills" The influence of individual orientations” byPier Vittorio Mannucci, Davide C. Orazi and Kristine de Valck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20, 41. pp. 1-47.

무엇을, 왜 연구했나?

팬데믹, 글로벌 무역 갈등,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거대한 불확실성이나 변화로부터 생존하는 방안 중 하나로 조직 구성원의 ‘즉흥적 대응 역량(Improvisation capability)’이 자주 거론된다. 즉흥적 대응 역량이란 틀에 박힌 관행과 정형화된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신속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조직 구성원의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재즈 연주 등에서 자주 경험하는 즉흥연주(Improvisation)를 실무에 적용해 착안해 낸 개념이다. 연주자가 그때의 환경, 기분에 따라 그 감흥을 즉석에서 연주로 표현하듯 즉흥적 대응 역량은 경영 활동에서도 사전 계획이나 정형화된 프로세스에 따르지 않고 시간차 없이 계획과 실행이 거의 동시에 이뤄져 어떤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 한다. 이 방법은 아이디어의 신속한 실행력을 강화시키고 다양한 잠재력과 창의력을 끌어내는 데도 큰 장점을 발휘한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같은 성공한 기업들은 혁신과 성장의 원동력으로 구성원들의 탁월한 즉흥적 대응 능력을 꼽고 있다. 화재(火災)나 재난(災難) 현장의 구조 요원, 유사시 특수 요원, 글로벌 기업 R&D 부서, 서비스 기업 등에서 특히 요구되는 역량이다. 그리고 이는 구성원의 경험, 지식, 조직력이 결합돼야 비로소 가능하다.

학계에서는 오랜 기간 조직 구성원의 즉흥적 대응 역량을 어떻게 강화시킬지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 방안으로 다양하고 유기적인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 강화,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교육 프로그램, 조직 개편 등을 제안해 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즉흥적 역량이 조직 혹은 관리적 차원에서 육성될 일인지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 영국, 프랑스의 공동 연구진은 즉흥적 대응 역량이 구성원 스스로 개발하고 습득해나가는 과정임을 밝혀내고 조직 차원의 역할은 구성원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자기학습이 가능한 조직문화 형성에만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연주자의 환상적인 즉흥연주 실력을 지휘자가 집단적으로 육성시켜 줄 수 없다는 맥락이다. 다만 직원 개개인의 옳은 방향으로 역량이 발전될 수 있도록 협력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의 노력만 기울이면 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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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즉흥적 대응 역량이 정말 개인 수준에서 생성, 발달, 확산돼 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럽과 호주 무대에서 공연 중인 동일한 연극 속 배우들이 시시각각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며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지 2년여간 관찰했다. 연극 무대는 엄격한 서열과 위계, 내부 규정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구성원 개개인의 상황 대응 능력이 공연 활동 전반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이 처한 상황과 다르지 않다. 관찰 결과 연기자가 당면한 문제나 처한 상황을 어떻게 즉흥적으로 풀어갈지는 다른 구성원의 행동을 모방하고 응용하면서 창의적으로 발전해 나갔다. 다만 처한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대응 방식, 대응 패턴, 대응 역량도 차츰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발전해 나갔다. 처한 상황을 경쟁적 시각으로 접근한 연기자들은 주변 환경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는 데 탁월함을 보였으나 다른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을 일으켜 조직 전체의 대응 역량을 확대시키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반면 협력적 시각으로 처한 상황을 대응하려는 연기자들은 대응 속도가 더딜 수는 있어도 조직 전체의 반감이나 저항을 상쇄해 조직의 즉흥적 대응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었는가?

어떤 상황도 대처해 내는 애자일 조직이나 변화에 융통성 있고 기민한 수평조직은 구성원 개개인의 탁월한 즉흥적 대응 역량 없이는 그 효과성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제도, 교육, 인위적인 조직 개편이나 트렌드를 추종하는 것으로는 쉽게 육성되지 않는다. 연구진의 주장대로 인위적인 육성책이나 모방에 급급한 수평적 구조 개편은 개인차를 무시한 제한으로 작용해 오히려 즉흥적 대응 역량을 위축시킬 수 있다. 구성원 간 학습을 통해 서로 모방, 응용하며 귀감이 될 만한 다양한 사내 리더나 전문가가 나오도록 경쟁적이기보다는 협력적이고 접근 가능한 사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관리자들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응 가능한 조직의 핵심은 결국 상호작용, 상호 학습 그리고 상호 신뢰에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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