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3. 임직원의 자발적 정보 행위와 액티비즘

애사심 높은 직원들이 뭉치는 액티비즘
덮으려 하지 말고 귀를 활짝 더 열어야

273호 (2019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사내 액티비즘은 직원들의 집단 연대인 노조 행동과는 다르다. 이전에는 직원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결집해 비정규직, 정리 해고 등의 문제에 항의하거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일이 잦았고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사에 적대적인 직원들이 아니라 애사심과 자부심이 높은 직원들이 오히려 기업의 윤리적 경영,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집단으로 뭉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사내 성폭행 근절을 내세우며 전 세계 50여 개 도시에서 벌어진 구글 직원들의 파업, 자사 기술이 경찰 권력이나 군대 등에 활용되는 것에 반대하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의 성명 등은 직원들의 자발적 정보 행위에서 촉발된 사내 액티비즘의 대표 사례다. 이 사례들은 회사를 단순히 노동과 보상을 거래하는 교환적 관계로 바라보지 않고, 오랜 파트너이자 공동체적 관계로 바라보는 직원들이 충분히 액티비즘에 가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8년은 그야말로 ‘뿔난’ 직원의 시대였다. 글로벌 기업 구글의 직원 수천 명은 고위 임원들의 직장 내 성추행 문제를 대하는 회사 측의 미온적인 대응에 분노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도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회사의 주요 기술이 인명 살상을 위한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에 반기를 들면서 미디어나 내부 청원서를 통해 경영진의 숨통을 조여 왔다.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국제선 항공기 기내식 대란 사태를 겪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대대적인 집회를 통해 경영진 퇴진을 촉구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직원 및 관계자 1000여 명이 모인 ‘침묵하지 말자’란 제목의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은 직원 집단행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경영진의 갑질 행위부터 집회 일정까지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는 이 공간이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개인들을 하나로 결집시켰다. 이처럼 과거에는 경영진의 결정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침묵하던 임직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이 임직원들의 집단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행동이 자칫 기업 위기를 초래하고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현상을 ‘임직원 액티비즘(employee activism)’이라고 부른다.

임직원 액티비즘의 중심에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커뮤니케이션과 활발한 정보 교류가 있다.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점점 확산되고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아티클은 1) 임직원 액티비즘의 정의와 성격 2) 임직원의 자발적 정보 행위와 액티비즘의 연관성 3) 조직-직원 관계성과 액티비즘의 연관성을 차례로 살펴보고 경영진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려 한다.



임직원 액티비즘이란

액티비즘(Activism)은 주로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대중의 공동 행동을 의미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던 광화문 시위, 택시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카풀 서비스 반대 집회 등이 대표적인 예다. 활동가(Activist)들은 자신들의 견해와 해결책을 퍼뜨리려 노력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네트워크를 조직한다. 집단적인 해법을 찾으려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공중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활동가에 대해 “문제 인식과 관여도가 높고, 제약 인식이 낮으며, 적극적 정보 추구 및 정보 처리 행태를 보이는 공중”이라 정의한다. 1 이들은 주어진 갈등을 풀고, 자신들의 이익이 조직 결정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설득, 협상, 압력, 교육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활용한다.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와 집단적인 의견 공유를 더 쉽게 만들면서 활동가의 영향력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임직원 액티비즘(employee activism) 혹은 내부 액티비즘(internal activism)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내 직원들이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영향을 받아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내는 집단행동을 뜻한다. 이런 행동이 가져오는 파장은 외부의 주주 행동이나 소비자 반발보다 더 클 수 있다. 임직원은 조직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일원이며 소비자, 투자자, 주주 등 다른 이해관계자보다 조직의 ‘문제 상황’에 가장 깊숙이 관여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임직원 액티비즘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노조 행동이나 직원 연대와 공동 행동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과거 노조를 중심으로 한 집회의 주요 이슈는 비정규직, 정리 해고, 임금 상승과 같은 경제적인 문제나 노동 탄압, 부당 노동 행위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한정돼 있었다. 대부분 노동법 등 법이나 규제와 얽혀 있는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물리적, 신체적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거나 제3자인 정부의 힘을 빌려 조직에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임직원 액티비즘은 다루는 범위가 훨씬 넓으며 여러 이슈를 망라한다. 기업의 윤리적 경영, 경영진의 도덕성, 기업 명성과 가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기대를 전제로 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 내 승진 및 진급에 있어서 여성 차별 문제, 직원 대상 성추행 및 성폭력, 갑질 및 부당 행위, 언어 및 신체 폭력, CEO나 경영진의 부적절한 언행과 스캔들 등을 비롯해 기업의 사회, 정치, 환경 문제에의 관여에 대한 관심까지도 포함한다.



