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Communication & Business

암세포를 도려내는 것만이 능사 아니듯…이젠 ‘鐵의 경영’ 넘어 ‘遊戱의 경영’ 시대다

김정탁 | 186호 (2015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조직 내 암 덩어리 같은 저성과자를 빠르게 걸러내 조직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과 이런 존재들마저도 안고 가는 방법 중 어떤 것이 옳은 방법일까. 과거 제조업의 시대에는 해고가 답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들을 끝까지 안고 가는 인사정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필자는 암 환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낸 암을 이겨낸 사람들의 특징과 치료법을 바탕으로 조직 내 암적인 존재를 해결하기 위해동양적·수평적·저정세도커뮤니케이션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경영방식은 크게()의 경영()의 경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인 GE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잭 웰치(Jack Welch)가 철의 경영자의 대표적 예라면 SAS Institute의 짐 굿나이트(Jim Goodnight) 회장은 대표적 인의 경영자로 꼽힌다. 이들 중 어떤 경영방식이 조직의 활성화에 기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런 식의 구분은 우리에게 많은 점들을 시사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 그중 특히 대기업들은 그동안 철의 경영을 주로 신봉해 왔다. 그렇지만 웰치식 철의 경영이 미래 산업의 주축으로 성장할 지식산업, 특히 창조적 지식산업에 적합할지에 대해 적지 않은 회의들이 있다. 오히려 미래 산업 조직에는 굿나이트식 인의 경영이 보다 적합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영방식을 놓고 이렇게 철의 경영과 인의 경영으로 구분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 요소는 인사정책이다. 웰치 전 GE 회장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사람이다. 그가 GE CEO로 취임한 후 첫 5년 동안 무려 112000명의 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이 숫자는 전체 직원 40만 명 중 27%에 해당한다. 4명에 한 명 꼴로 회사를 강제적으로 떠난 셈이다. 그런데도 웰치는 자신과 뜻이 맞지 않거나 실적을 내지 못하는 임직원들에게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자비로운 일이라고 주장한다. 스스로의 거취를 빨리 결정해 새로운 일을 일찍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GE는 잭 웰치 재임 기간 동안 매출이 4배나 성장하고, 시가총액은 30배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 비즈니스 정보 분석소프트웨어 회사로 유명한 SAS Institute의 굿나이트 회장은 웰치 전 회장과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전 세계적으로 기업환경이 어려웠을 때도 직원을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SAS Institute는 상상을 초월한 복지혜택으로 유명해진 회사였던 탓인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해고 0’의 원칙을 꾸준히 고수했다. 이런 소신 있는 인사정책은직원을 왕처럼 대접하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굿나이트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8∼2010년에 회사는 여전히 성장했고, 2011년에는 전년 대비 무려 13%나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매출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사람들에게 웰치의 GE와 굿나이트의 SAS Institute 중 어느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굿나이트의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실제 SAS Institute 2010년과 2011 2년 연속으로 <포천(Fortune)>지가 선정한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런데 굿나이트의 인사정책이 마냥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일까? 또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직원들에게도 여전히 긍정적인 인사정책일까? 만약에 암적 존재인 직원들이 조직 곳곳에 숨어 있을 때 SAS Institute의 최고경영자인 굿나이트는 이들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평소 철학대로 해고하지 않으면서 함께 간다면 오히려 이런 인사정책이 다른 직원들에게 보다 큰 피해로 작용하지 않을까?

 

어떤 조직이든 암적 존재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이런 암적 존재들은 일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를 하기 일쑤다. 심지어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이 잘 풀리기라도 하면 거꾸로 그 공을 빼앗으려고 한다. 그야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존재다. 게다가 이런 사람이 혹시라도 상사의 위치에 있으면 그 정신적·심리적 부담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하는 일에 자연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고, 회사에 출근하는 것조차 괴로워질 게 분명하다. 당연히 조직의 효율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이런 존재는 조직에 전혀 득이 되지 않고, 오히려 존재 자체로도 조직에 피해를 주기에 조직의 입장에선 제발 없어졌으면 하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이런 암적 존재에 대해 웰치의 태도는 분명할 것이다. 웰치의 인사고과에 따르면 이들은 분명 하위 10%에 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인사고과는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웰치는 이들을 정리해고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암적 존재들의 해고에 대해선 조직원 모두가 환영할 것이기에 웰치는 주저 없이 실천에 옮길 것이다. 그렇다면 인의 경영을 고수하는 굿나이트 회장은 조직의 이런 암적 존재들을 과연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몸 안에 떠돌아다니는 암세포 및 암치료법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도록 하자.

