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ARC 접근법

‘혼자서도 잘해요’ ‘자율+관계+유능’ ARC공식이 성장을 깨운다

최철규,김한솔 | 195호 (2016년 2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성장 지향적 인간의 본능을 깨우는 마법의 원칙 ARC

인간의 활동은 ARC, Autonomy(자율성), Relatedness(관계성), Competence(유능감)라는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될 때 극대화됨

Autonomy

리더로서 무슨 질문이든 대답해줘야 한다는갓 콤플렉스(God Complex)’에 빠지지 말 것. 일방적 답변이나 지시보다질문을 통해 부하직원과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는파트너역할을 할 것

Relatedness

조직원 각자의 일이 조직 전체의 이익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명확하게 알릴 것. 사소한 것이라도 구성원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 등을 기획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만들 것.

Competence

업무 역량과 업무 의욕을 기준으로 직원들의 특성을 구분해 상황에 맞게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유능감을 높일 것.

 

중요한 가족 모임을 위해 외출 준비를 서두르던 엄마가 참다 못해 소리친다. “옷 좀 빨리 입어!” 아직 혼자 옷 입기에 서투른 아이는 끙끙대며 지퍼 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보다 못한 아빠가 나선다. “이리 와봐, 아빠가 해줄게!” 하지만 아이는 막무가내다. “싫어! 내가 할 수 있어!” 욱하는 걸 꾹 참으며 아이의 둔한 손놀림을 보고 있는 엄마 아빠는 속이 탄다.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5번 넘게 지퍼 올리기에 실패한다. 그리다 드디어 성공! 한숨 돌리며 현관을 나서려는데 2라운드, 신발 신기 전쟁이 시작된다.

 

필자 가족만의 특별한 이야기는 아닐 테다. 슬슬혼자 하려는시도가 많아질 시기의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사람은 기본적으로스스로하고 싶어 한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하고 싶은 걸 하려는 게 사람의 본능이다. 이를 심리학에선 자기 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으로 설명한다. 이들은 사람을 능동적이고 성장 지향적인 유기체로 바라본다. , 누구나 갖고 있는원하는 걸 잘하고 싶다는 욕구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어주기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뜻이다.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 아닌가? 길거리의 간판을 읽는 것에호기심을 갖는 아이는 부모가 책상 머리에 앉혀서 기역, 니은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한글을 깨치려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이를 먹으면, 특히나 조직 구성원이 되면, 이러한 본능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시키는 일이나 하자란 생각에 빠져 있는 직원들. 그럼 하나의 질문이 나온다. 조직원들의무엇을 만족시켜야 성장 지향적인 인간의 본능을 깨울 수 있을까? 그러면 구성원 스스로내가 원하는 걸 회사 안에서 이뤄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한 답을 세계적 리더십 전문가 수전 파울러 켄블랜차트컴퍼니 파트너는 ‘ARC’라고 간단히 정리했다. 인간의 활동은 자율성(Autonomy), 관계성(Relatedness), 유능감(Competence)이라는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됐을 때 극대화된다는 것. 이 원리를 조직 운영에 끌어오면 어떨까? 리더가 간섭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보자.

 

1. 자율성(Autonomy)

 

공부를 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가도 엄마가공부 안 하니?”라는 말 한마디에 책을 덮고 싶은 게 사람이다. 나의 자유의지를 침해받았다고 느끼기 때문. 스스로 일하는 조직을 만드는 첫 번째 요소가 그래서 자율성이다. 자율성을 갖게 하기 위한 2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사례 1

 

