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교수의 Leader’s Viewpoint
편집자주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지난 2월에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직장생활의 꽃이라는 임원으로 승진했다는 보람과 성취감도 잠시. 새로운 업무 파악과 더불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구상하고 새롭게 맞이한 부서원과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져만 간다. 그래도 머릿속으로 “열심히 해서 멋진 작품을 만들어 봐야지” “부서원에게 인정받는 상사가 돼야지” “내가 부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직원들도 나를 상사로서 인정해 주겠지” 같은 생각들을 하면 엔도르핀이 돌고 의욕이 넘쳐난다. 하지만 임원이 된 지 한 달이 지난 요즘, 자꾸만 우울해진다. 계획했던 일은 실행이 더디게만 느껴진다. 무엇보다 부서원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 계획에 의욕적으로 동참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점점 우울해지고 화까지 난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 시간은 점점 흐르고 회사에는 임원으로서 뭔가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초초하기만 하다.
신임 리더가 됐다는 기쁨도 잠시…
3월은 많은 리더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1월과 2월에 임원 승진을 포함한 인사발령을 내고 승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필자도 신임 임원들을 위한 리더십 강의를 할 기회가 많이 생긴다. 강의를 하면서 승진한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대부분의 임원들은 기쁨과 초조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20년 이상 조직을 위해 헌신했던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모든 직장인의 꿈인 임원 배지를 가슴에 단 것에 대한 성취감과 기쁨.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과연 내가 임원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불안감은 비단 신임 임원뿐 아니라 승진을 해서 새로운 직급과 직책을 받게 된 신임 리더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부여받은 역할과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업무 파악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리더로서 인정받고 신뢰를 쌓기 위해 부하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의문들을 혼자서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스마트한 기업들은 승진한 리더들이 좀 더 빠른 시간에 새롭게 부여된 책임과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이번 칼럼에서는 과도기(transition)에 처한 리더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자.
리더의 초기 실패 비용을 낮춰라!
모든 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면 아무리 경험이 많고 역량이 뛰어난 리더도 당황하기 쉽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새로 부임한 중간관리자로 인해 평균 12.4명의 성과가 영향을 받는다.1 특히 외부에서 고용된 임원 중에 무려 40%에서 50%가 실패를 하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무려 270만 달러에 달한다.
리더의 초기 실패 비용과 더불어 생각해 볼 이슈는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일 것이다. 새로운 상황에 처하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대통령이나 CEO가 새로 부임하면 처음 얼마간은 최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자제하며 잘 정착할 수 있게 배려해 준다. 이를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이라 하는데 대략 3개월 내지 100일 정도가 주어진다. 새로 부임한 리더들은 처음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에 조직에 대한 공헌을 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상황을 파악하고 적응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게 되고 비로소 조직에 공헌을 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부임 초기에 들어가는 신임 리더의 적응비용(-)과 완전히 적응한 후에 창출되는 가치(+)의 합이 ‘0’이 되는 시점을 가리켜 신임 리더의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이라 부른다. (그림 1)
따라서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은 리더들이 잘 정착할 수 있게 다양한 지원을 해줌으로써 리더의 실패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기업은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실패해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지 못한다면 실패자라는 낙인과 함께 자신의 커리어도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초기 실패를 줄이는 건 조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지만 개인 리더에게 있어서 더욱 중요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초기 실패비용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그렇다면 신임 리더로서 부임 초기에 실패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기본적인 업무파악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부임 초기에 가장 중요한 부서원들의 신뢰(credibility)를 얻기 원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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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리더라면 이것만은 기억하자 #1
누구나 혼란스럽다. 조급해 하지 말고 뭔가 보여주려
하기보다 듣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
신임 리더가 되면 누구나 혼란스러워한다. 특히 처음으로 부하들을 이끌어야 할 책임을 부여받거나 임원으로 승진해서 여러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그 혼란스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와 동시에 승진을 했기 때문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확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이런 초기 단계가 리더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느냐, 아니면 실패한 리더로 사라지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유를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자신이 해야 할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조용히 듣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리고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앞으로 새롭게 추진한 것들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지금 내가 이렇게 혼란스럽고 불안한 게 당연하고 신임 리더가 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란 생각을 한다면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신과 새로운 상황을 객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부하들과의 새로운 소통에서 내가 말하는 것과 부하로부터 듣는 비율을 2대8 혹은 3대7로 맞춰 놓는 것도 초기 실수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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