 

 

암세포라고 처음부터 암세포의 운명을 갖고 태어나는 건 아니다. 암세포도 처음에는 분명 정상세포였다. 그런데 살다 보니 어느 날 암세포로 자신의 운명이 바뀌어졌을 뿐이다. 왜 그렇게 된 걸까? 정상세포에는 우리의 수명처럼 생명연한이란 게 있다. 그리고 그 생명연한을 다하면 죽어서 우리 몸 안에서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죽지 않고 버티는 존재가 바로 암세포다. 물론 생명연한을 다한 정상세포가 제때에 사라지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 보다. 순기능과 역기능이 항상 함께하는 게 자연의 이치인 듯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암세포도 우리의 정상적인 신체활동을 위해 불가피하게 생겨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누구든 일정량의 암세포를 몸 안에 지니고 있다. 단지 암세포 수가 치명적이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싫든 좋든 간에 암세포도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하나의 세포이므로 이를 일종의 자연 현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단지 문제되는 것은 암세포가 정상세포에 비해 현저히 증가해서 뿜어내는 독성이 몸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다. 따라서 기본적인 암 치료법은 암세포가 내뿜는 독성이 우리 몸에 치명적이 되지 않도록 암세포 수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 운영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암적 존재란 우리 몸의 암세포와 비교할 때 너무나 흡사하다. 사실 암적 존재란 말은 암세포에 비유해서 생겨난 것이기에 당연히 암세포와 닮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 치료법도 흡사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 안의 암세포 치료법은 어떻게 될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암세포 수 자체를 줄여서 그 독성의 총량을 낮추는 일이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 수술과 방사선치료, 또 약물치료 등이다. 수술은 암세포가 증가된 신체 부위를 도려내는 것이고,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가 증가한 신체 부위의 암세포를 방사선으로 죽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약물치료도 우리 몸 안의 증가된 암세포의 수를 전체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방법들은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고 부작용마저 크다. 이런 고통과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 필자가 연구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던 환자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자.

 

“항암치료가 너무 강해 수술보다 더 힘들었으며, 다시 암에 걸린다면 항암치료는 하지 않겠다.”

 

(○○, 성동구/40/유방암 2)

 

“방사선치료가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했다. 오히려 시골로 내려가 생활한 게 암세포 수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 도봉구/41/침샘암 2)

 

“항암치료에서 심한 부작용을 겪어 면역체계에 이상이 오고 장에 염증이 생겼다.”

 

(○○, 구로구/72/간암 2)

 

“항암치료 기간 동안 구토 증세 때문에 고통스러웠으며 항암치료만이 답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 송파구/58/자궁암 3)

 

환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항암치료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치료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우리 몸의 암 수치를 떨어뜨리는 데도 이런 엄청난 고통과 부작용이 수반되는데 조직 내 암적 존재를 제거하려고 하면 더 큰 고통과 부작용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젝 웰치식 철의 경영도 분명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암적 존재를 제거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고통과 부작용을 극복한 암 환자의 경우에서처럼 웰치의 인사정책도 성공해서 회사에 큰 이익과 성장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암치료법만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선 암 환자들 역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점이 웰치에게 새로운 숙제로 다가간다. 웰치 퇴임 이후 GE가 웰치 때만큼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하나의 예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암적 존재가 조직에 폐해를 준다고 그것을 완전히 도려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누구나가 다 암세포를 지니는 것처럼 어떤 조직이든 암적 존재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암적 존재가 조직에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암적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단죄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따라서 조직에서 암적 존재의 완전 제거만이 능사는 아니다. 어쩌면 암세포도 우리 몸에 일정량 있는 게 건강을 위해 바람직할 수 있다. 마치 미꾸라지도 천적인 메기와 함께 있어야 잘 자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웰치식의 인사정책은 보완이 필요하다. 최근 웰치가 내놓은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란 책에서는 웰치의 생각의 변화가 읽히기도 한다. 그는 이 책에서리더에게 필요한 건 관용 유전자(generosity gene)”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철의 경영에 입각한 인사정책에 일정 부분 변화가 감지된다.

