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Case Study는 가상으로 작성됐으며 전문가들이 현존하는 경영상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샘비언 파트너스의 메리 도닐로 인사부장은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톰 포르시테 상업용 건물 설계 부팀장에게 편한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다. 늦은 목요일 오후 시카고의 하늘은 어두컴컴했고, 때문에 사무실 형광등은 평소보다 밝게 빛났다. 도닐로 부장은 한층 따뜻한 목소리로 그에게 인사를 건넨 후 말했다.
“회사를 떠나신다고 들었는데 매우 아쉽군요. 모두 말리려고 했지만 결심을 굳히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유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도닐로 부장은 말을 멈추고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회사로서는 상당한 타격입니다만, 이유를 말씀해주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포르시테 부팀장은 경직된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하나로 묶은 머리가 몇 가닥 빠져 나와 한 쪽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눈 밑의 처진 살은 형광등 불빛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새로 태어난 아기 때문에 잠을 설쳤을 것이라고 도닐로 부장은 생각했다.
포르시테 부팀장이 입을 열었다. “제가 먼저 나선 게 아니라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쪽 헤드헌터가 매력적인 제안을 내놓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습니까? J&N의 파트너 자리는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도닐로 부장은 J&N이라는 말에 얼음처럼 굳었다. J&N이 어떤 회사인가. 샘비언의 경쟁사 아닌가. 지난해부터 J&N은 샘비언의 인재들을 스카우트하는 데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상당수 유능한 직원들을 빼앗아갔다. 샘비언의 헬렌 개스배리언 최고경영자(CEO)는 인재들이 “악한 편”으로 넘어갔다고 표현했다.
도닐로 부장은 말했다. “어쨌든 잘됐습니다. 물론 다른 회사라면 더 좋았겠지만 말입니다.”
포르시테 부팀장도 답했다. “압니다.”
도닐로 부장은 포르시테 부팀장의 얼굴을 잠시 살피면서 어떻게 하면 그를 설득할지를 고심했다. 예기치 못한 인력 유출은 언제나 달갑지 않지만, 이번 건은 특히 회사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35세로 샘비언에 8년 가까이 몸담아온 포르시테 부팀장은 담당 분야에서 업계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샘비언은 그에게 또 하나의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수차례 디자인상을 수상했으며 CEO가 능력을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인재 가운데 하나였다. 파트너 자리가 거절할 수 없는 조건임은 도닐로 부장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포르시테 부팀장은 샘비언에서도 J&N에서만큼의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택하고 우선순위도 정할 수 있다. 새 회사에서 그 정도의 자율성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는 모르는 것일까?
도닐로 부장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승진 대상이라는 걸 알고 계시죠?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쯤에는 승진하실 겁니다. 연봉 인상폭이 더 컸더라면 생각이 바뀌셨을까요? 지금 생각은 어떠십니까? 제 말씀은 얼마든지 재고해보실 수 있다는 거죠. 샘비언에서 부팀장님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포르시테 부팀장은 자신의 손만 물끄러미 쳐다봤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이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어쨌든 떠날 때가 온 것 같군요. 새로운 환경에서 더 자극을 받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도닐로 부장은 그 동안 불만이 있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대신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부팀장님은 어떤 사람보다 더 많이 변화를 시도하셨습니다. 최근 프로젝트들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나요?”
포르시테 부팀장은 마치 도닐로 부장의 생각을 읽는듯 그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샘비언에서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동료, 상사, 부하 직원 모두 훌륭했습니다. 무엇인가가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때 좋은 기회가 생겼을 뿐입니다.”
도닐로 부장은 뻔한 질문을 하면서 계속 그를 설득하려 했지만, 그는 같은 답변만 되풀이하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면담이 끝나고 그를 문까지 배웅한 도닐로 부장은 허탈감을 느꼈다.
한편 포르시테 부팀장은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비상구로 나간 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앨리슨? 나요. 당신 말이 맞았어.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이 회사는 아주 제대로 망할 거야. 난 이제 상관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