이처럼 오늘날 직원들의 업무, 조직에 대한 태도는 단순한 급여가 아니라 회사 문화와 사회적 책임, 조직의 윤리적 경영에 따라 결정된다.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기거나 쉬쉬해왔던 조직 내 도덕적 해이나 불공정성 등의 문제에 대해 직원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착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 세계적으로 화두가 됐던 미투(#metoo)운동, 기업 경영진 갑질에 대한 내부 고발 성행 등 사회·정치적 트렌드도 직원들에게 조직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조직 안팎에서 받는 이런 심리적 권한(empowerment)은 임직원들이 공동으로 회사에 압박을 가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과거의 직원 공동 행동은 적대적인 직원-조직 간 관계에서 비롯됐던 반면 오늘날 임직원 액티비즘은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직원-조직 간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조직의 발전과 성공, 장기적인 안녕에 대해 더 신경 쓰고, 조직에 대한 애사심과 자부심이 높으며, 자신과 조직을 동일시하는 직원들이 이런 액티비즘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 이 직원들은 조직에 위험이 가해지거나 부정적인 이슈가 생겼을 때, 비윤리적 정책이 실행되거나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동을 목격했을 때, 더 적극적으로 공동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경향을 띤다. 조직에 대한 애정이 있는 임직원들이 행동의 주체가 됨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도 이런 집단행동을 소수의 일탈로 치부하기 어려워졌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임직원 자발적 정보 행위와 액티비즘

임직원 액티비즘의 밑바탕에는 자발적인 ‘정보 행위(information behavior)’가 작용하고 있다. 첫 번째,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기업 내에 부정적인 이슈 혹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임직원들은 이런 문제가 개인, 조직에 미칠 영향을 인식하게 된다. 이른바 탐구 단계다. 그리고 미래에 예측되는 상황으로 인해 조직 내 자신 위치, 안위가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혹은 조직 전체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일 때 꿈틀대기 시작한다. 일련의 긍정적,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의 두 번째 단계가 불확실성을 줄이기 자발적인 커뮤니케이션 행동, 즉 정보 행동이다. 개인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상사에게 다가가 회사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고, 동료들과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주변 지인, 가족, 친구를 통해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자발적으로 정보 획득(information seeking)을 하는 행위가 바로 그 예다. 여기서 한발 나아간 마지막 단계가 바로 개인의 공식적,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획득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조직 내에 공유하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CEO 및 경영진, 관리자에게 의견을 개진하는 정보 전파(information sharing) 행위다. 이는 조직의 결정에 반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이다. (그림 1)





이런 정보 행위를 보면 직원들의 자신이 속한 기업, 조직의 운영, 업무, 관련 문제에 관한 정보를 직접적인 보상 없이 자발적으로 취득하고, 이를 조직 내 다른 구성원들과 자발적으로 공유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경향성이 조직 내 이슈 및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액티비즘으로 빛을 발하게 된다. 가령, 경영진 ‘갑질’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보자. 이를 문제라고 인식한 직원들은 행동을 취하기 전에 상황 판단을 위한 정보를 수집할 것이다. 같은 팀 동료들이나 다른 팀 직원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그동안 비슷한 문제가 회사에서 벌어졌는지, 어떻게 해결해 왔고 분위기는 어떤지 알아보게 된다. 또 회사 내 직원 권리에 관한 내규나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색해 보고, 회식 자리나 동료와의 비공식적인 만남을 통해 갑질과 관련된 회사의 전력을 꿰는 단계에 이른다. 그리고 조직 밖에서도 가족 및 친구들에게 퍼뜨리며 다른 회사의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아보며 비교하고, 조직 내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한다. 이는 모두 문제 상황에서의 정보 행위에 속한다.



