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3. 초개인화 시대, 조직 운영을 위한 아이디어

초개인화 표방한다면서 조직 구조는 획일적?
내부의 표준화 덫에서 먼저 탈출하라

292호 (2020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기술 혁신으로 인해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주목받는 초개인화 시대가 도래했다. 초개인화 시대의 도래는 단지 기술 발전의 의의를 넘어서 산업혁명 시대에 잃었던 개인으로서의 인간성, 고유의 특징을 당위적으로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깊은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아직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조직 바깥을 향한 초개인화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지만 그 시선을 조직 내부로 향해보면 우리는 여전히 19세기의 테일러리즘-표준화, 평균, 계층주의-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초개인화의 핵심은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 이유로 등한시돼 왔던 ‘개개인성(Individuality)’의 회복이다. 실제 초개인화 키워드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고객 마케팅 분야 등에서 초개인화가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기업 외부에 고객에 대한 개개인성에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다양한 사람이 모여 하루 중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라는 조직 내부의 개개인성 회복은 여전히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모습이다.

현대 기업들의 조직 시스템과 문화에서 개개인성이 무시됐던 이유는 최근까지도 ‘과학적 관리법(scientific management)’이라는 이름으로 현대 경영학의 중심을 지켜온 ‘테일러리즘(Taylorism)’ 때문이다. 프레데릭 테일러가 1890년대에 제시한 이 개념은 이후 무려 130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부분의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이 테일러리즘의 핵심은 바로 ‘표준화(standardization)’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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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려는 근로자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으로 여겼다. 이 철학을 받아들인 공장들은 세세한 작업 규칙과 표준 작업 절차를 담은 매뉴얼을 발간하고 작업 지시 카드를 발행하는 식으로 직무 수행 방식을 세세하게 설계했다. 테일러리즘이 대세인 시대에는 이전까지 각광받던 ‘창의적인 장인’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공장이 제시하는 방식에 따르는 ‘자동인형’과도 같은 인간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테일러가 1911년,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 발간한 『과학적 관리의 원칙(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이 나온 직후부터 전 세계는 빠른 속도로 테일러리즘으로 물들었다. 이는 동시대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평균(Average)’ 중심의 개념, 수리 분석 방법론 1 과 함께 기업 경영뿐 아니라 교육, 사회, 경제 곳곳에 침투했다. 토드 로즈 하버드대 교육학과 교수에 따르면 189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대략 50여 년을 거치는 사이, 거의 모든 사회 시스템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평균과 관련지어 평가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새로운 기술 혁명과 초개인화 시대

테일러리즘은 그 위력이 워낙 강력해 최근까지도 여전히 ‘지배적 논리’로 기업과 조직 안팎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경제 침체기를 지나면서 변동성(Volatil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이 높아지고 저성장, 저금리가 일상화되면서 테일러리즘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또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본격화되면서 테일러리즘은 그 수명을 다해가는 모습이다.

실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 등 디지털 전환의 핵심 기술은 ‘표준화’로 대표되는 테일러리즘과 배치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기술의 진보 덕분에 기업은 너무나 손쉽게(저비용으로)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또 개인별로 이룰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동시에 고객의 힘도 크게 증가시켰다. 어느 한 개인의 움직임이 광범위한 신경 세포와도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에 의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큰 임팩트를 촉발하기도 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우리 기업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고민하며, 어떤 경험을 하고자 하는지 파악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발달로 발빠른 혁신 기업들은 고객 한 명, 한 명의 개인별로 차별화된 제안과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초개인화’ 전략 및 마케팅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람에 관한 관점이 기술의 혁신과 사회•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개개인의 들쭉날쭉함을 인정하고 고려하는 방향으로 180도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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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개개인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

그러나 소비자들의 초개인성을 활용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을 조직 내부의 문제에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전히 조직문화와 조직 운영 분야에서는 내부 직원들의 초개인성을 인정하려는 시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미 다양한 조직에 관한 연구를 통해 조직 구성원의 개성 및 다양성이 존중되고 확보되면 경영의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혁신성, 그리고 유연성까지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2 그러나 컴퓨터 알고리즘이 조직 바깥에서 개개인의 패턴을 분석해 ‘개인성’을 파악하는 것과는 별개로 조직 내적으로 개인성을 존중하고 이를 성숙한 운영체계에 담아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1. 비용, 비효율 이슈
조직 내 개개인성이 존중받는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조직 내 다양성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 내 다양성이 높아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두면 비효율과 복잡성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다양한 구성 요소를 인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표준화된 구성 요소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 조직의 효율성을 약화시킨다.

