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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있는 물 나누고, 새 샘물 파고... 풍요의 땅으로 향해 가는 ‘지식경영’

이승훈 | 147호 (2014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희정(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모세가 추종자의 무리를 이끌고 사막을 횡단하고 있다. 그런데 가져온 물이 다 떨어져 가고 있다. 모세와 그의 무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필자가 지식경영에 대해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퀴즈다. 가나안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사막을 건너가고 있는 공동체에게 생사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사막에서 생존의 필수조건인 물이 점점 바닥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이들이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그림 1)

 

사막은 기업이 당면한,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비즈니스 환경이다. 이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 우리 회사(혹은 기관)의 비전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우리가 가진 자원이 점점 바닥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가 물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함께 모아서 나누어 마시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생명과 같은 물을 남들과 나누려 하겠는가. 여기엔 공동체의 목숨을 담보한 끈질긴 설득이 필요하다. 설득에 성공하면 물이 필요한 사람을 확인하고, 물탱크를 장만해 물을 모으고, 물 배급에 대한 규칙을 제정하는 등의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현재 있는 물이 바닥나기 전에 오아시스를 찾아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금 함께 가나안이라는 약속의 땅에 가고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상기시킴으로써 이 위기를 견딜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이 퀴즈는 지식경영을 이해하는 세 가지 인사이트를 준다.

 

1. 있는 물 나누기: 어떻게 지식이 고수에서 하수로 흐르게 할 수 있는가?

 

2. 없는 물 만들기: 어떻게 현재 조직에 없는 지식을 확보할 수 있는가?

 

3. 가나안 가기: 어떻게 1 2를 조직 비전과 전략에 초점을 맞춰 성과와 연계할 수 있는가?

 

지식경영의 범주는 이 세 가지 질문을 벗어나지 않는다. 모든 지식경영 활동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세 가지 핵심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여러 기업의 사례를 살펴본다.

 

 

 

있는 물 나누기 사례 1: 우미건설의 현장 노하우 공유

 

우미건설은 사무용 빌딩, 아파트, 플랜트 등 다양한 건축, 토목사업에 진출해 있는 중견 건설사다. 1982년 전남 지역에서 주택 분양사업을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급속히 성장해왔다. 본사는 분당이다. 특히 아파트 브랜드 Lynn으로 사세를 크게 키웠다. 아파트 부문이 매출의 60% 정도를 차지하며 시공능력 40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사업이 계속 확장되고 조직이 커지면서 성장통을 앓았다 관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2000년에 그룹웨어를, 2004년에 ERP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조직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전국 방방곳곳에 건설현장이 늘어나고 신규 인력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기존 기업문화가 오히려 위협받는 상황이 형성됐다. 기존 직원과 신규 인력들 간의 마찰도 생겼다.

 

안수한 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기존 직원이 소장을 하는 현장과 경력으로 입사한 직원들이 소장을 하는 현장의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건설회사의 특성상 군대문화가 있는데 그러다 보니 경력직원들이 기존 현장소장 아래에서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반대로 경력직으로 입사한 소장 밑에서는 기존 직원들이 버티질 못했다. 현장소장이 현장을 지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생겼다.” 이러한 문화적 충돌은 수익성으로 이어져 각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관리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미건설이 선택한 방법이 지식경영이다. 이화여대 김효근 교수가 우미건설 경영진에게 지식경영을 통해 조직운영 능력을 강화하고 현장 사업관리 능력을 강화하자고 제안을 한 것이 시초였다. 우미건설의 이석준 사장(창업자 2)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직원 13명을 뽑아 3개월 동안 이화여대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지식경영 집중 교육 프로그램에 보냈다.

 

이론적 지식은 있으나 실무 지식이 부족한 여성 대학원생들과 이론적 배경이 부족하고 실무에 대한 이해만 있는 우미건설의 남자 직원들은 교육을 함께 받으며 서로에게 자극을 줬다. 13인의 특공대는 사내 지식경영 컨설턴트로 성장했다. 2006년 외부 컨설팅업체인 날리지큐브의 도움을 받아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가 도입됐고 ‘3P 3 실현이라는 슬로건도 만들어졌다. Process를 개선해서 야근을 없애고, Professionalism으로 무()경쟁인 회사를 만들고, People을 교육시켜 무()결점의 제품을 만들자는 뜻이었다.