문제는 조직 내에서 이슈가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고 문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혹은 직원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조직 행동에 반영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회사로부터의 어떤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보이지 않았을 때 직원들은 같은 문제 상황에 공감하는 다른 동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런 네트워크 안에서 ‘숨겨진(hidden)’ 정보를 생성, 유통할 가능성이 높다. 즉, 문제 상황을 겪고 공감대가 생긴 직원들끼리 개인적 자신만의 비공식적 데이터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정보는 더 이상 조직 차원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으며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언더그라운드 정보의 공유 범위가 넓어질 때 액티비즘의 가능성도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개인의 문제 상황을 집단의 문제 상황으로 인식하는 활동가(activist)가 늘어나게 되고, 개인적 문제 해결 단계를 넘어 동료, 팀, 부서, 조직으로 이어지는 집단적 문제 해결이 촉발되는 것이다.


액티비즘 사례

사례 1
구글

구글사의 직원 동맹 파업도 직원들의 사내 문제 인식과 자발적 정보 행동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예다. 물론 직접적인 액티비즘의 신호탄을 쏜 것은 뉴욕타임스의 폭로였다. 지난해 11월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고 4년간 약 9000만 달러(한화 약 1000억 원)의 퇴직 보상금까지 챙겨줬다는 언론의 보도는 직원 액티비즘의 신호탄이 됐고, 전 세계 50여 개 도시에서 2만 명의 직원들이 파업의 물결에 동참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외부의 폭로가 도화선을 당겼다고 해서 이런 구글 직원들의 행동을 단지 수동적인 문제 인식의 산물로 볼 수는 없다. 이 단일 사건은 적극 공중을 활동가로 변모시키는 기점이 됐을 뿐 이렇게 빠른 속도로 동시 파업이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동안 누적된 임직원들의 문제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로 액티비즘 참여자들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경영진의 윤리 문제, 특히 직장 내 성차별과 성추행 문제로 인해 내부에 크고 작은 갈등이 있어 왔고 공동 행동의 전조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면, 2017년 구글의 전·현직 여성 직원들은 동일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와 보너스, 스톡옵션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직장 내 성추행, 성폭행 고발로 인해 회사로부터 해고된 구글 임직원만 48명이 넘고 그중 13명이 간부급 이상일 정도로 고위 간부들의 비위 행위가 하루 이틀 일이 아닌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왔다. 이런 집단 소송과 내부 고발 등 회사를 향한 행동도 처음에는 개인의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직장 내 성별 임금 격차가 큰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직원, 성추행 및 성폭행 등을 직접 겪거나 목격했던 직원들이 처음에는 사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려 했을 것이다. 그런 다음 팀 내 동료, 상사들과 토론하고, 회사 밖의 친구나 가족들과 이야기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 획득 활동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집단적 문제 해결은 그동안 회사 측을 상대로 한 문제 리포팅 시도, 내부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직간접적 해결이 벽에 부딪쳤기 때문에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다. 직원들은 주로 혼자 힘으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을 때 혹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때 이를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집단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한 구글 직원이 회사가 내부 고발자로 의심되는 동료를 보고하도록 하는 내부 감시 프로그램(spying)을 운영하고, 불법적인 비밀 유지 정책을 폈다는 이유로 소송을 벌인 일이 있었다. 이는 회사가 개인들의 문제 해결을 저지하고 밖으로 정보가 유출되지 못하도록 은폐하려 했다는 방증이다. 공동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 역시 여러 매체에 그동안에 구글이 성추행, 성차별 사건을 처리하면서 직원들에게 ‘강요된 합의’를 요구하는 관행이 있어왔다고도 지적했다.

