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커뮤니케이션

“책임감을 가지세요” vs.
“책임감 있는 구성원이 돼주세요”

303호 (2020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비대면 근무 환경에서도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특정 행동을 촉구하기보다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돼 달라고 정체성을 강조하자. 둘째, 조금 더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도전적 과제를 부여하자. 마지막으로, 재택근무를 할 때는 집 안에서도 일하는 장소를 다른 장소와 구분하자.



직원들 대부분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 근무를 하고 있는 요즘, A 팀장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 평소 근무 태도가 문제인 직원이 있었는데 온라인상에서는 제대로 지적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화상회의 때마다 팀의 목표와 과업,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리더로서 대략 난감하다. 비대면 상황에서도 팀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몰입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 및 원격 근무 등 비대면으로 일하는 방식이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75%가 유연근무제를 실시 중이라고 하며, 이들 중 51% 정도는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에도 현재 근무 방식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연근무제가 업무 효율 및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1 하지만 재택 및 원격 근무가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출퇴근에 쓰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A 팀장의 사례처럼 직원들의 일탈 가능성이 높아지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재택 및 원격 근무의 부작용을 줄이는 동시에 조직의 생산성은 끌어올릴 수 있을까?

1. 행동을 강요하기보다 정체성을 인식시키자.

지금 1부터 10까지 숫자 중 하나를 생각나는 대로 즉흥적으로 떠올려보자. 어떤 숫자가 떠오르는가? 대부분은 홀수를 떠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홀수와 짝수가 나올 확률이 50대50일 것 같지만 과학자들이 발견한 사실은 다르다. 문화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이렇게 무작위로 숫자를 회상할 때 홀수를 떠올리는 사람들의 비율이 짝수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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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속성을 활용해 캘리포니아대 브라이언(Bryan), 스탠퍼드대 모닌(Monin), 런던비즈니스스쿨 애덤스(Adams) 교수는 비윤리적 행동 억제에 관한 실험을 했다. 3 먼저, 실험 참가자들을 A와 B 그룹으로 나눈 뒤, 숫자를 연구자들에게 말하지 않고 속으로 먼저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떠올린 숫자가 짝수라면 5달러를 드리겠습니다. 어떤 숫자를 떠올리셨나요?”

사실 여기서 어떤 숫자를 생각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연구진이 실제 알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좀 더 정직해지는가’였다. 각 그룹은 숫자를 말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 A그룹 : 거짓말(cheating)하지 마세요.
● B그룹 : 거짓말쟁이(cheater)가 되지 마세요.

자신이 생각한 숫자를 자신 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A와 B 중 어느 쪽 그룹이 솔직하게 대답했을까? “거짓말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은 A 그룹 참가자들은 50%가량의 참가자들이 자신이 생각한 숫자가 ‘짝수’라고 말했다. 이 결과로 보면 A 그룹 참가자들 중 상당수가 거짓말이라는 비윤리적 행동을 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홀수를 선택할 확률이 월등히 높은 데도 불구하고 짝수를 선택한 비율이 50%나 됐다. 반면 “거짓말쟁이가 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은 B 그룹에서 ‘짝수’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약 20%에 불과했다. 거짓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4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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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A와 B 그룹 사람들은 다르게 행동했을까? 사전 메시지를 통해 자극받은 변화 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실험에서 A 그룹은 “거짓말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로 그들이 해야 할(To do) 행동 그 자체를 변화 지점으로 삼았다. 반면, B그룹은 “거짓말쟁이가 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로 변화 지점을 그들이 돼야 할(To be) 정체성에 뒀다. 즉, 사전 메시지로 변화 지점을 ‘행동’에 두느냐, ‘정체성’에 두느냐의 작은 차이가 실제 행동 변화에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메시지의 작은 차이가 행동 변화의 큰 차이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실용심리학의 한 분야인 NLP(Neuro linguistic Programming)에서 사용하는 뉴로로지컬 레벨(Neurological Level)이라는 변화 과정 모델로 알아보자.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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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델에 따르면 상위 단계의 변화 요소가 바뀌면 그 아래 단계의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변하게 된다. 그래서 논리적 단계라고 한다. 예를 들어, 정체성(Identity)이 변화하면 하위 단계인 행동(Behavior)은 자연스럽게 변하게 된다는 의미다. 부모가 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부모가 되면 행동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 모델로 설명하자면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정체성의 변화가 이전보다 더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상위 단계를 변화시킬수록 변화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따라서 팀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만들려면 “책임감을 가지세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책임감 있는 구성원이 돼 주세요”라고 그들의 정체성을 자극하는 말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같은 원리로 “소통하세요”라는 말보다는 “소통하는 사람이 돼 주세요”가 행동의 변화에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2. 도전적 과제를 부여하라.