영업팀장인 당신. 팀원들 실적 정리를 하다 유독 한 직원의 실적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석 달 전까진 그래도 팀 평균은 근근이 맞춰왔는데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바닥이다. 안 되겠다 싶어 그 팀원을 부르려던 찰나, 어떻게 알았는지 그 직원이 당신에게 찾아왔다. ‘실적 개선 계획서라는 문서와 함께. 어찌나 기특한지 기대를 가득 안고 계획서를 펼쳐봤는데고맙다는 생각에 마침표가 채 찍히기도 전 한숨이 절로 나온다. 대체 이걸로 무슨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당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짝이는 눈으로칭찬을 기대하는 듯한 직원에게 묻는다. “이게 될 거라고 생각해?”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듯 부하직원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다. 결국 당신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준다. “내가 써먹었던 방법인데, 특별히 알려주는 거야. 고객 대응할 땐 앞으로 이 세 가지만 확실하게 지켜.” 당신의 지시사항을 열심히 받아 적는 부하직원을 보니 답답하다. 그래도 이렇게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리더는 실적에 대해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급하다’. 이 때문에 빠지는 함정이 있다. 바로갓 콤플렉스(God Complex)’. 쉬운 예를 생각해 보자. 아이가 그림책을 보다가 묻는다. “아빠, 이 동물 이름이 뭐야?” “얜 공룡이라 그래.” “, 신기하다. 공룡은 어디 가면 볼 수 있어?” “지금은 못 봐.” 아이의 폭풍질문이 계속 이어진다. “?” “다 죽었거든.” “?” … 이런 대화 중에 아빠의 입에서빙하기를 거치면서…”라는 답이 나오는 순간, 대화는 걷잡을 수 없다.

 

이렇게 아이의 계속되는 질문에 땀을 흘리며 정답을 말하려는 아빠를 심리학에서는 갓 콤플렉스에 빠졌다고 한다. 아이가 물으면답을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것이다. 갓 콤플렉스를 조심해야 함을 증명하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이의 호기심은 질문을 할 때 최고조에 올랐다가 누군가 알려주는 답을 듣는 순간 순식간에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그럼, 아이의 학습 의욕을 지켜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을 주지 않으면 된다. 알아도 참으란 뜻이다. 답을 주려는 성급한 마음을 누르는 인내가 필요하다. “아빠, 공룡은 왜 다 죽은 거야?” ”글쎄, 아빠도 공룡이 왜 죽었는지 궁금해. 우리 공주님이 열심히 공부해서 아빠한테 좀 가르쳐주면 어떨까?” 이럴 때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자기 주도 학습이 시작된다.

 

 

조직도 똑같다. 앞의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여기서 리더는 두 가지 잘못을 했다. 첫째, ‘나름대로는 열심히 고민을 한 개선안에 대한 잘못된 피드백이다. 본인이 노력한 것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몇 번 겪고 나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게 되는 게 사람이다. 결국 리더가 구성원의 자유 의지를 꺾어버린 셈이다. 두 번째 잘못은 일방적 지시다. 리더는 실력이 좋아 그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똑똑한 리더일수록 부하직원이 고민하는 것에 대해 자신이 아는 답을 바로 알려준다. 이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그러다보면 직원들이나는 위에서 하라는 대로만 했는데, 왜 뭐라고 하냐며 자신의 업무에 책임감을 갖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필요한 게질문이다.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지시하기 전에 물으라는 뜻이다. 구성원과의 업무 대화에서 상사의 질문은 세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상사의 질문을 받은 구성원은 상사가 자신의 의견에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 상사가 관심을 갖는지, 그렇지 않는지는 다음 문제다. “왜 그렇게 생각해?”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라는 등의 질문만으로도 구성원들은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구성원들이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소중하게 여기는 상사와 일하는 구성원들이, 그렇지 않은 상사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보다 더 주도적으로 일하리라는 건 너무 뻔한 결론 아닌가? 두 번째 효과는 상사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내가 결정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랬을 때 구성원 스스로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다. 마지막 세 번째 효과는 질문을 통해 처음엔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향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상사 자신의 과거 성공 경험이 완벽하진 않다. 구성원의 설익은 아이디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두 가지가질문이라는 걸 부싯돌 삼아 더 큰 결론으로 이끌어질 수 있다.

 

모든 문제에 답을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소위 갓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방적으로 지시만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함께 논의하고 고민하는파트너가 돼보자. 부하직원을 손발처럼 부리는 사람은 리더가 아니다. 단순히 직급상의 상사일 뿐이다.