이렇게 문제를 수면 아래 묻어두려 하는 구글의 관행은 이번 파업 해결 과정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올해 4월 열린 구글 타운홀 미팅에서 파업을 주도한 직원인 클레어 스테이플턴은 구글이 파업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을 강등시키고 병가를 내라고 시켰다고 주장했으며 또 다른 직원인 메레딧 휘태커는 회사가 자신이 대학과 공동 진행하던 인공지능 업무에서 돌연 손을 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성폭력 문화를 끝내자’는 문구를 건 대규모 파업이 확산된 것은 단지 문제 인식을 공유한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직원들이 ‘개인’의 힘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인 정보 획득과 전파 행위를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집단’의 힘을 빌리려는 직원들의 비공식적인 언더그라운드 정보망이 구글의 전례 없는 액티비즘을 일으킨 강한 동기로 작용한 것이다.

이번 동맹 파업에 참여한 구글의 2만여 명 직원이 회사에 적대적이거나 기업 평판에 의도적인 해악을 미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며, 조직과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이들이 회사에 더 큰 해가 될 일들을 사전에 막기 위해 집단적으로 해결하려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더 나은 조직문화와 직장 환경을 만드는 데 책임감을 느낀 직원들이 공동 행동의 주체가 되는 이런 현상은 조직을 향한 직원들의 무조건부 호의와 애정이 액티비즘 형태로 발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액티비즘은 회사의 흥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직원들이 더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취하는 피드백이자 회사가 윤리적,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끄는 원동력이다.


사례 2 아마존 및 마이크로소프트

IT 업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직원 액티비즘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아마존 직원 수백 명은 CEO인 제프 베이조스에게 미국 경찰 권력을 상대로 회사의 안면 인식 기술인 ‘Rekognition’ 소프트웨어 판매를 중단할 것을 공개 요구했다. 경찰 권력이 이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인권 침해 요소가 있으니 매우 위험하다는 게 임직원들의 주장이다. 직원들은 “인권을 억압하는 툴을 개발하기를 거부하며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 낸 제품의 이용 방법에 대해 발언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다. 올해 4월에는 아마존 직원 4000여 명이 기후변화 이슈와 관련해 CEO에게 회사의 대응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아마존은 글로벌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후 친화적인 정책을 옹호하고 이런 변화를 선도하는 리더가 돼야 한다는 직원들의 문제 의식에서 촉발한 움직임이었다. 몇몇 직원은 주주 자격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회사의 계획을 공개하라고 주주 청원서도 제출했다. 이는 액티비즘이 임직원 본인의 경제적 자산을 유지하려는 동기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또 다른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지난해 회사가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관세수사청(ICE)에 데이터 처리 및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CEO 사티아 나델라에게 이런 정책은 이민자 가족을 격리하는 ‘비인도적’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ICE는 트럼프 정부의 무관용 이민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미국에 불법 입국한 부모와 미성년 자녀 2000여 명을 격리 수용하며 비난을 산 적이 있었다. 이런 기관을 도울 수 없다고 밝힌 직원들은 공개서한에서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린이와 가족을 이윤보다 우선시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이런 문제는 올해도 이어졌다. MS 직원 50여 명이 회사가 미 육군과 체결한 4억7900만 달러에 이르는 증강현실(AR) 헤드셋 ‘홀로렌즈’ 10만여 대 공급 계약의 철회를 요구하는 편지를 CEO에게 보내기도 했다. 자사의 첨단 기기가 인명 살상 훈련용으로 쓰이고 전쟁을 ‘비디오게임’으로 변질시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외침이었다.