 

지식경영으로 이뤄나갈 목표가 세워졌고 이를 전담할 조직이 필요해졌다. CEO는 인사담당 상무를 CKO(chief knowledge officer)로 임명했고 13인의 특공대가 그 아래에서지식농장을 운영하며 각 부서의 지식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정책을 수립·수정하도록 했다. 또한 팀장급 인사들을지식마스터로 임명해 지식활동의 결과물을 평가하고 정리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CKO는 현재까지도 동일 임원이 맡고 있다.

 

우미건설 KMS의 주요 기능은 <사례 1>과 같다

 

 

우미건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매뉴얼화한 부분이다. 표준화된 업무프로세스는 KMS 내 지식보관창고인 지식마당의 분류 체계와 동기화되도록 관리한다. 각 팀과 현장의 단위업무를 정의하고 업무 절차를 시각화해 절차 및 방법을 정리하고 매뉴얼화해 지식마당에 등록, 관리한다. 또 매년 5월에는 이 매뉴얼을 업데이트하도록 한다. 정기적인 감사활동을 통해 매뉴얼대로 업무가 추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현장 노하우를 축적하고 공유하기 위해 운영하는공종별 착안사항코너도 주목할 만하다. 공사 마감 90% 시점에는 이번 현장을 통해 배운 착안사항을 정리해 지식마당에 등재한다. 이렇게 축적된 지식은 신규 현장에서 동일 공사 시에 활용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런 여러 가지 시스템을 도입해서 쓰고 있지만 문제점도 있다. 2006년 도입 이후 데이터는 많이 쌓였지만 시스템 자체의 업데이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2∼3년간 건설업 전반의 불황으로 인해 우미건설의 수익성도 하락하면서 지식경영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도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금 지식경영을 강하게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불고 있다.

 

“일단 회사가 먹고살 것을 찾고 난 후에야 지식경영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그 누구도 지식경영만을 고집할 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지식경영 자체가 미래의 먹거리를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툴이므로 회사가 어려워도 지식경영을 꾸준하게 추진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안 팀장의 말이다.

 

있는 물 나누기 사례 2: 하나은행의 업무지식 위키북(Wiki Book)

 

하나은행은 2009년 사내 KMS뉴턴을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지식경영을 도입했다. 직원들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발적인 지식공유 문화 정착과 CoP 활동 활성화 등으로 성공적인 지식경영 사례로 꼽혀왔다. 2011년에는 직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현장에서 필요한 현실적인 지식을 창출하기 위해 위키북(Wiki Book)이라는 개방형 지식 플랫폼을 도입했다. 일반적인 Wiki는 모든 사용자에 의해 콘텐츠가 쉽게 추가되고 편집되며 제거될 수 있는 반면 하나은행의 위키북은 누구나 편집 가능한 형식이 아닌 다수지만 제한된 저자들의 공동작업을 통해 온라인 책 형태로 만들어지는 지식기반 학습의 주요 요소로 도입됐다.(사례 2)

 

현장의 필요지식 파악을 위해 지식리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금융정보제공 및 비밀보장, 신용평가, 해외체재자 및 해외 유학경비 지식 등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식으로 꼽혔다. 이러한 지식을 모아 수신, 여신, 외환, 기타 영역으로 나눠 위키북을 제작했다. 이를 위해 우선 사내 공모를 시행해 저자를 모집하고 함께 참여할 공동저자를 선정했다. ‘모든 직원은 저자라는 점을 부각해 서로 다른 장점과 노하우를 가진 직원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필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자발적 동기부여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11년에만 총 47권의 위키북이 발간됐으며 계속적으로 최신 내용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또한 한 해 동안 제작된 위키북 중에서 활용빈도가 가장 높은 것을 선정, 실제 책으로 제작해 전 영업점에 배포한다. 저자들은 출판기념회를 열고 지식나눔에 대해 격려하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회사 근처에 있는 하나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직원에게 뉴턴 KMS와 위키북에 대해 아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직원은 뉴턴을 자주 활용하고 있으며 위키북이 없으면 일을 못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있는 물 나누기 사례 3: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술기록 관리

 

한국원자력연구원은 5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원자력 연구기관이다. 최근 원자력 기술자립을 이룬 1세대들의 퇴직이 줄줄이 예정되자 그들이 가진 경험지식을 후배들에게 전수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또한 그간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했던 각종 기술기록에 대해서도 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져감에 따라 원자력기술 기록 사업을 지식경영의 주요 사업으로 진행했다.