 

사례 2

 

프로젝트 리더인 당신. 오늘은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다. 회의 안건을 고민하며 출근을 서두르던 당신의 머리에 번뜩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업무 책임자가 아닌 팀원으로 일할 당시, 상사의 지시에 따라서만 움직여야 해 불만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전반전을 매듭짓는 날이기도 한 오늘, 회의의 마지막 결정은 팀원들의 의견에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3개의 중간 결과물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2주 동안의 방향이 달라지게 된다. 밝은 목소리로 묻는 당신. “, 3개의 방향 중 어떤 것이 좋을까?” 그런데 팀원들이 묵묵부답이다. 생각지 못했던 반응이다. 스스로에게 결정권을 주면 자신들의 생각을 신나게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에 당혹스럽다.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없나?’ ‘나의 리더십이 잘못됐나?’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 당신. 뭘 잘못한 것일까?

 

 

진짜 리더는 부하직원이 스스로 일하도록 만든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이 권한 위임이다. 사람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을 때,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을 한다고 느끼고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리더가 권한 위임을 잘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다양하다.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줘도 소극적이다는 얘기부터맡겨뒀다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까지 핑계는 많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리더의권한 위임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권한 위임에도 방법이 있다.

 

 

 

 

제대로 된 권한 위임을 위해선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일을 얼마나 빨리 끝내야 하느냐에 관한 시급성이고, 다른 하나는 일의 중요도다. (그림 1)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은 버려야 할 일이다. 만약 내 업무 중 이 영역의 일이 많다면 업무 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그럼 시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은? 이때는 권한 위임을 하기 전에 부하직원을 어느 정도 훈련시켜 상사의 생각에 맞춰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뒤 위임하는 것이 좋다. 중요하고 급한 일을 위임한다면? 이럴 때 부하직원들은 상사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상사 자신이 책임지기 싫어 부서원에게 떠넘긴다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본 사례와 같은 문제가 생기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의견을 물어도 입을 다물 수밖에. 이런 일은 리더 본인이 직접 챙겨야 한다. 권한 위임에 대한 정답은, 중요하지는 않지만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맡기는 것이다. 그러면 부하직원들은 결과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스스로 답을 찾으면서 일을 한다.

 

이 일 저 일 처리하느라 리더인 당신만 바쁜가? 믿고 맡겼는데 결과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가? 부하직원에게 주인의식이 없어 답답한가? 답은 제대로 된 권한 위임을 하는 것이다. 이때 시급성과 중요도 두 가지 변수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2. 관계성(Relatedness)

 

사람들은 가끔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한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우리는 항상 남과함께있다는 뜻이다. 이유가 뭘까? 사람에겐 기본적으로 타인과 연결돼 사랑과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 아닐까? 굳이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SNS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며좋아요를 갈망하는 우리의 모습에서관계성에 대한 사람의 본능적 욕구를 읽을 수 있다. 그럼 조직에선 어떤 관계성을 만들어야 할까?

 

리더의 중요한 역할은 개개인의 업무가 조직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밝혀주는 일이다. 조직 차원에서 가치가 있는 일임을 알려야 한다. 리더가 아는 것만큼 구성원은 모른다

 

사례 3

올해 목표치를 받아 든 박 대리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작년보다 15% 이상 목표치가 높아졌다. 경기도 어렵다는데 대체 이걸 무슨 수로 달성할 수 있을까 앞이 캄캄하다. 하지만 왠지 다른 팀원들 반응은 다른 것 같다. 싫은 소리 잘하지 않는 자신만 과한 목표를 받은 것 같은느낌적인느낌. 게다가 생각해 보니 올해가 지나면 팀장이 임원 승진 대상자가 된다는 말도 들은 것 같다. 본인 실적 챙기려고 자신을 이용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일을 하기도 전에 기운이 빠져버린 박 대리. 뭐가 문제인 걸까?

