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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le Management

상식 넘는 혁신 위해선 ‘판’을 깰 줄 알아야

박영규 | 298호 (2020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장자』에 등장하는 대붕(大鵬), 호접몽(胡蝶夢) 등의 에피소드들은 전복(顚覆)적 사고의 결정판이다. 실제로 장자는 기존의 도덕관념을 송두리째 뒤집었다. 당시 대부분 사람의 생각과 달리 장자는 유교를 악의 근원으로 봤다. 천하가 올바르게 다스려지려면 유교에서 강조하는 성(聖)과 지(智)에 대한 기존 관념부터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성스러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내세우면서 상대를 저속하고 무지한 사람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분쟁의 씨앗만 키우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을 원한다면 기성적 가치와 규범을 뒤집은 장자의 가르침을 곰곰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텔레비전으로 높이뛰기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국을 대표해 출전한 딕 포스베리 선수의 기상천외한 동작 때문이었다. 포스베리는 얼굴과 가슴은 하늘을 향하고 등은 땅을 향하는 이른바 배면(背面)뛰기 자세로 바(bar)를 훌쩍 넘었다. 높이뛰기는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지만 그때까지 모든 선수는 다리를 가위처럼 쭉 벌리는 가위뛰기나 얼굴과 가슴이 땅을 향하는 엎드려뛰기 자세로 바를 넘었다. 배면뛰기를 시도한 선수는 포스베리가 처음이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을 구사한 포스베리는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배면뛰기는 포스베리 플롭(Forsbury Flop)으로 불리며 높이뛰기 기술의 정석이 됐다. 선수 개인의 전복(顚覆)적 사고가 높이뛰기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스위스 작가 비트만은 『선악의 저편』이라는 니체의 저작을 다이너마이트에 비유했다. 니체 스스로는 자신의 사상을 쟁기 날, 망치라고 했다. 표현 그대로 니체는 자신의 철학으로 세상을 갈아엎고, 부수고, 폭파시켰다. 짧고 간결한 니체의 아포리즘은 중세적 가치관과 질서를 완전히 뒤집었다. 니체에 의하면 인간은 극복돼야 하는 그 무엇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면 먼저 세상의 판을 뒤집고 나를 넘어서야 한다. 장자도 모든 것을 뒤집었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뒤집고 기성적 가치와 규범을 뒤집었다.

대붕(大鵬), 호접몽(胡蝶夢)과 같은 『장자』의 대표적 에피소드들은 이러한 전복적 사고의 결정판이다. 장자가 활동하던 당시 유교는 모든 가치 규범의 척도였고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는 성인이었다. 그러나 장자의 생각은 달랐다. 『장자』 ‘도척’편에 나오는 다음 우화를 보자.

어느 날 공자가 유하계 1 에게 말했다. 유하계는 공자의 친구였으며 공자는 그의 인품을 높이 샀다. “그대에게 도척이라는 동생이 있지 않소? 그는 남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해서 재물을 훔치고,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등 악행을 일삼고 있소. 천하 사람들의 비난이 자자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는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오.” 그러면서 공자는 자신이 유하계를 대신해 도척을 만나 그를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놓겠다고 했다. 유하계는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다며 공자를 만류했다. 그러나 공자는 유하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척의 산채를 찾아갔다.

공자는 산채지기에게 자신이 도척에게 볼일이 있어 왔다며 면담을 요구했다. 기별을 받은 도척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저 노나라의 위선자 공구가 아니냐? 내 대신 그에게 전하라. 너는 적당히 말을 만들고 지어내어 함부로 문왕과 무왕을 칭송하며, 머리에는 나뭇가지같이 이것저것 장식한 관을 쓰고,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먹고 살며, 길쌈을 하지도 않으면서 옷을 입는다. 당장 돌아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네 간으로 점심 반찬을 만들겠노라.” 공자가 유하계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재차 면담을 요구하자 도척은 마지못해 허락했다.

공자는 유교의 인의사상을 내세워 도척을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도척은 크게 노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옛 성현의 도를 기반으로 유교를 만들었다. 그러나 실상을 따지고 보면 너는 헛된 말과 거짓 행동으로 천하의 임금들을 미혹시켜 부귀를 추구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도둑치고 너보다 더 큰 도둑은 없는데, 세상 사람들은 어찌하여 너를 도구(盜丘)라 부르지 않고, 반대로 나를 도척(盜跖)이라고 부르는 게냐!”

- 『장자』 ‘도척’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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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규chamnet21@hanmail.net

    인문학자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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