 

2011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2년에는 내부 공모를 통해 우선순위가 높은 원자력기술 분야 10개를 선정하고 각 분야별 ToC(Table of Contents)를 작성했다. 작성된 ToC를 기준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과정뿐만 아니라 개발배경 및 성과까지의 전 과정을 누락 없이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관련 연구기록물을 연계하도록 했다. 기술지식의 유형(소프트웨어 지식, 하드웨어 지식)에 따라 표준 ToC를 제공해 전체 자료의 통일성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참고자료(사진, 동영상, 링크 등)를 문서에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또 관련 지식이 부족해 문서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경우 원로연구원을 초청해 인터뷰나 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녹취한 후 자료화했다.(그림 2)

 

있는 물 나누기 사례 4: 포스코 종합지식 창출제도

 

포스코는 지식경영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2, 사내에 산재해 있던 36개의 부문별 시스템을 하나의 KMS로 통합하는 데서 시작해 점차적으로 사내 지식조사창구를 단일화하는 데 성공했다. 2005년부터 추진된 전원이 참여하는 업무-혁신-학습 연계활동인 CoP(학습동아리)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후 조직의 경계를 초월해 계열사 및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한 성과창출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스코만의 일하는 방식인 SWP(Smart Work Place)를 구축하고 전 계열사에 확대하고 있다.

 

지식경영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후 KMS에 축적된 단편지식과는 별개로 부서별 핵심지식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지식을 집대성할 필요가 생겼다. 이를 위해 시행한 제도가 종합지식 창출제도다. 현업에 축적된 노하우, 경험지식, 혁신활동 성과를 종합해 활용도 높은 조직지식으로 재창출한다. 예를 들어 고로 냉입복구 기술, STS강 열간압연 제조기술 등 현장에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험지식들로 구성된다.

 

이 제도는 2005년부터 운영했고 매년 부서별로 1∼2건의 종합지식이 나오고 있다. 지식은 100페이지 이상의 문서 형태로 작성되며 내부평가를 거쳐 1∼5등급이 부여되고 부서평가에 반영된다. 현재까지 약 3000여 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임원표창을 받은 1등급 지식은 400여 건이다. 공동편집과 꾸준한 업데이트를 위해 위키 기반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실제 종합지식 작성과정에는 고참 선배사원과 신입사원을 함께 배치한다. CoP를 통해 해당 주제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거쳐 지식의 체계를 잡아나간다. 신입사원이 선배사원들을 따라 이 과정에 참여하면 10년 이상의 경험지식을 단시간에 습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 앞서 소개한없는 물 새로 만들기사례를 알아볼 차례다. 현재 조직에 없는 지식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도구는 CoP이며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도 CoP는 지식경영이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지식창출 도구임에 틀림없다. DBR 이번 호의 타 리포트에서 CoP의 여러 사례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CoP에 대한 소개는 생략하고 여기에서는 최근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인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아이디어 창출 노력을 소개한다.

 

없는 물 만들기 사례 1: LG CNS Future Planet

 

LG CNS 2010년에 미래전략팀을 발족했다. 지속성장과 중장기를 대비하는 전사 차원의 미래준비 강화를 위해 1)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발견 2) 신사업 방향, 성장 영역의 지속적 모색 3) 시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 모색 4) 임직원 전체가 참여하는 창조습관과 문화 형성이 미션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 속에 함께 미래를 논의하고 토론하는 문화조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사내 파워블로거 및 전 직원이 참여하는 자유로운 토론문화의 기반을 만드는 일과 직원들이 학습하고 고민한 내외부 지식을 공유하는미래 트렌드 센싱공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리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신사업 아이디어 발의 공간 제공과 단계별 참여를 유도하는 이벤트/보상제도도 설계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Future Planet이라는 온라인 미래 포털이다. 이러한 전략이 맞아 떨어져 오픈 이래 지금까지 LG CNS 내에서 직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사이트가 됐다.