 

조직은 사람들의 집합이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상하 관계가 생긴다. 이는 곧 일을주는사람과받는사람으로 나뉜다는 뜻이다. 여기서 갈등이 생긴다. 대부분은받는사람 쪽에서 억울하다. 약자니까.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면, 그래서 약자가 더신나게일을 하게 하려면주는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기서 리더의 중요한 역할은 개개인의 업무가조직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밝혀주는 일이다. 조직 차원에서 가치가 있는 일임을 알려야 한다는 뜻이다. 리더가 아는 것만큼 구성원은 모른다. 그래서 일을 시킬 때 필요한 것이 일을 시키는기준이다. 여기에는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시장 기준이다. 시장, 즉 다른 구성원의 사례를 함께 제시하며 일을 줘야 한다. 시장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구성원은 상사와 11 면담을 한 뒤나만 엄청나게 어려운 목표를 잡았다는 불평을 갖는다. 앞서 본 박 과장처럼. ‘상대적으로 다른 구성원들은 얼마나 어려운 목표치를 받았는지 모르기에, 내가 느끼기에절대적으로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생각을 막기 위해서는다른 구성원들은 어느 정도의 목표 상승이 있었는지’ ‘경쟁사의 현황은 어떤지등 구성원과 11 관계 이외의 얘기들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

 

두 번째는과거 기준이다. 일을 줄 때 과거 기준이란전년도 업무 현황이나 ‘3년간 평균 실적 추이등이 될 수 있다. 이를 듣고 나면 구성원은 리더가 제시한 목표가그냥떨어진 숫자가 아닌 나름의 근거를 통해 나온 수치임을 이해하게 된다. 비록 그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 공감하진 못하더라도 말이다. 최소한 리더에 대해내가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정도는 알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라도 하게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공시 기준이다. 여기엔 ‘CEO의 메시지’ ‘회사의 전략적 방향등이 해당된다. 부서원이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 즉 미션인 셈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리더들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얘기가 빠지면 부서원은 오해를 한다는 사실이다. ‘팀장 개인 욕심 챙기려고 괜히 과한 목표 주는 거 아닌가라고. 이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회사의 전략과 같은 공시 기준을 꼭 이야기해야 한다. 이랬을 때 내가 하는 일이조직 전체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누구는 일 시키는 게 쉽다고 말한다. 한 번만 생각하면 그렇다. 나의 일을 누군가에게 던져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하면 세상에 이것만큼 또 어려운 게 없다. 일을 받는 누군가가 내가원하는 만큼결과를 만들어오게 하려면 직접 일을 하는 것 이상의 고민이 필요하다.

 

 

사례 4  

6개월 전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이직을 한 오 과장. 예전 직장에 비해 연봉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꿈꾸던 일을 한다는 기쁨에 이직을 결정했다. 처음엔 좋았다. 원하던 대로 책도 마음껏 볼 수 있었고, 자신이 기획해 진행하는 일에 대한 자율권도 주어졌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뭔가 이유 모를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엔이직한 탓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오히려 불편함의 강도는 더 커졌다. 어느 날 밤, 집에 돌아와 즐겨 듣는 클래식 음반을 틀어두고 생각에 잠긴 오 과장. 전 직장과 뭐가 다른 걸까를 따져보던 그는 지금 회사에선 자신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게 갑자기 떠올랐다. 한때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수많은 LP판의 존재를 지금 회사 동료들은 아무도 모른다. 거꾸로, 자신 역시 회사 동료들의 개인사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나만 그런가?’ 싶어 회사 분위기를 생각해보니 애초부터 이 회사는 이런 곳이었다. 모든 대화는로 시작해로 끝났다. 사적인 자리라는 게 없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각자 일에 바쁘다보니 다른 이야깃거리가 끼어들이 없었다. 불편함의 원인을 찾아낸 오 과장.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게 무슨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어차피 조직은을 하기 위해 모인 곳 아닌가? 일 외의 것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불편함을 느낀다는 게 말이 될까? 오 과장의 머리는 다시 한번 복잡해졌다.