 

 

그런 의미에서 암 치료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텍사스대 엠디 앤더슨 암센터(The University of Texas MD Anderson Cancer Center)의 치료 방법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년 전쯤 필자는 이 병원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이 병원의 암 치료법은 좀 색달랐다. 이 병원의 암 치료법은 수술을 지양하고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졌다. 그리고 약물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환자 마음과 심리 상태를 가능한 편안하고 안정되게 만들어준다. 환자 마음이 편안하지 않거나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암세포가 크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가 암에 걸린 사실이 확인되면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도록 요구하거나(경증환자), 입원은 하더라도 병실에만 있게 하지 않고 병원 내의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나 문화활동 또는 취미생활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중증환자).

 

앤더슨 암센터의 치료법도 약물치료를 통해 암세포 수치를 줄이는 방법이지만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환자의 심리상태 내지 마음상태를 편안하게 해주는 치료법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런 병행치료의 효과가 크면 암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약물의 정도도 낮출 수 있다. 그 결과 약물치료를 통해 겪는 환자의 고통을 줄일 뿐더러 약물 사용 비용도 낮춰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다. 결국 앤더슨 암센터의 치료법은 환자들에게 암의 존재를 가능한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암 환자들에게 암수치의 급작스런 증가는 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기까지의 기간에 생겨난다. 환자가 암에 걸렸다는 것을 너무 의식한 결과이다. 앤더슨 암센터는 이 점을 주목해 환자에게 암을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앤더슨병원의 암 치료법을 조직 내 암적 존재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는 없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조직원들이 암적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조직원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암적인 존재를 무조건 의식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결국 바람직한 것은 암적 존재와 어떻게 동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암을 이겨낸 암 환자들 중에는 이런 부류들이 적지 않다. 암을 적대시하거나 기피하지 않고 반대로 이를 수용해 암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우다. 암에 대한 이들의 공통된 인식은암세포가 내게 반가운 존재는 아니지만 이것 역시 내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암 환자의 인식은 암적 존재에 대한 조직원의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암적 존재란 내게 반가운 존재는 아니지만 이것 역시 조직 구성원의 일부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런 방법 역시 조직의 인사정책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사회적응력과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고경영자의 암적 존재에 대한 대처법은 조직원의 그것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는 암적 존재의 발생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을 제거하고자 해야 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필자는 암 환자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커뮤니케이션상 문제가 최고경영자의 조직 내 암적 존재 대처법에 힌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암 환자들은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매우 구체화하려고 든다. 적당히 정의해서(low define, 저정세도화)’ 말해도 좋을 것을아주 세세하게 정의해서(high define, 고정세도화)’ 말하려고 든다. 이런 고()정세도화(精細度化)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인공조미료를 듬뿍 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음식에 인공조미료를 듬뿍 치면 몸이 상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서 인공조미료를 듬뿍 쓰면 마음이 상한다. 암 환자들은 이렇게 해서 마음이 상한 사람들이 된 것이다. 고정세도화된 말에 익숙한 암 환자들의 증언을 들어보자.

 

 “‘자식들에 대해 꼭 이래야 한다. 남편은 반드시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이 참 많았는데, 암을 극복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됐어요.”

 

(○○, 성북구/51/폐암 2)

 

“발병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남편이 너는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수술 후에는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룰을 적용하지 않는 가정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 성동구/40/유방암 2)

 

 

그런데 암 환자들에게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상으로 문제된 것은 단지 의미의 고정세도화 탓만은 아니다. 오히려 고정세도화를 이루는 데 있어서 그 방법과 절차가 더욱 문제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고정세도화하는 데 있어서/아니요’, 또는 선/악과 같은 이항대립(二項對立)의 방법과 절차를 동원하는 것이다. 이런 이항대립에 따라 의미의 고정세도화를 이루는 암 환자의 증언을 들어보자.