2. 형평성, 차별 이슈
한 조직이 비효율의 장애물을 넘어 조직의 다양성을 관리하겠다 마음먹어도 개인의 차이를 고려한 관리가 자칫 구성원들이 보기에 ‘조직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느껴지기보다 ‘나를 차별한다’는 형평성의 문제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리스 보넷(Iris Bohnet)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행동통찰력그룹(BIG) 의장은 “실제 성별, 학벌 등 우리가 갖고 있는 오랜 편견이 때로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동시에 조직이 차별을 신중하게 배제하고 ‘개개인성’의 차원에서 신중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고자 하더라도 반대로 구성원들은 이를 차별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3. 인지적 본능, 평균주의의 관성
이보다 더 해결이 어려운 것은 일련의 과정에서 붉어지는 관리주체 및 구성원의 인지적 오류다. 채용, 평가, 개발, 보상 등이 핵심인 조직관리에서 양질의 관리를 한다는 것은 결국 ‘누가 어떤 무엇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대해 합리적인 답을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안에 본능적으로 내재된 인지적 장애물 때문에 조직이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에밀리오 카스틸라(Emllio Castilla)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와 스티븐 베나드(Stenphen Benard) 인디애나대 교수는 ‘성과주의 패러독스’ 연구에서 기업이 전통적 인사 고과 방식을 벗어나 성과 중심의 새로운 평가방식을 도입하더라도 인지적 오류 및 편견으로 말미암아 ‘똑같은 성과를 낸 직원들을 다르게 대우할 수 있음’을 밝혔다. (동일한 성과를 낸 그룹에서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우호적인 경향을 보였다.)


초개인화 시대, 조직 운영을 위한 5가지 기본 원칙

그렇다면 초개인화 시대에도 우리 조직은 개개인성보다는 평균주의 중심으로 운영이 되는 것이 숙명일까? 우리가 시대적 흐름과 사명에 부합하는 노력을 조직 내적으로도 실천해 가치 있는 성과를 내고 이미 벌어진 조직 바깥의 자아와 조직 내 자아의 간극을 좁히고자 한다면 ‘알고리즘’과 같은 기술적 상상력 이외에 어떤 상상력이 필요할까?

1. 조직의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단순한 ‘원칙’을 확립하라
오늘날 경영 환경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리타 G. 맥그래스(Rita Gunther McGrath)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사람들이 처리해야 하는 복잡성(Complexity)의 수준이 과거의 기업 경영과 현재 기업 경영을 구분 짓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라 주장한다. 복잡한(Complex) 것은 혼잡한(Complicated) 것과는 다르다. 혼잡한 시스템은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는 점에서 예측 가능하다.

우리는 조직 복잡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관리상에서의 구조, 프로세스, 시스템 등도 복잡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기업이 ‘9시 출근 / 6시 퇴근’으로 근무시간을 일원화해 관리하던 것을 개개인의 선호를 어느 정도 반영해 ‘8시 출근 / 5시 퇴근’ ‘9시 출근 / 6시 퇴근’ ‘10시 출근 / 7시 퇴근’으로 세분화할 경우 기존의 관료주의적 관리 프로세스상에서는 3배 이상의 관리 복잡성이 증가한다. 관리 단위를 30분 단위로 세분화하면 6배, 해당 근무 형태를 조직 구성원별로 1개월에 한 번씩 변경 가능하도록 한다면 순식간에 72배(연 기준)로 복잡성이 증가한다. 만약 개개인의 특수성을 좀 더 고려해 시간의 관리 구간을 분 단위로 세분화하고 이마저도 매일 변경 가능하도록 한다면 근로시간 관리, 단 하나의 제도만으로 기존 대비 수만 배 복잡함을 품게 된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실마리를 프랑스의 톨레랑스(Tolerance)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톨레랑스는 기본적으로 ‘존중’과 ‘관용’에 대한 원칙이다. 하지만 톨레랑스에는 또 하나의 사전적 뜻이 있다.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라는 의미다.3 예컨대, ‘톨레랑스’라는 프레임이 기업 경영의 원칙으로 제대로 작동한다면 기업 구성원은 서로의 개개인성을 조직으로부터, 동료로부터 존중받으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심리적 안전감을 가지고 주장할 수 있다. 균열을 조정해 대안을 만들 수 있고 책임을 우선하는 특별한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압박 혹은 강요받지 않으며 개인의 선택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나 조절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높은 수준의 자유는 다시 구성원의 내적 동기를 자극해 지속가능한 성과를 기대케 할 수 있다.