 

우리는을 하러 회사에 간다. 그래서 일만 생각하자고 말한다. 그런데 일을 하려면 다시사람이 필요하다. 나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굳이 조직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는 구성원 간의연결 고리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오해는 말자. 조직원들끼리 친구를 만들어주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 불편한 사이는 되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요구사항을액면 그대로받아들일 수 있고, ‘사심없이 요청할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구성원 간의 관계에서 오해가 있다면 정작 중요한이 안 된다. 무슨 요청을 해도, 어떻게 대응을 해도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 이를 위해 리더는 뭘 해야 할까? 작은 노력이라도 좋다. 구성원들이함께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의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마케팅 대행사 이노레드의 시도는 신선하다. 이노레드는 창업 초기부터아침 사진 촬영이라는 의식을 실시해왔다고 한다. ‘특별한 날의 기록을 남기는 사진이라는 장치를별다를 것 없는 아침에 접목시키면? 어쩌면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처럼 인식되지 않을까? 영화 기대작이 개봉을 하면 금요일 아침에 영화관으로 출근을 하는시네마 데이도 있다. 날씨가 좋으면그냥떠나는 게릴라 소풍, 금요일은 점심시간 두 시간을 주는프런치 데이등 직원들이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일을 하다보면 지칠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이해 관계로 얽히면 갈등이 안 생길 수 없다. 그럴 때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며 나눴던 이야기,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면 상대에 대한 나쁜 감정이 조금은 억눌러지지 않을까?이런 좋은 기억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재미를 위한 의도적인 노력, 우리 조직은 어떤 시도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3. 유능감(Competence)

 

게임을 시작하면 쉽게 끊고 나올 수 없는 이유가 뭘까? 이 고비만 넘기면 다음 단계로, 또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 아닐까? 이렇게 사람은더 나은 자기의 모습을 기대한다. 스스로 발전해가는 모습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존재가 사람이다. 그럼 조직에선 어떻게 해야 이런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사례 5

지난 인사 발령에서 팀장으로 승진한 당신. 자리가 바뀌고 나니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들린다. ‘이젠 너 혼자 잘하는 걸로는 안 된다’ ‘초반에 조직 분위기를 잘 만들어야 힘들지 않다등등 염려 섞인 조언들이다. 그중 가장 당신의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구성원들이 알아서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보라는 본부장의 조언이었다. 당신 자신이 팀원일 때 꿈꾸던 모습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결심을 했다. 간섭은 최소한으로 줄인다, 하루 한 번 꼭 칭찬한다, 구성원 스스로 결정한 것을 믿는다 등등. 그리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공유도 했다.

 

시작은 좋았다. 새로 바뀐 팀장 눈치를 보는 것 같던 구성원들이 당신의 e메일을 보고 난 뒤 어려워하는 듯한 분위기가 사라졌다.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이 해야 할 일들을 잘해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 달쯤 지났을까,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고민의 시작은 과장 2년 차 오 과장이었다. 매일 제일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회의 때도 가장 적극적이다. 그런데 가져오는 결과물이 영 시원치 않다. 당장 이틀 후 본부장 주재 회의가 있는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러던 차에 차장 진급을 앞둔 김 과장이 고민을 더했다. 다음 주까지 완성해야 하는 기획안 작성 업무를 주려고 생각했는데 현재 업무량도 많다며 어렵겠다고 말한 것. 일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김 과장 정도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반응을 보이니 좀 당황스러웠다. 이때 마지막, 과장 진급에 2번 실패한 이 대리가 정점을 찍었다. 간단한 보고 자료 하나 만들어 오라고 했더니 12장짜리논문을 써온 것 아닌가. 게다가 내용에도 핵심이 빠진, 하나마나 한 얘기들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과거 자신을 보는 것 같은 홍 과장이 있어서다. 척하면 알아 듣고 움직여주는 홍 과장을 보며 힘을 내고는 있지만 이 팀은 홍 과장과 당신만의 팀이 아니지 않은가. 대체 뭐가 문제일까?