 

“저도 선과 악의 구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 안 된다는 마음이 강해 마음속에서 충돌이 많이 있었어요.”

 

(○○, 서초구/39/위암 1)

 

“사람이 원리 원칙, 틀에 쌓여 있으면 힘들어요. 그게 사람을 옭아매는 거 같아요. 내 의식 속에 자리 잡혀 있어서 그런 성격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그래서 못 빠져 나와요. 그걸 탈피하려고 하려면 본인이 짜여진 것에서 탈피하고 일탈도 해야지 안 그러면 쓰러져요.”

 

(○○, 노원구/43/대장암 2)

 

“주변 사람들이옳다/그르다라고 구분하는 말에 무척 신경 쓰고 살았던 것 같아요. 암 수술 후 그렇게 생각하는 것들에 신경을 끄다보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어요.”

 

(○○, 성북구/51/폐암 2)

 

“이 사회의 법이 너무 관대한 것 같아요. 담배는 내가 피워봐서 아는데 백해무익한 것입니다. 또 성추행과 관련된 것도 너무 허술하게 해서는 안 돼요. 성추행범은 완전히 격리시켜서 이 사회에서 없애버려야 합니다.”

 

(○○, 강남구/58/간암 1)

 

필자는 이런 암 환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답답함을 크게 느꼈다. 왜냐하면 이들 대부분은 이 사회의 모든 법이나 의식들에 대해 명확한 구분을 하려 했고, 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고 믿어서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습관을 고쳐야만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텐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조직에 있어서 암적 존재도 혹시 이런 부류의 인물들이 아닐까? 즉 자신이 엄격하게 정의한 규칙이나 규범들을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존재들이 바로 암적 존재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암적 존재들을 제거하기에 앞서서 이들이 스스로 암적 존재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의 노력도 우선이지만 조직문화도 이런 점을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문화는 산업사회에 적합하다. 특히 제조업에 적합한 조직문화라고 생각한다. 이런 조직문화의 특징은 정확성과 치밀함을 요구한다. 제조한 물건에서 불량품이 생겨나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일정한 규격의 물건을 효과적으로 대량 생산해 낼 수 있다. 이런 조직문화는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낸다. 즉 의미의 고정세도(high definition)를 강조하게 된다. 이를 위해 의미의 객관성(objectiveness)과 명료성(vividness)이란 기제가 동원되는데 이는 의미전달에 있어서 혼돈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런 유형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극적으로 이뤄진 곳이 군대다. 군대조직에선 의미의 혼돈이 생겨나면돌격후퇴로 이해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산업의 중심축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으로의 변화다. 게다가 첨단 기술이 등장하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곳곳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성장을 걱정하는 와중에도 오히려 혁신에 바탕을 둔 기업들은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단적인 예다.

 

 

이런 시대에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조직원에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커뮤니케이션이다. 그리고 그 커뮤니케이션이 고정세도에서 저정세도로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조직이 저절로 유연함과 여유로움을 지닐 수 있다. 조직이 이런 유연함과 여유로움을 가질 때 비로소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마인드를 지닐 수 있다. 치밀하고 체계적이고 빈틈이 없는 조직문화에서는 아무래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 나아가 최근에는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중시하는()의 기업문화가 조명을 받고 있다. 조직의 유연함과 일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문화다. 지금은 열심히하는 것이 최고가 아니라 즐기면서 하는유희(Play)’가 최선의 노동이 되는 시기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대표적으로 일을 유희로 즐긴 인물이다. 결국 앞으로의 조직 문화의 핵심은 구성원들이 이런 즐거운 여유로움 속에서놀면서 일하는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김정탁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smilejtk@skku.ac.kr

 

필자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기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후 미주리대에서 언론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받은 뒤 1985년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에 교수로 부임해 지금까지 재직해 오고 있다. 한국언론학회장, 미래에셋 및 ㈜대교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 : 한국인의 의사소통 사상을 찾아서> <노장?공맹 그리고 맥루한까지> <: 노장의 커뮤니케이션> <장자 제물론> <소통의 사상가 장자> 등이 있다. 최근에는암과 커뮤니케이션’이란 논문으로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WCA)로부터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