일련의 인사이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한 대표적 기업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조직 안팎에서 인간의 개개인성, 다양성에 주목하는 회사 중 하나다. 비즈니스상에서는 소비자 개개인의 들쭉날쭉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이를 적시에 추천해 제공하는 기술이 핵심이지만 동시에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프로세스를 넘어선 사람(People over Process)’이라는 것을 외부에 공식적으로 공표하고 있다. 강력한 기술 기반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조직 운영에서 강조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자유와 책임’이라는 추상적인 문화적 프레임이다. 넷플릭스를 모방한 많은 기업이 ‘자유’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조직적 혼란에 빠진 것과는 다르게 넷플릭스는 ‘책임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의 자유’로 자유의 의미를 문화 기술서(Culture Deck) 곳곳에서 명기해 놓고 있다. 더불어 시스템 및 프로세스를 단단하게 엮어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무수한 복잡성에 대응하기보다 사람 중심의, ‘느슨한 연결, 그러나 높은 수준의 동맹(highly aligned, loosely coupled)’을 추구한다. 구체적 전략과 목표를 조율해 이를 중심으로 동맹을 맺되, 이를 제외한 영역에서는 신뢰와 관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톨레랑스’가 가지는 함의와도 매우 밀접하다.

DBR mini box

어니스트펀드의 문화강령 일부와
강령 제정에 영향을 미친 과학적 인사이트

Rule 3 의자 정리에서부터 자율의 문화가 시작된다.

맥 락 자율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지키기 위한 핵심 가치입니다. 훌륭한 사람은 엄격한 통제와 감시보다 상식과 스스로 세운 규율로 움직이는 자율적인 문화를 추구합니다. 누구도 지켜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함께 지키기 위한 노력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가 사랑하는 자율의 문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규율이 없는 상황에서는 높은 상식을 기준 삼아 행동하고, 우리에게 맞는 규칙을 직접 고민하고 제안하는 진취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과학적 인사이트 | 생물학적 관점에서 통제를 완화해 조직 구성 주체의 자율성을 강화하면 모듈식 구조가 강화되고 혁신의 출현을 촉진한다. 작은 자율적 팀들이 새로운 구성요소와 상호작용을 더 많이 일으킬수록 조직에 더 많은 선택 방안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Rule 8 변화를 지향하고 동시에 변하지 않는 본질에 집중한다.

맥 락 우리는 변화를 정체성의 기반으로 두기에 변화 자체를 사랑하는 공동체입니다. 회사의 모든 요소가 변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변화를 위해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환경이 계속해서 변하고 무엇이 정답인지를 알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것은 사실 정체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정답은 변화 속에서 탄생하며 변화는 갈등과 충돌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가 있을 때, 이를 도전과 즐거운 성취의 과정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답을 함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빠른 변화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는 잊지 않는 자세 역시 변화를 지향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변화를 이야기할 때는 그 변화가 지향해야 할 변하지 않는 목표 지점이 무엇인지도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과학적 인사이트 |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뿌리는 번식 방식에 있다. 자연의 구성 요소는 유전 돌연변이와 재결합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자연도태는 성공적인 돌연변이에 유리하고 새롭고 우월한 돌연변이는 어느 때든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 프로세스는 종의 적합성과 개체의 회복력 모두를 강화한다. 반면 조직과 개인의 본능은 변화에 저항하는 속성이다. 자연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 프로세스는 더욱 경직된다. 이를 막기 위해 조직은 의식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변화에 익숙해야 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원칙 기반 경영에도 원리가 있다. 조직이 다양성을 확보하면서도 질서 있는 방향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목적과 우선순위를 기반으로 한 단순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대원칙 아래에서 구성원의 개개인성, 자율성이 보장된다. 그것은 동시에 조직의 모든 구성원, 구성요소가 이 원칙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원칙은 여러 종류의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돼야 하면서도 동시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너무 광범위해선 안 된다. 더불어 조직에서 통용되지 않는 행위를 제시하고 관리함으로써 자유가 ‘특별한 상황(프레임)에서’ 작동하는 것임을 조직에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이에 연계해 실천돼야 한다. 기업의 원칙이 실제 작동하는지는 ‘누가 승진하고 보상을 받고, 또 해고를 당하는지’로 증명되는 것임을 기업 리더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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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를 보자. 브리지워터는 보수적인 산업이라 평가받는 금융 영역에서 16가지의 단순한 원칙을 기반으로 조직과 시장의 복잡성에 대응하고 있다. 회사의 제1 원칙은 ‘극단적 진실성과 투명성’을 믿는 것이다. (그림 1) 그리고 이 원칙에는 다섯 가지 부제가 따라붙는다. 이를 통해 조직 구성원이 다양한 상황 맥락에서 원칙을 응용하면서도 이것이 개개인에 따라 달리 해석되거나 왜곡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인다.