 

질문 하나. 몸이 아파 종합병원을 찾아온 환자가 있다. 여기엔 2명의 의사가 있다. 한 명은 최신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진료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의사다. 국내 최고의 실력자로 유명하다. 그런데 평이 썩 좋진 않다. 의사도 어차피 직장인이라며환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친절과는 담을 쌓고 지낸다. 다른 한 명은 60대의 베테랑 의사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최신 의학 지식은 부족하다. 하지만 환자를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얼토당토아니한 걸 물어봐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의사에겐 오랜 경험이 자산이다. 당신이라면 둘 중 어떤 의사를 고르겠는가? 답하기 쉽지 않다. 이유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이고 최신 기술을 활용한 수술이 필요한 병이라면 젊은 의사에게 가는 게 맞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심리적 문제거나 원인을 알기 위해 다양한 임상을 해봐야 하는 상태라면 가족처럼 대해주는 후자의 의사를 찾아가는 게 낫다.

 

스스로 일하는 조직 만들기 얘기를 하다 갑자기 병원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뭘까? 조직의 리더십도 이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많은 리더들이 갖고 있는 착각이 있다. ‘모두에게 통하는 리더십이 있다고 믿는 것. 그래서 누구는 스스로를카리스마형 리더’, 어떤 이는배려형 리더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건 좋다. 하지만 이게 모든 사람에게 통할 것이라 기대하는 건 위험하다. 중요한 건 그 리더십의 영향을 받는 구성원이 어떤 사람인가다. 환자의 상태(부하직원)에 따라 찾아가야 할 의사(리더)가 달라지는 것처럼.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성원은 자신의 기호에 맞는 리더를 선택할 권한이 없다. 결국 바뀌어야 할 사람은 리더다. 그럼 뭘 어떻게 바꿔야 할까?

 

 

 

 

 

<그림 2>에 그 답이 있다. 이 매트릭스에 따라 리더십 발휘의 기본 원칙이 달라져야 한다. 업무 역량이 한 축, 다른 한 축은 업무에 대한 의욕이다. 한 칸씩 답을 채워보자.

 

먼저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 의욕과 역량 모두 부족한 직원. 이런 직원에게자율은 사치다. 꼼꼼한 지시와 주기적 점검이 답이다. 이런 직원이 있다면 지시할 때 적어도 이 세 가지는 챙기자. 첫 번째 질문은 “Why()”.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어떤 목적에 쓰일 것인지 명확히 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발표용 자료를 파워포인트가 아닌 엑셀로 만드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두 번째 질문은 “When(언제까지)”이다. ‘지금 당장 해 와라고 말하라는 게 아니다. 최대한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수요일이 아니라수요일 오전 10’, 또는회의 이틀 전 9시에 중간보고하고 최종 마무리는 회의 전날 퇴근 시간까지라고 지시하라는 의미다. 세 번째는 “How(어느 정도까지)”. 그래야 쓸데없이논문쓰는 일이 사라진다. 생각의 범주도 명확히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행사 기획안 작성을 시키는데 주어진 예산은 1000만 원인데 1억 원이 드는 행사를 기획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제약 조건을 명확히 해야 쓸데없는 상상을 안 한다.

 

