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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혁신? 성급함 먼저 버려라

이수민 | 298호 (2020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아무리 교육하고 노력해도 조직문화가 잘 바뀌지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변화를 추진할 때는 구성원의 의지력에 호소하지 말고 습관을 바꾸려고 하자. 그러려면 구성원들이 무의식적으로 변화된 행동을 반복하도록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작지만 탄탄한 A 기업을 물려받은 2세 경영인 B 대표가 찾아왔다. 회사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은 B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직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지 않는 조직문화였다. 작은 회사가 성장하려면 직원 모두가 한 팀처럼 똘똘 뭉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직원들에게 틈틈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외부 교육도 제공했지만 변화의 효과는 그때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직문화 전담 직원도 따로 뒀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을 변화시키려면 어떤 교육이나 활동이 필요할지 궁금해했다.

중소기업 CEO나 대기업 조직문화 담당자가 찾아와 조직문화를 개선하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는데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하소연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한두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조직문화가 실제로 개선이 될지, 안 될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기업의 조직문화는 교육으로 바뀔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자.

변화의 과정은 물을 기체로 바꾸는 과정과 같다. 99도까지는 아무리 뜨겁다 하더라도 그냥 물일 뿐이다. 액체인 물을 기체인 수증기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100도의 온도 임계치를 통과시켜야 한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구성원들이 변화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행동 결과의 누계 값이 변화 임계치를 넘어설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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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를 실제로 바꾸고 싶다면 ‘행동 지속’과 ‘환경 설계’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

1. 행동의 지속은 구성원들의 의지력이 아니라 습관에 달려 있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변화 행동이나 목표는 조직마다 다를지 몰라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 반드시 행동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어느 조직에서나 동일하다. 그런데 한 번이라도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면 알 것이다. 조직문화 개선 작업 초기에 활발했던 구성원들의 참여(그림 1 a)가 지속되지 못하고 시간이 갈수록 시들해지는 경우(그림 1 b)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변화를 완성(그림 1 c)하지 못했으니 목표 달성은 실패한 셈이다.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다이어트나 어학 공부와 같은 목표를 세운 뒤, 처음에는 열심히 실행했지만 시간이 지나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렇듯 조직이든, 개인이든 행동을 지속하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행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 문제이기 때문일까? 혹시 구성원이나 자신의 빈약한 의지력을 탓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데 우리 뇌의 작동 원리를 보면 의지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지력이든, 자제력이든 마음의 힘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장소는 우리 뇌다. 다이어트를 위해 맛없지만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거나 미래를 위해 현재의 쾌락을 억제할 때, 작업 기억과 주의 집중의 영역인 배외측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1 (그림 2) 의지력이나 자제력은 눈앞의 대상을 기억(작업 기억)하고 주의 집중을 해야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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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유의할 점이 있다.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은 회사의 예산처럼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조직에서 한정된 예산을 부서별로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뇌도 한정된 에너지 예산을 영역별로 효율적으로 배분해 사용하게 한다. 뇌의 여러 영역 중에 특히 의지력과 같은 의식적 활동을 담당하는 배외측전전두엽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여기서 소모라는 개념을 꼭 기억하자. 의지력은 운동할 때 필요한 ‘근력’과 비슷하다. 근력을 사용할수록 점점 힘이 고갈되듯 의지력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줄어든다.2 의지력에 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자기 실험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보고서 작성과 같이 의식적으로 집중해야 할 때,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음식, 예를 들어 커피, 고급 초콜릿, 맛있는 쿠키 등을 앞에 놓아두고 일을 해보라. 규칙은 그것들을 절대 먹을 수도, 손을 댈 수도 없다. 어떤 느낌이 들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도 일하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집중력에 사용해야 할 뇌의 에너지를 유혹에 맞서려는 의지력에 대부분 소모해 버렸기 때문이다. 3

구성원의 의지력에 호소하지 말자. 우리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은 제한적이다. 직원들의 뇌가 에너지를 사용해 처리해야 하는 일은 칭찬 한마디나 소통 캠페인과 같은 조직문화 개선 행동 외에도 매출 실적 달성, 고객 유지 및 발굴 등 무수히 많다. 대개는 조직문화 개선 작업보다 시급한 일들이다.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계속적인 동기부여가 없다면 그들은 당장 시급한 일에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이는 즉각적 보상을 추구하는 우리 뇌의 또 다른 속성이기도 하다. 조직문화 개선에 필요한 그들의 의지력은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조직문화 개선 작업은 실패하게 되고, 구성원들은 학습된 무력감만 쌓이게 된다.

A기업의 조직문화 개선 작업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강이나 외부 교육으로 구성원들의 의지력을 일시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단기적인 동기부여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습관이 돼야 행동이 지속되고, 행동이 지속돼야 변화가 임계치를 넘어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기 때문이다. 인간 행동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 웬디 우드(Wendy Wood) 교수도 그녀의 책 『해빗』에서 의지력과 지속성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고, 지속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습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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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민sumin@smnjpartners.com

    SM&J PARTNERS 대표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경영전문석사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쌓고, 잡 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강의 중심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전략 프레임워크 이해 및 활용’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몰입’ ‘사내강사 강의스킬’ ‘조직관점 MBTI’ ‘B2B 협상스킬’ 등이 주된 강의 분야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서로는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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