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와 지식 획득

피인수기업으로 이직한 직원 지식 획득 최정예병으로 활용하라

147호 (2014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지현(중앙대 신문방송학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전설적인 브랜드와 혁신적인 제품 포트폴리오, 뛰어난 재능을 가진 글로벌 팀의 인수로 레노버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올라섰다. 우리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영역에서 강력한 글로벌 업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1

 

2014 130, 레노버의 회장 양위안칭(Yang Yuanqing)이 구글이 소유하고 있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레노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술과 핵심인력을 확보했음을 자신 있게 피력했다. 이렇게 인수합병은 단순히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과는 달리 피인수기업이 가진 자원과 역량, , 기술과 핵심인력을 모두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2005) 레노버는 IBM PC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중국 기업의 이미지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경험이 있다. 그 결과 성숙기에 접어든 PC 산업에서 지속적인 혁신 제품을 바탕으로 2013년 사상 최대의 출하량을 기록하며 경쟁업체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레노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단기간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노버의 예에서 보듯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하이테크 산업은 기업 내부의 연구개발 활동과 더불어 외부로부터 획득하는 지식과 역량의 중요성도 높다.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연구개발은 제한된 자원과 역량으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축적된 지식이나 역량이 부족할 경우 사업화에 실패할 확률도 높다. 반면 외부로부터의 핵심기술 획득이나 전문가 영입은 고비용이지만 빠른 활용이 가능하다. 검증된 기술과 인력의 경우 사업화 성공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레노버뿐만 아니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외부로부터 지식과 역량을 획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식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글로벌 경쟁 산업, 첨단 산업일수록 기업은 외부로부터의 지식 획득에 더욱 열을 올린다.

 

지식 획득의 두 경로: 인수합병과 인력 스카우트

 

 

외부로부터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획득하는 방법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인수합병(Mergers & Acquisitions)과 인력(엔지니어) 스카우트다. 기업 수준의 인수합병은 피인수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허 등 지적 자산을 획득할 뿐만 아니라 핵심역량을 가진 연구개발 인력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개인 차원의 인력 스카우트는 엔지니어가 이전 회사에서 연구개발을 하며 개인적으로 축적한 지식과 역량을 확보해 새로운 지식 창출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기업 소유의 지적 재산을 불법적으로 유출하는 경우는 논외로 한다). 엔지니어 스카우트는 인수합병에 비해서 비용이 훨씬 적게 들며 바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1) 그래서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지식경영을 위한 경영전략 방법으로 인수합병과 엔지니어 스카우트를 병행해 실시하고 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 간 인수합병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인수합병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금액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22400억 달러, 특히 미국의 경우 8254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 인수합병이 있었다. 미국 기업들은 하이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시장 및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특허나 핵심인재 등 자산이나 역량확보 등을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시스코는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영국에 기반을 둔 소프트웨어 회사인 NDS그룹을 50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구글은 가치 있고 유용한 특허를 소유할 목적으로 2012 1209000만 달러에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다. 구글은 앞서 말했듯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다시 레노버에 매각했지만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소유한 특허 대부분은 그대로 보유했다.

 

인력 스카우트 역시 기업들의 인재발굴 및 영입경쟁과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행해지고 있다. 2013년 삼성전자는 애플에서 아이폰4s에 처음 탑재된 음성인식 서비스시리개발을 감독한 엔지니어 루크 줄리아를 삼성혁신연구소 부사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또 애플의 판매 임원을 데려오기도 했다. 이를 두고 언론은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애플의 우수 인력을 상당수 영입했다. 애플의 우수한 DNA를 흡수하는 동시에 애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라고 평가했다.2

 

재미있는 것은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인수합병과 엔지니어 스카우트 전략을 동시에 실행하다 보니 인수합병 당사자인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간에 이직한 전력이 있는 직원들, 특히 엔지니어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해당 직원은 기존 회사에 남아 있던 다른 직원들로부터 조직을 버린 배신자로 여겨질 수도 있다.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트로이 목마같은 인력이야말로 인수합병의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두 조직 간 지식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엔지니어의 가치는 지식이 아니라 경험과 습관

 

직장을 옮긴 엔지니어는 이전 회사에서 축적한 지식을 새 회사의 동료들과 공유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한다. 그런데 엔지니어들, 지식노동자들은 대부분 경로의존적이다. 즉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지역 또는 기술적 범위 내에서 탐구적 활동을 한다. 그래서 이직 후에도 이전 회사 또는 이전 근무 지역에 위치한 회사들의 기술을 활용하는 경향이 높다.