 

이 포털은 Sensing Station Idea Station으로 구성돼 있다. Idea Station에 올라온 내용 중 사업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발의자를 중심으로 별도의 전략 CoP를 꾸려 약 3개월간 활동하게 하며 담당 임원에게 공식보고를 통해 사업화 가능 여부를 검증받는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없는 물 만들기 사례 2: 포스코ICT I-Time 제도

 

포스코ICT는 포스코 계열사의 시스템 관리(SM·System Management)를 담당하는 회사다. 2010년 포스데이터(IT전문)와 포스콘(철강분야 엔지니어링)이 합병하며 출범했다. 포스코의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포스코ICT 역시 지식경영시스템을 오랫동안 운영해왔다.

 

이 회사는 작년 9 CEO 지시로 ‘I-Time’이라 불리는 아이디어 개발 및 지식공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5시간 동안 직원들이 일상 업무를 멈추고 자유롭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도록 권장한다. 구글의 ‘20% 프로젝트(근무시간 중 20%를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한 제도)’를 본뜬 것이다.

 

한국적 기업문화에서는 직원 개인이 20%의 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포스코ICT 5시간을 전 직원에게 의무적으로 부여했다. 물론 외부 프로젝트 파견인력이 다수인 근무여건 때문에 I-Time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각 팀의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아이디어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제도인 만큼 수요일 오후 1시가 되면 종소리와 함께 I-Time을 알리는 사내방송이 시작된다.

 

처음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에는 직원들은 기존의 업무를 처리하는 동시에 아이디어 활동까지 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각 팀의 리더들도 직원들에게 자유시간을 주는 것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일부 고객접점 부서에서는우리는 I-Time에 참여가 어렵습니다라며 수요일 오후 대신 다른 요일에 개별적으로 I-Time을 진행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면서도 경영진은 I-Time 제도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이디어 작성은 IMS(Idea Management System)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진다. 한 직원이 아이디어를 올리면 다른 직원들이 이를 보고 첨언하거나 피드백을 해주며 최종 아이디어를 완성한다. 이때 아이디어는 단지 제안의 형식에서 그치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예상되는 리스크에 대한 극복 방안까지 포함한 하나의 사업계획서 형식으로까지 구성돼야 한다. 도입 첫 분기인 2013 4분기에는 사업계획서 형태로 제안된 아이디어 중 22건이 ‘I-Project’로 선정됐다. 이 아이디어들은 현재 인큐베이터 사업화 과정에 들어갈지 여부를 심사받고 있다. 심사는 SRB(Solution Review Board)라는 사내 심사위원회에서 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심사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ICT의 지식경영 업무를 맡고 있는 기업문화그룹 최영란 차장은 “I-Time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성과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면서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학습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조직의 역량이 향상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소개한있는 물 나누기’ ‘없는 물 새로 만들기사례들은 모두 좋은 방법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지인 가나안으로 가는 것, 즉 조직의 비전과 전략에 맞도록 지식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러한 노력들을 소개한다.

 

가나안 향해가기 1: Business model-driven KM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지식경영에는 나름의 공식이 있었다. 전사 지식지도 구축, 지식 마일리지 체계 구축 및 보상방안 수립, CoP 운영체계 마련, KM 운영조직 구성, KMS 구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누구나 할 것 없이 반복해왔다. 이렇게 정형화된 한국식 KM Best Practice는 공공, 민간 및 산업 형태에 구애되지 않고 적용돼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로 인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됐으며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틀만 갖추어 놓았지 정작 업무습관으로는 정착되지 못해 업무성과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부분이 미진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방법론이 ‘Business model-driven 지식경영이다. 이 방법론의 특징은 각 기업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핵심활동을 도출하고 이 중 업무성과 극대화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비즈니스 이슈를 선정해 문제점과 근본원인을 파악한 후 이에 대한 지식경영 관점에서의 해결방안을 마련하도록 돕는 것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정리된 1차 후보를 검토해 향후 노력을 집중할 핵심활동을 최종적으로 선정하게 된다. 이렇게 선정된 각 핵심 활동별로 현재 어떤 문제가 있으며 그 문제가 일어나는 근본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개선기회를 도출한 후 제도, 문화, 도구(시스템) 관점에서 지식경영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게 되는 흥미로운 과정이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실행되는 지식경영은 성과측면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며 기업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기도 한다.

