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혁신가(innovator)들이 수년간 입증한 사실이 있다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늘 예기치 않은 데서 나온다는 점이다. 자전거 수리공이 비행기를 개발하고, 미국 국방성에서 인터넷과 같은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생겨나리라고 누가 예측했겠는가?
기업의 혁신 진작 방안을 고민하는 고위 경영자들도 예기치 못한 의외의 영역에서 혁신의 실마리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로 두 차례 오스카상을 거머쥔 픽사(Pixar)의 브래드 버드(Brad Bird)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버드 감독은 조직 구성원의 창의성을 촉진하는 자신만의 실제적 접근법을 갖고 있었다. 이는 팀과 조직의 혁신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경영진들에게 매우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브래드 버드 감독은 2000년 픽사에 입사했다. 당시 픽사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인 ‘토이스토리’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후 ‘벅스라이프’와 ‘토이스토리2’가 잇달아 인기를 끌면서 흥행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픽사의 경영진인 스티브 잡스와 에드 카트멀, 존 라세터는 성공에 대한 안주를 경계하고 ‘아이언 자이언트’와 ‘심슨스’로 주목받던 브래드 버드 감독을 영입해 혁신의 진두지휘를 요구했다. 월트 디즈니와 워너 브라더스, 폭스를 거쳐 픽사로 옮긴 버드 감독은 이후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라는 두 편의 획기적인 영화를 선보이며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다.
라따뚜이로 오스카상을 수상하기 10일 전, 브래드 버드 감독을 만났다. 버드 감독은 조직이 지난날의 성공에 안주하거나 타성에 젖지 않도록 팀원들을 자극하고, 당당히 다른 목소리를 내도록 격려하며,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했다. 또 기존 관습과 통념을 깨고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이단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애니메이터가 창의성을 강화하는 과정은 경영진이 신제품 아이디어나 신기술의 돌파구를 찾는 과정과 달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버드 감독의 일화는 혁신을 추구하는 모든 산업의 모든 경영진들에게 창의력을 던져준다.
픽사로 옮기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픽사는 다른 회사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바로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거나 타성에 갇히지 않고자 하는 경계심이다. 내가 입사했을 때 픽사는 이미 토이스토리, 벅스라이프, 토이스토리2 등 3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언 자이언트’로 보기 좋게 상업적 참패를 한 직후였고. 그 때 스티브 잡스, 에드 카트멀, 존 라세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게 단 하나 있다. 바로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이뤄낸 것처럼 자기만족감과 안도에 빠지는 것이다. 당신이 우리 회사로 와서 대신 쇄신을 해 달라. 당신이 일하는 방식이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할 때는 우리는 당신과 토론할 것이다. 당신이 새로운 방법에 대해 우리를 설득시킨다면 우리는 그 새로운 방법을 택할 것이다.’
흥행불패의 신화를 이룬 회사가 흥행 참패의 감독을 영입하면서 ‘자, 이제 우리와 함께 모든 걸 바꿔보자’라고 말했다. 이런 일이 언제 또 찾아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