 

물론 보안에 민감한 하이테크 업계에서 회사를 옮긴 엔지니어가 공식적으로 이전 회사의 동료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인수합병이 일어날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다시 말해 기업 A에 근무하던 직원이 기업 B로 이직한 후에, B사가 A사에 인수합병되면서 다시 한 배를 타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필자가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하이테크 산업3 에는 이런 경우가 실제로 비일비재하다. 필자는 2000∼2004년 사이 미국에서 있었던 182건의 하이테크 기업 간 인수합병을 조사했다. 그중 약 45% 83건에서 이런트로이 목마엔지니어가 약 690여 명 존재했다. 이들은 과연 양 조직의 PMI(post-merger integration) 상황에서 지식 교류와 지식 시너지 창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인수한 기업이 피인수기업으로부터 이전하고자 하는 지식은 형식지와 암묵지로 구분될 수 있다. 형식지는 특허, 규칙, 표준 프로세스 등과 같은 문서화된 형태로 기업 간 이전이 쉽게 가능하다.

또 발명 또는 개발의 주체인 개인과 지식을 따로 분리할 수 있다. 반면, 개인의 경험에 기반하고 문서화가 불가능한 암묵지는 개인 간 대면 접촉 또는 대화 등과 같은 상호교류를 통해서만 효율적인 이전이 가능하다. 하이테크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하고 이전하고자 하는 것은 기술적 지식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대개 개인의 머릿속에 들어 있고 암묵지 형태를 띠고 있다.4  그러므로 하이테크 산업의 인수합병에서 공동 지식창출은 특허와 같이 문서를 통한 형식지의 이전보다 기술적 지식과 역량 같은 암묵지를 가진 엔지니어 간 상호교류를 바탕으로 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문제는 그런 교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피인수기업의 직원은 인수합병에 대한 적대감이 있기 마련이다. 상호교류를 거부하면서 저항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두 기업 간의 문화, 업무 루틴 및 근무환경 등의 차이로 인해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직원들 간 협력은 근본적으로 쉽지 않다. 우선 신뢰를 쌓고 친밀감을 형성한 후에야 지식의 상호교류가 가능해진다.5

 

그런데 인수합병 이전에 이미 두 조직을 모두 경험해 본 트로이 목마 엔지니어는 양 조직의 문화에 적응한 경험이 있고 또 양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뢰와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야말로 상호교류를 증가시키는 중요한 매개체 또는 채널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수합병 시너지 효과의 핵심인 공동 지식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실례를 살펴보자. 2000 329일 미국의 반도체용 회로형성 장비업체인 Applied Materials(AM)사가 반도체용 포토마스크 장비업체인 Etec Systems(ES)사를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AM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장비업체이며 ES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포토마스크 장비의 강자다. 특히 레이저를 이용한 마스크 패턴을 형성하는 우수한 기술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업체다. AM은 인수합병을 통해서 기술을 보완하고 반도체칩 제작용 설비 매출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

 