국내 사례 중에서는 ‘9시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계명으로 유명한 배달의민족을 들 수 있다. 배달의민족 역시 조직의 개개인성을 수용하면서도 민첩한 ‘조직화 효과’를 구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스템을 복잡화하는 대신 단순한 원칙(Principle)에 기반한 ‘프레임워크 내의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맥락(금융, 기술, 디자인, 비즈니스, 관리 조직과 개성 높은 구성원)이 모인 조직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경영진과 구성원은 ‘본질에 집중하고 짧은 시간 안에 빠른 변화와 가치를 만들기 위해 전제돼야 할 최소한의 원칙, 약속’을 정하고 구체화하는 것으로 복잡한 관리 프로세스와 통제적인 규율을 대체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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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듈식 구조를 바탕으로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라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큰 프로젝트는 작은 프로젝트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 조직이 커질수록 조직의 민첩성이 떨어지고 조직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조직에서 개개인성을 제대로 존중하며 관리하는 문제는 자연스레 조직 규모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개개인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직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이먼 레빈(Simon Levin) 프린스턴대 진화생물학과 명예교수 등에 따르면 생물학적으로 복잡성이 높은 유기체는 대체로 모듈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각각의 기능을 하는 부분들은 다른 부분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된다. 생물학적 모듈형 구조의 장점은 별개의 시스템들이 진화하면서 필요에 따라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들이 불필요하게 되면 다른 시스템의 운영에 차질을 초래하지 않고 더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모듈식 구조의 원리를 적용한 기업은 큰 조직을 모듈화해 작은 조직으로 나눔으로써 대형 프로젝트를 소규모 프로젝트로 잘게 쪼갠다. 그런 다음 작은 부분을 비슷한 맥락의 큰 부분으로 확대해서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하향식 계획 수립을 통한 관료주의를 거꾸로 뒤집어 세포 같은 모듈식 조직이 상향식 성장을 통해 유기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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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이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잘 알려진 핀란드의 게임회사 ‘슈퍼셀(Supercell)’4 은 이런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본래의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지속 성장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슈퍼셀 CEO인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은 슈퍼셀 창업 전 수미아(Sumea)라는 모바일 게임회사를 창업(2000)해 2004년에 미국 기업인 디지털초콜릿(Digital Chocolate)에 매각한 이후 2011년까지 이 회사에서 일하며 조직 구조와 운영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정립했다. 그는 디지털초콜릿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성공하는 게임은 유난할 정도로 함께 잘 지내는 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패턴에 주목한 그는 성공한 기업은 조직 구조 덕분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적합하지 않은 조직 구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이라 결론 내리고 평범한 조직 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견인하는 소수의 조직이 갖는 특성을 슈퍼셀 경영, 조직 체계에 반영하고자 했다. 그가 구상한 조직 구조는 전형적인 트라이앵글(Triangle) 구조를 뒤집는 것이었다. 역삼각형 구조의 조직에서 경영진의 역할은 우수한 팀을 구성하고, 그들이 최선을 다해 성공에 이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각각의 조직은 스스로 게임 하나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의 규모로 조직하고 이를 세포(Cell)라 이름 붙였다. 이제 다시 기업명을 보자. 짐작이 가는가? 그는 조직 철학 자체를 기업명에 담았다. 초기 명확한 조직 철학과 원칙, 구조를 바탕으로 출발한 슈퍼셀은 특별한 조직 이슈 없이 자율 경영 조직으로서 매우 생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포티파이로 대표되는 ‘애자일 조직’도 이러한 모듈식 구조의 원리를 따른다. 스포티파이는 기본 조직 모듈은 스쿼드(squad). 일반 기업의 단위 조직인 ‘팀’과 유사하지만 그중에서도 동일 기능의 집합이 아닌 작은 서비스를 독립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다기능 팀(Cross-Fuctional Team)’에 가깝다. 스쿼드는 하나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디자인과 개발, QA(Quality Assurance)부터 제품의 릴리즈까지 진행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에는 약 30개 이상의 스쿼드가 있는데 이들이 하나의 작은 스타트업처럼 일하게끔 하면서도 회사의 가치, 방향성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이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때문에 스포티파이는 스쿼드만으로 조직을 운영하지 않는다. 먼저, 동일한 미션을 가지는 업무 관련성 높은 스쿼드를 묶어 상위 조직화하는데 이를 트라이브(Tribe)라고 한다. 동시에 스포티파이는 각 모듈, 구성원의 유기적 상호작용을 강화하기 위해 각 조직을 가로지르는 유연한 조직(Chapter, Guild)을 두어 모듈별 독립적이면서도 조직, 구성원 간의 역할과 네트워크를 고려한 계층-네트워크 하이브리드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3. 사람을 이해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엄격한 준수보다 끊임없는 최적화를 주문하라
일반 경영의 시스템은 경영 주체인 사람을 호모 이코노미쿠스(감정이 없고 정확하고 논리적인 경제적인 동물)로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이상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오랫동안 일반 경영은 이를 보정하기 위해 인간의 행위가 가능한 ‘변수’가 되지 않고 철저히 시스템상의 예측 가능한 상수가 되도록 노동자의 ‘인간성’을 가능한 지우고 표준화하는 것으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고자 했다.