 

가나안 향해가기 2: Task Management

 

지식경영에서 CoP 활동이 현장 노하우를 공유하고 학습하는 도구로 자리잡았다면 비정형 프로세스가 많은 사무업무를 관리하고 그 결과를 자산화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것이 TM(Task Management)이다. 직원들에게 맡겨진 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Task라는 개념으로 제공한다. 직원들에게는 해야 할 업무를 상태별로 관리하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임원 및 팀장에게는 진행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 지연되고 있는 부분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지원하게 된다.

 

TM은 업무에 관련된 사람들이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논의하면서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설계됐다. 관련된 사람들 간에 업무와 회의, 일정관리, 전자결재 등이 자유롭게 연결되고 일의 흐름과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TM을 실제로 구현해 업무에 적용하고 있는 사례도 많이 있고, 현재도 여러 기업 및 기관들이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에 있다. 다만 도입 전에 먼저 이렇게 일하는 문화가 과연 우리 회사에 적합할 것인가 하는 질문부터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자기가 하는 모든 일을 TM 시스템에 입력해 관리하도록 하면 이에 따른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TM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기업들은 CEO의 강력한 의지 아래 경영혁신의 도구로 전사에 적용했거나, 전담조직의 세심한 변화관리하에 내부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며 자율적으로 정착한 경우다.

 

TM의 업무 적용사례는 다양하다. 전사 경영혁신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포스코 및 계열사, 한국자산관리공사-구축 중, 한국남부발전-구축 중 등)가 가장 많으며 팀 단위 업무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동양증권)도 있다. 또한 프로젝트 중심의 기업에서 CoP와 연계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사례(골프존)도 있으며, 특정업무를 처리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SK텔링크)도 있다. 최근에는 여러 R&D 기관/연구소에서 사업관리를 위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가나안 향해가기 3: 관심집단용 SNS

 

기업 내부 SNS는 프로파일(Profiles), 업데이트(Updates or Activity Streams), 알림(Notifications) 등의 요소를 통해 사람들을 보다 빠르게, 즐겁게 연결해 줌으로써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지식경영의 한 요소를 말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이미 여러 가지 형태의 사내 SNS를 도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몇 년 전부터 여러 기업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형태의 서비스를 사내에 도입해 사용해 왔다. 기업 임원들 간 소통을 위한 도구로, 각 부문별 직원 간 소통의 도구로, 특정 업무를 함께하는 직원들 간 소통의 도구로, 빠른 업무알림의 도구로 도입하는 등 목적이 다양했으나 내부 소통의 활성화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었다. KMS 등 내부 시스템과 연계돼 알리고 싶은 지식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됐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원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필자들의 결론이다. 사내 SNS에 의해 내부 소통이 더욱 활발해진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기술적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2) 기술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해가서 선택하기가 어렵다.

 

3) 사내 Platforms, Workflow 및 보안정책과의 통합이 어렵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기업의 업무문화 특성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고참직원들의 경우 SNS에 글을 올리는 직원은시간이 남아돌아서 저런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업무성의 딱딱한 글이 아니라 대화 형태의 글이다 보니 글을 올리는 직원들도 자신의 모습이 모든 직원들에게 공개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한 가지 가능성을 발견한 부분이 있다면 같은 관심사 혹은 업무를 가진 비교적 소수의 집단(100여명 내외)인 경우 빠르게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SNS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업무상 필요한 부분들을 세심하게 파악해 관심집단 내부에서 SNS를 사용하게 한다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승훈 컨설턴트는 지식경영 전문 컨설팅 및 솔루션 회사인 날리지큐브에 재직 중이다. 하나은행, 한화생명, 동양증권 등 금융권 KM 전략컨설팅을 진행했으며 한국도로공사, 공군본부, KISTI 등의 KM 컨설팅에도 참여했다. 지식경영과 관련된 강의활동과 KCUBE KISS세미나 진행 등 다양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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