다음, 의욕은 넘치는데 역량이 부족한 직원. 위 사례의 오 과장 같은 경우다. 이들에겐 리더가 정확한 관찰을 통해 부족한 역량을 채워줘야 한다. 경영학에서 역량은 흔히 KSA(Knowledge, Skill, Attitude)로 요약해볼 수 있다. 업무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Knowledge)이 부족한지, 일을 능숙하게 하기 위한 스킬(Skill)이 필요한지, 일을 풀어가는 태도(Attitude)에 문제가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적절한 교육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 이러한 역량이 채워지면 넘치는 의욕과 시너지를 내큰 일을 해내는 직원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역량은 충분하나 업무 의욕이 떨어지는 직원. 이런 직원의 경우 대부분 스스로잘났다는 걸 안다. 그래서 비판적 피드백을 할 때 공개적으로 하는 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가능하면 11 상황에서 그의 고민 사항이 뭔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들어주는 게 좋다. 이와 함께 일 외적인 영역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찾도록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자신의 우수한 업무 스킬을 남에게가르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업무 역량이 부족한 직원의 멘토 역할을 맡기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부족한 직원은 업무 성과 달성에 도움을 받을 것이고, 가르치는 역할을 맡은 직원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 업무 의욕까지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의욕과 역량 모두 우수한 직원. 리더십 관련 워크숍을 할 때이런 직원에겐 어떻게 하시냐?”고 물으면 답은 둘 중 하나다. “가만 두면 된다거나무조건 칭찬이 약이다라는 답. , 하나 더 있다. ‘나한텐 그런 직원이 없다는 슬픈 이야기. 이들에겐 앞의 상황에서 나온 대로 간섭은 최소화하고 믿고 맡기는 게 옳다. 하지만 이들의 유능감을 높이려면 조금은 고차원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잘했다” “최고다” “믿는다”류의 일반적칭찬말고 조금은 다른 피드백. 우리는 이를인정 피드백이라 말한다. 인정 피드백의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행동의 결과가 아닌과정에 관심을 갖는 것.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아닌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이 좋다. 그래야 결과 달성만 바라보며 과정의 적절성은 무시하려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긍정적 행동으로 인한영향력을 설명해주기다. 자신의 행동이 조직 혹은 다른 구성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될 때 유사한 행동을 또 하게 된다.

 

직원의 유능감을 높이고 싶은가? 리더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구성원에게 제대로 된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중요한 건 피드백의 내용이다. 이를 위해 개별 구성원의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라. 누구에겐 명약이 어떤 이에겐 독약이 될 수도 있다.

 

마치며

 

부모의 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퍼를 올리고 혼자 신발 신기에스스로집착하는 아이.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부모 입장에서아이 스스로 해주길원하는 행동은 기가 막히게 알고 빠져나간다. 장난감 정리 좀 해라, 밥은 제자리에 앉아서 먹어라 등등 잔소리 하느라 진이 빠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보상으로 유혹을 한다. 방 치우면 과자 줄게, 밥 다 먹으면 TV 보여줄게 등 달콤한 유혹에 아이들은 넘어간다. 보상, 좋다. 하지만 보상엔 치명적 한계가 있다.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고수들은 이렇게 한다. “방 치우기, 밥 먹기, 혼자 가방 챙기기, 뭐부터 혼자 할래?” 아이에게 선택을 하게 한다. 그 다음네가 방 정리를 하면 엄마 아빠는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할게.” 혼자가 아니라는, ‘연결을 일깨워준다. 마지막,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아이에게도와준 덕분에 엄마 아빠가 한결 힘이 덜 들었어, 고마워!” 따뜻한 인정의 말을 건네 유능감을 높여준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하나의 시도가 어쩌면 당신 조직 전체에 스스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ckchoi@hsg.or.kr

 

최철규 대표는 국내 비즈니스 리더 3만여 명에게 협상과 소통의 원리를 전파한 언론인 출신 기업교육 전문가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경제부, 금융부 기자로 일했고 IGM협상스쿨 원장을 지냈다.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김한솔 수석연구원은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협상 R&D팀장을 지냈다. 현재 HSG휴먼솔루션그룹 R&D센터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 <협상은 감정이다>가 있다.

 

  • 최철규 | - 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 한국경제신문사 경제부, 금융부 기자
    - IGM 협상스쿨 원장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 김한솔 | HSG 조직갈등 연구소 소장

    비즈니스 교육 전문 기관 HSG 휴먼솔루션그룹에서 강의와 컨설팅 등을 통해 많은 기업의 소통 전략 수립을 돕고 있다. 리더의 자기 인식을 위한 진단 프로그램 '성과 백신'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이기적 리더」 「1% 디테일: 성공적인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비결」 「설득하지 말고 납득하게 하라」(공저) 등이 있다.
    hskim@hsg.or.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