최근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오래된 수직적 계층 구조와 선형적 공정 프로세스, 경직된 의사결정 체계 등이 이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가기엔 다른 대안이 너무 없고 불투명해서 불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업과 경영자들이 전략과 마케팅, 기술의 영역에서는 ‘생존’이라는 명목으로 어떤 식으로든 혁신을 시도하면서 유독 조직 운영 분야에서만큼은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크게 참고할 만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조직 운영 및 조직문화는 한 기업이 성공했다고 해서 그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현실 세계 속에서 각 조직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수정 보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행동 경제•심리학적 인사이트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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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직원 채용 시 SAT 점수, 학점, 표준화시험 점수 등을 유력한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당시 구글 인사를 담당했던 토드 칼라일은 이런 전통적 기준이 과연 훌륭한지, 구글이 놓치고 있는 수많은 인재가 그러한 기준 바깥에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고 과학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이를 검증해보고자 했다. 칼라일은 무려 300가지 이상의 요소를 목록화했다. 여기에는 전통 기준(학위, 학점, 시험 점수)뿐 아니라 채용 과정에 참여한 리더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등을 두루 포함했다. 그다음 이 요소 가운데 사실상 성공적 직원 발굴과 관련된 요소를 분석하기 위한 통계적 검증을 반복했다. 검증 결과 학점, 출신 학교 명성은 채용의 성공을 예견하는 지표가 아니었다. 대회 수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적은 어느 정도 중요한 지표였으나 그 역시 한시적이었다. (졸업 직후 3년) 그러나 구글에서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인사이트는 구글 대다수 직무에서 중요시 여겨지는 지표는 직무 성격과 채용 당시의 상황 맥락에 따라 매번 바뀐다는 것이었다. 이는 ‘구글에서 재능을 발휘할 만한 방식에는 여러 경로가 존재하고, 구글이 직원 채용을 최대한 잘하고 싶다면 그 모든 방식에 세심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를 받아들인 구글은 더 이상 학점을 묻지 않는다. 또한 각종 정보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표준화해 다루지 않는다. 직무 채용의 상황 맥락을 고려해 정보 수집 단계에서부터 ‘어떤 정보’를 수집할지, 또 그 ‘정보’를 어떻게 다룰지 맞춤화해 가이드를 제공하고, 퍼실리테이팅(Facilitating)하고자 노력한다. 또한 구글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해 필요하면 20번 이상의 면접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회사에 가장 잘 맞는 사람만을 뽑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반해 대다수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이러한 경력, 필수/우대 역량 등을 쭉 열거해 게시했다가 이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기계적으로 선별해 전달한다. 하지만 ‘맥락’의 지혜에 따르면 고용자가 경험적 직관으로 도출한 지원자의 재능에 대한 결론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직원이 수행해야 할 직무의 맥락을 충분히 전달하고 그러한 상황 맥락 속에서 후보자가 어떻게 수행할지를 파악하기 용이한 방식으로 채용 공고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적용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공고에서 매우 형식적이고 간결하게 기술된 ‘필수, 우대 역량’을 지우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상세하게 필요한 포지션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의 상황 맥락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지원자가 자신의 업무 수행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기술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험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보장된 장점과 함께 극복이 필요한 스트레스, 장애물까지도 그 맥락이 잘 전달되고 추후 이 지점을 인터뷰의 논의 주제로 삼아 상호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필자가 조직 운영에 관여한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 ‘수아랩’과 핀테크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에서 관련 실험(A/B Test)을 진행한 결과 기존 방식으로는 스펙(spec)이 지극히 평범해 탈락 가능성이 높았거나 애초 공고의 문턱에서 지원조차 하지 않았을 지원자가 인터뷰 기회를 얻고, 진행 과정에서 수행력 기반의 구조화된 면접을 거쳐 채용이 된 후, 회사에 필요한 인력으로 자리 잡는 유의미한 케이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지원자의 다양성 및 풀(pool) 역시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유의미한 향상이 이뤄졌다. 기존 프로세스에서는 통과를 기대할 수 없는 유형의 지원자도 포함됐기에 적어도 모든 기업이 다른 방법과 병행해 시도해보기에 안전하면서도 가치 있는 접근법이라 여기고 있다. 맥락과 수행력 기반의 채용 방식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했을 때 해당 회사와 포지션에 대한 상황 맥락을 파악한 지원자의 지원 동기가 분명했기 때문에 면접관 입장에서도 서류나 인터뷰 단계에서 그들의 개별적 특성을 파악하기 좀 더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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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직과 조직, 조직과 개인,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 ‘협력’에 집중하라.
앞서 언급했듯 시간이 갈수록 경영 환경의 복잡성은 증대되고 있다. 이런 복잡성에 대응하는 방법은 조직의 주체 및 구성 요소의 연결성과 상호 작용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바로 조직의 운영이다.

