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계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었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의 핵심 역량을 이용해 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과 동아일보 DBR이 만든 비즈니스 리더의 연구모임 ‘CSV 미래경영 연구회’ 강연 내용을 지상 중계합니다. 5회 강좌인 김일섭 한국형경영연구원장의 강연 내용을 요약합니다.
지식경제 패러다임이 만개하면서 ‘승자독식 체제(winner takes it all)’의 수확체증 법칙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1등 혹은 2등만 살아남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는 창의적 혁신이 불가피하다. 혁신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형 혁신 기업가로는 정주영 전 회장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이코노미사이트>라는 매체에서 2010년 경제전문가 70인에게 조사한 결과, 창조·혁신·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을 가장 훌륭히 구현한 재계 인물로 41명이 정주영을 뽑았다. 이 밖에도 이병철/이건희(삼성그룹), 김우중(대우그룹), 박태준(POSCO), 서경배(아모레퍼시픽), 이민화(메디슨), 변대규(휴맥스) 등의 기업가를 한국형 혁신 기업가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과감한 추진력과 투철한 혁신 정신을 무기로 일군의 기업을 일궈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렇게 열정과 도전정신을 갖고 창업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학생들은 모두 의사나 공무원처럼 탄탄한 수입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어 한다. 1977년 72.3으로 정점을 찍었던 기업가정신지수는 2000년대 들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대한상의 조사). 이처럼 기업가정신이 쇠퇴한 요인은 경영 및 기술 능력의 부족, 벤처투자를 회수할 기회 부족, 위험 기피 추세 등으로 분석된다. 한마디로 창업을 할 실력도, 뒷받침할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는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여러 전문가들의 정의를 빌려 기업가정신 정의를 새로 떠올려보고자 한다. 이장우 교수는 ‘자원의 현실적 제약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행위 또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위험부담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전제로 가치 있는 그 무엇을 새로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 학자도 있다(Hisrich & Brush).
기업은 언젠가는 망한다. 영원히 가는 기업은 없다. 지속적인 혁신만이 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혁신은 기업 존속과 지속 가능성의 열쇠다.
피터 드러커는 혁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첫째, 혁신은 기존 자원이 부를 창출하도록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활동이다. 둘째, 성공적인 혁신은 거의 모두가 혁신의 기회를 포착하려는 부단한, 의도적 노력의 결과로 이뤄지는 것이다. 셋째, 혁신은 정상 업무의 일부가 돼야 한다. 넷째, 혁신가는 위험추구자가 아니다. 이들은 위험을 최대한 파악하려고 애쓰고 이를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즉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이란 어느 날 갑자기 번쩍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일상 업무의 일부다. 또한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무모함이 아니라 가능한 위험을 피하고 줄이려는 의도적인 노력이다.
혁신을 꾸준히 실천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초우량 기업들에서 혁신의 팁을 찾아보자. 초우량 기업들은 대기업의 능력을 갖추고도 작은 기업처럼 움직인다. 작은 단위로 쪼개고 분산해서 말단까지 놀라울 정도로 자율성을 부여한다. 혁신을 위해 질서를 포기한다. 위계질서를 앞세워 혁신의 싹을 짓밟지 않는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두고 2∼3개 팀을 두는 중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경쟁을 붙여 더 우수한 팀의 결과를 취하면 되기 때문이다.
혁신을 성공하게 하려면 준수해야 할 원칙들이 있다. 일단 혁신은 신규 조직을 통해 해야 한다. 기존 조직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게 할 수 있다. 혁신 사업은 고위경영진이 직접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 혁신 사업을 위한 별도의 평가 기준과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초점이 분명하고 단순해야 한다. 혁신은 천재성이 아니라 노력이며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혁신을 추진하는 팀 사이의 의사소통이다. MIT대의 토머스 앨런 교수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10m 이상 떨어져 있을 때 1주일에 한번 직접 의사소통을 할 확률은 8∼9%에 불과하다. 거리가 5m로 가까워지면 그 확률이 25%로 높아지지만 20m로 멀어지면 5% 이하로 떨어진다.
한국인은 특히 자존감이 강하고 유연성과 순발력이 뛰어나다.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기업 경영진은 한국인의 이런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하나하나 원칙을 정하고 따르기를 강요하기보다는 가급적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자율성을 보장하는 편이 낫다. 그것이 잠재된 가능성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한국형 경영의 출발이다.
정리=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김일섭 원장은 안진회계법인 회장과 이화여대 경영부총장, 한국회계연구원장 등을 거쳐 현재 한국형경영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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