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와 지식 획득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지현(중앙대 신문방송학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전설적인 브랜드와 혁신적인 제품 포트폴리오, 뛰어난 재능을 가진 글로벌 팀의 인수로 레노버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올라섰다. 우리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영역에서 강력한 글로벌 업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1
2014년 1월30일, 레노버의 회장 양위안칭(Yang Yuanqing)이 구글이 소유하고 있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레노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술과 핵심인력을 확보했음을 자신 있게 피력했다. 이렇게 인수합병은 단순히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과는 달리 피인수기업이 가진 자원과 역량, 즉, 기술과 핵심인력을 모두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2005년) 레노버는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중국 기업의 이미지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경험이 있다. 그 결과 성숙기에 접어든 PC 산업에서 지속적인 혁신 제품을 바탕으로 2013년 사상 최대의 출하량을 기록하며 경쟁업체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레노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단기간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노버의 예에서 보듯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하이테크 산업은 기업 내부의 연구개발 활동과 더불어 외부로부터 획득하는 지식과 역량의 중요성도 높다.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연구개발은 제한된 자원과 역량으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축적된 지식이나 역량이 부족할 경우 사업화에 실패할 확률도 높다. 반면 외부로부터의 핵심기술 획득이나 전문가 영입은 고비용이지만 빠른 활용이 가능하다. 검증된 기술과 인력의 경우 사업화 성공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레노버뿐만 아니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외부로부터 지식과 역량을 획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식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글로벌 경쟁 산업, 첨단 산업일수록 기업은 외부로부터의 지식 획득에 더욱 열을 올린다.
지식 획득의 두 경로: 인수합병과 인력 스카우트
외부로부터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획득하는 방법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인수합병(Mergers & Acquisitions)과 인력(엔지니어) 스카우트다. 기업 수준의 인수합병은 피인수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허 등 지적 자산을 획득할 뿐만 아니라 핵심역량을 가진 연구개발 인력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개인 차원의 인력 스카우트는 엔지니어가 이전 회사에서 연구개발을 하며 개인적으로 축적한 지식과 역량을 확보해 새로운 지식 창출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기업 소유의 지적 재산을 불법적으로 유출하는 경우는 논외로 한다). 엔지니어 스카우트는 인수합병에 비해서 비용이 훨씬 적게 들며 바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표 1) 그래서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지식경영을 위한 경영전략 방법으로 인수합병과 엔지니어 스카우트를 병행해 실시하고 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 간 인수합병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인수합병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금액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2조2400억 달러, 특히 미국의 경우 8254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 인수합병이 있었다. 미국 기업들은 하이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시장 및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특허나 핵심인재 등 자산이나 역량확보 등을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시스코는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영국에 기반을 둔 소프트웨어 회사인 NDS그룹을 50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구글은 가치 있고 유용한 특허를 소유할 목적으로 2012년 120억9000만 달러에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다. 구글은 앞서 말했듯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다시 레노버에 매각했지만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소유한 특허 대부분은 그대로 보유했다.
인력 스카우트 역시 기업들의 인재발굴 및 영입경쟁과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행해지고 있다. 2013년 삼성전자는 애플에서 아이폰4s에 처음 탑재된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 개발을 감독한 엔지니어 루크 줄리아를 삼성혁신연구소 부사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또 애플의 판매 임원을 데려오기도 했다. 이를 두고 언론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애플의 우수 인력을 상당수 영입했다. 애플의 우수한 DNA를 흡수하는 동시에 애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라고 평가했다.2
재미있는 것은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인수합병과 엔지니어 스카우트 전략을 동시에 실행하다 보니 인수합병 당사자인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간에 이직한 전력이 있는 직원들, 특히 엔지니어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해당 직원은 기존 회사에 남아 있던 다른 직원들로부터 조직을 버린 배신자로 여겨질 수도 있다.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트로이 목마’ 같은 인력이야말로 인수합병의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두 조직 간 지식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엔지니어의 가치는 지식이 아니라 경험과 습관
직장을 옮긴 엔지니어는 이전 회사에서 축적한 지식을 새 회사의 동료들과 공유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한다. 그런데 엔지니어들, 지식노동자들은 대부분 경로의존적이다. 즉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지역 또는 기술적 범위 내에서 탐구적 활동을 한다. 그래서 이직 후에도 이전 회사 또는 이전 근무 지역에 위치한 회사들의 기술을 활용하는 경향이 높다.
물론 보안에 민감한 하이테크 업계에서 회사를 옮긴 엔지니어가 공식적으로 이전 회사의 동료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인수합병이 일어날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다시 말해 기업 A에 근무하던 직원이 기업 B로 이직한 후에, B사가 A사에 인수합병되면서 다시 한 배를 타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필자가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하이테크 산업3 에는 이런 경우가 실제로 비일비재하다. 필자는 2000∼2004년 사이 미국에서 있었던 182건의 하이테크 기업 간 인수합병을 조사했다. 그중 약 45%인 83건에서 이런 ‘트로이 목마’ 엔지니어가 약 690여 명 존재했다. 이들은 과연 양 조직의 PMI(post-merger integration) 상황에서 지식 교류와 지식 시너지 창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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