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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문학 분야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도 동양고전은 크게 각광(脚光)을 받고 있다. 동양의 고전에는 현대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 많다.
유학(儒學)의 경전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자신과 삶의 방향, 올바름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구할 때 인간다운 삶과 올바른 삶, 더불어 사는 삶의 길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전이 각박하기만 한 현대의 경영에 등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을 성균관대 한상만 교수가 저서 <고전에서 배우는 경영 인사이트 40(원앤원북스, 2011)>에서 제시하고 있다. 한 교수는 고전과 경영을 연결시키려고 시도했다. 고전을 배우면서 얻은 깨달음이 경영의 원칙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과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대학(大學)>의 구절에 나타난 본(本) 경영과 인(仁) 경영,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본(本) 경영이란 무엇인가. 본은 근본(根本)을 의미한다. 경영인은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기업경영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무엇이 기업경영에서 중심이 돼야 하는지를 정하고 어떤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본(本) 경영’이라고 한다. <대학(大學)>에는 ‘본(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물유본말(物有本末)하고 사유종시(事有終始)하니 지소선후(知所先後)면 즉근도의(則近道矣)니라.(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뿌리(근본)와 지엽(말단)이 있고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는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이 있으니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알아서 하면 진리에 가까워진다.)’
‘본 경영’은 기업경영에서 뿌리와 지엽을,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을 알고 하는 경영이다. 본말(本末)의 개념을 경영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본(本)’이란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근본적인 것(Fundamental)이라고 할 수 있다. ‘말(末)’이란 기업의 수익(Revenue)과 이익(Profit)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말’보다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본’이 무너지면 ‘말’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본(本)에 대해 <대학>에는 ‘덕본재말(德本財末)’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덕(德)이 뿌리가 되고, 재물(財物)은 사소한 부분이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本)이 된다는 덕(德)이란 무엇일까. <논어(論語)>의 ‘위정(爲政)’편에 보면 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위정이덕(爲政以德) 비여북진(譬如北辰) 거기소이(居其所而) 중성공지(衆星共之). (덕이란 비유하자면 북극성과도 같은 것이어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도 모든 별들이 그것을 향해 모여드는 것이다.)’
따라서 덕본재말의 경영은 별들이 북극성으로 모여드는 것처럼 사회적 이익과 행복을 기업의 비전으로 정하고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할 때 소비자들이 기업을 향해 모여들고 애호하며 자신과 동일하게 느끼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이 구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이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덕본재말(德本財末)의 경영으로 사회적기업의 책임을 다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순히 좋은 일을 하는 것 이상으로 기업의 성과에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최근 덕본재말의 경영이 실효를 보인다는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미국의 사회적 책임경영과 관련된 컨설팅업체인 콘로퍼(Cone Roper)가 최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사회에 이윤을 환원하는 기업들을 지지하는 추세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가격이 비슷하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고 답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독특한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다. 아멕스카드가 만들어질 때마다 1달러씩, 아멕스카드가 사용될 때마다 1센트씩을 자유의 여신상을 유지하고 복구하는 사업에 환원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놀라운 점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안 아멕스카드의 사용량은 28%나 늘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자유의 여신상을 유지하고 복구하는 데 환원한 돈은 170만 달러에 달했다. 실로 놀라운 결과다.
둘째, 인(仁) 경영이란 무엇인가. <대학>에 현재 기업이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인(仁)에 대해 언급한 구절이 있다. ‘일가인(一家仁)이면 일국(一國)이 흥인(興仁)하고, 일가양(一家讓)이면 일국(一國)이 흥양(興讓)하고, 일인(一人)이 탐려(貪戾)하면 일국(一國)이 작란(作亂)하니라. (한 집이 어질게 되면 한 나라가 어진 마음을 일으켜 어질게 되고, 한 집이 겸양을 잘하면 한 나라가 겸양하는 마음을 일으켜 겸양을 잘하게 되며, 한 사람이 욕심이 많으면 한 나라가 난을 일으키니 그 이치가 이와 같다.)’
이 구절에서 ‘인’의 의미를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仁)이란 사람 ‘인(人)’과 둘 ‘이(二)’가 결합된 글자로 두 사람이 한마음이 된다는 뜻이다. ‘인’은 남을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인’으로 한 가족이 서로를 자신처럼 아끼는 마음이 가득하게 되면 이런 ‘인’이 온 나라에 퍼져 나라 전체가 서로를 자신처럼 아끼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기업의 입장에서 재해석하면 기업은 자기 기업의 수익만 올리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기업을 둘러싼 기업 생태계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 기업에 ‘인’이 가득하면 ‘인’이 기업 생태계 곳곳에 퍼져서 시너지를 일으키고 기업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더불어 이익을 창출하고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인’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인(仁)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가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탐스슈즈(Tom’s Shoes)다. 탐스슈즈는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가 아르헨티나를 여행할 때 신발이 없어서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주기 위해서 만들었다. 어진 마음이 사업의 시초가 된 것이다. 그는 1대1(One for One) 기부공식을 제시했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브랜드 철학을 실천하는 방법이었다. 1대1 기부공식은 소비자가 탐스슈즈를 한 켤레씩 구매할 때마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한 켤레씩 기부하는 방식이다.
단지 수익금의 일부를 자선활동에 기부하는 기존 기업들과 달리 기업의 이념과 브랜드 철학을 직접 실천한 탐스슈즈에 소비자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6개월 만에 탐스슈즈는 당초 목표량인 200켤레를 훨씬 넘어서는 1만여 켤레를 팔았고 아르헨티나 아이들에게 탐스슈즈 1만 켤레를 전달했다.
여기에 더해 탐스슈즈는 ‘신발 없는 하루’라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맨발로 하루를 보내면서 신발이 없는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는지 직접 경험한다. 2010년 ‘신발 없는 하루’ 캠페인에는 미국, 두바이, 베니스, 런던 등 세계 각지에서 25만여 명이 참가했다.
이제 어쩌면 <대학>의 구절은 이렇게 바뀌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일기업인(一企業仁)이면, 일국(一國)이 흥인(興仁)하고, 세계(世界)가 흥인(興仁)한다. (한 기업이 어질게 되면 한 나라가 어진 마음을 일으켜 어질게 되고 전 세계가 어진 마음을 나누게 된다.)’
덕과 인을 기업경영의 바탕으로 여기는 존경받을 수 있는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존경받는 경영은 기업이 경제와 사회, 환경의 가치를 기업의 비전으로 정하고 이것들을 실현할 때 달성할 수 있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만물을 살리는 생물(生物)의 경영을 해야 한다. 만물에는 고객과 주주, 직원은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포함된다. ‘만물을 살린다’는 것은 이들을 더욱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하나의 생태계로 만든다는 것이다. 모든 이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경영이라는 뜻의 생물지경영(生物之經營)은 이것의 실천을 통해 기업이 속한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생태계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이것이 결국 기업이 스스로 더욱 더 잘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기업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가는 인덕(仁德)의 핵심 경영철학이다. 책(冊)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 (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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