두 회사는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하고 있다. 인수합병 직전인 1999년 매출액은 AM 49억 달러, ES 24000만 달러였다. 인수합병 직전 5년간 축적한 특허는 각각 AM 1728, ES 38건이었다. AM이 엄청난 양의 특허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각각 특허 출원에 관여한 엔지니어의 수는 AM 1580, ES 41명이었다. 이 중에서 AM에서 ES로 이직한 엔지니어가 7, ES에서 AM으로 이직한 엔지니어는 15명이었다.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인수합병 후에는 어떻게 됐을까? AM ES의 엔지니어들이 출원한 특허는 총 2682건이었다. 이중 대다수는 인수합병과 관계없이 양 조직이 독립적으로 연구개발을 했어도 만들 수 있었던 특허였다. 오직 8건만이 양 조직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특허, 즉 인수합병으로 인한 지식 시너지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8건의 공동개발 특허 중 7건의 특허에는 한 조직에서 다른 조직으로 이직해온 엔지니어들(5)이 참여해 있었다. 이것을 보면 시너지 효과의 핵심인 공동의 지식을 창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만, 양 조직을 모두 경험해 본 철새 인력들이 어려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조건 두 회사 간 이직 경험이 있는 노동자 수가 많다고 해서 공동 지식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인수되는 기업에서 인수하는 기업으로 이직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와 인수하는 기업에서 인수되는 기업으로 이직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 중에서 중요한 건 후자다. 인수기업에서 피인수기업으로 이직한 엔지니어가 많을수록 인수합병 후 공동 지식창출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왜 그럴까? 기업 A가 기업 B를 인수할 경우 새롭게 탄생하는 합병 조직의 업무 루틴이나 연구개발 프로세스는 A 기업의 기준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A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직원이 B 기업에 있을 경우 이들이 이전 동료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피인수기업의 동료를 연결시키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B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A 기업 직원의 경우 그 중요성이 오히려 줄어든다. 예전에는 B 기업의 기술을 잘 알고 있는 귀중한 자산으로 여겨져 귀여움을 받았지만 인수합병으로 인해 B 기업의 기술이 A 기업으로 전부 공개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에의 시사점

 

필자는 미국 기업에 대한 본 연구를 바탕으로 지식경영이 중요한 한국 하이테크 산업의 경영자에게 시사점을 몇 가지 제공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 하이테크 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별 인력의 스카우트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의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2년 기준 한국 기업들의 인수합병 금액은 279억 달러로 전 세계 금액의 1% 정도에 불과했다.6 7  한국 기업들은 경영 합리화 또는 시너지 효과를 위한 구조조정 목적으로 기업을 결합하거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내부 거래를 위해 계열사를 인수합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크로스보더 인수합병은 해외시장 진출의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으며 그 비율은 국내 기업 간 인수합병보다도 낮다.

 

후발주자인 중국 및 세계적인 기업들은 인수합병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비용이 적게 들고 빠른 활용이 가능한 엔지니어 스카우트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외부의 우수한 기술과 핵심능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크로스보더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인수합병 후 단계에서 두 조직의 엔지니어가 협력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자 할 경우 인수합병 이전 두 조직을 모두 경험해 본 이직 엔지니어를 적절히 활용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인수합병은 서로 다른 두 조직이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너지가 생기지만 지식 창출에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이는 양 조직의 엔지니어들끼리 적대감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기존 업무 루틴의 충돌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이직을 통해 두 조직을 모두 경험해 본트로이 목마, 혹은 철새형 엔지니어가 조직 간 통합과 지식 창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당황해서 회사를 나가거나 옛 동료들로부터 배신자 취급당하지 않도록 배려해줘야 한다.

 

셋째, 인수합병 후 공동 지식창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엔지니어의 재배치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인수하는 기업의 엔지니어를 인수되는 기업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공동 지식창출을 증가시킨다.

 

넷째, 인수합병을 위한 타깃 기업을 선택할 때 기업 차원의 자원과 역량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조직을 구성하는 엔지니어 개개인이 축적한 인적자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적자산은 개인의 지식에 해당하는 지적자산과 조직 구성원들과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는 관계자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적자산은 기술개발 역량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내/외부 지식의 출처에 대한 정보다. 관계자산은 공동 지식창출에 중요한 요소인 상호신뢰와 믿음이다. 인수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 특허와 같은 지적자산을 중심으로 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직원 개인이 가진 관계자산이야말로 인수합병 후 지식 시너지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개인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할 때도 이들의 역량을 지적자산뿐 아니라 관계자산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인력을 스카우트할 때 정량적 지표들, 즉 학력이나 출원한 특허 등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어렵게 스카우트한 핵심인력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존 구성원들과의 갈등으로 인해서 일찍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경영자는 스카우트하고자 하는 엔지니어가 지금까지 지식 창출 과정에서 외부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동료들과 어떻게 협력했는지 등을 다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정환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 tankee@mju.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국제경영/경영전략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0여 년간 삼성전기에서 사업기획 및 기술전략 관련 업무를 맡았고 2013년부터 명지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인수합병, 해외직접투자, 지식경영 및 창의성이며등 해외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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