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고객 대하듯 종업원에게 마케팅하라 품격 있는 진정성이 가능해진다”

136호 (2013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상지(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과정) 씨가 참여했습니다.

 

얼마 전 맥도날드 라이더(배달직원)침 뱉은 것 잘 먹었어?”란 막말 문자를 보낸 게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대표가 나서서 사과했지만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직원 한 명이 기업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들을 본사에서 일일이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종업원들이 진심으로 기업 정체성과 가치를 이해하고 이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맞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외부 고객에게 하듯 내부 고객(종업원)에게 마케팅하라고 조언한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품을 판매하는 현장에서 종업원의 진정성은 소비자에게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가.

 

관련 연구가 많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 최근 오감의 영향력에 관심이 커지면서 종업원과의 non-verbal communication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오감 중 촉감에는 제품을 만지면서 느끼는 것도 있겠지만 종업원과의 접촉도 포함된다. 종업원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때보다 과하지 않을 만큼 약간의 터치를 했을 때 매출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는 한때 매장의 단골 고객 이름을 외워서 그가 들어올 때마다 이름을 부르며 반겨주는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고객과 종업원의 스킨십이다.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본적 지식이 상당히 발달했고 여기저기서 얻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제품은 물론 매장의 분위기나 종업원의 태도까지도 소비자 평가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 예전에 페덱스도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배달해야 할 물건들을 마구 집어던지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요즘 들어 이런 사건들이 더 많아진 것은 아닐 테고 예전에는 감춰졌던 사실들이 쉽게 밝혀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전에는 소비자가 몰랐는데 지금은 모르는 게 없다는 얘기다. 아는 것이 많아진 사람들은 이전과 같은 현상을 보면서도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겠지하는 생각을 한다. 진정성이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한 이유다. 기업이 종업원과의 관계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기업과 가장 자주 만나는 접점은 현장에 있는 종업원이다. 점포의 판매원이나 콜센터 직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사실은 가장 어리고 경력이 적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계약직이거나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회사에 대한 애정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막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는 현장 감각을 익혀야 한다며 일선 판매점으로 보내면서 직급이 오르고 연차가 쌓이면 현장과 멀어지기 일쑤인 것도 문제다.

 

보이지 않는 일선의 판매원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당연히 일일이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업원도 기업의 고객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외부 고객인 소비자와 비교해 종업원은 내부 고객이다. 이들의 만족도가 높아져야 이들로부터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면 내부 고객과의 관계와 외부 고객과의 관계 간의 상관성이 매우 높다. 이는 일종의 사이클과 같아서 내부 고객 만족도가 외부 고객 만족도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내부 고객 만족도로 이어지는 흐름을 띤다. 어느 쪽을 먼저 만족시켜야 하는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마케팅 부서와 HR부서의 공조가 필요하다. 외부 고객만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내부 고객을 상대로도 마케팅을 해야 한다. 이른바 내부 마케팅(internal marketing) 또는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이다. 고객에게 하는 것처럼 내부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전략적으로 브랜딩을 해야 한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히 정의하고 이를 우리 종업원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이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를 기획해야 한다. 종업원과 관련된 업무를 HR부서에서 인사조직, 조직문화 관리 차원에서만 접근할 일이 아니라 마케팅 부서와 협업해서 종업원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해외 기업 중에는 이런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는 곳도 있다.

 

기본적인 원칙에서는 외부 브랜딩과 차이가 없다. 외부에 커뮤니케이션할 때 내가 소비자라면 이 제품을 구입할까,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낄까를 고민하듯 우리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것이 무엇일까, 내부 직원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종업원을 단순히 피고용인으로 보지 말고 이들부터 충성고객화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외부 고객에게 하듯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색다른 시각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부 고객도 세분화해서 외부 고객에게 프로모션하는 것처럼 복지나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이 어떨까 한다. 다만 단순히 뭘 더 해주느냐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색깔을 입혀서 제공하는 방식을 써야 한다. 해당 브랜드의 개성과 특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브랜드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브 웨이(Saab Way)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자사만의 스토리나 기능에 대한 자부심을 전 직원에게 심기 위해 노력했다. 대부분 제조업체들은 제품을 다 만든 후 브랜딩을 고민하는데 이 기업은 기획과 생산은 물론 관리와 고객 서비스 라인까지 사브에 대한 히스토리와 성능, 브랜드 색깔을 충분히 입히고 직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애썼다.

 

기업과 종업원의 관계가 향상되면 이것은 기업의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른바 관계 자산(Relationship Equity)이다. 두 가지 캔에 담긴 맥주가 있다. 하나는 하이네켄 로고가 붙어 있고 다른 하나에는 아무 것도 없다. 내용물이 같을지라도 소비자가 하이네켄 로고가 붙은 것을 택할 때 우리는 이를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종업원들과의 관계는 관계 자산으로 형성된다. 종업원과의 관계 때문에 그곳에 갔을 때 기분이 좋고, 그 종업원 덕분에 뭔가 하나라도 더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매장을 찾는다면 그것은 그 기업이 지닌 관계 자산이다. 이는 원래 B2B 시장에서 연구가 많이 되던 분야다. 소매 시장과 달리 B2B 시장은 관계가 굉장히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 소비자와 기업의 직원 사이의 관계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직원과의 관계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뿐 아니라 심지어 프리미엄을 얹어서라도 그 물건을 구입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의 지니어스바(Genius Bar)가 있다. 예전에는 얼마나 빨리 처리해주는가, 정확하게 해주는가, 더 나은 기능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뒀지만 이제는 웬만한 품질이나 기능은 대체로 기본 사양이다. 더 빠르거나 정확하다는 점이 크게 의미가 없다. 지니어스바의 종업원은 물건을 판다기보다는 소비자와 함께 어울리고 논다. 이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사람들이다. 가격이나 혜택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일일이 말해줄 필요가 없다. 그건 이미 다 알고 온다. 그보다는 애플 제품에 능숙한 사람들이 구경하고 고르는 소비자 옆에서 잡담하듯 대화를 나누면서 그거 써봤는데 어떻더라 하는 자기 경험을 들려준다.

