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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강상무를 구하라

미인이라 칭찬했는데 싸늘해진 분위기… 아차! 중국인 바이어를 제대로 몰랐나 보다.

김연희,강효석,장윤정 | 209호 (2016년 9월 lssue 2)

중국에서 온 추가 물량 주문서입니다. 확인하시고 결재 바랍니다.’

손 사원의 메모와 함께 사인이 된 계약서를 받기까지 지난 일주일은 나에게 최악의 시간이었다.

 

미래생명사업본부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신제품은 국내에서 정식 출시도 되기 전에 중국의 파트너사와 수출 선계약을 맺었고, 불과 한 달 만에 두 배 규모의 추가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야말로 쾌거라 할 결과였다.

나의 첫 작품이 이런 대박을 치다니!!’

기대 이상의 결과에 팀원들과 거한 회식도 하고 오랜만에 승리감에 도취돼 있는 사이에 추가 주문과 중국 사업 공동 전개를 위한 세부 논의를 위해 파트너사 임원들의 한국 방문 일정이 잡혔다. 우리 회사 측에서는 중국 지사장과 대표이사, 그리고 나와 중국어에 능통한 손 사원이 참석하기로 했다.

 

일개 직원이 아닌 임원의 자격으로, 그것도 신제품 총책임자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니 만큼 준비도 참 많이 했다. 중국의 헬스케어 시장 현황과 전망 같은 업무적인 관심사부터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임원진에 대한 개인정보까지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담았다. 회의에 참석할 때까지만 해도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낼 자신이 있었다.

 

중국은 무엇보다꽌시(關係·관계)’가 중요하다고들 하지 않든가, 그 꽌시를 만들기 위해서는펑요(朋友·친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관심이 아주 많은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이 잘되려고 한 것인지 중국 측 임원진 중 한 명이 나와 같은강 씨성을 갖고 있어서 초반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우선, 중국인 취향을 고려한 컬러 반영에 최대한 신경을 써주시고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직접 시연하고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체험 매장을 점차 늘려가고 온라인상으로는 티몰에 브랜드관을 오픈하고 유통 채널을 확대하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점유율 1위를 만드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관공서 쪽과 긴밀하게 의논하면서 오프라인 사업 확대 방안을 마련할 테니 귀사의 중국 지사는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관공서에 긴밀하게라. 여기에서 나의 정보가 빛을 발하는 건가?’

아하하하, 감사합니다. 강 부총경리의 처형께서 중국 정치국 정치위원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희 사업에도 힘을 실어주신다면 그보다 더 든든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통역이 말을 전달하자 중국 측 임원진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는 것을 나만 보지 못했다.

“‘대건강중국이라고, 중국 정부에서 헬스케어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잖습니까? 그렇다면 아무래도 친정부적인 회사가 그 혜택도 많이 볼 수 있겠죠?”

계속 말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손 사원이 내 옆구리를 찌르고 말을 막더니 복화술을 시작했다.

본부장님, 그만하세요. 여기 대표가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가 바로 정치권에 줄 닿아 있다는 거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문제의 강 부총경리가 굳은 얼굴로 말을 받았다.

귀사는 정부의 정책이나 지원에 따라서 회사 운영이나 발전에도 영향을 받는가 보죠? 우리 회사가 성장한 것은 임직원들이 열심히 해서 이뤄낸 결실이고, 그동안 귀사와 거래를 이어온 이유 또한 제품의 성능과 프리미엄 헬스 케어 제품의 시장성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습니다만….”

아니, 제 말씀은 그게 아니라….”

이미 얼굴은 화끈거리기 시작했고, 무슨 말이라도 이어가고 싶었지만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대표님이 마무리를 잘 해주어서 별 탈 없이 넘어가는 듯했으나 더 큰 문제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발생했다. 원래 친분이 있었던 파트너사의 대표 부부와 우리 회사 대표 부부의 동반 저녁 식사 자리에 함께 참석하게 됐는데 회의 자리에서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영어로 그들과 직접 대화를 시도한 것이 화근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표의 부인.

옳지, 미모에 대한 칭찬으로 분위기를 좀 바꿔봐야겠군.’

사모님이 정말 미인이십니다. 누가 사모님을 대학생 자녀가 있는 중년 여성으로 보겠어요?”

그러자, 또 다시 싸해지는 분위기.

아니, ? 내가 또 무슨 실수를 한 거야?’

그러자 또다시 시작된 손 사원의 복화술.

본부장님, 제발요. 저 대표 얼마 전에 이혼해 이분은 새로 결혼할 여자라고요!”

 

!! 어쩌지?

!! 내가 또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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