아마존과 MS 직원들의 액티비즘은 구글과 달리 직장 내 윤리 문제가 아닌 환경, 인권, 이민(immigration) 문제 등 사회·정치적 쟁점과 직결된 조직의 책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사례들은 조직 내 직원 개인의 ‘문제 인식’과 이를 공유한 직원들 사이에서의 자발적 ‘정보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유사하다. 기업이나 경영진의 행위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직원이 아니라 회사에 우호적이고 업무에 적극적인 임직원들까지 얼마든지 자신이 믿는 가치, 회사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언더그라운드 정보망에서 커뮤니케이션 행동, 즉 정보 획득 및 정보 전파에 나설 때 액티비즘의 형태로 발현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임직원들의 목소리가 모이면 힘을 가지는 까닭은 이들이 회사의 기술 수준과 가능성, 정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가장 긴밀한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외부 공중과 달리 회사 혹은 CEO와 이사진의 경영 방침이 조직 안팎에 가져올 영향에 대한 문제를 누구보다 빨리 포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첨단 기술이 가지는 잠재력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외부 이해관계자들보다 발 빠르게 행동할 수 있다. 문제 상황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이들이 사회윤리적 가치에 반(反)하는 조직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외부 이해관계자의 지적보다 훨씬 더 호소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위 사례들은 기술의 사용처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IT 업계에 한정된 논의일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의 역할에 대한 개개인과 집단의 ‘문제 의식’이 존재하고, 조직 가치를 공유하는 직원들의 ‘정보 행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한 모든 조직이 액티비즘의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특히 선도 기업의 이런 행동은 사회적으로도 많은 함의를 전달하고 영향을 끼치는 만큼 조직 차원에서 임직원들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조직-임직원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엇이 자발적 정보 행위를 가져오나

공중 관계 학계에서는 임직원 자발적 정보 행위에 기여하는 핵심 열쇠로 조직-직원 관계성을 꼽는다. 이런 관계는 크게 네 가지 요소인 신뢰도(trust), 상호통제성(control mutuality), 만족도(satisfaction), 헌신도(commitment)로 구성된다. 즉, 조직을 신뢰하고, 헌신하는 정도가 높으며, 상호 통제를 할 기회가 있고, 조직과의 관계에 만족할 때 직원들은 조직과의 관계를 호의적으로 인식하면서 자발적 정보 행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두 가지 관계성의 종류, 교환적 관계와 공동체적 관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져 왔다. 교환적 관계(exchange relationship)란 관계상의 파트너가 과거에 자신에게 이익을 줬거나, 미래에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유지된다. 즉, 조직과 직원 간 교환적 관계는 서로에게서 얻는 이익을 예상할 수 있을 때, 한 측이 호의를 받았을 경우 이에 대한 회의를 되돌려줄 암묵적 의무가 발생할 때 성립된다. 이는 직원의 노동을 대가로 회사가 보상을 지불하는 것처럼 주로 ‘경제적 관계’로 제한된다. 반면 공동체적 관계(communal relationship)는 관계의 한 측이 아무런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파트너에게 이익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즉, 공동체적 관계의 핵심은 조직-직원 간 조건 없는 호의에서 비롯된다. (표 2)

이 같은 공동체적 관계가 무조건 ‘이타적’인 것은 아니다. 조직이 직접적 대가 없이 직원을 믿어주거나, 돕거나, 이해를 유지시켜주는 행위는 결국 중장기적으로 내부로부터 더 좋은 평판을 형성하게 되고 조직이 이익을 좇을 때도 적은 반대와 많은 지지를 얻게 해준다. 따라서 조직이 직원과의 공동체적 관계를 맺고 그 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은 세련된 형태의 ‘이기적’인 행위이자 장기적인 투자로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공동체적 관계는 대개 교환적인 관계에서 출발해 발전한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직원들과 예측 가능한 교환 관계를 맺더라도 신뢰성, 만족성, 의존성을 높여가는 접근을 통해 공동체적 관계로 발전시켜가야 하며 이를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관계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직원의 자발적 정보 행위의 방향과 강도도 바로 이 관계의 유형에 달려 있다. 조직이 직원과 맺는 공동체적 관계는 기업 브랜드 및 명성 관리의 핵심이다. 공동체적 관계를 인식한 직원들은 교환적 관계를 인식한 직원들보다 상대적으로 조직을 대상으로 한 긍정적인 정보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부정적인 정보 행위를 할 가능성이 낮다. 그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관계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탐색, 평가, 공유하는 데 일조한다. 2


이런 정보 행위는 기업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첫째, 조직과의 공동체적 관계를 인식한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조직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아낸다. 이러한 정보는 조직이 위기를 효과적으로 조기에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상 지식과 경험을 이용해 조직의 상황에 맞게 정보를 획득, 취합, 가공, 해석하는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즉, 직원이 인식하는 조직과의 공동체적 관계는 직원들에게 있어 조직의 문제를 그들 자신의 문제라고 인식하게끔 하고 주인의식을 갖고 문제 해결에 참여하게 하는 동기로 작용하는 것이다.