 

미국의 할인매장 트레이더조(Trader Joes)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있을 때 트레이더조를 자주 갔다. 와인코너를 즐겨 찾았다. 왔다 갔다하면서 와인을 구경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할아버지 한 분이 나타난다. 이거 내가 마셔봤는데 맛이 어떻고, 향이 어떻고, 어떤 음식과 어울리더라는 식으로 한참 자기 경험을 들려주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다. 그 매장이 아니라도 와인을 살 수는 있다. 어쩌면 같은 와인을 다른 곳에서 더 싸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할아버지 때문에 꼭 그 매장에 가서 와인을 샀다. 할아버지랑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고 유익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감정노동자 이슈가 많았다. 기업은 이들에 대한 대우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감정노동자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제일 중요한 요소는 현장에서의 권한이다. 굉장히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을수록 감정노동자가 일터에서 느끼는 만족이 크다.

 

최고의 서비스 기업으로 빠지지 않고 꼽히는 노드스트롬(Nordstrom)이 대표적인 예다. 이 백화점에서는 고객에 관한 한 현장에 있는 판매원이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한 달에 200달러 정도는 판매원의 권한으로 즉시 할인이 가능하다. 고객이 깎아달라고 했을 때 인심 쓰면서 깎아줄 수 있다는 얘기다. 통상 백화점에서는 사람들이 깎아달라는 이야기를 잘 못한다. 정가가 분명히 정해져 있고 판매원한테 깎아달라고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드스트롬에서는 다르다. 지금도 기억나는 경험이 있는데 어머니를 모시고 백화점에 갔을 때다. 옷을 하나 샀는데 매장 직원이 백화점 세일 20%에 브랜드 세일 10%, 그리고 내가 10% 더 깎아줄게 하면서 살짝 윙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도 웃고 나도 웃고 유쾌한 경험이었다. 다음에도 당연히 그 매장에 들르게 만들 만한 경험이다.

 

햄톤인(Hampton Inn)호텔도 마찬가지다. 투숙했던 고객이 컴플레인을 제기했을 때 그 요구가 합당하다면 호텔 프런트 직원이 자신의 권한으로 투숙 금액의 일정 부분을 깎아줄 수 있다. 당장 손실을 보더라도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려면 현장 직원이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권한이다. 이 호텔이 분석한 결과 지금의 1달러 환불이 나중의 7달러 수익 증가로 나타났다.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고 다시 찾는 고객이 많았다는 의미다.

 

오늘날 기업에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진정성은 품격의 한 요소다. 브랜드도 지조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지조는 일관성이다. 첫째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적 의미에서의 일관성이다. 최근 미국에서 에디터가 자신의 블로그에 경험담을 올렸는데 매우 공감했다. 인터넷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던 셋톱박스를 반납할 때 겪었던 일이다. 해지하려는 고객은 셋톱박스를 수거하는 센터에 가서 직접 반납해야 한다. 반납하지 않으면 200∼300달러의 벌금을 낸다. 이 사람이 셋톱박스를 들고 반납하러 갔다. 다른 업무를 보는 창구는 3∼4개씩 만들어져 있는데 셋톱박스 반납 창구만 1개였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뒤에 서서 몇 시간 기다린 끝에야 겨우 반납할 수 있었다. 에디터는 엄청 불편하고 화가 났다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삿짐을 다 싸서 보내고 마지막으로 셋톱박스 하나 반납하고 이동하려고 했다. 센터를 찾았는데 일찌감치 문을 닫았더라. 아무리 찾아도 열려 있는 센터가 없었다. 사실 이런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카드를 만들 때나 통신사에 새로 가입할 때는 왕 대접을 받지만 해지할 때는 찬밥 취급당하기 일쑤다. 시작과 끝이 일치하지 않는, 진정성이 부족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외부 마케팅과 내부 마케팅 사이의 일관성이다. 외부 고객을 상대로는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처럼 상냥한 기업이 내부 직원들에게는 모질고 야박하다면 진정성 있는 브랜드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지금처럼 내부 직원들에 대한 마케팅과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에 안팎의 불일치를 간과한다면 진정성 이슈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지금은 외부 마케팅과 내부 마케팅에 일관성을 가진 기업이 거의 없다. 직원들을 진심으로 설득하고 진정성을 확보하는 일은 대부분 기업들에 아직 시작 단계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최순화 교수는 미국 퍼듀대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을 거쳐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브랜드>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