몰입은 쉬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A부터 Z까지 알파벳을 적어보자. 이때 시간 제한도 없고, 특별한 미션도 없다면 어떨까? 몰입은커녕 지루함만 느껴질 것이다. 이번엔 1분 내에 알파벳을 최대한 많이 적는 것이 미션이라고 하자. 한번 적어보자. 어떤가? 알파벳을 적는 1분 동안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가? 이렇게 특정 활동에 완전히 빠져든 상태를 몰입이라고 한다.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 뇌가 몰입 상태에 빠지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중에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 있다. 집중력과 판단력을 높여서 뇌의 활동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주는 물질로 5 청반핵(Locus ceruleus)에서 만들어져 뇌의 여러 영역으로 분비된다. (그림 3)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기 위해서는 적당한 긴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몰입을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 능력을 조금 넘어서는 과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관리 가능한 수준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기 능력보다 약 4% 정도 어려운 일을 수행할 때 몰입 상태에 돌입한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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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이 일에 몰입하게 만들려면 그들의 현재 능력보다는 조금 어렵지만(그래서 긴장하게 되고),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도전적 과제를 부여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유의할 점은 과제 부여로 만들어지는 긴장의 수준은 적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낮거나 또는 높은 긴장 상태는 수행 수준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 )이라고 한다. (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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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집에서도 일하는 장소를 구분하라.

수십 년에 걸친 연구들은 우리의 행동이 장소에 영향을 받는다고 밝힌다. 행동을 만드는 기억이 장소와 강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고향에 갔을 때 그동안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기억들이 홍수처럼 밀려온 경험이 있지 않았나? 이는 우리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의 기억 저장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해마가 외부 자극을 기억하는 한 가지 방법은 종류가 다른 일에 대해 서로 다른 작업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7 이것은 우리 뇌가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서로 다른 일을 같은 공간에서 처리하는 것은 뇌과학적으로 보면 해마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비효율적인 일이다. 집에서 할 일은 집에서, 사무실에서 할 일은 사무실에서 하는 것이 기억의 관점에서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을 재택근무시켜야 한다면 일하는 장소를 특정해 그곳에서 일하는 것을 습관이 되게 하는 게 좋다. 예컨대, 서재나 거실의 일부 공간을 일하는 곳으로 구분한 뒤, 업무를 처리하거나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가능한 지정된 장소에서만 하게끔 만드는 식이다. 해마에는 장소 세포(place cell)가 있어 어떤 습관이 형성된 장소를 지나치기만 해도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 기억이 습관적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표출하게 만드는 법이다. 일하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장소가 행동을 촉발하는 트리거(trigger)가 되는 셈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작가이자 유명한 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도 완전히 독립적인 두 가지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면 집 안에서도 각각의 작업을 수행하는 구획을 따로 배정해 일하라고 말한다. 8 다른 공간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이전 작업에는 뇌의 리세트 버튼이, 새로운 작업에는 트리거 버튼이 눌러지면서 보다 빠른 시간 내에 업무 몰입과 생산성 향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교수실에서 전임 교수로 활동한 후,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전략(Shaping Strategy)’ ‘브레인 커뮤니케이션 특강’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 ‘강의 스킬 및 코칭’이 주된 강의 분야이며, 교육생 관점으로 강의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는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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