둘째, 공동체적 관계를 인식한 직원들은 회사를 향한 긍정적인 모티브로 액티비즘 행위에 참여하게 된다. 사실 공동체적 관계를 맺은 직원들의 경우 회사 생활에 만족하고, 헌신하며, 조직의 행동을 신뢰하는 직원은 굳이 조직을 상대로 공동 행동을 할 동기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또한 교환적 관계에 놓인 직원들은 조직의 잘못된 정책이나 행동으로 인해 자신의 경제적 이익 혹은 보상이 불확실해지기 때문에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필자가 진행 중인 연구에 의하면 공동체적 관계와 교환적 관계 모두 직원들의 액티비즘 행위 의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즉, 조직으로부터 기대하는 것이 직접적인 보상이든, 장기적인 관계든 상관없이 직원들이 현재 당면한 기업의 문제 상황을 집단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것이다. 반드시 자신의 본래 위치와 경제적 자산을 유지하려는 교환적 모티브가 아니더라도 나와 회사의 공동의 이익을 생각하고, 회사의 명성을 훼손시키는 행위 및 외부의 위험을 막으려는 공동체적 모티브도 새롭게 등장하는 임직원 액티비즘의 주요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


시사점

과거와 달리 사람들이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 이슈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세상이다. 임직원의 집단 행동주의, 액티비즘도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첫째, 기업은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문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직원들은 이미 다양한 채널과 방식을 통해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고 조직에 대한 관심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공식적인 회의나 미팅시간뿐만 아니라 회식 같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회사와 업무에 대한 자기 의견을 털어놓는다. e메일이나 모바일 채널, 사내 인트라넷과 게시판, 임직원 만족도 설문조사 등에서도 솔직하게 회사 문제점과 개선점을 적어낸다. 오프라인에서의 직원들의 침묵을 깨기 위해 만들어진 외부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앱’ 등의 소셜미디어도 예외가 아니다. 조직은 이런 공식적, 비공식적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보하고 여기서 팀, 업무, 위치별로 상이한 직원들의 기대와 불만, 니즈를 면밀하게 캐치해낼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외부 컨설턴트 등 제3자를 이용해 직원-조직 간 관계를 진단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dialogue)가 필요하다. 일단 문제 상황을 파악했다면 최대한 빨리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쌍방향 균형적 커뮤니케이션은 조직 내 상하 간 유동적 피드백을 증가시키고, 대화를 통한 이해를 증진시키며,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보다 긍정적인 직원-조직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임직원 액티비즘은 주로 직원들이 기업의 방식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표현할 방법이 없을 때 일어난다. 그러므로 기업은 직원들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자기 의견을 표명할 환경이 잘 구축돼 있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기업이 본인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 직원들 역시도 다른 간접적인 방법, 외부 소셜미디어를 찾게 될 확률이 낮아질 것이다.

셋째, 직원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조직-직원 간 윈윈(win-win)이 가능한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적 관계를 가진 직원들의 가치와 기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들의 행동 동기는 단순히 회사에서 얻는 수당이나 복지 혜택에 기인하지 않는다. 조직의 가치를 자신의 가치와 동일시하고, 조직 안팎에서 가해지는 위험에서 보호, 유지하려는 동기가 충만하다. 따라서 기업 내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정보 행동을 취하고, 또 상황이 심각해질 때 공동 행동을 리드하거나 혹은 오피니언 리더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 문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합의점을 도출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일환으로 내부 직원에 대한 책임(CER, corporate employee responsibility)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
이연재 마이애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yxl992@miami.edu
이연재 교수는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마이애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조수연 마이애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 과정 sxc1584@miami.edu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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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리뷰 292호 Hyper-personalization 2020년 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