어니스트펀드의 사례를 살펴보자. 어니스트펀드는 국내 대표 종합 P2P 금융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끊임없이 변하는 외부 환경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1년에 한 번 시행하던 평가제도를 상시 평가 및 상시 피드백 제도로 바꿨다. 1개월에 한 번씩 팀 리더가 팀원을 대상으로 면담하고 이를 기록해 인사팀에 제출하면 경영진이 다시 이를 리뷰해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1년 정도 운영 후 진행한 조직 헬스 체크 결과 관련 제도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족이 매우 높았고, 제도 시행의 본래 목적이었던 ‘상시 피드백’ 문화를 구축하는 데 오히려 장애물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핵심은 기계적 운영에 있었다. 먼저, 팀 리더는 매월 상당한 분량의 문서 작업과 공식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 행정 작업 자체에 큰 부담을 느꼈다. 팀원은 매월 고정된 질문을 리더가 기계적으로 반복해 종국에는 없는 애로사항, 건의 사항마저도 억지로 지어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더욱이 실제 어려운 점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개선되거나 돌아오는 피드백이 거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영진 역시 매월 방대하게 쌓이는 자료, 정보 속에서 어떤 것을 수용하고 또 피드백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어니스트펀드는 목적과 상호작용에 집중하기로 했다. 팀 리더, 구성원이 상시적으로 생산적인 소통을 이뤄 실질적 성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질문을 바탕으로 면담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일상에서 상시적 소통과 각 팀원에 대한 파악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방향이 좀 더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월 단위 정해진 기간 면담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강조하는 원칙과 핵심 포인트(성과 관리, 정서 관리 등)를 두고 비공식 및 공식 대화를 팀 리더가 자유롭게 수행하고 이를 분기 내 틈틈이 기록해 두기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1분기와 3분기에는 인사/조직 총괄 리더 간 리더십 1 on 1 미팅을 통해 각 리더가 조직 구성원 및 구성원의 성과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팀 리더와의 면담 내용(팀 리더의 구성원에 대한 피드백 내용 포함)을 정리해 다시 팀 리더에게 전달, 현장 팀 리더의 행정적 부담을 최소화했다. 팀 리더는 관련 자료를 토대로 6월과 12월에 공식 리포트를 제출함으로써 팀원들의 공식적 리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인사팀은 상시적으로 조직 구성원에 대한 1 on 1 미팅을 수행해 조직의 건강도를 체크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리더십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이전 방식에 비해 리더십의 관리를 위한 행정/시간 부담은 크게 줄이면서도 조직 구성원 개개인성에 맞는 관리,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조직의 실질적 생산성과 관련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조직 운영의 초점과 무게중심을 조직 및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동하는 것은 전통적인 위계 조직이 기존 계층구조 형태를 유지하면서 좀 더 생산적인 구조 개편을 이행하고 역할 중심의 조직 운영으로 전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대다수 조직이 트리구조의 단선적인 계층구조를 취하는 이유는 직원과 고용주 사이에 추적 가능한 지휘 계통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 이 계층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우리가 그리는 계층구조 각각의 포지션에 이상적인 사람이 위치하는 것은 조직도 그림과 별개의 문제이며, 설령 두 가지 조건(이상적 계층구조와 이상적 사람)이 맞는다 하더라도 실제 조직의 의사결정과 소통은 트리 모양대로만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의 실제 의사결정과 소통은 [그림 4]처럼 공식적인 계층구조를 넘나드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는 조직은 기존 위계 조직 구조를 취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의사결정 네트워크를 파악해 계층 구조와 각 포지션에 맞는 사람을 ‘실제 작동하는 현실’에 맞춰 조정(fitting)한다.

