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인도네시아의 노사관계 현지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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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인도네시아의 노사관계 현지화 전략
1) 노동조합 인정하기 독재 정권 아래에서조차 노조 없이 파업을 성사시킨 전력이 있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장 가동 초기부터 일찌감치 노조 설립 허용 2) 복수노조 차별 없이 대하기 2001년 뒤늦게 생긴 두 번째 노조(무슬림노동조합)를 즉시 인정하고 사무실 규모, 위원장 상근 허용, 위원장 상여금 지급, 노조활동 지원 측면 등 모든 면에서 차별 없이 대함 3) 노조 활동 지원하기 노조위원장에게 상여금 및 휴대폰 사용료 지급. 노조 간부 및 회원들의 대외 활동비 지원 4) 현지인이 주도하는 노사 협상 현지인 경영자에게 노사 교섭권을 부여. 일상적 노무관리는 현지인 인사팀장 및 총무팀장에게 맡기고 노사 교섭의 경영진 대표 권한은 인도네시아인 부공장에게 일임. 노사 관계 현지화를 인적 대체 수준을 넘어 권한 이양의 단계까지 끌어올림 |
본 기고문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센터가 한국연구재단의 ‘신흥지역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결과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연구> 24권 2호에 게재된 논문 ‘해외투자 한인기업 노사관계의 현지화: 미원인도네시아 사례연구’를 요약 발췌해 소개한 내용입니다.
종합 식품업체 대상은 1970년대부터 자사 간판 조미료인 ‘미원’의 국제화를 꾀해 왔다. 1973년 인도네시아에 글루탐산나트륨(MSG) 제조 합작 기업인 미원인도네시아(PT. Miwon Indonesia)를 만들고 현지에 공장을 설립, 국내 최초로 해외 플랜트를 수출한 기업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이어 1976년엔 미원 마케팅 및 유통 기능을 전담하는 지코아궁(PT. Jico Agung)을 세우는 등 종합 식품회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왔다.
1970년대 초 대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하면서 조미료 생산에 필수적인 당밀(糖蜜, 사탕수수를 설탕으로 가공할 때 나오는 즙)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세계적인 당밀 생산지이자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렸다. 그 첫 번째 신호탄으로 1973년 인도네시아 내 미원 제조법인인 미원인도네시아를 설립하고 당밀 공급과 하천 및 항만 인프라를 갖춘 동부 자바(East Java) 그레식(Gresik)에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1975년 9월에 공장을 완공하고 이듬해부터 조미료 중간제품의 생산에 돌입했으며, 1978년 11월부터 미원 완제품(MSG)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됐다.
1970년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조미료 ‘미원’
1970년대만 해도 인도네시아 조미료 시장은 일본 회사 아지노모토와 대만계 회사 사사가 양분하는 상황이었다. 대상이 인도네시아에 발을 내딛자 아지노모토와 사사는 정부 인허가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다양한 방법으로 미원을 견제했다. 그러나 미원인도네시아는 사업시작 불과 5년 만에 시장의 10%를 점유하는 기염을 토했고 1980년대부터는 시장점유율 30%를 달성, 현지의 조미료 시장을 3분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미원은 사사와 1, 2위를 다투는 선도 조미료 업체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재 미원인도네시아가 판매하는 제품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식재료들이다. 우선 조미료 분야에선 ‘미원’ ‘바이오(Bio, 조미료를 코팅해 미감을 더하고 적은 양으로도 맛을 낼 수 있게 만든 제품)’ ‘미원플러스(Miwon Plus, 산업용 조미료)’ ‘가람구리(Garam Gurih, 미원 10%를 첨가한 맛소금)’ 등이 있다. 분말 음료 제품으로는 인삼커피(Kopi Ginseng)와 생강차(Jahe Wangi), 레몬차(Lemon Tea) 등도 판매한다. 인도네시아 현지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할랄(halal,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하는 아랍어)’ 인증을 받은 현지어 브랜드 ‘마마수카(Mama Suka, ‘엄마가 좋아한다’는 뜻의 인도네시아어)’를 만들어 튀김가루, 빵가루, 양념, 식용유, 간장, 마요네즈, 크림스프, 푸딩원료 등 다양한 가공식품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지 꼬박 40주년을 맞이한 미원인도네시아는 작년 1552억 원의 매출액과 10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미원인도네시아가 지금처럼 ‘알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진출 초기 경쟁사 대비 저가로 제품을 판매한 전략이 주효했다.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라는 특성에 따라 막대한 판촉물 공세를 펼친 것도 효과가 컸다. 1만5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지리적 여건을 감안해 사업 초기 판매 사원이 가가호호 방문해가면서 직접 제품 홍보 및 판매에 나선 것도 미원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의 성공요인 외에 눈여겨볼 점이 있다. 바로 노사관계 측면이다.
미원인도네시아의 그레식 공장
필자는 미원인도네시아의 성공 요인을 노사관계 측면에서 분석하기 위해 2013년 1월 말에 자카르타(Jakarta) 본사를, 6월 말에는 동부 자바 그레식에서 가동 중인 공장을 방문, 현지 조사를 실시하면서 한인 경영자와 현지인 관리자 및 노동조합 간부들과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했다.1 이로부터 얻은 시사점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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