또한 이런 조직 내 관계와 협력에 집중하게 되면 기업의 인재상도 바뀐다. 지금까지의 경영은 ‘뛰어난 성과를 내는 개인’을 인재로 보고 이런 인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흔히 ‘S급 인재’나 ‘슈퍼스타’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우리가 슈퍼스타를 규정하는 방식에 있다. 우리가 흔히 규정하는 슈퍼스타, S급 인재는 실증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상당 부분 학벌, 스펙, 조직 시스템 충성도 등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정형화된 프레임 안에서 정의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슈퍼스타가 아닌 대다수 구성원은 슈퍼스타의 성공 신화를 보며 이를 꿈꾸기보다는 소외와 박탈감, 질투를 느끼게 된다.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배타적 감정은 결국 ‘슈퍼스타’의 조직 적응을 방해하는 독으로도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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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직이 조직 운영에서 조직 내 관계와 협업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초개인화 시대에는 직무적 탁월성만큼 ‘정신적 성숙’이 중요해 진다. 담당 직무 분야에 정통한 전문성을 가지되 이타심, 관용을 바탕으로 조직 내, 타 조직 간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가능한 사람, 동시에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에 자신을 연계할 수 있는 성숙함을 갖춰야 한다. 기업이 이 같은 관점을 수용한다면 조직은 더 이상 소수의 슈퍼스타에 올인하고 차별화된 체계를 유지할 수 없다.

최근 국내 기술 기업으로는 역대 가장 높은 금액에 글로벌 기업에 인수된 인공지능 스타트업 수아랩이 대표적 예다. 수아랩은 이러한 관점을 수용해 가치와 행동규범, 인재상을 정립하고(그림 5) 이를 기준으로 조직 전반적인 인재 역량, 성숙도의 편차(fluctuation)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 앤드 아웃(in & out) 전 과정에서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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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신뢰’ ‘이타성’에 초점을 둬 연 2회 조직 부문별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를 동료로부터 선정해 포상하고 이것이 연말 평가/보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참고 자료로 다뤄졌다. 개별 평가 역시 조직의 ‘핵심 가치’에 연계한 성숙한 ‘태도’가 실제 목표 달성 과정에서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면밀히 파악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 협력과 맞지 않고 동료의 개개인성을 불합리한 방식으로 억압하거나 개인/집단 이기심을 부추기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과감한 경고와 분리 정책을 시행했다. 기업은 높은 전문성으로 자신의 몫을 묵묵하게 충분히 하면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뛰어넘어 조직 내 동료와 동료를 연결하는 성숙한 사람을 찾아 대우하고, 그들이 안심하고 기꺼이 조직의 회반죽(모르타르)이 될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춰야 한다.

5. 열린 학습 체계를 구축하라
표준화가 핵심인 기존 기업 경영은 닫힌 교육을 추구한다. 다시 말해,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지식, 정해진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정형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짜놓고 모든 직원을 이 교육 프로그램에 맞춘다. 직무별 요구되는 자격증 혹은 교육 이수 수준이 정교하게 구성되고, 교육 혹은 훈련 과정의 이수 여부가 중요히 다뤄진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교육/육성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돼 접근성이 혁신적으로 높아졌지만 그 메커니즘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구성원에게 기업 교육은 ‘교육을 위한 교육’이 된 지 오래다.

초개인화 시대에는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변화무쌍한 기업 환경에서 교육의 초점은 ‘무엇(What)’이 아닌 ‘How(어떻게)’가 돼야 한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현업에서 꼭 필요한 배움을 구하고 이를 스스로 학습해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반복하며 성장할 수 있는 방법과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학습 시스템의 목표가 돼야 한다. 사내 교육팀이 조직별로 필요한 직무 교육 목록 및 스케줄을 짜고, 이수 여부를 독려하고 강제하는 시스템은 이런 관점에서는 오히려 일상적, 상시적 학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된다. 개개인성이 고려된 새로운 육성 경영 시스템과 그 안에서 익숙하게 일하는 한 직원의 행동 플로는 다음과 같이 전환돼야 한다.

① 문제 상황을 재정의한다. 신제품의 기술적 특수성이라 할지라도 a)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문제 영역에 해당하는지 b) 기존 문제 해결에 활용했던 스킬을 응용할 수 있는 범주인지 가설을 분류해본다.

② 분류된 가설을 가지고 해당 영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내외 전문가 동료에게 피드백을 요청한다. 문제 상황과 사전에 스스로 생각한 접근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문제 정의가 명료할수록 동료들의 아이디어, 피드백이 빨라진다. 이때 직접적 접근법도 좋지만 간접적인 정보-관련 도서, 정보 사이트(링크),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조언도 함께 구한다.

③ 동료의 피드백과 별개로 자신의 접근 아이디어에 기반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자체적으로 수집한다. 이때 즉각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도서, 관련 사이트의 유료 정보, 교육 프로그램은 간단한 리포트만 작성하면 복잡한 승인 절차 없이 바로 구매, 접근해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④ 2번과 3번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거친다.

⑤ 문제를 해결한다.

⑥ 문제를 해결하는 2∼4번 과정의 핵심 내용을 추려 전사 지혜 공유 채널을 통해 릴리즈한다.

⑦ 유사 문제를 겪었던, 혹은 겪을 수도 있는 구성원들의 인정(recognition), 그리고 추가적인 문제 해결 아이디어, 의견이 자유롭게 기재된다.

⑧ 리더는 문제 해결 과정, 결과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그의 노력을 칭찬함과 동시에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교훈이 무엇인지, 좀 더 나은 대안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회고한다.

초개인화 학습 시스템의 핵심은 구성원이 접근 가능한 학습 프로그램 리스트가 아니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학습의 기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 혹은 프로그램을 즉각적으로 ‘연결’해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학습 프로그램을 찾거나 직접 만들고자 했을 때 쉽게 접근 가능하게 ‘편의성’을 높이고, 동시에 구성원 스스로 학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열린 EX 친화적(Employee Experience)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체 개발한 교육뿐 아니라 대학, 전문 기관의 유수 교육 콘텐츠 제휴, MOOC(수강인원의 제한 없이 누구나 온라인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는 공개 강좌) 등 접근할 수 있는 학습 콘텐츠 채널을 확장하고 이를 각 구성원의 직무 패턴에 맞게 온라인 플랫폼에서 큐레이션해 보여주며 콘텐츠별 학습 도구, 인터랙티브 피드백 시스템 등이 제공되는 개인 학습 클라우드(PLC, Personal Learning Cloud) 구축이 대표적 사례다.


필자소개 이재형 어니스트펀드 피플&컬처(People & Culture) 실장 re.jae@kakao.com
필자는 기업과 컨설팅 회사에서 조직 인사, 기업 위험/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퍼블릭 어페어즈(Public Affairs) 전략 컨설팅 영역을 두루 경험했다. 포스트 테일러리즘 철학 기반의 조직, 문화, 전략, 변화 관리에 관심을 두고 조직과 개인의 실질적인 성장과 통합을 돕고 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사 부문을 리드했고 현재 어니스트펀드 피플&컬처(People & Culture) 실장을 맡고 있다. 『네이키드 애자일: 경영의 눈으로 애자일 바로보기』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4호 The Centennial Strategy 2020년 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